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10. 8. 선고 2020구합5710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청구취지 기재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의 경위

가.

원고는 D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이다. 참가인은 2018. 11. 1.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D병원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간호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참가인의 월급은 302만 원이었다(갑 제3호증, 을나 제1호증).

나.

D병원의 간호사, 간호조무사 중 일부는 2019. 6.경 원고에게 '참가인의 불성실함, 일방적 의사결정, 폭언 등'에 관한 고충을 토로하였고, '참가인과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갑 제4 내지 9, 13 내지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다.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는 2019. 6. 24. D병원 1층 이사장실에서 참가인과 면담하였고, 같은 날 원고 측은 참가인에게 '권고사직서'를 교부하였다. 면담과정을 녹취한 내용, 권고사직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고사직서에는 원고의 직인만 날인되어 있고 참가인의 서명, 날인은 없다(갑 제1, 10호증).

라.

참가인은 면담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아니하였고, 이후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을가 제2호증).

마.

원고는 2019. 7. 4. 다음과 같이 참가인에 대한 4대보험 자격상실 신고를 하였다(갑 제1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1호증).

바.

원고는 2019. 7. 5. 참가인에게 300만 원을 기타수당으로 지급하였다(갑 제1호증).

사.

참가인은 2019. 7. 10.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을가 제2호증).

아.

참가인은 2019. 8. 9.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원고가 2019. 6. 27. 참가인을 부당해고하였다'며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0. 4.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였고, 해고에 서면통지가 없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취지의 이유를 들어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초심판정을 하였다. 초심판정의 주문에는 '참가인이 해고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갑 제11호증).

자.

초심판정에 불복한 원고는 2019. 11. 1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 16.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갑 제1호증).

[인정 근거] 갑 제1, 3 내지 11, 13 내지 19호증, 을가 제2, 3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①

참가인의 근로계약기간은 이미 만료되었고, 갱신기대권도 인정될 수 없는바, 참가인에게는 구제이익이 없다. ② 참가인은 원고에게 권고사직을 요청하였고, 원고는 이에 동의해 퇴사처리하였다. 참가인은 합의에 의해 퇴사한 것이지 해고된 것이 아니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구제이익에 관한 판단

원고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나,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어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는바(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 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뜻한다.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은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제한을 받는다(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원고는 참가인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인 의사로 근로계약을 종료하였다고 봄이 상당한바, 원고는 참가인을 해고하였다고 할 것이다.

①

원고의 대표자인 E와 참가인이 나눈 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 대화를 보면,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가 참가인에게 사직을 권고하면서 '한 달 정도를 휴가 기간으로 삼으라'는 취지로 말하자, 참가인이 '휴가 기간을 한 달 부여받을 필요 없이 바로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한 달 치 급여와 퇴직금의 지급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참가인이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부분을 자세히 보면, '퇴사를 하는 거로 하고요'라고 말한 뒤 '그러면 저희…'라고 말을 꺼냈다가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의 발언에 잠시 말을 끊긴 직후 '퇴직금은요, 그러면?'이라고 물었음을 알 수 있다. 즉, '권고사직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 곧바로 퇴직금에 관한 내용을 확인한 것이고, 그에 관한 확답을 듣고는 추가적인 요구를 더 이상 하지 아니한 것이다.

참가인의 입장에서는 '권고사직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퇴직금 지급'이라는 요소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②

참가인은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2019. 6. 27. '한 달 치 월급과 퇴직금에 관한 내용을 서면작성해달라'는 요구를 하였고, 2019. 7. 10. '한 달 치 급여와 퇴직금'을 재차 언급하였다.

참가인이 2019. 6. 24.자 면담 직후부터 계속하여 '한 달 치 월급, 퇴직금 지급에 관한 약속의 이행'을 요구하여왔다는 점을 보면, 참가인에게 있어 해당 내용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금 알 수 있다.

③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는 퇴직금 지급 여부를 묻는 참가인의 질문에 '퇴직금도 한 달 나가니까 그것도 알고 계시면 되고'라고 답함으로써 퇴직금 지급 여부를 확답하였고, 참가인은 위 답변을 믿고 더 이상의 추가 요구를 하지 아니하였다.

④

통상 권고사직 수용 여부를 고민하는 근로자에게 있어, '자신이 직장으로부터 당장 받게 될 금원'은 상당히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근로자가 직장을 잃는다는 것은 당장 생계유지의 전제가 되는 정기적인 수입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측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따라 이루어지는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불이익을 감내하고도 이를 받아들일 만한 다른 사정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은 '한 달 치 월급과 퇴직금이 지급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권고사직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보이고, 참가인에게 위와 같은 요소가 의사결정의 중요 기준이 되었다는 점은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 또한 매우 잘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⑥

앞서 본 면담과정에서의 대화 맥락, 참가인에게 '퇴직금 지급 여부'가 '권고사직 수용 여부 결정'에 미친 영향력, 일반적으로 권고사직 수용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퇴직금 지급 여부'가 지니는 의미 등을 고려하면,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권고사직 승낙에 있어 '퇴직금 지급 여부'는 정지조건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대화의 전체 맥락을 보면,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와 참가인 사이에서는 '퇴직금 지급 여부'를 권고사직 승낙의 정지조건으로 삼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⑦

그런데 원고는 참가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채 4대보험 자격상실 신고를 하였다. 그 이유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의 대표자인 이사 E가 참가인과의 면담 과정에서 퇴직금 지급을 약속하였던 것은 참가인의 근속기간이 1년을 넘겼다고 착오한 데에 기인한 것이었고, 실제 참가인의 근속기간이 1년을 넘기지 아니한 이상 퇴직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나, 설사 원고 측이 착오를 일으켰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참가인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

⑧

결국, 참가인은 '퇴직금 지급'을 정지조건으로 하여 권고사직을 승낙하였다고 할 것인데, 원고가 참가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권고사직에 대한 원고 및 참가인 사이의 의사 합치는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원고는 일방적인 의사로 4대보험 자격상실 신고를 함으로써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하였다.

⑨

이에 대하여 원고는 '정지조건 중 일부가 미성취되었어도 권고사직의 효력은 유효하고, 참가인은 퇴직금 지급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가인이 ㉮ 면담이후 출근하지 아니한 점, ㉯ 복직의사를 밝힌 바 없는 점, ㉰ 한 달 치 급여와 퇴직금지급에 관한 서면작성을 요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의 진정한 의사는 조건(퇴직금 지급) 성취 여부와 무관하게 원직복직을 바라지 않고, 오직 한 달 치 급여와 퇴직금만을 바라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 참가인은 원고가 약속을 지켜 퇴직금을 지급할 것으로 믿고 출근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 조건의 성취를 원직복귀보다 더 강하게 바랐던 것으로 보이며, ㉰ 서면작성의 요구로써 약속의 이행을 강하게 요구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앞서 본 사정에 관한 판단을 달리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해고의 절차상 하자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의하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사용자가 해고사유ㆍ시기를 서면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는데,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해고사유ㆍ시기를 서면통지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라.

소결론

원고는 참가인을 부당해고하였는바, 이와 같은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5.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