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1. 1. 13. 원고에 대하여 한 출국정지기간 연장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의 지위
원고는 호주 국적의 외국인으로 2017. 9. 1.부터 B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범죄 수사와 출국정지처분
C노동조합 등이 2018. 1.경 원고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위반 혐의로 고발함에 따라 인천지방검찰청의 수사 지휘를 받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장은 2019. 11.경 파견법 위반 수사를 이유로 피고에게 원고의 출국정지를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2019. 11. 21. 원고에게 출국을 정지하는 처분을 하였고, 이후 출국정지기간을 수회 연장하다가<1> 2020. 6. 23. 출국정지기간을 2020. 7. 2.부터 2020. 8. 1.까지로 연장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제1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의 소제기
원고는 2020. 7. 10. 이 법원에 이 사건 제1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불구속 기소에 따른 형사재판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는 2020. 7. 21. 원고가 소외 회사의 인천 부평구 소재 D 센터, 인천 수출용 부품 포장공장, 창원시 성산구 소재 창원공장, 군산시 소재 군산공장에서 자동차생산공정의 일부 업무를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도록 하는 형태의 생산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각 공장별 자동차 생산계획 수립, 생산, 판매 등 업무를 총괄하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아서는 아니 되고,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경우 근로자파견 역무를 제공하거나 제공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17. 9. 1.부터 2019. 12. 31.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24개의 사내협 력업체 운영자들로부터 그 소속 근로자들을 파견받아 근로자 파견 역무 제공이 금지된 자동차생산업무에 종사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이라 한다)에 대하여 원고를 파견법위반죄로 기소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공소사실로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인천지방법원 2020고단6203, 이하 '이 사건 형사재판'이라 한다).
형사재판 계속과 출국정지 처분
피고는 2020. 7. 21.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부터 수사종료를 이유로 출국정지해제요청을 받아 이 사건 제1처분을 해제하였고, 같은 날 위 검사장으로부터 파견법 위반으로 불구속으로 기소되어 이 사건 형사재판에 계속 중임을 이유로 출국정지 요청을 받아 원고에 대하여 3개월(2020. 7. 21.부터 2020. 10. 20.까지)의 출국정지처분(이하 '이 사건 제2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20. 10. 8. 출국정지기간을 2020. 10. 21.부터 2021. 1. 20.까지로 연장하는 처분을 하였고, 다시 2021. 1. 13. 출국정지기간을 2021. 1. 21.부터 2021. 4. 20.까지로 연장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제3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8, 9, 18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을 제12 내지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2020. 8. 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에 관한 판단
당사자 주장의 요지
원고는 2020. 7. 21. 피고가 수사 종결 및 불구속 기소에 따라 이 사건 형사재판에 계속중임을 이유로 이 사건 제1처분을 이 사건 제2처분으로 변경하자, 행정소송법 제22조 또는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의하여, 이 사건 제1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를 이 사건 제2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로 교환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2020. 8. 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제1처분은 범죄 수사를 위하여 이루어진 것이었는데, 수사 종결에 따른 위 검사장의 해제요청에 의하여 철회되었고, 이후 위 검사장의 출국정지요청에 의하여 형사재판에 계속 중이라는 새로운 사유로 별개 처분인 이 사건 제2처분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 사건 제2처분은 사정변경에 의한 재처분이 아니라 별개의 처분에 해당하므로 행정소송법 제22조에 의한 소변경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사건 제2처분은 형사재판에 계속중이라는 새로운 사실에 기한 것으로 이 사건 제1처분과는 적용 법조, 처분의 근거 등이 상이하여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의한 청구 변경의 요건을 충족하지도 못하였다. 따라서 위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다.
판단
살피건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 있어서 취소를 구하는 행정처분이 다른 경우에는 그 소송의 목적물이 달라지므로 청구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나, 행정청이 처분시부터 변론종결시까지 새로운 사유가 생기면 소송 계속 중이라도 종전 처분을 취소하고 새로운 사유에 기한 재처분을 하는 것은 통상 허용되는 것이고, 행정소송이 계속되고 있을 때에 직권으로 당해 처분을 변경하는 경우 원고에게 책임 없는 사유 때문에 행정소송절차가 무용하게 반복되는 것을 피하여 행정구제의 기능을 살릴 필요가 있으므로, 행정소송법은 그와 같은 행정 관행과 소송경제, 당사자의 권리구제 측면을 두루 감안하여 민사소송에서와는 달리 제22조에서 '처분변경으로 인한 소변경'을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 즉 ① 원고에 대하여 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이유로 최초 출국정지처분이 있은 후 이 사건 제1처분이 이루어지기까지 계속하여 기간 연장처분 등이 반복되어 온 점, ② 원고로서는 행정소송을 통하여 이 사건 제1처분의 위법함을 확인받지 않을 경우 수사 등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피고로부터 재차 출국정지기간 연장처분을 받아 출국규제가 장기화될 위험이 있었던 점, ③ 실제 수사가 종결되어 이 사건 제1처분이 철회되었음에도, 기소가 되어 형사재판에 계속 중이라는 이유로 같은 날 바로 이 사건 제2처분이 발령되어 원고에 대한 출국규제가 단절 없이 유지됨으로써 원고에게 그와 같은 위험이 현실화된 점, ④ 변론종결 전에 새로운 사유가 생기면 행정청이 행정소송 계속 중이라도 종전 처분을 취소하고 새로운 사유에 기한 재처분을 하는 것은 통상 허용되는 것이고, 이 경우 상대방으로서는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여 재처분을 다툴 수도 있고 행정소송법 제22조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처분변경으로 인한 소변경을 하여 분쟁을 일회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는 점, ⑤ 행정소송법 제22조는 "법원은 행정청이 소송의 대상인 처분을 소가 제기된 후 변경한 때에는 원고의 신청에 의하여 결정으로써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의 변경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변경이 종전 처분의 "취소"의 의미로 변경된 것인지, "철회"의 의미로 변경된 것인지 구분하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거듭된 출국규제처분에 대하여 그 위법을 다투고자 이 사건 제1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진행되던 중, 피고가 형사 기소라는 사정 변경을 이유로 제1처분을 철회하여 장래를 향하여 그 효력을 소멸시켰다 하더라도, 철회와 동시에 이 사건 제2처분을 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출국규제의 효과를 단절 없이 유지시키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소송절차 내에서 출국규제의 위법 여부 등의 분쟁을 일회적으로 해결하고 원고에게 권리 구제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행정소송법 제22조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으로 보이므로, 이 법원은 행정소송법 제22조에 의하여 원고의 2020. 8. 27.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을 허가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또한, 행정소송의 원고는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따라 청구의 기초에 변경이 없는 한도에서 청구의 취지 또는 원인을 변경할 수 있는데, 이 사건 제1, 2처분은 파견법 위반이라는 범죄 혐의로 수사, 기소, 재판 등 일련의 형사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고에 대한 출국정지라는 동일한 법적 효과를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각 처분의 위법 사유 또한 상당 부분 공통되고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므로, 출국정지 사유가 범죄 수사 목적에서 형사재판 계속중으로 변경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들 사이에는 처분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 사실관계 또는 청구의 기초가 동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로서는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262조에 의하여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을 변경할 수도 있다 할 것이어서 원고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변경 신청이 부당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제3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형사재판에 계속중인 외국인에 대하여 출국정지처분을 할 때에는 형사재판에 계속 중이라는 사정 이외에 출국정지의 필요성 및 국외 도피의 가능성에 관한 실질적인 심사가 필요한데, 원고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수사과정에서부터 이 사건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수사 및 재판에 성실히 응하고 있고,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로 가족과 함께 국내에 머물며 업무에 매진하고 있어 해외로 도주할 우려가 없으며, 주한 호주대사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도 이를 보증하고 있는바, 출국정지의 필요성 및 국외 도피의 우려가 없다. 그럼에도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사건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1년 이상 출국정지 처분이 지속되면서 글로벌기업인 E그룹의 주요 임원으로서 해외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본국 가족들과도 교류하지 못하는 등 이 사건 제3처분으로 침해되는 원고의 사익이 그로 인해 얻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므로 이 사건 제3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출입국관리법 제29조, 제4조 제1항 제1호, 제4조의2 제1항은 법무부장관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외국인에 대하여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정지할 수 있고, 출국정지기간을 초과하여 계속 출국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하여 출국을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1호 규정의 입법 목적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의 해외도피를 막아 국가형벌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체적 진실발견과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고,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39조의2 제1항, 제39조의5, 제6조의5 제1항은 외국인에 대한 출국정지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여야 하고, 출국정지나 출국정지기간 연장결정시 출국정지의 기본원칙, 출국정지 대상자의 범죄사실, 연령 및 가족관계, 해외도피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갑 제1, 8, 9, 13, 14, 15, 19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을 제9, 10, 12, 13, 16, 1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제3차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출국정지기간 연장처분으로서 그로 인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침해되는 사익이 현저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출입국관리법 제29조 제1항, 제4조 제1항 제1호, 제2항,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36조에 의하면, 법무부장관은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외국인에 대하여는 3개월(국민에 대하여는 6개월) 이내에, 범죄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는 외국인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10일(국민에 대하여는 1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정지할 수 있다. 또한 계속 출국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단순히 '수사상의 필요'나 '형사재판에 계속 중'이라는 사유를 들어 장기간 출국정지가 계속하여 이루어진다면, 위 법에서 출국정지 기간과 그 사유, 절차를 규정한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
그런데 피고는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2019. 11. 21. 원고에 대하여 최초 출국정지처분을 한 이래 거듭된 출국정지기간 연장처분을 하여왔고, 이후 형사재판에 계속중이라는 이유로 또다시 이 사건 제2처분을 하고 그 기간연장처분을 반복하고 있는바, 그로 인하여 원고는 2019. 11. 21.부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인 2021. 3. 12.까지 무려 1년 4개월 동안 국외로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
출입국관리법이 단순히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에 대하여 출국정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규정의 입법취지는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출국하여 국외로 도피하는 방법으로 재판절차의 원활한 진행 및 국가형벌권의 실행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고, 이에 따라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39조의5, 제6조의5에는 출국정지를 결정할 때에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른 출국금지의 기본원칙 및 범죄사실, 대상자의 연령 및 가족관계, 국외 도피의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형사재판에 계속 중이라고 하더라도 국외 도피 우려 등이 인정되지 않거나 그러할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까지 출국정지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먼저, 이 사건 형사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원고에 대하여 장기간에 걸친 출국규제가 필요한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2018. 1.경 파견법 위반 혐의로 수사가 시작된 이래 이 사건 형사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현재까지 수사절차 및 재판에 성실하게 응하고 있고,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무죄를 다투고 있다. 원고가 이 사건 형사재판에 비협조적이라거나 그 진행을 곤란하게 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파견법 제45조, 제43조 제2호, 제5조 제5항, 제7조 제3항에 해당하는 범죄로 그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여져 있는바, 통상적으로 위와 같은 법정형에 해당하는 사건에 대하여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법원의 허가 여부에 따라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수도 있다(형사소송법 제277조 제3호).
국외로의 도피 우려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2017. 9. 1.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여 현재까지 계속 국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점(2020. 3. 30.자 소외 회사 주주총회 결의에 의하여 대표이사로 중임되어 당분간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계속하여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 3명(2003년생, 2007년생, 2015년생)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점, 원고는 파견법 위반 혐의로 수사가 시작된 2018. 1.경부터 최초 출국정지처분이 있기 전까지 5차례(2018. 9. 9. ~ 2018. 9. 16., 2018. 9. 19. ~ 2018. 9. 27., 2018. 12. 19. ~ 2019. 1. 7., 2019. 4. 22. ~ 2019. 4. 24., 2019. 7. 18. ~ 2019. 8. 6.), 그 이후부터 이 사건 변론 종결일 무렵까지 2차례(2019. 12. 15. ~ 2020. 1. 7., 2020. 2. 27. ~ 2020. 3. 1.)에 걸쳐 국외로 출국하였다가 바로 귀국하여 국내에서 대표이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경력, 명예, 생활 기반을 포기하면서까지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크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명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