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8. 8. 17. 선고 2016구단56984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참가인은 2003. 10. 1.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2015. 1. 10. C병원에서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진단받고, 2015. 4. 17. 피고에게 업무수행 중 받은 스트레스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이에 피고는 2015. 10. 27. 참가인에게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으나, 이후 참가인의 심사청구에 따라 2016. 3.경 '참가인은 사업장의 극심한 노사분규 및 근로 환경의 변화 등이 지속되어 오면서 이로 인하여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점이 인정되고,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무관한 다른 원인에 의해 발병하였다고 볼 근거가 확인되지 않으며, 참가인이 호소하는 증상은 우울병 에피소드에 합당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위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 다음, 2016. 3. 22. 참가인에게 요양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 회사에서 2011년경 시작된 노사분규와 그로 인한 근로환경의 변화는 참가인이 소속된 노동조합의 무리한 요구 및 장기간의 폭력적, 불법적인 쟁의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원고의 지배·관리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영역 내에서 발생한 것이고, 원고가 업무와 관련하여 참가인에게 정신적 스트레스 요인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참가인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당사자 지위

가)

원고는 아산시 D에 본사와 아산공장, 충북 영동군 E에 영동공장을 두고 상시근로자 약 730명을 사용하여 자동차부품 제조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나)

F노동조합은 전국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그 산하에 충남지부를 두고, 다시 그 아래에 원고 회사의 영동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이 가입한 G지회(이하 'G지회'라고 한다)와 원고 회사의 아산공장 생산직 근로자들이 가입한 H지회(이하 'H지회'라고 하고, G지회와 H지회를 통틀어 'I지회'라고 한다)를 두고 있다.

다)

참가인은 H지회 조합원으로 2011. 10.경부터 2012. 9.경까지 주조부 1과 대의원을 하였다.

2)

노사 대립의 경위 등

가)

원고와 I지회는 2011. 1. 18.부터 2011. 5. 4.까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관련한 특별교섭을 진행하였는데, I지회는 2011. 3. 25.경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을 지시하였고, 조합원들은 2011. 3. 25.부터 2011. 5. 17.까지 불시에 주말특근을 거부하거나 집단으로 조퇴하는 등의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하였으며, I지회는 2011. 5. 18.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을 결정하였다.

나)

이에 원고는 2011. 5. 18.부터 아산공장의 직장폐쇄를, 2011. 5. 23.부터 영동공장의 직장폐쇄를 각 단행하였는데, H지회 조합원 200여 명은 아산공장에 대한 직장폐쇄가 개시된 직후 아산공장 내부로 침입하여 아산공장을 점거하였고, G지회 조합원 200여 명도 2011. 5. 19.경 H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아산공장을 점거하였으나, 2011. 5. 24.경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그 점거가 해소되었다.

다)

I지회 조합원들이 2011. 5. 27. 아산공장에 다시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원고의 일용 경비직원들과 사이에서 폭력사태가 야기되었고, 이후 경찰들이 아산공장 정문을 막아서자 다시 경찰과 충돌 사태가 발생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라)

위 아산공장의 점거가 해소된 이후 I지회 조합원들 중 일부가 개별적으로 회사에 복귀하였고, 이에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있던 조합원들 일부가 복귀자들에게 'A 애완견들의 명복을 빕니다', '노조탈퇴와 그에 대한 각오는 하소', '개새끼들아 잘 먹고 잘 살아라 넌 이제부터 내손에 잡히면 죽는다' 등의 욕설,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I지회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시작되었다.

마)

I지회 소속 조합원들 중 회사에 복귀하지 않고 있던 조합원들은 2011. 7. 22. 원고를 상대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1카합131호로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였는데, 2011. 8. 16. 원고와 사이에, 2011. 8. 31.까지 조합원들을 모두 복귀시키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됨에 따라 원고는 2011. 8. 22. 직장폐쇄를 종료하였고, I지회 소속의 위 조합원들은 2011. 8. 31.까지 원고 회사에 순차적으로 모두 복귀하였다.

3)

원고의 부당노동행위 등

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개정으로 2011. 7. 1.부터 하나의 사업장 내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할 수 있게 되자, 원고는 2011년경 I지회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키고 원고에 우호적인 노조의 설립을 지원하기로 계획하여 그 주도 하에 직장폐쇄 기간 중에 개별적으로 복귀한 근로자들로 하여금 2011. 7. 15. 'A 주식회사노동조합'을 설립하도록 하였다.

이후 원고는 사무직 직원 49명으로 하여금 A 주식회사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종용하고, I지회 소속 일부 근로자들에게 I지회를 탈퇴하고 A 주식회사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등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를 하였다.

나)

원고는 2011. 7. 1.부터 2011. 7. 25.까지 I지회가 15회에 걸쳐 요구한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였고, 직장폐쇄 이후 복귀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업무내용을 변경하고, 이를 거부하는 근로자들에게 징계를 경고하거나 대기명령을 하였으며, I지회의 조합원 총회, 대의원회의 등의 개최를 거부하고, 조합원들에 대하여 부당하게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였다.

다)

원고는 I지회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A 주식회사 노동조합의 조합원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A 주식회사 노동조합과는 임금협상을 신속히 체결하고, I지회와는 임금협상을 지연시키는 전략을 세웠고, 실제로 원고는 A 주식회사 노동조합과는 2011년 임금협상을 체결하였으나, I지회와는 현재까지도 2011년 임금협상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I지회는 2011년 임금협상이 부결되자, 2012. 3. 26.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부분적 근로제공 거부, 피켓 시위 등의 쟁의행위를 개시하여 현재까지 계속하고 있다.

라)

원고는 2011. 7.경 위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징계절차에 착수하여 2011. 10. 18.경부터 2011. 11. 16.경까지 사이에 징계처분을 하였는데, I지회 소속 근로자들 334명에 대하여 해고 27명, 출근정지 42명, 정직 69명, 견책 76명, 서면 경고 120명, 구두경고 0명으로 처분한 반면, A 주식회사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 210명에 대하여는 해고 0명, 출근정지 0명, 정직 2명, 견책 1명, 서면경고 37명, 구두경고 170명으로 처분하였는데, 참가인에 대하여는 2011. 10. 18. 견책처분을 하였다.

마)

I지회 조합원들은 직장폐쇄 기간 중에 개별적으로 복귀한 근로자들, A 주식회사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 및 원고의 관리직 직원들과 수시로 대립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I지회 조합원들이 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의 범행을 저지를 경우 원고는 이들을 수사기관에 고소, 고발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하였다.

바)

참가인도 2014. 4. 4. 원고 회사 사내식당에서, I지회 노조원들이 노동가요를 틀어놓고, 이에 원고 회사 관리부 직원들이 노동가요 소리가 너무 커 식사를 할 수 없다고 I지회 노조원들에게 항의하면서 시비하던 도중 비노조원인 원고 회사 동력팀 과장에게 욕설을 하면서 멱살을 양손으로 잡아 흔들어 상해를 가하였고, 그 일로 2015. 2. 13.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상해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4)

참가인의 건강상태 및 의학적 소견 등

가)

참가인은 평소 조용한 성격으로 2013년 이전까지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적은 없었는데, 2013년 중반부터 난폭운전, 분노, 불면증, 우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나)

J 상담내용 등

이에 참가인은 J에서 실시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2014. 7. 14.부터 2014. 8. 25.까지 5차례 개별상담을 받았는데, 당시 상담자의 의견은 아래와 같다.

다)

참가인의 주치의(C병원 의사)

이후 참가인은 2015. 1. 10.부터 2015. 4. 30.까지 C병원에서 약물 및 정신치료 등을 받았는데, 그 주치의사의 소견은 아래와 같다.

라)

C병원의 심리평가소견서

참가인은 2015. 3. 10. C병원에서 심리평가를 받았는데, 그 평가결과는 아래와 같다.

마)

피고 자문의

참가인의 재해조사서 및 의견서, 심리평가 소견서 등을 종합하면 현재 참가인이 중증의 우울증 에피소드를 앓고 있다고 판단된다.

바)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

[인정근거] 갑 제2호증의2, 갑 제25호증의1, 을나 제20, 28, 29, 30, 30, 31, 37, 39호증, 을나 제36호증의1, 2의 각 기재, 이 법원의 K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두13841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참가인의 업무상의 스트레스가 참가인의 개인적 소인과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것으로 추단되므로, 참가인의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①

참가인이 근무하는 사업장은 2011년에 발생한 I지회의 파업과 이에 대한 원고의 직장폐쇄,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처분을 비롯한 강경한 대응, A 주식회사 노동조합의 설립 등 일련의 사건들 이후로 노사 간의 갈등이 심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도 I지회 소속 근로자들과 A 주식회사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로 나뉘어 서로 심하게 반목하고, 대치하면서 수시로 폭행, 업무방해, 모욕 등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참가인은 2011년 발생한 노사 간의 폭력적인 사건들을 경험하고, 함께 근무하던 근로자들 중 일부가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고, 사측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와 A 주식회사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상당한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그 이후에도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 계속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면서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내면에 억압된 감정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까지 표출되는 경험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증폭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의 심리상담을 담당하였던 J센터의 상담자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②

참가인은 2013년 이전까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적은 없었고, 2013년 중반부터 난폭운전, 분노, 불면증, 우울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는데, 위와 같은 업무상 스트레스 이외에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만한 환경적 요인은 확인되지 않는다.

③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도 '참가인의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은 생화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의 개인적 소인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적 요인, 노사 분규 및 직장 내의 스트레스 등의 외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다만, 위 감정의는 '노사분규로 인한 스트레스의 기여도가 20% 미만에 불과하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는데, 위 ①, ②항에서 살펴본 사정들 및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에 비추어, 위 감정의의 이 부분 소견은 참가인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고, 이 사건 상병의 발생에 참가인의 개인적 소인이 환경적 소인(업무상 스트레스)보다 크게 기여하였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④

원고는 노사 갈등상황에 관한 책임이 전적으로, 참가인이 속한 I지회에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시킬 의무가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제2호).

그럼에도 원고는 원래 원고 근로자들의 유일한 노동조합인 I지회의 조직력과 투쟁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A 주식회사 노동조합의 설립을 주도하여 근로자들을 분리시키고, 이후 I지회와 A 주식회사 노동조합을 징계처분, 임금협상 등과 관련하여 차별적인 조치들을 취하여 근로자들 사이의 갈등을 의도적으로 야기하였다.

게다가 원고는 계획적으로 I지회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고, I지회의 조합원 총회, 대의원회의 등의 개최를 거부하며, I지회 근로자들에게 I지회를 탈퇴하고 A 주식회사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함으로써 I지회 근로자들과의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켰을 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 회사의 노사 간, 노노 간 갈등 상황과 관련하여 원고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따라서 참가인의 요양을 승인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