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5. 20. 선고 2021구합7073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08. 2. 14.부터 남양주시 D에서 ‘E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상시근로자 약 50명을 사용하여 의료업을 영위하는 의사이고, B는 2020. 10. 23. 이 사건 병원에 채용되어 간호조무사로 근무하였다.

나.

B는 2020. 12. 10.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2020. 12. 7. 원고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2. 2. “원고가 B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관계를 종료하였으므로 해고에 해당하고,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 해고는 부당하다”는 이유로 B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F).

다.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3. 11.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6. 1. 위 초심판정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B를 해고하지 않았고, B가 일방적으로 사직의사를 통보한 후 무단으로 결근한 것이다. 설령 이 사건 병원의 수간호사인 G(이하 ’수간호사‘라고만 한다)이 B에게 채용 취소를 통보하였다고 하더라도 수간호사에게는 인사권이나 해고 권한이 없으므로, 위 통보는 효력이 없다.

나.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B는 이 사건 병원의 인사담당자인 원무차장 H(이하 ’원무차장‘이라고만 한다)과 면접을 본 후 채용되었고, 2020. 10. 23.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하고, 이에 기재된 내용을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

2)

수간호사는 2020. 12. 7. 퇴근을 앞둔 B를 불러 약 20분간 면담하였다(이하 ’이사건 면담‘이라 한다). B는 2020. 12. 7. 20:56경 수간호사에게 “수쌤, 저 어차피 잘리는 거 그냥 오늘까지만 할게요. 내일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하는 거 안 될 거 같아요”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3)

B는 2020. 12. 8. 이 사건 병원에 출근하지 않았고, 수간호사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4)

B는 2020. 12. 8.부터 2020. 12. 10.까지 원무차장과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5)

원고는 2020. 12. 14. B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 남양주지사에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의 상실신고(상실일자: 2020. 12. 8., 상실사유: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를 하였다.

6)

원무차장은 B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한 이후인 2020. 12. 17. B에게 “수간호사와 말다툼하시고 출근 안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언제 출근하십니까. 인사담당자인 나는 모르고 있는데∼”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7)

수간호사는 2020. 12. 16. 원고에게 “이 사건 면담에서 B에게 2020. 12. 5. 다른 간호사 2명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병인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점, 2020. 12. 3. 코로나19 검사 보조 당시 지적을 받은 이후에야 장갑을 착용한 점 등을 지적하였는데 B가 잘못을 깨닫지 못하여, 이런 태도로 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었다. B와 원고는 2021. 2. 2.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 및 2021. 6. 1. 중앙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이 사건 면담에 관하여 각 다음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5,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원고가 B를 해고하였는지 여부

가)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2148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B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킴으로서 B를 해고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⑴ B가 2020. 12. 7. 수간호사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세지는 “저 어차피 잘리는 거 그냥 오늘까지만 할게요. 내일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하는 거 안 될 거 같아요”라는 내용이다. 이는 문언상 B의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전제로 하여, 근로계약의 종료 시기를 통지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B가 자발적으로 사직의사를 밝히는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면담 당시 또는 전·후로 B가 명시적으로 사직의사를 표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고, B가 2020. 12. 8.부터 결근하였다는 점만으로 곧바로 사직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추단되지도 않는다. B는 2021. 2. 2.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진술하였고, 2020. 12. 7. 무렵 이직할 곳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이 사건 병원을 사직할 만한 사유나 뚜렷한 계기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

⑵ 수간호사가 이 사건 면담 당시 B의 근무태도 등이 불량하다고 지적하였고, 이에 B가 “그럼 제가 해고당하는 건가요?”라고 수간호사에게 물은 사실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또한 원고도 이 사건 면담 당시 수간호사가 B에게 “같이 가기 힘들겠네”라는 말을 하였다는 사실은 인정하였는바, 수간호사의 위 발언은 해고 통지의 외형을 갖추었고, 단순한 훈계나 업무태도 개선 요청에 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간호사는 2020. 12. 8. B의 2020. 12. 7.자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해 ’직장생활을 하는 기본 태도는 아니다‘, ’근로자는 퇴사 시 사직서 제출이 원칙이다‘라고 지적하면서도 ’ 사직서와 옷, 사물함 열쇠 반납을 오늘 중으로 하라‘고 하였을 뿐, “어차피 잘리는 거”라는 B의 메시지에 대해 구체적인 의미를 묻거나 해고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지 않았다. 또한 수간호사는 B의 “해고 통보는 상상도 못했다”, “수간호사한테 불려가서 해 고통보를 받을 때도 말씀드렸듯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했던 사람이다”, “갑자기 구두로 해고통보를 한 건 수간호사이다”라는 메시지에도 “해고통보를 한 적이 없다”고 명확하게 다투지 못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수간호사는 이 사건 면담에서 ’B가 이 사건 병원에서 계속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고를 통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⑶ 원고는 2021. 2. 2.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원고와 원무차장이 이 사건 병원의 인사권자”라고 진술하였고, 2021. 6. 1. 중앙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는 “원무차장은 이 사건 병원 내에서 직원 관리, 행정운영 등 원무의 실질적 총책임자이다”라고 진술하였다. 여기에 B가 원무차장과 면접을 본 후 이 사건 병원에 채용된 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수간호사와 원무차장은 병원장(원고) 바로 다음의 위치에 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무차장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병원 소속 근로자들에 대한 인사권한을 위임받아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으로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고, 적어도 근로자로 하여금 원무차장이 해고 권한을 보유할 수 있다고 여길 외형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원무차장은 B에게 2020. 12. 8. “전화 부탁해요”, 2020. 12. 9. “내가 뭐 도와 드릴 게 없나 해서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을 뿐, “왜 출근하지 않느냐”, “수간 호사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또한 “수간호사가 저를 갑자기 구두해고한 이유를 알고 있는지”를 묻는 B의 메시지에 “네, 그러면 내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답하면서 실업급여나 다른 병원의 취업 자리 소개 등만 언급하였다. 위와 같은 원무차장의 메시지 내용은 B가 해고되었음을 전제로 근로관계 종결에 따른 후속조치를 원만히 처리하려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무차장은 수간호사의 B에 대한 해고 통보를 추인 또는 승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무차장이 원고로부터 인사권한을 위임받지도 아니한 채 위와 같이 대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수간호사의 B에 대한 해고 통보는 원고로부터 인사권한을 위임받은 원무차장에 의하여 승인되었고,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도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하므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 결국 B는 사용자에 의하여 해고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원고가 B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하여 출근지시를 하였다는 사정 등은 찾아볼 수 없는바, 원고도 B에 대한 해고를 묵시적으로 승인하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2)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 위반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근로자의 직업적 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고 평가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일반적인 해고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근로계약 체결 거부의 정당성 요건 등을 종합하면, 시용근로관계에서 사용자가 본 근로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거부사유를 파악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구체적·실질적인 거부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두48136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입사 후 3개월은 수습·시용기간”이라고 정하였고, 이 사건 병원의 취업규칙(을 제6호증) 제12조에서도 “신규로 채용된 사원에 대하여는 3개월의 수습기간을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2020. 10. 23. 입사한 B는 2020. 12. 7. 당시 수습기간 중에 있었다고 인정된다.

앞서 본대로 이 사건에서 원고와 B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원인은 원고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해고로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 원고가 2020. 12. 7. 시용기간 중인 B를 해고하면서 해고 또는 본 근로계약 체결 거부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였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해고는 그 사유가 정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절차적 정당성 요건을 흠결하여 그 효력이 없다.

마.

소결론

원고가 B를 해고한 2020. 12. 7. 당시 B는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고, 위 시용기간 중 해고는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효력이 없다. 따라서 원고의 B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로 인정되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정당하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김재경 신은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