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11. 26. 선고 2020구합8906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02. 12. 4. 문화기본법 제11조의2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라 한다) 산하의 기타 공공기관으로, 상시 약 14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문화예술의 진흥, 문화산업 및 관광산업의 육성을 위한 조사, 연구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참가인은 2016. 11. 21. 원고에 기간제근로자로 입사하여 2018. 1. 1.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으며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인 ‘D 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을 수행해온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0. 1. 29. 참가인에게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이 2020. 2. 29.자로 종료된다’는 취지의 계약 해지통보 및 확인서를 교부하였고, 참가인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이하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라 한다).

다.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7. 30.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는 해고에 해당하고,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의 종료를 이유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E,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1. 17. 이 사건 초심판정과 마찬가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이 업무내용을 이 사건 사업 수행으로 한정하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점, 참가인이 이 사건 사업의 이관에도 불구하고 원고에 남아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였음에도 원고에게 계속 근로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 오히려 참가인이 근로계약 종료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계약 해지통보 및 확인서에 서명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합의해지로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및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참가인은 2016. 11. 21. 원고에 기간제근로자인 위촉연구원으로 입사한 이래, 2017. 12. 31.까지 국제교류팀, 경영지원실, F연구실 등에서 ‘G 심포지움’, ‘2016년 및 2017년 D사업’, ‘H 연구’, ‘I 연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원고는 2018. 1. 1. 참가인을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하는 취지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갑은 원고를, 을은 참가인을 각 의미한다).

3)

원고는 2019. 9.경부터 내부적으로 이 사건 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방침을 세우고, 문체부와 양성기관 지정 해제에 관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4)

원고의 J연구실의 본부장 K과 실장 L은 2020. 1. 14. 참가인과 이 사건 사업의 계속 운영 여부에 관하여 면담을 실시하였고, 그 후 L은 2020. 1. 21. 참가인과 이 사건 사업의 이관 시점 및 업무 마무리 등에 관하여 면담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위 각 면담 당시 K과 L은 ‘이 사건 사업이 이관될 경우 이 사건 근로계약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므로 업무를 마무리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취지로 참가인에게 말하였다.

5)

한편, 참가인은 위 2020. 1. 21.자 면담에 앞서 문체부 M과 담당 주무관 N와 통화를 하였고, 그 후 이 사건 사업의 연구책임자인 O 실장과 다음과 같이 카카오톡으로 대화하였다.

6)

원고는 2020. 1. 23. 문체부에 이 사건 사업에 대한 양성기관 지정 해제(이하 ‘양성기관 지정 해제’라 한다) 및 이 사건 사업 총괄수행기관으로서의 권한 및 책임 반환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였다. 문체부는 2020. 1. 28. 원고의 양성기관 지정 해제 요청을 승인하였고, 이에 원고는 양성사업 수행기관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문체부에 반환하였다.

7)

원고의 경영기획실 인재개발팀장 P는 2020. 1. 29. ‘문체부의 양성기관 해제 등 승인에 따라 원고의 이 사건 사업 수행 책임이 종료되어, 2020. 2. 29.자로 이 사건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 해지 알림’을 참가인에게 이메일로 전송하였다.

8)

K, L, P는 2020. 1. 30. 참가인을 면담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계약 해지통보 및 확인서’를 교부하였고, 참가인은 위 서류에 서명하였다.

9)

참가인은 2020. 2. 3. ‘Q’ 행사 참여자들 사이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2020년부터 이 사건 사업 총괄기관이 변경될 예정으로 저의 연구원 계약이 곧 종료된다’, ‘앞으로 더 자유롭게 뵙고 인사드리겠다’고 발언하였다.

10)

참가인은 2020. 2. 말경 O과 면담하면서 ‘퇴사 이후 미뤄왔던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할 예정이고, 그간 많이 힘들었으니 쉬고 싶다’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2020. 2.경 소속 부서원들과의 송별 식사 자리에서도 ‘앞으로 석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11)

원고는 2020. 1. 29.부터 2020. 5. 22.까지 약 50여 건의 신규직원 정규·수시채용 공고를 게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9, 16, 18 내지 21, 26 내지 31, 41 내지 47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 내지 3, 6,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 여부

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근로자는 ‘해고’를, 사용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각 주장하는 경우, 사용자의 근로계약의 해지 의사에 관하여 상호 다툼이 없고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해지의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므로, 결국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근로관계의 합의해지, 즉 근로계약 해지에 관한 의사 합치가 있었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합의해지로 인하여 종료되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일방적인 해고로 말미암아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1)

참가인이 2018. 1. 1.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이 사건 사업 외에 ‘G 심포지움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참가인이 원고 내에서 이 사건 사업만을 수행하되 이 사건 사업이 이관되거나 종료될 경우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전제 하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 사건 근로계약 제6조 제1항에서도 각 호에서 정한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해지 여부를 원고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이 사건 사업이 다른 기관에 이관된다고 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이 반드시 종료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나아가 위와 같이 참가인이 2018. 1. 1.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상, 원고가 정당한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참가인을 해고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참가인이 원고에게 명시적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유지·존속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동의하였다고 함부로 단정할 것은 아니다.

3)

참가인이 2020. 1. 14. 및 같은 달 21. K, L 등과 나눈 대화내용에 의하더라도, K, L 등은 이 사건 사업이 다른 기관에 이관될 경우 참가인이 원고에 계속 근무할 수 없음을 기정사실로 전제한 상태에서 참가인의 향후 거취 등에 관하여 이야기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명시적·적극적으로 원고에 남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는 못하였으나, 주거 문제 등을 언급하며 다른 기관으로의 이동을 주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각 면담 당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이 사건 사업이 이관될 경우 이 사건 근로계약이 해지된다는 점에 관하여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

4)

따라서 참가인이 2020. 1. 30. 원고가 교부한 계약 해지통보 및 확인서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2020. 1. 29. 이미 원고로부터 근로계약 해지 알림을 이메일로 수령한 상태에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근로계약서 제6조 제1항 제6호 및 제10호에 따라 종료되는 것임을 재차 확인하는 의미라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를 가리켜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에 동의하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5)

비록 참가인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를 전후하여 직장 동료들에게 자신이 원고에서 퇴사할 예정임을 알리면서 향후 휴식을 취하면서 논문 등을 마무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있으나, 참가인으로서는 이미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를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한 상태에서 굳이 직장 동료들에게까지 부당해고를 주장하지 않았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2)

해고의 적법 여부

가)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 즉 정리해고의 경우에는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④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0두9373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사업의 종료를 이유로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한 것은 정당한 해고사유에 해당하거나 적법한 해고 절차를 거쳤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전제에 선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1)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2016. 11. 21. 원고에 입사한 후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였고, 이 사건 사업만을 수행할 것을 전제로 2018. 1. 1.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사업이 다른 기관에 이관된다고 하여 반드시 이 사건 근로계약 제6조 제1항 제6호의 ‘업무량 변화, 예산감축, 직제와 정원의 개폐 등으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때’ 또는 제10호의 ‘그 밖에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원고의 운영직 운영규칙 제17조 제2항 제2호에서는 ‘사업·예산이 축소 또는 폐지되어 경영상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원장이 운영직원을 직권으로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3항에서는 ‘제2항에 따라 운영직원을 면직시키고자 할 경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대상자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에서는 ‘제2항 제2호에 따라 운영직원을 면직시키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사업 이관에 따른 경영상 감원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참가인에 대하여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치거나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아니하는 등 위 운영규칙에서 규정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였다.

3)

원고가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 이후 약 50여 건의 신규직원 정규·수시 채용공고를 하였고, 그 중 참가인이 충분히 수행 가능한 업무들이 존재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비록 이 사건 사업이 다른 기관에 이관됨에 따라 원고가 위 사업 관련 예산을 더 이상 지원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여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거나 원고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임성민 박남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