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3. 23. 선고 2022구합59738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남자,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7. 1. 4. 토목건축공사 등 건설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2020. 2. 26.부터 이 사건 회사가 공동수급한 ‘부산 동래구 E 신축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20. 5. 11.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컴프레셔 소음방지벽 설치작업(이하 ‘이 사건 설치작업’이라 한다)에 관한 지시 및 작업 과정 중 쓰러져 ‘우측 중대뇌동맥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고 요양하였으나, 2020. 6. 27.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0. 8. 24.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1. 2. 24. 망인이 업무적인 사유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재심사청구는 2021. 12. 15.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 8, 13,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대구F지구 G초등학교 신축공사 현장(이하 ‘대구 공사현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발령을 받아 상당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이후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서 정신적 긴장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며 이 사건 상병 발병 1주일 전부터 민원 및 산업안전보건법 피고발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받았고,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날에는 이 사건 설치작업이 당일 내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작업자들의 작업 미숙으로 인한 정신적 부담 및 직접 작업에 참여함에 따른 육체적 부담이 돌발 과로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촉발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나.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위 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이때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데,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

다만,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서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할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등 참조).

다.

인정사실

1)

근로관계

○

채용형태 : 정규직

○

근무형태 : 주 6일 근무, 유급휴일은 주 1일(일요일을 원칙으로 하되 다른 날로 대체 가능)

○

직책 : 건설현장 안전관리자

2)

망인의 업무 환경

○

업무 내용

-

2018. 12. 7. ~ 2020. 2. 25. : 대구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업무

-

2020. 2. 26. ~ 2020. 5. 11. :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업무(신규교육, 특별교육, 정기교육 등), 현장 안전 순회점검, 안전시설물 설치 유무 확인 및 이행작업 지시(일용직 직원에게 작업지시 및 관리․감독), 현장 안전관리 관련 서류 작성

○

업무시간

-

근로계약서상 업무시간 : 07:30 ~ 17:30

-

피고는 망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07:00경 출근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07:30부터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봄.

-

피고는 망인의 휴게시간을 총 2시간(점심시간 11:30 ~ 13:00 및 그 외 15:00 ~ 15:30, 15:30 이후 업무를 종료한 날 기준)으로 산정함.

3)

발병 전 망인의 업무 내역

가)

발병 전 24시간 이내

○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날인 2020. 5. 10. 정상 출근해서 일요일 당직근무를 수행 후 16:45경 업무를 마쳤고, 부산 H에 있는 형의 집에 들러 모친을 모시고 울산에 있는 자택으로 와서 21:14부터 22:13까지 1시간 정도 머문 후 23시경 숙소로 돌아와 취침을 하였음.

○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인 2020. 5. 11. 07:14경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근하여, 오전에 양산에 있는 I마트를 다녀온 뒤 점심식사 이후 오후 12:00~13:00경부터 이 사건 설치작업을 수행하면서 인부들에게 작업을 지시하던 중, 나이가 많은 일용직 인부가 망인의 수차례에 걸친 작업지시사항을 잘 이해하지 못하자 호통을 치던 중 14:00경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J병원으로 후송되었음.

나)

발병 전 1주일 이내

○

피고가 산정한 발병 전 1주 동안 업무시간 : 47시간 58분

○

피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의 양, 시간의 증가, 업무강도, 책임, 업무환경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고,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봄.

○

K 노동조합이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 문제에 관하여 부산지방고용 노동청 부산동부지청에 2020. 4. 6. 이 사건 공사현장을 고발한 사건에 관하여, 망인은 2020. 5. 6. 현장조사를 받았고 2020. 5. 8. 부산지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에 출석하여 약 1시간 동안 참고인 조사를 받았음.

○

사적으로는, 타지에서 직장 다니는 망인의 딸이 집에 와서 딸을 보기 위해 2020. 5. 6.부터 같은 달 8.일까지 3일간 업무를 마친 후 반복해서 울산에 있는 자택에 다녀옴.

다)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수행 여부 관련

○

피고가 산정한 업무시간

①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 : 40시간 10분

②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 : 44시간 37분

○

피고는 2020. 2. 26. 대구 공사현장에서 이 사건 공사현장으로 근무 장소가 변경된 사실 이외에 기타 업무환경의 변화 및 특이사항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봄.

4)

망인의 건강상태

가)

건강검진내역

○

2012. 11. 20.

-

혈압 : 143/91mmHg

-

검진결과 : 정상B(이상지질혈등, 당뇨), 고혈압질환 의심

○

2014. 8. 18.

-

혈압 : 129/84mmHg

-

검진결과 : 정상B(비만, 혈압), 일반질환의심(이상지질혈증, 기타질환)

○

2016. 12. 31.

-

혈압 : 137/88mmHg

-

검진결과 : 정상B(혈압, 당뇨), 일반질환의심(이상지질혈증, 기타질환)

○

2018. 6. 27.

-

혈압 : 120/74mmHg

-

검진결과 : 정상B(혈압), 일반질환의심(이상지질혈증)

나)

흡연 및 음주

-

흡연력 : 35년 이상(1일 1갑)

-

음주력 : 주 2회, 1회 막걸리 2병

5)

의학적 소견

가)

J병원 주치의 소견

나)

피고 공단 자문의(신경외과) 소견

다)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결과(2021. 2. 18.)

라)

진료기록 감정결과(L병원 직업환경의학과)

-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계절에 따라 고온 및 저온, 소음 노출),

3)

노동청 출석, 행인과의 민원처리가 돌발적 사건으로 볼 수 있는지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6, 9 내지 11, 13, 14, 17, 19 내지 23, 27 내지 31, 34 내지 3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L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내지 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1)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 전 24시간 이내에 망인에게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거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에 이 사건 설치작업의 지연, 이 사건 설치작업 도중의 돌발 과로(직접 소음방지벽 설치작업 수행, 일용직 인부에게 2시간 동안 화를 냄), M에서 파견된 근무자의 결원 및 지각 등으로 망인에게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갑 제35 내지 3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망인이 이 사건 설치작업 당시 직접 어느 정도의 육체노동을 하였고 일용직 인부에게 작업지시를 하면서 호통을 치기도 하였으며,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이 직접적인 육체노동, 이 사건 설치작업의 지연 및 파견 근무자의 결원․지각, 인부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의 표출 등으로 인하여 다소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느꼈다고 볼 여지는 있을지라도,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거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예로 ‘업무상 문제로 인해 상사에게 심한 질책을 받거나, 민원업무 수행시 민원인과 고성이 오가는 수준의 마찰이 있었거나, 폭력사건에 연관되거나 흔하지 않은 수준의 징계, 법적 처벌을 받은 등의 경우’ 등을 제시하였는데,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에 위와 같은 상황들은 겪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이 사건 설치작업 당시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서 자신의 업무지시를 받는 일용직 인부에게 화를 낸 것이었다.

나)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기 직전에도 대구 공사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하는 등 공사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로 상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설치작업이 지연되거나 파견 근무자의 결원 및 지각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망인에게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

원고는, 망인이 쓰러지기 전까지 이 사건 설치작업이 진행된 시간은 12:10경부터 14:00경까지로 약 2시간에 이르는데, 망인은 위 작업 내내 일용직 인부에게 화를 냈으므로 망인이 화를 낸 시간 역시 2시간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등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인부들과의 통화를 녹음한 녹취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N는 “한 30분 뭐라 하시더니 그래 됐으니까 저로서는 정말..“이라고 말하였고(갑 제35호증의 1, 6쪽), O는 이 사건 설치작업을 2시간 이상 하였고 망인이 소리를 지른 시간이 30분보다는 더 된다고 말하였을 뿐이다(갑 제36호증의 3, 5쪽). 위와 같은 통화녹음 내용은 원고 등이 전화 통화 당시 그러한 방향으로 어느 정도 유도하여 나온 내용인 점도 있고, 당시 현장에 있던 통화 당사자들의 진술 내용 역시 대체적으로 화를 낸 적이 있다는 것에 불과하여 화를 내며 호통을 친 구체적 내용과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밖에 망인이 이 사건 설치작업이 진행된 2시간에 이르는 시간 동안 계속하여 화를 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바,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였던 망인이 인부의 작업 미숙으로 어느 정도 화를 내는 상황을 두고 과연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다거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라) 비교적 건강한 53세의 남성인 망인이 이 사건 설치작업 중 일부를 직접 수행하기도 한 것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위와 같은 육체노동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특별히 과중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2)

피고는 망인의 출근시간이 07:30, 휴게시간이 1일 2시간임을 전제로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망인의 총 업무시간을 47시간 58분으로 산정하였다(갑 제4호증의 2). 이에 대하여 원고는 망인이 점심시간에 법인카드로 결제한 내역이 거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망인의 휴게시간은 1일 2시간이 아니라 1시간으로 산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망인에 대한 업무시간 조사내역(갑 제4호증의 2)에 의하면 망인의 휴게시간은 P, 법인카드 및 하이패스 사용내역 등에 의하여 비교적 객관적으로 산정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휴식시간이 더 길거나 짧은 경우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는(업무를 수행하였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균적인 휴식시간은 망인(안전관리자)과 근로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소견을 밝힌 점, ③ 망인의 휴게시간이 엄격하게 보장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해당 휴게시간을 업무시간에 온전히 산입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1>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망인의 휴게시간을 1일 2시간으로 산정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나아가 원고는 피고가 P의 기록상 출근시간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정확하게 반영한 1시간 34분을 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인 갑 제14, 1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07:00경 출근해서 아침식사를 하고 07:30부터 현장업무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07:30 이전부터 업무를 시작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근로계약서의 기재 등을 근거로 망인의 업무시작 시간을 일률적으로 07:30으로 보아 업무시간을 산정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3)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망인의 총 업무시간을 47시간 58분으로 산정한 것은 적정하고, 같은 방법으로 산정된 이 사건 발병 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4시간 37분으로, 전자가 후자보다 30% 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감소하였으며, 특별히 업무의 양, 강도, 책임 및 업무환경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뀌었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병 1주일 전부터 민원 및 산업안전보건법 피고발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망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자로서 안전관리업무, 현장 안전 순회점검, 안전시설물 설치 유무 확인 및 이행작업 지시, 현장 안전관리 관련 서류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바, 사고의 위험성과 민원인과의 마찰 등 때문에 다소간의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근무하였을 것으로 짐작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공사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자로 상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망인에게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었던 업무로 보일 뿐 특별히 이례적인 업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도 ‘노동청 출석, 행인과의 민원처리는 통상적인 업무 수준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였을 수는 있으나 안전관리자로서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겪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업무상 긴장과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동일 직종, 직급의 근로자들이 통상 겪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밖에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이 사건 발병 전 단기간 동안 망인의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4)

피고가 산정한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일 동안 망인의 총 업무시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47시간 58분,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4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40시간 10분,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44시간 37분이다. 망인의 업무시간은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경우, 즉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업무와 질병과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 밖에 망인이 평소 뇌출혈을 유발하거나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킬 정도의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고는 망인이 2020. 2. 25.까지 대구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다가 그 다음 날인 2020. 2. 26.부터 바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 상당한 업무환경의 변화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상병은 망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 약 2개월 반 뒤에 발병한 것일 뿐만 아니라, 업무 내용과 업무량 등에 있어서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

5)

망인은 2012년 건강검진 당시부터 뇌출혈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 손꼽히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음에도, 위 각 증세를 다스리기 위하여 필요한 의학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35년 이상 흡연(1일 1갑)을 하였다. 이와 같이 망인에게 의심되는 기저질환과 흡연 등 위험요인만으로도 망인에게 뇌출혈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과로를 하고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곧바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

6)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가 재산정한 근로시간에 의하더라도 단기 과로로 보기는 어렵다’, ‘건설금액 및 업무 내용은 안전관리자로서 통상적인 업무 수준으로 보인다’, ‘근무를 시작한 뒤 2.5개월 뒤에 상병이 발병한 것은 갑작스러운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 ‘업무상 요인이 이 사건 상병을 촉발시켰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노동청 조사, 사건 발생 당시 화를 낸 상황 등은 업무상 스트레스를 유발시켰다고 볼 수는 있으나, 상병의 자연경과적 진행을 악화시켰을 만큼 충분한 수준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소견을 제시하였다. 위와 같은 의학적 소견을 합리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를 전체적으로 배척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는 없으며, 위 소견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되었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재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