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상시 2,3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가구 및 인테리어 상품과 잡화 등에 대한 소매ㆍ수출ㆍ수입·운송·보관, 식품류와 음료의 제조·가공 및 판매, 대규모 점포 운영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E지회’는 2020. 2. 20. 피고보조참가인 산하 원고 소속 직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설립된 지회이다(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 C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원고에게 단체교섭 진행을 위한 기본협약의 체결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2020. 4. 17. 이 사건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위한 교섭방식, 교섭대상, 교섭위원 구성, 교섭참여 보장 등을 정한 ‘단체교섭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였다.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약 6개월에 걸쳐 교섭을 진행하였으나 최종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10. 23.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였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1. 2. 양 당사자 간 입장 차이가 현저하여 조정을 하지 않고 종료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0. 10. 30.부터 2020. 11. 2.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하였는데 전체 조합원 558명 중 540명이 찬성하여 2020. 11. 3.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하였다. 그에 따라 이 사건 노동조합은 ‘쟁의지침 1호’라는 제목으로 ‘전 조합원은 11월 4일부터 등벽보를 부착하고 근무한다. 모든 간부는 노동조합조끼를 착용하고 근무한다.’는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하였다.
원고는 2020. 11. 4. “조합원 일부가 등벽보를 부착하여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이 반입한 노동조합 조끼와 옷핀, 등벽보에 대한 안전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그러한 등벽보 부착 및 조끼 착용이 고객과 동료 직원에 대한 안전과 위생 저하 문제로 발생할 수 있다. 물류 및 레스토랑 근무장소의 경우 다른 직무보다 강도 높은 유니폼 규정의 준수가 요구되고 특히 물류팀의 업무환경상 원고가 제공하는 안전조끼 착용은 필수이다. 회사는 유니폼 외 다른 사복, 조끼 등을 착용하여 고객과의 구분을 어렵게 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회사의 이미지 훼손행위, 고객 및 직원의 안전과 위생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처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2차례 발송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쟁의행위 참가자 명단을 작성하였다.
원고는 2020. 11. 5. 등벽보를 부착한 식품부서 조합원들과 물류부서 조합원들을 근무 현장에 투입하지 아니하고 휴게실 등에 분리한 다음, 약 8시간 가량 식품부서 조합원들에게는 식품위생·안전에 관한 교육을, 물류부서 조합원들에게는 지게차 운전, 중량물 취급기준 및 사고 대응 방안 등 등의 안전교육을 하였다. 지점별로 위 안전교육을 받은 조합원의 수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C은 원고의 위 ① 이메일 발송행위, ② 쟁의행위 참가자 명단 작성행위, ③ 등벽보부착 식품·물류 조합원 대상 안전교육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2. 30. 위 ①, ②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나, ③ 등벽보 부착 식품·물류 조합원 대상 안전교육 행위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 이에 원고만 위 판정에 대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4. 22.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받은 위 안전교육 행위를 ‘이 사건 교육행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가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교육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원고가 식품 및 물류 부서 조합원들에게 안전 및 보건 교육을 실시한 것은 이들이 위험한 물건인 옷핀으로 등벽보를 고정시키거나 물류 이동시 지게차로부터 본인을 보호할 수 있는 반사판을 가리는 방법으로 등벽보를 착용하였기 때문이다. 식품부서의 경우 지지·부착력이 매우 떨어지는 옷핀이 음식물이나 레스토랑 실내에 떨어지면 고객과 동료 직원의 안전을 해할 수 있고, 물류센터에서 등벽보로 인해 반사판이 가려질 경우에도 센터 내부에서 빈번히 움직이는 지게차와 충돌할 우려가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몹시 컸다. 이에 원고는 고객과 동료 직원의 위생과 안전을 위해 위와 같은 방식으로 등벽보를 부착한 조합원들에 대하여만 이 사건 교육행위를 시행하였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방해·개입할 목적으로 이를 시행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원고는 다른 부서 및 다른 방식의 등벽보 부착 조합원들에 대하여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교육행위와 같은 안전교육을 단 하루 실시한 다음 해당일의 급여를 모두 지급하였다. 이후 등벽보 부착 방식에 관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조합원들은 옷핀 대신 바느질이나 벨크로를 사용하여 등벽보를 고정하고, 반사판을 가리지 않는 크기로 제작하기로 하였고, 원고는 그 후 이 사건 교육행위와 같은 추가적인 교육을 하지 않았다. 이 점만 보더라도 원고에게 쟁의행위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판단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서 배제․시정하여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용자의 행위가 노동조합법에 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모든 사정을 전체적으로 심리 검토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5두4120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을가 제6호증, 을나 제1 내지 27호증의 각 기재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교육행위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자유로운 쟁의활동을 침해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의 주된 주장은, 식품 및 물류 부서의 조합원들이 옷핀으로 등벽보를 고정시키거나 반사판을 가리는 방법으로 등벽보를 착용하여 위생상,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 교육행위를 실시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교육행위의 대상자로 지정된 조합원들 중에는 옷핀이 아닌 바느질이나 벨크로 방식으로 등벽보를 부착한 조합원과 반사판을 가리지 않은 조합원들도 일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갑 제17호증, 을나 제8, 12호증), 위 교육행위 실시 경위에 관한 원고의 주장에 의문이 든다(원고는 등벽보를 한 조합원들에게 등벽보 자체가 위생상 문제라며 소독제를 뿌리기도 하였다). 나아가 아래에서 보듯이 옷핀이나 등벽보로 인하여 어떠한 위생상,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등벽보의 크기는 A4 용지와 비슷하고(제2회 변론조서 참조), 이 사건 교육행위를 받은 조합원들은 등벽보의 모서리 4면에 옷핀을 달아서 등에 위 벽보를 부착하였다. 위 등벽보는 넓은 면에 걸쳐 등에 밀착되는 형식으로 부착되어 있고 그 두께도 매우 얇으므로, 등벽보만 특정 물체에 걸려서 일부 또는 전부가 분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이 사건에서 제출된 작업현장 사진에 등벽보만 걸릴 수 있을 정도로 얇고 길게 튀어나와 있는 물체는 잘 확인되지 아니한다). 설령 등벽보가 일부 또는 전부 분리되더라도, 위 등벽보의 면적 및 부착방식, 소재 등으로 볼 때 이를 부착한 자가 이를 쉽게 인지하고 이를 재부착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옷핀의 형태에 비추어 보면, 옷핀이 잘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반사판의 경우에도, 앞서 본 등벽보의 크기에 비추어 등벽보를 반사판이 새겨진 조끼 위에 부착하더라도 반사판 안쪽을 일부 가리는 것에 불과하여, 외부에서 등벽보로 가리는 부분 외 남는 부분만으로 충분히 반사판 및 이를 부착한 작업자를 인식할 수 있어 보인다.
설령 안전 및 위생상 등벽보 부착 방식을 수정할 필요성이 일부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당일 해당 조합원들에게 당일 근로시간 모두 이 사건 교육을 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문제된 등벽보 부착 방식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근로시간 전부를 할애하여 교육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안전 및 위생을 크게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 교육내용도 직원들 간 협력의 중요성, 일반적인 안전보건 사항, 지게차 운전 트레이닝, 원고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기본 제품군 관련 지식, 리더십 역량 등에 관한 것으로서(을가 제6호증) 원고가 이 사건에서 문제삼은 내용과 큰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위 조합원들은 회의실에서 나오지 못한 채 근로시간 내내 이 사건 교육을 받아야 하였고, 현장에서 배제되어 고객 또는 동료 직원을 향한 공적 의사표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이 사건 교육행위로 인해 해당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음은 분명하고, 위 교육행위 시간 동안 급여가 지급되었다거나 이후 원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간 등벽보 부착 방식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이미 해당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결과 발생과 큰 관련이 없다.
더불어 위에서 본 이 사건 교육행위를 실시한 경위 및 그 정도, 특히 이 사건 교육행위가 해당 조합원들을 근무시간 내내 회의실에 분리조치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위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점포의 영업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사용자인 원고는 이 사건 교육행위로 인해 해당 조합원들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됨을 알면서도 이러한 교육행위를 강행하였다는 점에서, 쟁의행위에 개입할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이은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