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8. 19. 선고 2020구합8355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A시 시립예술단설치 조례(이하 ‘이 사건 조례’라고 한다)」에 따라 A시 시립예술단(이하 ‘이 사건 예술단’이라고 한다)을 설치ㆍ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05. 9. 5.부터 이 사건 예술단의 트롬본 연주 단원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예술단의 단원들을 상대로 매년 11월경 정기평정을 실시하여 수, 우, 미, 양, 가의 5등급을 부여하였는데, 참가인은 2017년도에 65.25점, 2018년도에 63.5점, 2019년도에 65.50점으로 각 ‘양’ 등급을 받았다.

다.

그러자 원고는 2019. 12. 27. 참가인에게 “참가인은 정기평정에서 3회 연속 ‘양’ 등급을 받았으므로, 이 사건 조례 제19조 및 A시 시립예술단 단원 복무규정(이하 ‘이 사건 복무규정’이라고 한다) 제26조 제1항 제4호의 규정에 따라 2020. 1. 1.자로 해촉됨을 통보한다”라는 내용의 해촉 통보를 보냈다.

라.

참가인은 위 해촉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0. 3. 25.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D),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5. 20. ‘해촉의 근거가 된 정기평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마.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7. 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9. 25.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 11,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3.

원고의 주장 요지

참가인은 자신의 ‘근긴장이상’ 질병이 연주 실력을 떨어뜨렸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리 원고에게 정기평정 연기 신청을 하거나 이 사건 복무규정 제18조에 따른 질병휴직 신청을 하는 등으로 정기평정에 앞서 스스로 연주 실력을 회복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반면 원고는, 참가인의 연주 실력이 저하되고 공연 불참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참가인에게 그러한 문제를 시정하고 정기평정에 임하도록 독려하는 등 사전에 충분한 배려를 하였다.

그렇다면 참가인에 대한 정기평정은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참조).

나.

인정사실

1)

참가인은 2018. 12. 6.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근긴장이상’ 진단을 받았다.

2)

원고는 2019. 3.경 이 사건 예술단에 대한 1분기 복무점검을 실시한 후, 2019. 4. 18. 이 사건 예술단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공연ㆍ연습에 참여하지 않는 단원에 대한 복무점검 결과 보고가 계속해서 제출되지 않고 있으니, 2019. 4. 25.까지 위와 같은 단원에 대한 사유서를 징구하여 제출하라”고 통보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2019. 4. 25.경 이 사건 예술단을 통하여 원고에게 2018. 12. 6.자 ‘근긴장이상’ 진단서를 제출하였다.

3)

원고는 2019. 5. 23. 및 2019. 9. 3. 2차례에 걸쳐 이 사건 예술단에 ‘시립교향악단 단원 복무관리 철저 강조’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위 공문에는 “단원의 신병을 이유로 6개월 이상 계속해서 공연 및 연습 미참여 불인정(신병 치료토록 하여 공연참여 독려)”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4)

참가인은 2019. 9. 25.경 원고에게 “의사 소견상 참가인의 업무와 ‘근긴장이상’이 연관이 있어서 연주를 할 경우 증세가 악화된다고 하므로,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연주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조금씩 차도를 보이고 있으므로, 향후 건강이 좋아지는 대로 연주에 참여하기 위하여 근무시간과 퇴근 후에도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현재 ‘근긴장이상’으로 공무상 재해 신청을 진행 중이다”라는 취지의 경위서를 제출하였다.

5)

원고는 2019. 10.경 참가인에게 “이 사건 복무규정 제29조 제2호는 ‘단원으로서 의무를 위반하였거나 임무를 태만히 하였을 때’ 징계처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참가인은 2019년 1분기부터 계속하여 신병을 이유로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여 예술단원으로서 성실의 의무를 위반하였다. 이와 같은 행위는 법규를 준수할 의무를 지닌 예술단원으로서 그 직무를 다하지 못한 처사이므로 ‘경고’ 조치를 하니, 앞으로 동일한 사례가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기 바란다”라는 취지의 경고장을 발부하였다.

6)

원고는 예정대로 2019. 11. 20. 2019년도 정기평정을 실시하였고, 참가인은 위 정기평정에 응시하여 트롬본을 연주하였으나 ‘양’ 등급 판정을 받았다.

7)

한편 참가인의 ‘근긴장이상’ 질병에 관한 의학적 소견은 다음과 같다.

가)

2018. 12. 6.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진단서: 지속적인 약물 치료 및 경과 관찰 요함

나)

2018. 12. 8.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무기록: 조금 호전

다)

2019. 7. 17.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무기록: 조금 호전

라)

2019. 7. 19.자 E병원 업무관련성 평가서: 참가인의 ‘원발성 근긴장이상’은 임상적으로 명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위 증세는 관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의 혀 또는 입 주변에 근긴장 이상을 발생시켜 직업적인 장애를 초래한다. 참가인의 ‘근긴장이상’은 지속적인 연주 생활에 의하여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참가인의 업무와 상당 부분 관련되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마)

2021. 3. 18.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진단서: 약물 치료 후 증상은 약간 호전된 상태임. 지속적인 치료를 위하여 향후 1년 이상 약물 치료 및 정기적인 경과 관찰 요함.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15, 19, 25 내지 28호증, 을나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 단

위 인정사실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최소한 참가인에 대한 2019년도 정기평정은 공정하게 실시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참가인이 2017년, 2018년에 이어 2019년도 정기평정에서 연속 3회 ‘양’ 등급을 받았다는 사유를 들어 참가인을 해촉한 것은 정당한 이유를 갖춘 해고라고 할 수 없다.

1)

원고는 참가인의 ‘근긴장이상’으로 인하여 정기평정 당일의 연주 능력이 저하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위 ‘근긴장이상’이 공무상 질병이라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의 ‘근긴장이상’ 증세는 2018. 12. 6. 처음 확인된 이래로 2021. 3. 18.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근긴장이상’은 참가인을 비롯한 관악기 연주가의 연주 능력을 떨어뜨려 직업적인 장애를 초래하는 질병이라 보인다. 이에 반하여 2019년도 정기평정이 실시될 무렵 참가인의 ‘근긴장이상’ 증세가 연주 능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호전되어 있었다고 볼만한 반증은 제출되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참가인의 ‘근긴장이상’이 공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위 질병이 참가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유발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근무능력 평가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서는 사전에 참가인에게 근무능력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2)

이 사건 복무규정 제23조 제2항은 “정기평정일 현재 출산 및 입원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하여 실기평정에 참여하지 못한 단원에 대하여는 각 분야별 평균점수의 90퍼센트를 평정점수로 인정한다. 다만, 전년도 평정결과 ‘양’인 단원은 전년도 점수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규정한다.

위 조항에 의하면, 평정 대상 단원들은 어떠한 사유를 들더라도 정기평정을 보류할 수 없다. 특히 질병에 걸린 단원은 반드시 정기평정 당일까지 완치되지 않는 한, 자신의 정상적인 실력에 따라 평정점수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결국 위 조항은, 원고가 스스로 평정 불응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기준을 수립하지도 않고, 단원들에게 그러한 정당한 사유를 사전에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정기평정 참여를 사실상 예외 없이 강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정기평정의 공정성을 저해하는 규정이라고 보인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이 원고에게 미리 정기평정 연기 신청을 하였다면, 원고가 그 신청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정기평정을 연기하는 것은 앞서 본 이 사건 복무규정 제23조 제2항에 저촉된다. 즉, 출산이나 입원까지 한 단원들은 위 규정으로 말미암아 정기평정을 연기하지 못하고 감점된 평정점수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참가인은 단지 질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정기평정의 연기가 허용된다면 단원들 사이의 형평성이 중대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 사건 복무규정 제22조 단서는 단장으로 하여금 정기평정의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는 하나, 위 규정도 단원의 개인적인 사정이 아니라 이 사건 예술단에 관한 사유로 정기평정의 전체적인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근거에 불과하다고 해석되고, 달리 개별 단원에 대한 정기평정을 연기할 수 있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관련 규정상 참가인이 정기평정을 연기할 방법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점에서도 정기평정 제도의 불공정성이 두드러진다 할 것이다.

4)

참가인은 2018. 12. 6. ‘근긴장이상’ 진단을 처음 받은 이래로 2018. 12. 8.부터 2021. 3. 18.까지 그 증상이 조금이나마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는바, 이는 참가인이 나름대로 질병에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이 이 사건 복무규정 제18조에 정한 질병휴직 신청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위 질병휴직은 무급휴직에 해당하는바(제18조 제2항), 참가인이 급여를 포기하면서까지 치료에 전념하지 않았다고 하여 근무능력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태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5)

반면 원고도 이미 2019. 4. 25.경 참가인으로부터 2018. 12. 6.자 진단서를 제출받았으므로, 참가인에게 ‘근긴장이상’이 발병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원고가 2019. 5. 23. 및 2019. 9. 3. 보낸 각 ‘시립교향악단 단원 복무관리 철저 강조’ 공문에도 “단원의 신병을 이유로 6개월 이상 계속해서 공연 및 연습 미참여 불인정(신병 치료토록 하여 공연 참여 독려)”이라고 강조하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기재한 점을 보면, 원고는 참가인의 ‘근긴장이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장기화되던 상황까지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그동안 참가인에게 어떠한 업무능력 개선의 기회를 제공하였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6)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의 연주 실력이 급격히 저하되자 참가인을 합주 공연에서 빼주고 개인 연습에만 치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원고는 참가인이 ‘근긴장이상’을 이유로 공연에 참여하지 않았던 행위가 성실의무 위반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2019. 10.경 참가인에게 경고장을 발부하였다. 이는 그전까지 참가인의 공연 참석 의무를 면제해 주었다는 원고의 위 주장과는 모순되는 태도이다.

7)

나아가 위 경고장에는 ‘앞으로 동일한 사례가 없도록 각별히 유념하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참가인에게 “앞으로도 ‘근긴장이상’을 이유로 공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참가인을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준 것이라 보인다.

그렇다면 참가인으로서는 징계처분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다음 공연 전까지 질병을 완치하거나,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공연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고의 경고 조치는 오히려 ‘근긴장이상’ 질병의 치료에 필요한 시간적ㆍ정신적 여유를 뺏는 것과 다름이 없다.

8)

한편 원고는, 2019. 7. 19.자 E병원 업무관련성 평가서(갑 제28호증의 4)에 따르면 ‘근긴장이상’은 약물치료가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재활이 반드시 가능하지도 않은 질병인데다, 발병자 중 51.5%가 결국에는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중단한다는 것인바, 참가인이 이 사건 예술단에 복직하더라도 연주자로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결국 참가인에 대한 해촉은 정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참가인에 대한 해촉 사유는 ‘직무를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신체 장해’가 아니라 ‘3회 연속으로 저조하게 나온 정기평정 결과’이다. 따라서 위 해촉의 정당성이 인정되려면 참가인의 질병이 개선될 가능성을 검토하기에 앞서 정기평정의 공정성부터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참가인의 ‘근긴장이상’ 증세는 비교적 최근인 2021. 3. 18.경에도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으므로, 위 질병이 장차 완치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와 결론을 같이하여 적법하다.

5.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