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0. 10. 28.경부터 주식회사 B(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소속 대리운전기사 업무를 수행하던 자이다.
원고는 2022. 9. 7. 22:20경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부근에서 대리운전차량을 주차한 후 하차하였는데, 위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부딪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C병원에서 ‘천골의 골절, 요추 제1, 2, 3, 4번 우측 및 5번 좌측 가로돌기 골절, 말총증후군, 우측 대퇴골 몸 통의 골절, 양측 상하치골지 골절, 우측 견갑골 견봉 골절, 우측 쇄골간부 골절, 제1늑 골을 침범한 다발골절(우측 1-12, 좌측 2-11), 흉골의 골절, 외상성 혈기흉(우측), 폐의 기타 손상(양측)’ 등의 진단(이하 ‘이 사건 신청상병’이라 한다)을 받았다.
원고는 피고에게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이 사건 신청상병이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22. 10. 24. 원고에게 “원고는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21호(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 전속성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비전속 대리운전기사에 해당하여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22. 6. 10. 법률 제1892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전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25조 제1항 및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22. 12. 20. 대통령령 제331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125조 제9호 소정의 ‘산재보험 적용대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2, 5호증, 을 제1,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개정 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 및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5조 제9호의 위임을 받아 산업재해 보험대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하여 전속성을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고시는 예시적 규정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전속성이 없는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복수의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해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고시는 더더욱 이 사건 처분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이 사건 고시의 적용 여부
행정소송에서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행정처분이 행하여졌을 때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처분 후 법령의 개폐나 사실상태의 변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않는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7두1811 판결 등 참조). 또한 새로운 법령 등은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법령 등의 효력 발생 전에 완성되거나 종결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한다(행정기본법 제14조 제1항).
이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 사건 처분 당시 시행되던 개정 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 및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5조는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인 대리운전기사의 요건으로 ‘주로 하나의 대리운전사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는 ‘전속성’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 법령의 위임을 받은 이 사건 고시는 위 전속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이 개정 전 산재보험법 및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이 고용노동부장관에 그 법령 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그 권한 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고 있지 않은 관계로 고용노동부장관이 행정규칙인 고시의 형식으로 그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고시는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 당시 이 사건 고시를 적용한 것은 적법하다.
이 사건 고시에 따른 전속성 인정 여부
갑 제8호증, 을 제1, 4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D 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원고는 2020. 10.경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대리운전 중개서비스 계약(이하 ‘이 사건 대리운전 중개서비스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2023. 3. 13.경까지 이 사건 회사의 ‘프리미엄 대리기사’ 등으로 총 668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한 사실, ② 이 사건 대리운전 중개서비스 계약 체결 당시 적용된 약관에는 “기사 회원은 ‘다른 대리운전업체의 업무(콜)’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으며, 다른 대리운전업체와 이 사건 회사의 업무(콜) 가운데 우선 수행의 여부는 전적으로 기사 회원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다(제2조 5호), 프리미엄 대리 서비스 이용 자격을 득한 기사 회원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E 대리 기사용 앱에서 프리미엄 모드를 활성화하여 프리미엄 콜을 중개 받을 수 있다. 프리미엄 모드를 활성화한 기사회원도 ‘일반 콜’ 및 ‘다른 대리운전 업체의 콜’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일반 콜’과 ‘프리미엄 콜’ 및 ‘다른 대리운전업체의 콜’ 가운데 우선 수행의 여부는 전적으로 기사 회원의 자율적 결정에 따른다(제3조 3호)”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③ 이 사건 회사는 위 회사가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타 업체를 제외한 물건배송을 하는 전속 퀵서비스 기사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입직신고를 하였으나, 원고의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입식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회사를 포함한 복수의 대리운전업체의 어플리케이션 또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업무(콜)를 받은 후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업무(콜)를 선택해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고시에서 정한 전속성을 구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프리미엄 기사’로서 오로지 이 사건 회사가 중개·알선한 업무만을 수행하였으므로 전속성이 인정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5호증의 기재 및 이 법원의 이 사건 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 내용에 의하면, ① 이 사건 회사의 대리운전서비스는 ‘착한 요금’, ‘빠른 배정’, ‘VIP 서비스’로 구분되는데, 그 중 ‘VIP 서비스(이하 ’프리미엄 서비스‘라 한다)’는 5년 이상 무사고 기사가 운행함으로써 다른 상품에 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이 고가의 요금을 부담하는 서비스인 사실, ② 이 사건 회사는 원고와 같이 5년 이상 무사고인 기사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후 프리미엄 기사로 등록하고 있는바, 위 프리미엄 기사 등록 수는 제한이 없고 상시 모집 중인 사실, ③ 이 사건 회사에 ‘프리미엄 기사’로 등록된 해당 기사 회원은 ‘1시간 10분가량의 프리미엄 기사 노하우, 운행수칙 등과 관련한 온라인 교육 수강, 업무 수행 시 정장 착용 및 고객 의전서비스, 이동시 킥보드 및 전동휠 사용 제한’ 등 위 회사로부터 여러 사항을 준수할 것을 권고받기는 하나, 정장 착용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을 위반할 경우 별도의 불이익이나 제재조치가 규정되어 있지는 않은 사실(정장 착용 사항도 이 사건 회사는 기사 회원 출근시 제출받는 이미지를 통해서만 확인하고 있다), ④ 이 사건 회사는 프리미엄 서비스 운행 완료 건수에 따라 해당 프리미엄 기사 회원에게 일정 시간 업무(콜)를 혼자 볼 수 있는 단독 배정권을 제공하고, 고가의 운행요금 및 대기비 등 해당 기사 회원의 개별수입으로 직접 연결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같이 이 사건 회사의 프리미엄 기사로 등록된 기사 회원은 프리미엄 서비스 품질에 맞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위 회사로부터 몇 가지 사항을 권고 받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회사로부터 배정받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 회사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개정 후 산재보험법 적용 여부
원고의 주장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23. 8. 8. 법률 제1961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개정 후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은 개정 전 산재보험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규정한 제125조를 삭제하고, ‘전속성 요건 폐지 및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노무제공을 하는 자를 노무제공자’로 규정한 제91조의15를 신설하였다. 따라서 개정 후 산재보험법이 공포된 2022. 6. 10. 이후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개정 후 산재보험법을 적용하여야 하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살피건대, 개정 후 산재보험법 부칙 제1조는 ‘개정 후 산재보험법은 2023. 7. 1.부터 시행하고, 부칙 제8조는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부칙 제8조는 ‘개정 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이 법 공포 이후 2023. 9. 30.까지 같은 항 제1호에 따른 주된 사업 외의 사업에서 최초로 재해를 입은 경우에는 개정 전 산재보험법을 적용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은 앞서 ‘관련 규정’에서 본 바와 같은바, 위 부칙 제8조에 따라 개정 전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개정 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 따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원고가 개정 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 소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않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개정 전 산재보험법의 산재보상보험 대상에 대한 반성적 고려로 특수형태근로자의 전속성을 폐지한 개정 후 산재보험법을 개정하였는바, 위와 같은 개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 개정 후 산재보험법 제91조의15 및 제91조의16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① 산재보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시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두고 있는 점, ② 개정 전 산재보험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대상자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함을 원칙으로 하되 특정 사업에의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포함시키면서 그 범위를 시행령에서 구체화하였으나,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산업재해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속성 요건을 폐지하고 기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 등을 포괄하는 ‘노무제공자’ 정의를 신설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 후 산재보험법을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점, ③ 개정 후 산재보험법 부칙 제8조는 ‘개정 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2022. 6. 10. 이후부터 2023. 6. 30.까지 주된 사업 외의 사업에서 재해를 입은 경우’에는 개정 전 산재보험법에 따른 산재보상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전속성을 구비하지 못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별도의 경과규정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개정 후 산재보험법의 개정 취지는 개정 전 산재보험법에 위헌·위법적 요소가 있어 이를 해소하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직종 및 전속성 여부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고려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려는 정책변경에 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 후 산재보험법 제91조의15, 제91조의16 규정은 부칙 제1조에 따라 2023. 7. 1.부터 시행되는 이상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인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