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2. 4. 12. 선고 2011구합39776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판결요지

1.

비진의 의사표시에서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근로자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할 때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었고, 사용자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사직원을 수리하였다면 위 근로자들의 사직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 진의 아닌 의사표시인지 여부는 효과의사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시에 좇아 일괄하여 사직서를 작성 제출할 당시 그 사직서에 기하여 의원면직 처리될지 모른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하였더라도 이것만으로 그의 내심에 사직의 의사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

이 사건 건물의 관리형태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위탁관리회사로의 고용승계를 전제로 소속 근로자들에게 사직서 양식을 배부하면서 일괄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던 점, 그 과정에서 관리소장 등은 근로자들에게 ‘현재 용역회사에서 관리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으니 사직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여 사직서 제출을 지시하였던 점, 이에 소속 근로자 전원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던 점, 대표자로부터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할 것이고 사직서 제출은 형식적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한 행위는 새로운 위탁관리업체로의 고용승계를 위하여 사직의 의사 없이 외관상으로 다른 근로자들과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사용자 또한 이러한 진의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사직서제출을 통한 사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고, 이를 수리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해고에 해당한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11구합3977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OOOOOO오피스텔 입주자대표회의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변론종결 : 2012.03.27.

* 판결선고 : 2012.04.12.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원고는 서울 양천구 OO동 OOO에 있는 지하 6층, 지상 24층의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로 구성된 집합건물인 OOOO타워(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의 유지 및 관리를 위하여 조직된 입주민들의 자치단체(관리단)로서 상시근로자 수는 약 30명(관리사무소 2명, 기전기사 12명, 경비원 8명, 미화원 8명)이고, 오OO은 2008.10.26. 원고에 입사하여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자이다.

나.

사직서 제출의 경위 등

(1)

원고는 2011.1.6.경 이 사건 건물을 자치관리의 형태로 운영하여 오다가 그 관리형태를 위탁관리의 형태로 변경하기로 결정하였다.

(2)

원고는 2011.1.말경 오OO을 비롯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건물의 관리형태가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되어 고용을 계속할 수 없고, 원고와 새로이 위탁관리를 맡게 될 회사 사이에 근로자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약속이 있었으므로 희망하는 근로자들은 모두 위탁관리 회사에 채용된다’라는 취지로 설명하고, ‘위 본인은 구조조정에 의한 권고사직의 이유로 2011.2.28.자로 사퇴하고자 이에 사퇴서를 제출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된 사직서 양식을 배부하면서 사직서의 제출을 요구하였다.

(3)

이에 원고 소속 근로자 30명 중 원고를 비롯한 29명은 2011.1.30.경, 나머지 1명은 2011.2.14.경 원고에게 각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

(4)

원고는 2011.2.8.경 소외 OOOO 주식회사(이하 ‘OOOO’이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건물의 위탁관리에 관한 ‘관리업무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 표<생략>의 기재와 같다.

(5)

OOOO은 2011.2.10.경 원고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여 16명(관리사무소 2명 중 경리 1명, 기전기사 12명 중 1명, 경비원 8명 중 6명, 미화원 8명 전원)만을 채용하였다.

(5)

오OO은 2011.2.28.까지 이 사건 건물에서 근무를 하였는데, 2011.2.1.부터 2011.2.14.까지 사이의 임금분은 원고로부터, 2011.2.15.부터 2011.2.28.까지 사이의 임금분은 OOOO로부터 수령하였다.

다.

재심판정의 경위

(1)

오OO은 2011.5.1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자신이 권고사직의 형식을 빌어 2011.2.14.자로 부당하게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1.7.7. 서울OOOO부해OOO호로 ‘오OO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이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데, 그 해고사유의 정당성과 절차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아 오OO의 구제신청을 인용(원직복직 대신 오OO의 금전보상신청에 따라 4,768,130원 지급결정)하였다.

(2)

이에 불복하여 원고는 2011.7.27.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1.10.4. 중앙OOOO부해OOO호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증인 천OO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관리형태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고, 이를 오OO을 비롯한 원고 소속 근로자 전원에게 설명하였으며, 오OO은 원고의 관리형태 변경 결정이 불가피한 조치임을 이해하면서 진정한 의사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따라서 원고와 오OO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에 따라 종료된 것일 뿐 원고가 오OO을 해고한 것은 아니다. 또한 오OO의 고용관계가 이 사건 건물의 위탁관리업체인 서일개발에 승계되지 못한 것은 오OO이 서일개발에의 취업을 희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먼저 오OO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진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비진의 의사표시에서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4.25. 선고 99다34475판결 참조). 또한 근로자들이 일괄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할 때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내심의 의사가 없었고, 사용자 또한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사직원을 수리하였다면 위 근로자들의 사직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8.14. 선고 92다21036판결 참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인지 여부는 효과의사에 대응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바,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시에 좇아 일괄하여 사직서를 작성 제출할 당시 그 사직서에 기하여 의원면직 처리될지 모른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하였더라도 이것만으로 그의 내심에 사직의 의사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1.7.12. 선고 90다11554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4,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일부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관리형태를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위탁관리회사로의 고용승계를 전제로 오OO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사직서 양식을 배부하면서 일괄적으로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던 점, ② 그 과정에서 원고 소속 경비반장 또는 관리소장은 오OO을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현재 용역회사에서 관리하도록 계약이 되어 있으니 사직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여 사직서 제출을 지시하였던 점, ③ 이에 원고 소속 근로자 전원이 원고에게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던 점, ④ 그 과정에서 오OO도 원고의 대표자 이OO(서울남부지방법원 2011.6.23.자 OO카합OOO 결정에 의하여 직무집행이 정지된 자이다)로부터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할 것이고 사직서 제출은 형식적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원고에게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오OO이 사직서를 제출한 행위는 새로운 위탁관리업체로의 고용승계를 위하여 사직의 의사 없이 외관상으로 다른 근로자들과 일괄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고, 사용자인 원고 또한 이러한 오OO의 진의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사직서제출을 통한 오OO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이를 수리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나아가 이 사건 해고의 정당성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이 사건 해고는 집합건물인 이 사건 건물의 입주자들이 그 관리방법을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변경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는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해고, 즉 이른바 정리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데,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 내지 제3항은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한다는 것은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및 전근 등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고(대법원 1992.12.22. 선고 92다14779 판결 등 참조), 그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대법원 2002.7.9. 선고 2001다29452 판결, 대법원 2004.1.15. 선고 2003두11339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갑 제3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천OO의 증언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해고를 실시하면서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반면(이 점을 명시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앞서 든 사실 및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막연히 OOOO과 사이에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하였다는 취지의 주장만을 하고 있을 뿐,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승계의 범위, 승계를 전후하여 임금을 비롯한 제반 근로조건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고 있지 아니하고, 관리업무위수탁계약서 제15조에는 2011.2.28.까지의 임금만을 동일하게 지급한다는 약정만이 있는 점, ② 원고 소속 근로자 30명이 대부분 고용승계를 위하여 원고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원고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그 중 27명이 OOOO의 채용을 위한 면접에 응하였음에도 최종적으로 OOOO에 고용승계된 근로자가 16명에 불과한 점에서 원고의 근로자 전원을 OOOO에 고용승계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선뜻 믿기 어려운 점(증인 천OO은 OOOO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원고 소속 근로자들 일부가 고용승계를 극구 거부하였다고 증언하고 있으나, 고용승계를 위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고 OOOO의 채용면접까지 응한 근로자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고용승계를 거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위 증인의 증언은 믿을 수 없고, 오히려 위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OOOO과 고용승계약정을 한 것이 아니라 OOOO이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원고 직원들에게 면접우선권만을 주기로 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③ 또한 원고는 오OO이 OOOO의 채용면접을 거부하면서 그 스스로 고용승계를 거부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오OO은 초심 및 재심판정과정을 통하여 일관되게 자신이 OOOO의 면접을 보았고 그 당시 경비원 인원감축과 임금삭감에 관한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고, ‘관리사무실에서 근무 중 경비원 오OO 본인이 면접을 거부하고 근무하지 않겠다며 뛰쳐 나가는 것을 본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김OO의 진술(갑 제3호증의 1 참조)만으로는 그 자체로 오OO이 면접 자체를 거부한 것인지 아니면 면접과정에서 인원감축이나 임금삭감에 관한 말을 듣고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면접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아니한 것인지 불분명한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위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④ 비록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실시하면서 해고회피노력의 일환으로 다른 업체와 사이에 그 소속 근로자들의 고용승계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고용승계과정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이 해당 근로자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는 경우에는 고용승계에 관한 약정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오OO의 고용관계가 OOOO로 승계되지 아니한 것이 오OO 자신의 거부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오OO의 귀책사유로 OOOO에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에 있어 원고가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정화

판사 김태환

판사 김진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