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2. 10. 18. 선고 2002구합1594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2, 갑3, 4, 5의 각 1, 2, 3, 갑6의 1 내지 4, 갑7, 8, 갑9의 1 내지 5, 갑10, 갑 11의 1 내지 5, 갑12, 갑18의 1 내지 4, 갑19, 을8의 1, 2, 을9의 1 내지6,을 10, 변론의 전취지】

가.

참가인은 1978. 10. 7. 원고 은행에 입사한 후 2급 직원으로 승진하여 점포장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의 1차 구조조정

원고 은행은 전라북도 도민들이 출자하여 1969년 설립된 은행으로서 IMF 구제금융 체제하에 놓인 1997년 하반기 이후 경영실적이 급격히 악화되어 전년도 70억원의흑자에서 1997년에는 58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1998년에는 그 적자규모가 1,64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원고 은행은 독자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1997년 25명, 1998년 363명 등 전체직원의 32%에 해당하는 인력을 감원하였고, 1998년 전체 점포의 35.9%에 이르는 22개 점포를 폐쇄하였으며, 1997년 이후부터 2001년에 이르기까지 노사합의에 의하여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비를 삭감하였고, 1999년및 2000년도에는 본봉을 삭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위와 같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원고 은행은 1999년에 당기순손실 5억원, 2000년도에는 350억원 상당의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실을 손익계산서의 영업외비용에 반영하지 아니하고 자기자본을 1,584억원에서 1,219억원으로 감액하는 회계처리를 하였음에도 겨우 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원고의 경영사정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다.

원고의 2차 구조조정합의

위와 같이 원고의 경영상태가 개선되지 아니하자 금융감독위원회는 원고 은행에 대하여 자기자본 확층, 추가적인 인력감축 등 획기적인 경영개선방안의 수립을 요구하였다.

이에 원고 은행과 노동조합은 2001. 3. 15. 고임금구조의 인력구조가 은행의 수지개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수지개선을 위하여는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경영상의 긴박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여 독자생존의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아래와 같은 내용의 합의를 하면서 "2001년도 인력구조조정에 관한 단체교섭회의합의서(이하 '합의서'라고만 한다)"를 작성하였다.

(1)

정리인원수 : 비조합원 30명 내외, 조합원 45명 내외

(2)

인사규정 개정 : 인사규정 제42조(당연퇴직) 사유에 "대기발령 후 6개월 경과시까지 미복직자" 추가

(3)

명예퇴직 권고 대상자 선정기준 12개 항목(3급 이상 부점장 기준)

①

근무성적불량자, ② 징계자, ③ 포상자, ④ 업적부진자, 업적우수자, ⑤ 상각금액(부실여신 과다발생자), ⑥ 역직(대기성)발령 경력자, ⑦ 민원야기자, ⑧ 사생활문란등 복부규정위반, ⑨ 창구응대불량(2000. 2/4~4/4분기), ⑩ 직급별평균연령상회자, ⑪ 통신연수불량자, ⑫ 건강상태

(4)

추진일정

①

신청기간 : 2001. 3. 16. ~ 같은 달 19.

②

퇴직권고대상자 확정(인사위원회) : 2001. 3. 20.

③

퇴직권고대상자의 명예퇴직신청서 접수 : 2001. 3. 20. ~ 같은 달 22.

④

명예퇴직대상자 및 대기발령자 확정(인사위원회) : 2001. 3. 23.

⑤

퇴직발령 예정일 : 2001. 3. 31.

라.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당연퇴직의 경위

원고 은행은 위 합의서의 추진일정에 따라 2001. 3. 20. 참가인을 포함한 퇴직권고대상자를 선정하여 그들에게 명예퇴직을 권고하고 만약 명예퇴직 권고를 받고도 명예퇴직을 하지 않으면 대기발령할 것임을 통지하였고, 2001. 3. 23. 명예퇴직을 신청한77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의결하고 명예퇴직을 권고받고도 이에 불응한 참가인 등에 대하여는 대기발령 후 퇴직시키기로 의결하였으며, 위 의결에 따라 2001. 3. 26. 참가인에 대하여 인사규정 제28조 제1항 제2호의 대기발령을 명하고 대기기간 6개월이 경과하자 2001. 9. 26. 인사규정 제42조 제1항 제14호에 의하여 참가인을 당연퇴직 처리하였다. [인사규정]

제28조 (대기발령)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되어 직무를 수행하기 곤란한 직원에 대하여는 그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직위 또는 직무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총부지원부 소속으로 대기발령할 수 있다.

2.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여 업무실적이 극히 불량한 자

제42조 (당연퇴직) ① 직원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될 때에는 동 사유가 발생한 날에 당연히 퇴직한다.

14.

대기발령후 6개월 경과시까지 미복직자

마.

이 사건 재심판정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위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라고만 한다)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고, 지노위는 2001. 11. 22. 대기발령 사유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기발령에 이은 당연퇴직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참가인의 원직복직과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명하는 결정을 하였으며, 원고 은행이 위지노위 결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02. 4. 3. 초심결정을 인용하면서 원고 은행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명예퇴직을 실시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하여 대상자를 선정하였으며, 명예퇴직을 거부한 감원대상자에게 명예퇴직신청 여부를 재고할 수 있도록 상당기간(6개월의 대기발령기간)의 시간적 여유를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감원대상자에게 인사규정상의 대기발령을 내리고 대기발령기간 만료시까지 자발적으로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아니하는 경우 당연퇴직의 형식으로 정리해고를 한 것이다.

따라서 참가인에 대한 당연퇴직의 인사조치는 실제로는 정리해고에 해당하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 및 당연퇴직은 적법하다.

나.

판단

(1)

이 사건 해고가 정리해고인지 여부

원고 은행은 참가인에 대하여 형식상 인사규정 제28조 제1항에 의한 대기발령을 명한 이후 인사규정 제42조 제1항 제14호에 의하여 당연퇴직 처리하는 형식을 취하였으나, 위 인정사실과 같은 해고 경위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해고는 정리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정리해고의 정당한 요건 충족 여부

㈎ 근로기준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6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 해고회피노력에 관하여

사용자는 정리해고를 하기에 앞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가능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는데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 퇴직의 활용 및 전근 등의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건에 있어, 원고 은행은 당초 감원대상인원을 75명 내외로 정하였는데 명예퇴직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권고 대상자로 선정되지 아니하였던 다른 직원들도 명예퇴직을 신청한 결과 총 명예퇴직 인원이 77명에 달하는 등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한 사실은 앞서 본바와 같고, 갑2, 을13의 1 내지 13, 을29, 30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을 당연퇴직처리할 당시 원고은행은 일련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2001.1부터 같은 해 9.까지 당기순이익이 약 49억원(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99억원 증가)에 이르렀고, 그 이후에도 그 수익성, 건전성,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이 호전되어 2002년도에는 300억원의 혹자달성을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2002년도 임금 또한 4.5% 인상하기로 합의하는 등 원고의 경영상태가 호전되었던 사실, 원고 은행은 명예퇴직을 실시한 다음 2001. 7. 10. 1급 승진 3명, 2급 승진 12명, 3급 승진 18명, 4급 승진 8명 등 모두 41명을 승진시켰고, 2001. 9. 20. 대졸신입사원 채용공고를 한 후 2001. 10. 25. 모두 26명의 최종합격자를 발표하였으며, 이후 위 26명을 정식임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같이 명예퇴직자의 수가 해고목표치를 상회한 상황이었고, 해고시에는 원고 은행의 경영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어가고 있었으며, 신규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었다면 당초 감원대상이었으나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인을 해고한 것은 해고를 최소한으로 줄이겠다는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관하여

참가인에 대한 근무성적평정결과 이 부분에서 아무런 감점요인이 없었던 사실, 참가인은 1986. 12. 10. 은행장으로부터 '저축권유실적우수직원'으로 포상을 받았고, 입사한 이후 명예퇴직 권고 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참가인이 원고 은행 C지점의 점포장이었던 2000. 1. 4. 위 C지점이 은행장으로부터 영업점성과평가결과 장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어 포상부분에서 3점을 얻은 사실, 참가인은 영업점장 경력기간이 5년 7개월인 자로서 2000. 12. 31. 현재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의 부실여신 상각금액이 774,000,000원이었는데, 이는 5년 이상 7면 미만 영업점장에 대한 상각여신 인정기준금액 4억원을 93.5% 초과하는 금액인 관계로 이 부분에서 -60점을 얻은 사실, 참가인이 직급별 평균연령을 상회하여 이 부분 평가점수는 -15점이었던 사실, 그 외 참가인은 영업점종합평가에서 -20점을 얻은 사실, 이에 따라 참가인은 2급 직원 29명 중 명예퇴직 권고 대상자 순위 5위의 평가를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면 참가인에 대한 평가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실여신 상각금액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정기준인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여기에서 부실여신이란 직원들이 은행의 여신규정에 위반하여 대출하는 등으로 발생한 부실채권이 아니라 은행의 여신규정에 위배됨이 없이 제규정에 따라 취급한 여신이 이후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설정한 담보가치가 하락하거나 보증인의 채무부담능력이 없어져 은행 입장에서 회수가 의문시되거나 손실이 추정되어 '금융기관채권대손인정업무세칙' 제3, 4조에 의하여 대손상각한 채권에 해당하는 여신을 말하는 것으로서, 직원의 입장에서 보면 면책금액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이 사건 정리해고 당시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외환위기, 국가신인도 추락, 기업의 도산 등으로 IMF 구제금융체제하에 놓이게 되는 등 전반적인 위기상황이어서 더욱더 부실여신의 발생에 대하여 은행 직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은행직원에게 고의, 과실이 없이 발생한 부실 여신금액을 명예퇴직 권고 대상자 선정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설령 부실여신 상각금액을 선정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정하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원고 은행의 평가방법은 합리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하다. 원고 은행이 평가한 방법에 의하면 예컨대 참가인과 같은 기간의 경력을 갖는 영업점장 중 영업능력이 뛰어나100억원의 여신을 발생시키고 그 중 10억원의 부실여신을 발생시킨 자(상각금액 6억원)보다 영업능력이 부족하여 10억원의 여신을 발생시키고 그 중 5억원의 부실여신을 발생시킨 자(상각금액 1억원)가 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불합리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즉 원고 은행을 위하여 열심히 일한 사람이 더욱 불리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부실여신 상각금액을 선정기준으로 삼았다면 은행 직원이 발생시킨 총 여신금액 중 부실여신 상각금액의 비율에 따라 평가함이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하였을 것이다.

㈑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에 관하여

나아가 정리해고시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과의 협의를 통하여 이해관계를 조절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근로자 전체를 감원대상으로 하고 그 대상자의 과반수가 노동조합원이라고 하더라도 비노동조합원이 특정 직종 또는 직급 때문에 당초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자들로 구성되어 있고,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구별하여 각각의 집단에서 일정한 수의 인원을 감원하기로 하는 경우, 노조원과 비노조원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되므로 이러한 경우,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비노조원을 대표하는 자와의 협의도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고, 따라서 비노조원들을 배제한 채 이와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노동조합과의 감원에 대한 협의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갑11의 1, 2(=을8의 1, 2)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참가인과 같이 3급 이상의 직원은 당초부터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아니한 사실, 원고 은행은 노동조합하고만 정리해고에 관한 사항을 협의한 결과 감원대상인원을 노조원 중 45명 내외, 비노조원 중 30명 내외로 하기로 합의한 사실, 위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을 권고한 결과 비노조원 총 131명 중 30명(감축비율 약 23%), 노조원 626명 중 47명(감축비율 약 7.5%)이 각 감원되어 그 감축비율에 3배 이상 차이가 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원고 은행은 이해가 상반되는 노동조합하고만 협의하고 비노조원들과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명예퇴직제도를 실시함에 있어 성실한 협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해고는 정리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다.

판사 조병현(재판장) 김용관 조건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