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12. 9. 선고 2020구합62914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 3. 17.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 사이의 B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들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02. 11. 20. 설립되어 복합운송주선업<1>, 통관업, 창고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별지1 명단 기재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들은 원고의 근로자들로서 C노동조합 D지부(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에 가입한 사람들이다(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는 '조합원'으로,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비조합원'으로 각 구분하여 칭한다).

나.

원고는 조합원 30명과 비조합원 45명을 대상으로 2019년도 승진심사(이하 '이 사건 승진심사'라고 한다)를 실시하여 2019. 7. 31. 그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조합원에 해당하는 참가인들은 모두 승진대상에서 탈락하였다.

다.

참가인들은 원고가 이 사건 승진심사에서 참가인들을 탈락시킨 것(이하 '이 사건 승진누락'이라고 한다)은 조합원에게 차별적으로 불이익을 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19. 9. 17.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E),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1. 11. '① 이 사건 승진심사 결과에서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② 이 사건 승진심사에서 위 각 집단 사이에 차별이 없었더라도, 참가인들이 승진대상자로 선정되었을 것이라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승진누락이 원고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라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나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승진누락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라고 보아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라.

참가인들은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1. 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B),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3. 17. '조합원과 비조합원은 동질의 균등한 집단임에도, 원고는 이 사건 승진심사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조합원에게 불리한 평가를 하였고, 이로 인하여 심사 결과에서 양쪽 집단 사이에 현저한 격차가 발생하였다'라고 판단하여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승진누락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 17호증, 을가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1)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20. 6. 9. 법률 제174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81조 제1호에서 말하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행위'를 하고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는 차별적 취급행위를 한 경우라야 하며, 그 사실의 주장 및 증명책임은 부당노동행위임을 주장하는 측에 있다.

한편 근로자에 대한 인사고과가 승진 기준이 되는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특정 근로자에 대하여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비조합원보다 불리하게 인사고과를 하여 승진대상에서 탈락시키는 불이익을 주었다면, 그러한 사용자의 행위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①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을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양 집단이 서로 동질의 균등한 근로자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② 인사고과에서 양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는지, ③ 인사고과의 그러한 격차가 조합원임을 이유로 불이익취급을 하려는 사용자의 반조합적 의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는지, ④ 인사고과에서 그러한 차별이 없었더라도 승진대상자가 동일하게 선정되었을 것은 아닌지 등을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두25695 판결, 2018. 12. 27. 선고 2017두37031 판결 등의 취지 참조).

2)

업무능력, 근무성적, 상위직에 대한 적격성 등의 반영에 의하여 승진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능력주의 승진제도 하에서,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있음을 이유로 비조합원과 비교하여 승진에 있어서 불이익한 취급을 받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조합원이 비교의 대상으로 된 비조합원과의 사이에 업무능력, 근무성적, 상위직에 대한 적격성 등에 있어서 차이가 없어야 할 것이고,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전체적으로 비교하여 보아 승진에 있어서 격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바로 구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6누10188 판결, 2011. 7. 28. 선고 2009두9574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1)

이 사건 승진심사는 근무평가 점수와 인사위원회 평가 점수를 합산한 결과로 순위를 매기고, 가장 높은 순위의 직원부터 순차적으로 승진대상 정원을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과장급 이상(부장, 차장, 과장)의 승진심사는 근무평가 점수 60%, 인사위원회 평가 점수 40%를, 대리급 이하(대리, 계장)의 승진심사는 근무평가 점수 70%, 인사위원회 평가 점수 30%를 각 반영하였다.

2)

근무평가는 각 부서의 상위 직급자들이 매년 소속 부서 직원의 업적과 역량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절차이다. 한편 인사위원회 평가에서는 대표이사와 부사장이 승진후보자인 원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 및 공헌도<2>', '역량<3>', '조직적합성<4>', '근태 및 기타'의 4가지 항목을 심사하였다.

3)

근무평가의 조합원 평균 점수는 48.72점, 비조합원 평균 점수는 49.54점이고, 인사위원회 평가의 조합원 평균 점수는 23.92점, 비조합원 평균 점수는 25.58점이다.

4)

이 사건 승진심사에서 참가인별 근무평가 점수 순위, 인사위원회 평가 점수 순위 및 최종 순위는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가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 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2, 11, 15, 16, 22, 24, 25호증, 을가 제2호증, 을나 제1 내지 9, 14, 15, 17 내지 22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승진누락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승진심사의 대상이 된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이 동질의 균등한 집단에 해당한다는 전제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에 관하여 참가인들은 인사위원회 평가에 앞서 실시된 근무평가 결과로 위 전제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근무평가는 대상 직원이 소속 부서에서 쌓았던 업적이나 발휘하였던 역량을 지표로 삼아서, 해당 부서의 업무에 대한 적응도 내지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일 뿐, 별도로 상위직 업무에 대한 잠재력이나 적격성까지 평가하는 절차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갑 제24, 25호증), ② 근무평가도 기본적으로 평가자의 주관에 좌우될 위험이 있고, 실제로 참가인 L의 경우에 2016년도 근무평가 점수는 63점으로 저조하였다가 2017년도 근무평가 점수는 83점으로 급등하기도 하였는바(갑 제22호증), 위와 같은 점수의 변동을 정당화할 객관적인 사정이 달리 없는 이상, 최소한 위 각 점수 중 어느 하나는 부당하게 매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점<5>, ③ 그러한 가운데 조합원에 비하여 비조합원의 근무평가 평균 점수가 오히려 소폭 높은 점 등을 감안하면, 근무평가 결과만으로는 조합원 집단이 비조합원 집단과 동등한 수준의 승진 적격성을 갖추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2)

그럼에도 참가인들은 근무평가가 최소한 인사위원회 평가보다는 공정한 심사절차라는 전제에서, 원고가 인사위원회 평가에서 조합원들에게 자의적으로 낮은 점수를 부여하여 근무평가의 공정성을 무력화시켰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참가인들은 위 주장의 구체적인 근거로, ① 인사위원회에서 승진심사에 관한 평가기준을 세분화하지 않은 점, ② 인사위원회는 인사 담당 부서장을 배제하고 대표이사와 부사장만으로 구성된 점, ③ 그런데 대표이사나 부사장은 원고 직원들과의 접촉이 거의 없었으므로, 심사대상자들의 업무능력이나 태도를 충실하게 관찰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이로 인하여 인사위원회는 그릇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참가인 L 등에 대한 점수를 감점하기도 한 점, ⑤ 그러면서도 인사위원회는 평가의 진행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료나 기록을 전혀 남겨두지 않은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위 근거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인사위원회가 이 사건 승진심사에 관하여 충분한 자료 수집이나 의견 수렴 없이 인사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있을 뿐이고, 나아가 그 인사재량권을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하는 방향으로' 남용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3)

이에 대하여 참가인들은, 인사위원회는 심사대상자의 근무평가 점수와 조합원 해당 여부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평가를 진행하였으므로, 심사대상자를 승진에서 탈락시키기 위하여 감점할 점수를 미리 계산할 수 있고, 심사대상자 중에서 조합원만을 선별하여 평가 점수를 감점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였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러한 의혹이 인사위원회에서 실현되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가장 간명한 척도는 '근무평가 점수로는 승진이 가능한 순위에 있었던 조합원이 인사위원회 평가 점수를 합산함에 따라 최종 순위가 하락하여 승진에서 탈락한 사례'를 확인하는 것이다<6>.

그런데 참가인 중에서 위와 같은 사례는 오직 참가인 S, T, L 3명에 그치고, 나머지 참가인들은 근무평가 점수 순위 자체가 승진 가능 순위에 미치지 못하였다. 즉, 인사위원회가 근무평가 점수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평가를 하였더라도 참가인의 대부분은 승진이 사실상 불가능하였던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승진심사의 대상자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30명의 조합원 중 위와 같은 사례는 참가인 S, T, L을 포함하여 총 5명이 확인되고, 한편 조합원 1명은 오히려 인사위원회 평가로 최종 순위가 상승하여 승진하였다(갑 제2호증 제16 내지 18, 25 내지 27쪽). 결국 30명에 이르는 조합원 집단 중 인사위원회 평가로 인하여 승진에서 탈락한 인원은 4명(= 5명 – 1명)에 불과하고,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45명의 비조합원 집단 중 인사위원회 평가로 인하여 승진할 수 있었던 인원도 4명에 그친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인사위원회 평가의 사실 인정이나 점수 산정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적어도 인사위원회 평가에서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 사이에 어떠한 차별이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이러한 직관적인 고찰 방식을 떠나, 참가인들은 통계적인 분석기법을 적용하면 이 사건 승진누락으로 인하여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 사이에 발생한 격차가 명백히 확인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 소재 대학의 경영통계분야 교수가 작성한 자문서(을가 제2호증, 을나 제14호증, 이하 '이 사건 자문서'라고 한다)를 그 근거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자문서는 근무평가 결과만으로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의 각 업무능력(또는 승진 적격성)이 동일하다고 간주하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승진심사는 대상자의 직급에 따라 근무평가 점수와 인사위원회 평가 점수의 반영 비율만 다른 것이 아니라 경쟁률 및 조합원의 분포 비율까지 제각각이다. 그리하여 이 사건 자문서에서도 이 사건 승진심사의 대상자들을 직급별로 분리하여 개개의 직급마다 통계를 낼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나, 다만 위와 같은 방식을 취하면 통계의 표본이 되는 직급별 심사대상자가 최소 4명(부장)에서 최대 16명(과장)에 불과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우므로, 심사대상자 75명 전체를 하나의 표본으로 구성하여 회귀분석법을 실행하였다고 설명한다(을나 제14호증 제2쪽). 즉, 이 사건 자문서는 표본의 부족으로 말미암아 직급 사이의 차이점을 정밀하게 고려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한계가 드러난다.

한편 심사대상자를 직급별로 나누어 윌콕슨 순위 검정<7>을 실시한 경우에는, 각 직급별로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 사이에 의미 있는 격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고(갑 제11호증), 성향점수매칭 기법이나 Poisson 추정방법을 사용한 때에도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갑 제15, 16호증).

그렇다면 이 사건 자문서의 전제 및 표본 구성 방식부터 분명한 한계가 있고, 이 사건 자문서에서 사용한 통계분석기법이 다른 기법들에 비하여 학계나 실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 볼만한 증거도 없으며, 결국 어떠한 통계분석기법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최종적인 결론이 크게 엇갈리고 있으므로, 그중에서 이 사건 자문서의 결론만을 채용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러므로 이 사건 승진심사 결과에서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5)

이 사건 승진심사 전후로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수년간 갈등이 이어져 왔고, 그 와중에 원고는 2017년경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전보 및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을나 제1 내지 9, 15, 17 내지 22호증).

그러나 설령 위와 같은 사실을 들어 원고가 종전부터 이 사건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견지하여 왔다고 보더라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승진심사를 통하여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을 다르게 취급하였다는 객관적인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승진심사에서 원고의 반조합적 의사가 다시금 발현된 것이라 인정할 수도 없다.

6)

이에 대하여 참가인들은, 이 사건 승진심사에서 대리급 이상으로 승진한 조합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점을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승진누락을 통하여 '앞으로 조합원은 고위직으로 승진시키지 않겠다'는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고, 여기에 좌절한 조합원들 상당수가 이 사건 노동조합에서 탈퇴하기에 이르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리급 이상의 승진심사를 받은 조합원들 중 근무평가 점수 순위가 승진 가능 순위 안에 들었던 사람은 참가인 L 외에는 없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이 사건 승진심사에서 대리급 이상으로 승진한 조합원이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업무능력과 관계없이 조합원 집단의 고위직 승진을 봉쇄하겠다는 의사를 암시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조합원들이 단지 이 사건 승진심사의 표면적인 결과에 실망하여 조합원 지위를 포기하게 되었더라도 달리 볼 수는 없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와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