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2. 6. 8. 선고 2002구합3881 판결

판결요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4조 제1항에서 정한 ‘구제명령’(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지만 근로기준법 제33조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도 준용된다)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가 있기 이전의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행하는 행정처분인바, 파산관재인이 한 해고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이고 파산선고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사업장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면 중앙노동위원회로서는 당연히 원직복귀 등 필요한 구제명령을 하여야 할 것이고 파산선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러한 구제명령을 발하는데 어떠한 장애사유가 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하면서도 필요한 구제명령을 발하지 아니한 것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참가인이 한 해고가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면 원고들이 취소를 구하는 재심판정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는 과연 참가인이 한 해고가 부당해고 등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파산법 제50조는 파산과재인에게 쌍무계약에 대한 계약해제권을 인정하고 있고, 민법 제633조는 사용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때에는 파산관재인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때에도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 때 계약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파산관재인에게 재량에 의한 근로계약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는 근로계약관계가 기업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것임에 반하여 파산은 사업의 폐지와 청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파산이 선고된 경우에는 기업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에 관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파산법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후 모든 사업을 즉시 폐지하지 아니하고 파산재단의 충실을 기하기 위하여 기존의 영업을 일부 계속하면서 사업장의 일부를 그대로 존치함에 따라 근로자가 계속하여 필요한 경우에도 위와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러한 경우에는 사용자가 긴급한 경영상의 환경에 처한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하여 정리해고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31조가 적용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생각건대, 파산법인이 기존의 사업장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파산재단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잠정적인 조치이며, 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사업장은 점차 축소되어 마침내는 전부 소멸하게 될 것인 점, 이와 같이 사업장이 축소됨에 따라 그때그때 수시로 정리해고를 할 경우 그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으로 인하여 파산절차의 신속한 진행이 어려워지고 임금채권의 과다 발생 등으로 인하여 파산재단의 건전성이 해쳐질 염려가 있는 점, 현행 파산 관계법이 위 파산법 제50조와 민법 제633조 이외에 일정한 경우 정리해고의 기준을 적용하여 해고하여야 한다는 예외적인 조항을 두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파산법인이 청산절차와 병행하여 기존 사업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파산관재인에게 근로관계의 해지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여 탄력적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파산절차의 신속한 파산재단의 충실을 기하도록 하는 것이 법의 취지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보여진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참가인은 2001.5.26 공고문을 통하여 ‘고용안정을 위하여 거의 전원과 재계약하기로 결정하였다. 현 인원 1,723명 중 재계약예정인원이 1,682명이므로 잉여인력은 41명에 불과한바 일부 직원들의 재계약포기를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전원 재고용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와 함께 보조인으로 채용된 근로자의 규모 등을 살펴보면, 참가인은 노동조합이 파산절차에 관여하여 파산관재인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근로자 전원을 해고한 후 그 중 노동조합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에 대하여만 계약직 보조인으로 재고용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나, 위에서 본 파산법 제50조와 민법 제633조의 규정에 대한 해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참가인의 전원 해고 선별 고용은 참가인의 재량으로서 허용되고, 이것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