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88. 5. 31. 상시 4,29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의료사업, 혈액사업 및 각종 구호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며, 참가인은 1999. 12. 1. 원고 회사에 입사하여 2016. 8. 1.부터 C혈액원의 4급 책임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2020. 5. 1. D혈액원의 지원간호사로 전보된 사람이다.
원고는 2019. 4.부터 2019. 7.까지 참가인이 하급자에게 욕설을 하는 등 직장 내괴롭힘 행위를 하였다는 익명신고를 접수받았고, 2019. 9. 25. 감사를 실시하였다.
원고 감사실은 감사 결과 참가인과 5급 E 간호사와의 갈등으로 직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저해되었다고 판단하고, 2019. 11. 22. 참가인과 E이 ‘임직원 행동강령 및 행위기준’ 위반 행위를 하였다며 이들에 대하여 주의처분을 하도록 할 것과 이들을 서로 다른 기관으로 전보 조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위 감사결과에 따라 원고는 2019. 11. 25. 참가인과 E에 대하여 주의처분을 하였다. 참가인은 2019. 12. 5. 위 ‘사’항의 주의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하였으나 원고는 2020. 1. 20. 참가인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
원고는 2020. 1.경 참가인의 근무지를 C혈액원 내 F헌혈센터에서 G헌혈센터로변경하였으며, 2020. 2.경 E의 근무지를 기존 F헌혈센터에서 H헌혈센터로 변경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0. 5. 1. 참가인을 D혈액원으로 재차 전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라고 한다).
참가인은 2020. 6. 24. 이 사건 전보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등 구제 신청을 제기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8. 28.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0. 10. 1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2. 1.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7, 9 내지 11호증, 을가 제1, 3 내지 6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참가인은 평소에 후배 간호사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이들에게 다수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E 간호사와 충돌하는 등으로 조직 내 업무분위기를 해쳤다. 원고는 후배 간호사들의 근무환경과 업무능률을 회복시키기 위해 참가인과 E을이들의 근무장소에서 분리시킬 업무상 필요성이 커서 이 사건 전보를 한 것이다. 원고는 소속 혈액원 산하에 다수의 헌혈센터를 두고 있고, 동일 혈액원 소속 간호사들은 주기적으로 각 헌혈센터에 순환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서는 원고를 타 혈액원으로 전보할 수밖에 없었다.
원고는 이 사건 전보를 함에 있어 각 혈액원의 노동조합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참가인과 함께 근무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노동조합이 소속된 혈액원을 제외하고는 D혈액원이 참가인의 거주지와 가장 가까웠으며, 실제로 이 사건 전보로 인해 참가인의 출퇴근시간 등 특별한 생활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전보는 원고의 인사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적법하고,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들의 삶의 터전인 사업장에서의 인간존엄을 보장하려는 헌법의 취지와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는 전직은 금지되며, 전직처분을 하는 자가 그 정당한 이유의 존재에 대한 궁극적 증명책임을 부담한다.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12. 22. 선고 97누5435 판결,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7두2015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판례에서 종합적 고려요소로 제 시된 사정들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법문의 대원칙 하에서,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모습을 띄고 이루어지는 전직처분의 위법성, 즉 정당한 사유 유무를 판단할 때에 주로 고려되어야 할 사정들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즉, 위와 같은 ’일본식 권리남용론‘은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데에 주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정에 불과할 뿐이고, 그 자체로 정당한 이유의 유무 판단에 관한 증명책임의 부담기준 및 위법성 판단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한편, 업무능률 증진, 경제적 수익성 제고 등과 같이 추상적, 일반적인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한 모든 형태의 전직처분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전직처분이 실제로 그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어야 업무상 필요에 따른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5, 16, 19, 28, 29호증, 을나 제11, 12, 2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아래의 각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본사, 혈액관리본부, 적십자의료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혈핵관리본부에 전국 각지 20개의 혈액원을 두고 있다. 원고 조직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참가인이 과거 근무하였던 I혈액원과 이 사건 전보 전 근무하였던 C혈액원, 이 사건 전보로 인해 근무하게 된 D혈액원 소속 혈액센터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원고 소속 간호사들은 각 혈액원별로 순환근무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책임간호사와 부책임간호사는 1년씩 고정근무, 나머지 간호사들은 3개월 주기로 해당 혈액원에 소속된 헌혈센터와 헌혈버스를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원고에게 접수된 익명신고로 실시된 감사과정에서 참가인이 아래 표 기재와 같은 비위행위를 하였는지에 관한 감사가 이루어졌고, 그 중 순번 제1번 비위행위만 인정되었는데, 해당 행위는 2010년경 발생한 것으로 징계시효(3년)가 도과되었다.
위 각 비위행위 인정 여부와 별개로 원고는 2019. 11. 15. 참가인과 E이 원고의 임직원 행동강령 및 행위기준을 위반하여 전체적인 업무 분위기를 해치고 근무환경을 저해하였다고 보아 참가인과 E에 대하여 주의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20. 1.경 참가인의 근무지를 C혈액원 내 F헌혈센터에서 G헌혈센터로 변경하였으며, 2020. 2.경 E의 근무지를 기존 F헌혈센터에서 H헌혈센터로 변경하였다. 이후 원고는 2020. 5. 1. 참가인을 D혈액원으로 재차 전보하는 이 사건 전보를 하였으며, 2021. 12. 29. E을 O혈액원으로 전보하였다.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 정도 및 그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 정도,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준수 여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보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는 참가인과 E 간의 갈등으로 직장의 업무질서가 훼손되어 이들을 분리할 업무성 필요성이 있었을 뿐 아니라, 참가인이 C혈액원 내 후배 간호사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하여 참가인과 후배 간호사들을 분리조치 하여야 한다는 업무상 필요성 또한 존재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원고 스스로도 이미 감사과정에서 문제된 참가인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고, 위 감사 이후에도 원고와 C혈액원 내 다른 간호사들 간의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부족하므로, 참가인과 후배 간호사들을 반드시 분리조치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처럼 원고에 대한 감사 결과 모든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거나 징계시효가 지난 것이었지만, 감사과정에서 문답에 응한 C혈액원 내 간호사들은 참가인과 E의 갈 등으로 전체적인 근무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원고는 이를 주된 근거로 이 사건 전보를 하였다. 조직 전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건전한 근무환경을 유지·개선할 의무가 있는 원고의 입장에서 참가인과 E의 근무장소를 분리시킬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일 여지도 있다.
그런데 C혈액원은 산하에 10개의 혈액센터와 8대의 헌혈차량을 두고 있어 위 혈액원 소속 간호사들의 근무장소는 총 18개에 이르므로, 원고 소속 간호사들이 혈액원별로 순환근무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참가인과 E을 C혈액원 내 서로 다른 헌혈센터나 헌혈차량으로 근무장소를 배치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업무분장상 큰 혼선을 초래할 정도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고가 참가인과 E 간호사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참가인을 D혈액원으로 전보한 것은 그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만일 순환근무 등 문제로 참가인과 E을 반드시 서로 다른 혈액원으로 근무하도록 해야 할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라도 있다고 보더라도, 원고는 전국 각지 20개의 혈액원을 두고 있고 서울 지역에는 C혈액원 외에도 O혈액원, P혈액원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가급적 참가인과 같은 근로자들의 거주지나 생활환경을 고려하여 그 생활상 불이익이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방향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참가인은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고 있고, 이 사건 전보로 참가인이 근무하게 된 D혈액원은 Q·R·S·T 등 U 권역 내 혈액센터 및 헌혈차량을 두고 있어, 참가인의 출·퇴근 소요시간이 편도 약 1시간에서 약 1시간 30분에 이르게 되어 그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 더구나 참가인은 D혈액원으로 전보되면서 본래의 보직인 책임간호사 대신 지원간호사로 근무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에게 불이익한 이 사건 전보를 하면서 참가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절차 진행이 원고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고가 참가인과 위와 같이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는 V, W, X 노동조합에게 참가인을 해당 혈액원으로 전보시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고 이들과 협의하였으나 위 각 노동조합이 참가인의 전보를 반대하였고,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D혈액원으로 전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전보는 원고의 경영상 필요성이나 원고 소속 근로자들의 전체적인 근무조건을 조율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소속 간호사인 참가인과 E의 갈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들만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 사건 전보의 당사자도 아닌 위 각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들어 참가인과 협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 정도, 참가인이 겪고 있는 생활상 불이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서울지역 내 혈액원 소속 노동조합의 반대만으로 이 사건 전보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
각주1) 이러한 근로기준법 규정은 헌법 규정으로 하여금 현실세계에서 ‘경제 체계’를 구성하는 사적 권력의 효율성 우선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생활 세계’를 뒤흔들고 침식하는 현상을 막는 최소한의 선제적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고, 이로써 사적 영역에서 인간의 존엄을 보장할 수 있게 한다.
각주2)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각주3) 나아가 전보나 전직과 관련한 인사권 내지 그에 대한 업무상 필요성과 관련한 사용자 측의 상당한 재량을인정할 필요성이 있음은 물론이지만, 다른 한편, 업무상 필요성이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대칭적으로 정보를 보유하는 사용자 측에서 쉽사리 만들어낼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전직, 전보, 직위교체, 보직교체, 급여 체계 변화, 사무공간 배정 등 다양한 인사수단을 조합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징계와 다름없거나 오히려 그 보다 더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경우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따라서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라도 인정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인사권이 행사된 경위와 맥락, 인사명령의 내용이 종전 인사 관행과비교할 때 얼마나 이례적인지 등 제반사정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그 인사권이 남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이 옳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