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9. 4. 12. 선고 2018구합6837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등

참가인은 상시 근로자 약 14,600여명을 사용하여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원고는 1985. 1. 12. 참가인에 입사하여 근무하였는데, 2017. 5. 2. '거래처와의 사적 금전대차 등'의 비위행위로 감봉 6월의 징계(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를 받은 바 있다.

나.

참가인의 전직지원 실시

1)

참가인은 2017. 7. 12. '명예퇴직자에 대하여 각종 지원과 혜택을 부여하니 신청대상자는 2017. 7. 24.까지 의원퇴직(전직지원)을 퇴직사유로 하여 신청하라.'는 취지의 '전직지원 실시 공고'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 이 사건 공고상 퇴직일자는 2017. 9. 30.이고, 법정퇴직금 외에도 특별퇴직금·자녀학자금 지원금·재취업지원금·가족여행 지원금·건강검진 지원·명예승진·창업 및 전직교육 프로그램 지원·퇴직 후 참가인 재취업 등이 명예퇴직에 따른 지원 내지 혜택 사항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특히 이 사건 공고에 기재된 명예승진 관련 내용은 아래와 같다.

2)

원고는 2017. 7. 20. 전직지원을 퇴직 사유로 하여 2017. 9. 30.자로 퇴직하겠다는 취지의 사직원을 작성하여 참가인 인사부에 제출하였고, 이에 따라 참가인은 원고가 2017. 9. 30.자로 퇴직한다는 공고를 하였다(위와 같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을 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이라 하고, 이에 따른 원고의 명예퇴직을 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이라 한다).

3)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에 따라 법정퇴직금 92,615,878원, 전직지원 퇴직금(특별 퇴직금, 재취업지원금, 자녀학자금 지원금) 417,639,947원, 건강검진 지원금 2,400,000원, 가족여행 지원금 3,000,000원 등 합계 515,655,825원 상당의 경제적 지원을 참가인으로부터 받게 되었다.

다.

재심판정의 경위

1)

한편 참가인은 2017. 9. 29. 전직지원(명예퇴직)에 따른 2017. 9. 30.자 명예승진자 명단을 공고하였는데,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위 명예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2)

원고는 2017. 11. 9.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에도 불구하고 명예승진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였고, 금융감독원의 민원 회신 요청에 따라 참가인은 2017. 11. 29. '참가인 징계지침상의 징계종류별 승진 제재기간 제도에 따라 원고는 명예승진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원고에게 하였다.

3)

원고는 2017. 12. 22. '참가인이 2017. 9. 30. 원고를 명예승진 대상에서 제외하고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2. 20. '감봉 징계를 받은 자에 대하여 12개월 간 승진을 제한하도록 하는 참가인 징계지침 규정이 명예승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는 점, 참가인이 이 사건 공고에서 명예승진 대상 제외자를 「후선배치자 등」으로만 기재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를 기망하거나 중대한 착오를 일으키게 할 정도로 불명확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명예승진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참가인이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수리함으로써 합의해지로 인해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서울 2017부해2801,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4)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5. 10. 이 사건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중앙 2018부해283,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7 내지 9, 14, 23호증, 을나 제3,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피징계자에 대하여 일정 기간 승진을 제한하도록 하는 참가인 징계지침 제4조를 명예승진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적용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이 사건 공고에 따른 명예퇴직 실시 과정에서 참가인과 참가인 노동조합은 후선배치자 등 특이자만을 명예승진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은 노동조합 내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참가인 징계지침 제4조를 그대로 적용해 원고를 명예승진 대상자에서 제외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명예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된 채 퇴직 처리되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참가인의 퇴직 처리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불이익한 처우 금지)에 위반될 뿐 아니라 참가인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참가인이 원고를 부당해 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2)

명예승진에 따라 원고가 지점장 직위로 퇴직하였다면 다른 금융기관으로의 재취업에 유리하였기 때문에 명예승진은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명예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참가인에게 있으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공고에도 명예승진 대상 제외자를 '후선배치자 등'으로만 기재함으로써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에 따라 명예승진이 가능한 것으로 착오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 사건 공고에 명예승진이 전직지원의 혜택 사항으로 기재되어 있는 이상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명예승진을 조건으로 퇴직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은 이른바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된 동기의 착오' 내지 '표시된 동기의 착오'에 해당하여 취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고가 착오에 의하여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는 의사표시를 참가인에게 하였으므로, 참가인이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수리함에 따라 이루어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 합의해지(이 사건 명예퇴직)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가 합의해지로 인해 종료되었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및 참가인의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원고를 명예승진 대상에서 제외한 이 사건 명예퇴직 처리의 위법·부당 여부

가)

이 사건 공고에 따라 시행된 명예승진은 결국 명예퇴직일 당일을 기준으로 직급·직위·호칭을 1단계 상향시키는 것으로 위 승진일자의 특성상 급여 인상의 효과만 없을 뿐 일반적인 경우의 승진과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나)

따라서 명예승진 역시 승진의 일종인 이상 명예승진의 경우에도 피징계자에 대한 승진 제한 규정인 참가인 징계지침 제4조 (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가 적용 된다고 봄이 상당하고, 비위행위 없이 성실히 근무한 직원들에 한하여 상향된 직급·직위를 부여하고 피징계자에 대하여는 일정 기간 동안 승진을 제한하고자 하는 이 사건 조항의 취지상 명예승진의 경우에만 이 사건 조항의 적용을 배제할 특별한 이유도 없다.

다)

그렇다면 참가인이 이 사건 조항을 직접 적용하여 명예승진을 제한할 수 있는 이상,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른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거쳐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그 밖에 참가인 노동조합과의 합의 내지 동의가 필요하다고 볼 별다른 근거도 없다.

라)

결국 참가인이 참가인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여 원고를 명예승진 대상에서 제외한 채 퇴직 처리 한 행위를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등에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없고, 또한 이 사건 조항의 문언·취지 등을 고려하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등 위법·부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

2)

민법 제109조에 따라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이 취소되었는지 여부

가)

관련법리

(1)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에 한하여 내용의 착오가 되어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는 것이며,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 함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1. 4. 10. 선고 2000다27510 판결,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7다21650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자는 법률행위의 내용에 착오가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그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일 그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7다74188 판결, 대법원 2017. 11. 14. 선고 2014다21021, 21038 판결 등 참조).

(2)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고, 만일 그 착오로 인하여 표의자가 무슨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를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다47924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96291, 96307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위 법리를 토대로 살펴본다.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원고가 명예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은 원고 또는 일반인이 이를 사전에 알았다 하더라도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이 민법 제109조에 따라 취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으로 인해 5억 원 상당의 경제적 지원 내지 혜택을 참가인으로부터 받게 되었고, 법정퇴직금과 관련세금을 제외하더라도 약 3, 4억 원 남짓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명예승진의 경우에는 명예퇴직일 당일 직급·직위·호칭만이 1단계 상향되는 것에 불과할 뿐 급여나 퇴직금 인상이 수반되지는 않기 때문에 원고가 명예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되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특별한 금전적 손해를 입지는 않는다. 또한 원고는 명예승진에 따라 지점장 직위로 퇴직하면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도 주장하나, 명예승진으로 향상된 직급·직위에 맞는 직책을 전혀 수행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퇴직하는 상황에서 명예승진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결국 이 사건 명예퇴직으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익과 명예승진 대상에서 누락됨에 따라 입게 되는 경제적 손해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명예퇴직에도 불구하고 명예승진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은, 일반인이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

또한 이 사건 공고에서도 '후선배치자 등'은 명예승진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원고 스스로도 모든 명예퇴직자가 명예승진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 몇 개월 전에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승진 제한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사실 역시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명예승진이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 있던 원고로서는 관련부서에 명예승진 대상자에서 제외되는지 여부를 문의한 뒤 명예퇴직 신청을 하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는 이에 관해 전혀 알아보지 아니하고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다(원고는 이 사건 초심 판정 과정에서 명예승진 대상 제외자 요건에 대해서는 문의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바 있다).

(3)

결국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한 원고에게 명예승진에 관한 착오가 의사표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 즉 만일 그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는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갑 제15 내지 17, 26 내지 28호증 등)만으로는 앞서 본 사정들을 뒤집고 명예승진에 관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3)

소결론

결국 참가인이 원고의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을 수리함으로써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인해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의 부당해고가 성립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규(재판장) 강지성 지선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