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8. 10. 12. 선고 2018구합5459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상시 39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여객자동차 운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참가인은 운송사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산업별 노동조합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하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라 한다)은 서울지역 내 운송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지역별 노동조합으로서 그 산하에 원고의 근로자들로 구성된 제일여객분회를 두고 있다. 이외에도 원고의 사업장에는 2012. 3. 12. 설립된 서울제일여객 민주노동조합이 있다.

나.

참가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 등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2015. 12. 10.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을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정하였다.

다.

원고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권을 위임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2017. 5. 15. 유효기간을 2017. 2. 1.부터 2019. 1. 31.까지로 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한편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원고의 근로자 중 295명이 서울시 버스노동조합에, 42명이 서울제일여객 민주노동조합에, 9명이 참가인에 각 가입하여 원고 근로자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총 조합원 수는 346명이었다.

라.

원고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게만 연간 5,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를 부여하였는데, 원고와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작성한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 합의서 제1조에서는 '회사는 연간 5,000시간을 근로시간면제 시간으로 부여하고, 근로시간면제자는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 2명(연간 소정근로시간 2,000시간 기준),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 2명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마.

참가인은 원고와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참가인에게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2017. 7. 2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7. 9. 25. '원고와 서울시 버스노동조합이 참가인에게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나,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시정신청 일부를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서울 2017공정17).

바.

원고, 참가인 및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각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12. 27.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 참가인 및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중앙2017공정 27, 28, 29(병합),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원고 사업장의 참가인 소속 조합원은 9명으로, 원고 사업장의 전체 노동조합원 346명 중 2.6% 가량에 불과한 점, 관련 지침 등에 의하면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만 사용하더라도 원고 사업장에서 사용가능한 근로시간면제자는 6명<1>에 불과한데, 조합원 비율이 2.6%에 불과한 참가인에게 위 근로시간면제자를 배분해주는 것은 불합리한 점, 이 사건 단체협약 과정 등에서 참가인이 원고 내지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 근로시간면제를 요청한 바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서울시 버스노동조합이 참가인에게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나.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법리

노동조합법 규정에 의하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제5조),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나(제29조 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이 그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 이상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3.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2)

판단

가)

원고는 관계법령과 고시[근로시간면제 한도(고용노동부고시 제2013-31호)]에 따라 원고의 사업장에서 2017년 1년 동안 인정될 수 있는 근로시간면제의 한도인 5,000시간을 모두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 부여하여 위 조합 소속 조합원들에게만 근로시간을 면제하여 주고 참가인 소속 조합원들에게는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인 참가인을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로 다르게 대우하는 행위로서 위와 같은 행위에 합리적 이유가 있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그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

나아가 위와 같은 행위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참가인에게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노동조합법 제29조의4에 따른 공정대표의무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사이에 절대적인 평등이나 단순비례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인 차별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복수 노조인 사업장에서 각각의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에 따라 면제받을 근로시간은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①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시간의 확보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유지·존속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점, ② 근로시간면제 제도로 노동조합의 실무자에게 보장되는 노동조합 활동 시간은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조합원들의 고충 처리, 산업 안전의 확보,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건전한 노사 관계의 발전 등을 위해 사용되는데 이러한 활동은 조합원의 다소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범위에서나마 모든 노동조합에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수 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2)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에 의하면 노동조합에 어느 정도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할 것인지는 단체협약 또는 사용자의 동의에 의해 정해지고, 노동조합법 제29조의 4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사용자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을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유리하게 처우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별로 면제시간을 배분함에 있어서 사용자의 개입이 불가피하고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방치할 사항이라 볼 수 없으며, 소수 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배제할 수도 없다.

(3)

고용노동부장관이 2013. 6. 25. 고시한 '근로시간면제 한도'(고용노동부고시 제2013-31호)에 의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원고의 사업장에서 2017년 1년 동안 인정될 수 있는 근로시간면제의 한도는 최대 5,000시간인데, 위 5,000시간 전부를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에만 부여할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4)

한편 '근로시간면제 제도 운영 합의서'에 의하면, 원고의 사업장에서는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 2명(연간 소정근로시간 2,000시간 기준),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 2명을 각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참가인이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 1명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버스노동조합으로서는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 2명만으로도 합계 4,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가 가능하고 파트타임 근로시간면제자 1명도 추가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자신에게 부여된 근로시간면제를 충분히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는 참가인에게 근로시간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같은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규(재판장) 이슬기 강지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