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7. 3. 선고 2019구합65580 판결

주문

1.

피고가 2018. 9. 17. 원고에 대하여 한 산업재해보상보험 개별실적요율 적용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5. 12. 1.부터 B이라는 상호의 사업체(이하 '이 사건 사업체'라 한다)를 설립하여 운영하면서 거제시 C에 위치한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의 사업장에서 선박구성부분품에 대한 제조업 등을 영위하였다.

나.

이 사건 사업체는 설립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사업종류를 '22601 강선건조 또는 수리업'으로 적용받아 왔으며, 이 사건 사업체에 대하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의 보험료율(이하 '산재보험료율'이라 한다)로서 개별실적요율이 아닌 일반보험료율이 적용되었다.

다.

원고는 2015. 12. 1. 주식회사 E(대표이사: F, 이하 'E'이라 한다)과 포괄적 영업양수도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위 계약 내용 중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라.

원고는 2015. 12.경부터 2018. 4.경까지 일반보험료율이 적용된 산재보험료를 매달 납부하여 왔는데, 2018. 4. 26. 이 사건 사업체가 E의 사업을 승계하여 사업의 동질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이유로 E이 적용받아오던 개별실적요율을 2015년도 및 2016년도<2>에도 적용해 줄 것을 피고 통영지사(이하 피고와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피고'라 한다)에 신청하였다(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

마.

피고는 2018. 9. 17. 원고가 E의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반려하였다(이하 '이 사건 반려통지'라 한다).

바.

원고는 2018. 12. 12.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사건 반려통지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19. 2. 19. 이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사.

한편, 피고는「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라 한다) 제15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에 따라 2020. 1. 1.부터는 원고에게 개별실적요율(24.00)을 적용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피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반려통지의 처분성을 다툰다.

①

이 사건 반려통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강보험공단'이라 한다)의 산재보험료 부과·고지에 앞선 중간 절차로서, 그로 인하여 보험가입자가 구체적인 보험료 납부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거나 그 밖에 현실적으로 어떠한 권리 침해 내지 불이익을 받는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반려통지가 취소된다고 해도 건강보험공단이 이미 행한 산재보험료 징수처분의 효력까지 당연히 소멸·변경되는 것도 아니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②

신고납부 방식인 건설업 등의 산재보험료는 보험가입자가 산재보험료를 납부한 후 개산보험료와 확정보험료에 대하여 경정청구를 할 수 있고, 피고는 보험가입자에 대하여 체납단계 이전의 보험료 청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반면 그 외 사업에 관한 산재보험료는 피고가 그 산정업무만 담당할 뿐이고, 건강보험공단이 각 사업장에 매달산재보험료를 부과하는 부과납부 방식으로 징수된다. 따라서 원고는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그 부과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으로 다툴 수 있을 뿐이지, 피고를 상대로 한 산재보험료의 경정을 구할 수 있는 별도의 법규상 내지는 조리상 신청권이 없다.

나.

관련 법리

행정청이 국민의 신청에 대하여 한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된다고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권리에 의하지 아니한 국민의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거부한 경우에는 이로 인하여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그 거부행위를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96. 5. 14. 선고 95누13081 판결, 대법원 2006. 6. 30. 선고 2004두701 판결 등 참조).

한편,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또한, 행정청의 행위가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복방법 선택에 중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대방의 인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33537 판결 참조).

다.

구체적인 판단

이 사건 신청은, 원고가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아오던 E의 영업을 그 동일성을 유지한 채 양수하였음을 이유로 이 사건 사업체에 대해서도 위 개별실적요율이 그대로 승계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실질은 개별실적요율에 따라 산정한 산재보험료와 일반보험료율에 따라 부과고지되어 이미 납부한 산재보험료와의 차액을 환급해 달라는 취지의 경정청구이다. 결국 이 부분의 쟁점은 이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신청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반려통지가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등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사업체를 운영하는 원고는 적어도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41조에 따른 산재보험료 부과징수권의 소멸시효 기간인 3년 이내에는 피고에게 개별실 적요율 적용을 신청할 수 있는 조리상 신청권이 있고, 그 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반려통지는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에 반하는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①

2010. 1. 27. 법률 제9989호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 개정되기 전(이하 '개정 전 법'이라 한다)까지 보험사업의 수행주체는 피고로서, 피고가 보험료의 부과·징수권자였다(개정 전 법 제4조). 이후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 개정되면서 각기 상이한 보험료 부과·징수체계로 인한 4대 사회보험(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사회보험업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피고가 수행하던 고용·산재보험의 보험료 징수업무(고지, 수납 및 체납관리)를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하여 수행하도록 하였다(제4조). 또한 보험료 납부방식도 자진신고납부(연)에서 원칙적으로 월별 부과고지 방식(예외: 근로자 변동이 심한 건설업, 벌목업 등은 신고납부, 실무상 이러한 예외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장을 '자진신고 사업장'이라 하고, 자진신고 사업장 외 원고와 같은 사업장을 '부과고지 사업장'이라 한다)으로 변경되었다(제16조의2).

산재보험료는 '근로자의 개인별 보수총액 × 산재보험료율'에 의하여 결정되고[(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2017. 10. 24. 법률 제149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3> 제13조 제5항], 산재보험요율은 매년 6월 30일 여러 가지 자료를 기초로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고용노동부고시로 정해진다(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4조 제3항).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으로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산재보험료율의 100분의 50의 범위에서 사업 규모를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상하거나 인하한 비율에 의한 산재보험료율인 '개별실적요율'을 결정할 수 있고(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5조 제2항),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결정에 관하여 사업주의 이의신청 또는 결정의 착오 등이 있는 경우 피고는 개별실적요율을 조정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다(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규칙 제13조 제2항).

위와 같이 피고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령에 따라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산재보험료 산정에 있어서 그 기초가 되는 산재보험료율인 개별실적요율에 관한 결정 및 변경 권한을 가지고 있고, 건강보험공단은 그 다음 단계인 보험료 고지, 징수권자로서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결정 및 그에 따르는 산재보험료 산정에 사실상 구속되어 보험료를 징수고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처분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최종적 행위가 존재하는 경우, 내부적·중간적 행위에 처분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의 처분권자가 중간결정에 구속되는 경우이어야 하고, 분쟁의 조기·실효적 해결을 위해 중간결정을 쟁송대상으로 인정할 법정책적 필요 또는 중간결정을 처분이라고 봄으로써 제소기간과 불가쟁력을 통한 법관계의 조기 확정을 도모할 법정책적 필요가 인정되는 경우이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더라도, 건강보험공단은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결정에 구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이 사건에서와 같이 피고가 인하된 개별실적요율 적용을 거부할 경우 그 거부에 대한 처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업주로서는 매월 월별보험료 부과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그 보험료율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일일이 다투어야 하므로, 다수의 개별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대신에 기본행위인 개별실적요율 적용 거부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법정책적 필요성도 있다.

②

자진신고 사업장의 경우 이미 납부한 보험료가 납부하여야 할 보험료를 초과하면 그 경정을 청구할 수 있으나(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7조 제5항, 제19조 제7항), 이 사건 사업체와 같은 부과고지 사업장에 대해서는 경정청구를 인정하는 법령상 명문의 규정은 없다. 그렇지만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규칙 제13조 제2항은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결정에 대하여 사업주가 이의신청을 하면 피고는 개별실적요율을 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개별실적요율이 변경되면 당연히 그 후속절차로서 징수권자인 건강보험공단은 소급하여 개별실적요율이 적용된 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하거나 환급하여 준다.

대법원은 2013. 6. 27. 선고 2012두11782 판결을 통하여 피고의 사업주에 대한 개별실적요율 적용 신청을 거부하는 내용의 반려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임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위 판결은 신고납부방식의 개정 전 법령이 적용된 사안이긴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법령의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보험료 산정 및 부과의 주체이다(비록 법령 개정 이후에는 외부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이 그 명의로 부과고지를 함으로써 각 개별 보험료부과처분의 취소소송의 상대방은 건강보험공단이 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보험료 산정의 전제가 되는 산재보험료율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사업주로서는 납부방식이 변경됨으로써 개정 후 법령에서는 경정청구권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개별실적요율 결정 및 변경권한이 있는 피고를 상대로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료징수권한만 피고에서 건강보험공단으로 이전되었을 뿐이고, 건강보험공단은 피고의 사업종류 및 보험료율 결정에 따른 보험료 산정에 구속되어 그와 다른 판단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 산정의 전제가 되는 피고의 보험료율 결정에 대해서 이의가 있는 경우에도 법 개정 이후에는 개별실적요율 적용에 관한 반려통지의 처분성을 부인하고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개별의 월별보험료 부과처분에 대해서만 다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앞서 본 법 개정의 경위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당하다(대법원은 2020. 4. 9. 선고 2019두61137 판결을 통하여 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되는 피고의 사업종류 변경결정의 처분성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③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규칙 제13조에 따르면, 피고는 산재보험료율 고시일로부터 10일 이내에 개별실적요율을 결정하여야 하고(제1항), 사업주의 이의신청 또는 결정의 착오 등으로 위와 같이 결정한 개별실적요율을 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으며(제2항), 개별실적요율을 결정하거나 조정 또는 변경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산재보험료율 결정통지서로 해당 사업주에게 알려야 한다(제3항).

위와 같이 피고가 인상 또는 인하된 산재보험료율로 개별실적요율을 결정할 경우 사업주가 납부하여야 할 산재보험료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므로,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결정은 사업주의 권리·의무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개별실적요율 적용 여부를 결정하고, 산재보험료를 산정하는 판단작용을 하는 행정청은 피고이며, 건강보험공단은 피고로부터 그 자료를 넘겨받아 사업주에 대해서 산재보험료를 납부고지하고 징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결정에 관하여 건강보험공단으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도록 하기보다는 그 결정의 행위주체인 피고로 하여금 소송당사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사업주의 권리구제의 기회를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취지에서 사업주는 개별실적요율 결정의 주체인 피고에게 인하된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고, 피고가 이를 거부할 경우 피고를 상대로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다툴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④

실무상으로도 부과고지 사업장이 영업을 양수한 경우 최초에는 매달 일반보험료율에 의한 산재보험료를 납부하다가 특정 시점에 이르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규칙 제13조를 근거로 피고에게 이 사건 신청과 같은 방식으로 이미 납부한 산재보험료의 환급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 역시 그동안 이 사건 신청과 같이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해 달라는 신청에 대해서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영업양수 여부에 관하여 조사하고, 영업양수 사실이 확인되면 개별실적요율을 적용한 정당한 산재보험료와 이미 납부한 산재보험료의 차액을 환급해주고 있기도 하다.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시행규칙 제13조의 문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위 규정은 피고가 '다음 보험연도 산재보험요율'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적용되는 규정(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5조 제2항)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피고도 위와 같은 시행규칙을 근거로 한 개별실적요율 적용에 관한 이의신청에 대하여 그 당부를 판단하고 있고, 그에 따라 이미 납부한 산재보험료를 반환하거나 추징하고 있는 이상 위 시행규칙 조항을 근거로 사업주에 대해서도 개별실적요율 적용에 관한 신청권이 있다고 보는 것이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서도 더 바람직하며, 앞서 본 산재보험료 환급 및 추징과 관련된 실무 관행에도 부합한다.

더욱이 피고 주장에 따르면, 신설 사업체는 최초 산재보험의 보험관계가 성립될 당시부터 매달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에 대해 그 즉시 영업양수 사실을 주장하며 다투어야만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와 같은 방식으로 권리구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도 의문이며, 영업양수 사실에 대한 조사 및 그에 따른 개별실적요율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주체가 피고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 주장의 불복방식은 분쟁 해결에 결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⑤

만일 매달 부과되는 산재보험료와 관련하여 일반보험료율을 적용한 피고의 행위를 처분으로 보아 그 취소를 구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처분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단지 이 사건 신청의 실질이 이미 납부한 산재보험료에 대한 경정을 구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관련 사업주가 피고에게 산재보험료율이 잘못 적용된 부분에 대하여 변경을 구할 수 없다거나, 그에 대한 거부를 처분이 아니라고 보아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이는 부과납부 방식의 특성을 고려해보더라도 마찬가지이다(다만, 그와 같은 경정청구의 시점을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등을 통해 제한하는 것은 입법론상 검토될 여지가 있고, 피고는 실무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기간 내로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는, 매달 부과되는 각각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에 대하여 이미 쟁송기간이 경과하는 등의 사유로 불가쟁력이 발생하였음에도 개별실적요율 적용을 이유로 각각의 산재보험료 부과처분을 다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처분의 효력을 신속히 확정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불가쟁력의 본질에도 반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는 3년의 소멸시효 기간 내에서는 이미 징수된 산재보험료를 환급하거나 추가로 산재보험료를 징수해오고 있고, 개별실적요율 결정과 그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산재보험료 부과 및 징수 처분은 서로 결합된 1개의 법률효과를 완성시키는 행정행위이다. 여기에다 건강보험공단 역시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적용에 관한 판단에 기속되어 산재보험료 징수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사정 등을 아울러 고려해보면, 피고가 이 사건 신청과 같은 이의신청을 받아줌으로써 그에 따른 후속절차로 산재보험료의 환급 절차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이를 불가쟁력의 본질에 반하는 결과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⑦

피고는 이 사건 신청의 처리결과를 알리는 내용의 이 사건 반려통지서(갑 제1호증)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는데, 거기에는 원고의 개별실적요율 미적용에 대한 이의신청을 반려하는 내용과 이유, 근거 법령이 기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이 결정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심판법에 따른 중앙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법에 따른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불복방법에 관한 안내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피고의 개별실적요율 소급 적용신청에 관한 업무처리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반려통지를 행정소송법 등이 적용되는 처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 상대방인 원고로서는 피고의 이 사건 반려통지를 항소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인식하였을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불복방법을 안내한 피고가 이 사건 소가 제기되자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본안 전 항변을 하는 것은 신의성실원칙(행정절차법 제4조)에도 어긋난다.

4.

이 사건 반려 통지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2015. 12. 1. 개별실적요율을 적용받아온 E의 사업을 승계하여 사업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당초 E이 적용받아온 개별실적요율을 원고 역시 이 사건 사업체가 설립된 이후 계속 동일하게 적용받아야 하므로, 이 사건 사업체에 대한 2015년도 및 2016년도의 산재보험료율은 개별실적요율로 변경되어야 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선 이 사건 반려통지는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4, 5, 12 내지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1)

이 사건 계약 체결 전·후 상황

가)

D은 2015. 11. 20. 사내협력사 승계투입에 관한 품의서를 작성하였는데, 해당 품의서에는 'E의 대표자가 2015. 12. 1. 원고로 변경되어 교체 투입될 예정이고, 회사명 역시 변경 예정이며, 원고가 승인 기준점수 70점을 초과한 85점을 획득하였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나)

원고와 E의 대표이사 F은 2015. 12. 1.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아래와 같은 내용의 경영승계 합의 약정을 하였다.

다)

이후 원고와 E은 2016. 1. 8. E이 중소기업은행에 대하여 부담하는 대출금 채무를 원고가 양수하기로 하는 내용의 채무양수도 계약도 체결하였는데,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고, 그에 따라 원고는 위 채무 잔액 651,000,000원을 전액 양수하였다.

라)

2015. 11. 30.까지 E에 근무하였던 근로자 108명 중 106명이 2015. 12. 1.부터는 이 사건 사업체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고, 원고는 2016. 6. 24. E이 부담하였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302,901,900원 역시 전액 승계하였다.

마)

E은 2018. 2. 7. 폐업처리 되었다.

2)

조사과정에서 확인된 사항

가)

피고는 이 사건 신청 이후 원고의 영업양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D에게 사내협력사 변경에 대한 이유를 문의하였고, D은 'E의 철수 사유는 자진철수 희망에 따른 철수이고, 이 사건 사업체의 선정방법은 협력사신규계약에 따른 것이며, D은 두 회사 간의 영업양수도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다만, D은 이 사건 사업체 소속 직원들의 직전 E에서의 근무이력은 모두 인정해주었다.

나)

피고는 2018. 9. 7. 원고에게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자료들의 추가 제출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2018. 9. 21. 그중 ②, ④, ⑦번 자료를 제출하였다.

다.

판단

1)

산재보험료의 징수에 관한 관련 법령에서 개별실적요율제를 둔 이유는, 산재보험료율은 경제활동의 동질성과 재해발생 위험성의 상이 여부에 따라 업종별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같은 업종이라도 개별사업장별로 재해율이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는 경우에는 개별사업장의 재해실적이나 안전보건 실태에 따라 보험료율을 달리 정하는 것이 산재보험료의 공평부담의 원칙에 부합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3두378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개별실적요율 제도의 취지, 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5조 제2항이 '보험관계 성립 후 3년 경과'라는 요건을 '사업주'가 아닌 '사업'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는 영업양도의 경우에는 개별실적요율이 승계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영업이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말하고, 여기서 말하는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이란 영업을 구성하는 유형·무형의 재산과 경제적 가치를 갖는 사실관계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익의 원천으로 기능한다는 것과 이와 같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이 마치 하나의 재화와 같이 거래의 객체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영업양도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는 양수인이 유기적으로 조직화된 수익의 원천으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이전받아 양도인이 하던 것과 같은 영업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5다602 판결 등 참조). 개별실적요율의 승계요건이 되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요율을 승계적용할 것을 주장하는 측에서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2두11782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앞서 인정한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2015. 12. 1. 이 사건 계약을 통해 E의 사업 일체를 양수하여 그 사업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이 사건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사업체에 대한 2015년도 및 2016년도의 산재보험료율은 개별실적요율로 변경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반려통지는 위법하다.

①

원고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후 기존에 E이 D 협력사로 수행한 업무를 그대로 인계받아 그 사업을 영위하여 왔다. 그런데 E과 원고가 영위한 사업은 D 내 사업장에서 소속 근로자들이 선박구성부분품에 대한 제조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해당 사업에 관한 영업양수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사항은 고용관계 승계라고 보이는데, 실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영업양수 이후 E에서 근무하던 기존 근로자 중 단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사건 사업체에서 그대로 근무하였다.

물론 이 사건 사업체가 신규계약 형식으로 D의 협력사로 선정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원고와 D 사이의 별도 계약관계에 따라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원고가 E의 사업을 양수받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D도 원고와 E 사이에 영업양수도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사업체 소속 직원들의 E에서의 근무이력을 모두 인정해준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는 위와 같은 고용관계 승계 사실을 제외하고는 사업의 계속성과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채권·채무 승계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앞서 인정한 것처럼 원고는 E의 기숙사 구매대금 관련 채무 전액 및 기존에 E이 부담한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역시 전액 승계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에서야 관련 채무 승계가 이루어졌기에 원고가 2015. 12. 1. 당시 E의 사업을 양수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주장하나, 위와 같은 채무 승계는 영업양수가 있음을 전제로 이루어진 후속 과정에 불과하므로, 체무 승계일이 이 사건 계약 체결일 이후라는 이유로 원고의 영업양수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③

원고가 피고의 추가적인 자료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계약서에 명시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해당 자료는 E의 물적 자산과 관련된 것으로서, E이 별다른 물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그와 같은 자료가 실제로 작성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실제 E이 영위한 사업 형태를 보면, E이 기숙사를 보유한 이외에 특별히 영업양수도 계약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만한 물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원고와 E이 이 사건 계약서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작성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기존에 있는 계약서 양식을 참고해서 작성하였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사정을 아울러 고려하면, 이 사건 계약서 등 영업양수 사실이 확인되는 처분문서가 명백히 존재함에도 일부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할 수는 없다.

④

달리 원고가 마치 E의 개별실적요율을 승계받기 위하여 영업양수 사실이 존재하는 것 같은 허위의 외관을 작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미연(재판장) 한현희 박영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