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4. 28. 선고 2021구합61291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99. 5. 21. 설립되어 상시 29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D 연구와 기술개발 등을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나.

원고는 정부의 2017. 7. 20.자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2019. 6. 9. ‘간접(파견·용역)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시행계획’을 수립하였다. 위 시행계획에 따르면 원고는 2017. 7. 20. 당시 재직 중인 간접고용인력에 대해 ① 전환 여부 의사를 확인한 뒤 전환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이하 ‘1단계 전환심사’라 한다), ② 1단계 전환심사 이후 공석이 발생하면 공개채용절차를 진행하되 1단계 전환심사 탈락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하 ‘2단계 전환심사’라 한다)으로 간접고 용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다.

B은 2013. 1. 1.부터 2013. 12. 31.까지 원고 소속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하다가 담당 업무가 외주화 됨에 따라 2014. 4. 1.부터 2019. 12. 31.까지 주식회사 E에 고용되어 E가 원고로부터 위탁받은 천문관측장비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B은 1단계 전환심사에서 탈락하였다가 2019. 11. 7.자로 공고된 공개채용방식의 2단계 전환심사에 지원하여 2020. 1. 3. 최종 합격함으로써 2020. 1. 16. 원고의 기술실무원으로 임용되었다.

라.

원고는 2020. 8. 13. B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지속적으로 거부한다.’는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마.

B은 2020. 9. 10.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1. 13. ‘사회통념상 원고가 B과의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에게 최소한의 소명절차가 부여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B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F).

바.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2. 25.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재심판정서를 2021. 3. 25. 송달받았다.

사.

관계 법령과 원고의 규정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내지 10, 22호증, 을 제1, 2,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절차상 하자 부존재

원고 실무직 운영기준(이하 ‘이 사건 기준’이라 한다) 제15조는 근로자와의 근로계약을 해지함에 있어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근로자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통보에 앞서 B의 의견을 청취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B에 대한 소명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통보에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와 전제를 달리하더라도 원고는 B에게 소명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였으므로, 이 사건 통보에는 마찬가지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2)

해고사유의 존재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한 B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기준 제15조 제5호에 따라 적법하게 B과의 근로관계를 종료시켰다. 그럼에도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B은 임용 과정에서 2단계 전환심사를 통해 원고의 기술실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이 사건 기준 제11조 제3항에 따라 보전수당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안내받은 뒤 원고 기술실무원으로 임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태도를 바꾸어 보전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는바, 이러한 B의 행위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

나)

원고는 B이 보전수당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예외조항을 신설하여 B에게 보전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고, B에게 충분한 근로계약서 검토 시간을 부여하였다. 그럼에도 B은 보전수당 금액 등 원고의 급여정책을 문제 삼거나 원고를 상대로 제기할 예정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 원고가 제시하는 근로조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차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이러한 B의 행위로 인해 원고와 B의 신뢰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2019. 11. 7. 지원기간을 같은 날부터 2019. 11. 21.까지로 정하여 ‘2019년 A연구원 실무직(무기계약직) 채용공고(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를 게시하였다. 이 사건 공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4.

처우수준

2)

원고는 2020. 2. 6.까지 이 사건 공고를 통해 채용된 다른 실무직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으나, B과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였다.

3)

2019. 11. 5. 제정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된 이 사건 기준은 제11조 제3항에서 “실무직 중 간접고용 인력에서 전환된 자가 임금총액이 저하되는 경우에는 그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한다. 단, 보전수당에 대해서는 매년 임금인상률 등을 반영하지 아니하고, 최초 결정된 금액을 정액으로 지급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별지 제2호 서식 ‘실무직 근로자 근로계약서’의 ‘임금 구성 항목’에서도 “보전수당은 간접고용 전환 인력 중 기본급 적용에 따라 행정관리비 등을 포함한 인건비 총액이 저하되는 직원에 대하여 총액보전을 위해 지급하며, 최초 결정된 금액을 퇴사 시까지 동일하게 지급하는 데 근로자는 동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

원고는 2020. 2. 27. 부서장 회의 및 노무법인 자문 결과를 토대로 B과 같이 2단계 전환심사를 통해 기술실무원으로 임용된 사람에게도 보전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간접고용의 무기계약직(실무직) 전환 관련 공채임용자 보전수당 지급 여부 결정’을 하였다. 위 결정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5)

원고 인사팀 직원(H)은 2020. 6. 16. B에게 이 사건 기준 별지 제2호 서식에 따라 작성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를 전달하며 2020. 6. 19.까지 작성해 회신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발송하였고(이하 ‘1차 요청’이라 한다), 원고는 2020. 6. 19. B에게 2020. 1.경부터 2020. 6.경까지의 보전수당을 소급하여 모두 지급하였다.

6)

B은 2020. 6. 17. H에게 ‘보전수당이 2018년도 임금분을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고, 임금 인상분이 반영되어야 하므로 수정이 필요하다. 내일부터 출장을 가기 때문에 검토할 시간이 충분치 않으므로 검토할 기한을 더 달라.’는 취지로 1차 요청에 대한 답장 이메일을 보냈다.

7)

H은 2020. 7. 1. B에게 2020. 7. 3.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회신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발송하였다(이하 ‘2차 요청’이라 한다). 이에 B은 2020. 7. 2. H에게 ‘교육기간 중에 인사팀장에게 연락을 받아 근로계약 관련하여 이견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복귀 이후 몸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있어 정해준 기한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해 보내줄 수 없을 것 같다. 이견이 있는 부분을 정리하고 수정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보고 싶다.’는 취지로 2차 요청에 대한 답장 이메일을 보냈는데, H은 같은 날 B에게 ‘전 직원 공통 7월 계약 시기가 도래하였기 때문에 부득이하게도 더 이상 시간을 드리기는 어렵다. 2020. 7. 3.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해 회신해 달라.’는 답장 이메일을 보냈다. H은 2020. 7. 3.에도 B에게 ‘2020. 7. 4. 0시 전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서명해 회신해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8)

B은 2020. 7. 8. H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이하 ‘이 사건 이의 제기’라 한다). 이 사건 이의 제기의 요지는 ① 보전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문제이고, ② 연구활동비의 성격을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기본급에 포함되어 지급된 적도 없으며, ③ 기술실무직에게 평가성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고, ④ 이 사건 기준 제11조 제3항과 같이 임금 인상률을 반영하지 않은 채 최초 결정된 금액 상당의 보전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9)

B은 2020. 7. 14. 이 사건 이의 제기와 관련하여 H과 면담(이하 ‘이 사건 면담’이라 한다)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10)

H은 2020. 7. 21. B에게 2020. 7. 29.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회신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이하 ‘3차 요청’이라 한다). 3차 요청에는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나, B에게 과오납을 이유로 보전수당의 반납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1)

B은 2020. 7. 23. 3차 요청과 관련하여 대리인(노무법인 L 소속 공인노무사, 이하 같다)을 통해 원고에게 ‘원고가 제시한 근로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고, 불법 파견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과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고자 하니, 당해 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 귀 원이 제시한 근로계약 조건에 확정적인 동의를 표시하기가 어려움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12)

원고는 2020. 8. 6. B 및 대리인에게 ‘2020. 8. 12.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할 경우 근로계약 체결 및 근로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근로계약 해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이하 ‘4차 요청’이라 한다).

13)

B은 2020. 8. 11. 4차 요청과 관련하여 대리인을 통해 원고에게 ‘B은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종결 전까지 원고가 요청하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 서명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드린다.’, ‘B은 원고에 채용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실히 출근하고 있으며, 근로관계에 있어 근로자로서의 성실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다.

14)

원고는 2020. 8. 12. 17:33경 B 및 대리인에게 ‘B의 근로계약 종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인사위원회가 2020. 8. 13. 10:00경 개최될 예정이니, 2020. 8. 13. 09:00경까지 소명 방법(직접 출석 또는 서면을 통한 의견 진술)을 선택하여 회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이메일로 발송하였다.

15)

원고는 2020. 8. 13. 10:00경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B과 대리인이 출석하거나 서면을 통해 의견을 진술하지 않은 상태에서 B과의 근로계약 해지를 의결한 뒤 B에게 이 사건 통보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 5, 6, 10, 14 내지 22, 36호증, 을 제2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절차상 하자 존재 여부

1)

어떠한 해고가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에 해당하는 경우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서 별다른 정함이 없는 이상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두24005 판결 참조).

2)

이 사건 통보가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이 사건 기준 제15조 제5호의 ‘그 밖에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루어진 것임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건 기준은 제15조에서 근로계약을 해지함에 있어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근로계약 해지 절차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달리 단체협약에 이와 같은 규정이 존재한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원고로서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B에게 이 사건 통보를 한 이상 B에 대한 소명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이 사건 기준에 따른 절차를 준수한 것이 된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기준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B에 대한 소명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불과 약 17시간의 시간적 여유만 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통보에는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해고사유 존재 여부

1)

관련 법리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무효이고(근로기준법 제23조), 그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가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있어서는 아니 되는 자연과학적 증명은 아니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고, 그 판정은 통상인이라면 의심을 품지 아니할 정도일 것을 필요로 한다(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5두54759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B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거부한 것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B은 2단계 전환심사에 지원할 당시 이 사건 공고만으로는 보전수당의 지급 여부 및 구체적인 금액을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고에는 기술실무원이 받는 급여가 연 3,200만 원 수준이고, 기타 수당이 별도로 지급된다고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어서 그 자체로 급여 및 기타 수당에 보전수당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전수당을 비롯한 각종 수당의 항목 및 금액 또한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원고는 B이 이 사건 공고에 따라 2단계 전환심사에 지원한 뒤 원고로부터 이 사건 기준 제11조 제3항에 따라 보전수당 지급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안내받았다고 주장하나, 갑 제12, 3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B이 2단계 전환심사에 지원할 당시 이 사건 기준 제11조 제3항에 따라 자신이 보전수당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기준은 이 사건 공고가 이루어지기 불과 이틀 전인 2019. 11. 5. 제정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되었고, 달리 B을 비롯한 2단계 전환심사 지원자들에게 그 내용이 충분히 고지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기준 제11조 제3항은 보전수당의 지급 대상을 ‘실무직 중 간접고용 인력에서 전환된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2단계 전환심사를 통해 채용된 실무직이 여기에 포함되는지가 문언 자체로도 명확하지 않으므로, 비법률가인 B이 이 사건 기준 제11조 제3항의 존재만으로 2단계 전환심사를 통해 임용된 자신이 보전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인식하였으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

원고는 2020. 2. 27. 2단계 전환심사를 통해 기술실무원으로 임용된 B 및 G에게도 보전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달리 1차 요청에 앞서 B에게 구체적인 보전수당 금액을 안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 또한 발견할 수 없다.

라)

결국 B은 2020. 6. 16. 원고 측으로부터 1차 요청을 통해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전달받음으로써 자신이 지급받을 구체적인 보전수당 금액 등 임금 구성 항목 및 내역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추가 검토 기한을 요구한 B의 행동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

이러한 상황에서 B이 원고의 2차 요청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이의 제기는 근로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에게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서 충분히 수긍이 가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 내용이 원고와의 신뢰관계를 훼손할 정도로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1)

비법률가인 B으로서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기본급, 중식보조비, 차량보조비, 벽지근무수당은 통상임금에 모두 산입된다.”고만 기재되어 있는 까닭에 보전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B이 이 사건 이의 제기 이전부터 원고가 보전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이를 명시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도 없다.

(2)

연구활동비, 평가성성과급, 보전수당 지급 여부 및 그 구체적인 금액은 근로자의 매우 중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이므로, B으로서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에 앞서 당연히 이에 대해 사용자인 원고에게 확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3)

B이 이 사건 기준 등 원고의 인사관리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전제로 2단계 전환심사에 지원해 원고의 기술실무원으로 임용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 이 사건 기준의 내용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기준 및 그에 따른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곧바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근로자가 취업규칙의 적용을 전제로 사용자와 근로관계를 형성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며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보류하는 것을 근로자에 대한 통상 해고사유로 삼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허용될 수 없다.

바)

원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B에게 보전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뒤 실제 지급하기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이 이 사건 이의 제기를 통해 보전수당 금액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갑자기 이 사건 면담 및 3차 요청 과정에서 B에게 이미 지급한 보전수당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작성을 요구하던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이 사건 면담 및 3차 요청과 달리 B에게 월 600,500원의 보전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B으로서는 원고가 이 사건 면담 및 3차 요청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요구하는 것에 상당한 혼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B이 3, 4차 요청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사)

B이 원고를 상대로 불법 파견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이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B이 원고를 상대로 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서 정당하고, B이 위 소송에서 승소하게 될 경우 소급하여 원고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될 것인데, 이 사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위 소송에 따른 원고의 근로자 지위 인정 기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B이 위 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에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 소송의 종결에 수년이 소요된다거나 원고가 소속 직원들의 공통 재계약시기를 7월로 정하였다는 사정은 위 인정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원고가 소속 직원들의 공통 재계약 시기를 정해놓은 것은 원고의 행정상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근로계약서는 이 사건 통보가 이루어진 2020. 8. 13.을 기준으로 할 때 기본계약기간을 2020. 1. 16.부터 2020. 6. 30.까지로 소급하여 작성하는 것일 뿐 장래를 향하여 작성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더라도 그 자체로 원고의 인사관리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

B이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작성을 거부하는 것에서 나아가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B은 2020. 8. 11.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서 작성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면서도 “귀 원에 채용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성실히 출근하고 있으며, 근로관계에 있어 근로자로서의 성실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근로관계를 유지할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하였고, 이 사건 통보 당시까지도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

소결론

결국 절차상 하자 부존재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으나, 해고사유 존재에 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최승훈 김규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