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0. 13. 선고 2022구합6311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상수도용 주철관 및 각종 철관의 제조, 가공 및 매매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상시 약 15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법인이다. 참가인은 1994. 12. 1. 원고에 입사하여 2016. 12. 1.부터 안전설비팀에서 팀장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던 자이다.

나.

2021. 4. 16. 15:10경 원고의 공장 주물반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D이 작업장에서 크레인 조작 도중 압륜과 압륜 사이에 손가락이 협착되어 골절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다.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는 공장장 E, 안전설비팀장인 참가인, F 팀장 G, F 팀원 H 등 4명은 작업지시 및 관리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D은 안전사고 발생을 이유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고(이하 '이 사건 징계위원회'라 한다), 징계위원회 개최 결과에 따라 2021. 5. 8. 참가인을 대기발령 2개월에 처했다(이하 '제1차 대기발령'이라 한다). 또한 원고는 2021. 5. 10. 참가인에게 대기발령 기간 중 '무재해사업장 달성방안, 재해분석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라는 주제의 연구과제(이하 '이 사건 연구과제'라 한다)를 부여하였다.

라.

원고 인사위원회는 참가인이 제1차 대기발령 기간동안 작성한 1차 보고서가 미흡하다고 보아 2021. 7. 9. '대기발령 1회 연장(2개월)'을 의결하였고, 이를 참가인에게 통지하였다(이하 '제2차 대기발령'이라 한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에게 제1차 대기발령 당시 부여한 연구과제의 보완을 지시하였다.

마.

원고 인사위원회는 2021. 9. 8. 참가인으로부터 2차 보고서를 제출받은 뒤, 대기발령 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2021. 9. 10. 참가인의 당연면직을 의결하고, 원고는 같은 날 참가인에게 2021. 9. 10.자로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통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바.

참가인은 2021. 8. 3. 제1, 2차 대기발령이 부당한 징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21. 9. 17.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11. 17. 제1, 2차 대기발령과 이 사건 해고가 모두 부당징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모두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

사.

원고는 2021. 12. 14. 위 판정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2. 17. 제1차 대기발령은 정당한 인사명령에 해당하는 반면, 제2차 대기발령 및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재심신청 중 일부만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5 내지 12, 17, 18호증, 을나 제11 내지 14, 1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제1, 2차 대기발령은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의 일종으로, 이 사건 사고와 이 사건 연구과제에 대한 평가 등 여러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원고에게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위와 같이 정당한 대기발령을 바탕으로 안전관리 대책 수립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아니한 참가인에 대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해고 역시 정당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제2차 대기발령과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관련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을가 제13호증, 을나 제15, 16, 17, 1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원고는 회장 I, 사장 J(관리총괄), 상무 E(생산총괄), 사장 K(영업총괄) 등 4명이 각자 대표이사로 역할하며 부산 소재 본사, 서울사무소, 포항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공장장인 E 산하에는 생산1본부, 생산2본부가 조직되어 있고, 생산1본부에는 원고가 근무하던 안전설비팀과 생산기획팀, 용해원심주조팀, 직관가공팀이, 생산2본부에는 총무팀, 생산팀, 품질보증팀이 소속되어 있었다.

2)

참가인은 1994. 12. 1. 원고에 입사하여 포항공장 품질보증팀에서 근무하다가 2016. 12. 1.부터 안전설비팀 팀장으로 근무하여 왔었다.

3)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개최된 이 사건 징계위원회에는 참가인 이외에도 공장E, F 팀장 G, F 팀원 H, 주물반 반원 D이 회부되었는데, 징계위원회 개최 결과 공장장 E에 대해서는 견책, H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D에 대해서는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이 있었다. 위 징계의결 당시 징계에 참석한 사람은 징계위원회 위원장 J, 공장장 E, 위원 L, 간사 M이었다.

4)

참가인은 제1차 대기발령 처분에 따라 1차 보고서를 작성하였으나, 원고 인사위원회는 2021. 7. 9. 참가인에 대하여 제2차 대기발령을 하였다. 당시 원고 인사위원회에는 E, L, 인사총무팀 M이 참석하였고,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의하면, E는 "이 사건 연구보고서를 평가한 결과, 그 내용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현상파악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총평이다. 또한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해 보이며, 이에 안전관리 분야는 70점, 설비관리 분야는 55점으로 평가하였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각 공정에서 실무에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개선계획이 보완되어야 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5)

이 사건 해고 당시 원고 인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참가인에 대하여 면직을 의결하였다.

6)

참가인은 이 사건 사고 이외에도 2020. 1. 1.부터 2021. 4. 16.까지 1년 4개월 동안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으로 감봉이나 견책 등 총 4건의 징계처분을 받은 바 있다.

라.

판단

1)

관련 법리

가)

대기발령은 근로자가 현재의 직위 또는 직무를 장래에 계속 담당하게 되면 업무상 장애 등이 예상되는 경우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의미한다. 이는 근로자의 과거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 징계와는 성질이 다르므로, 근로자에 대한 대기발령의 정당성은 근로자에게 당해 대기발령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나 대기발령에 관한 절차규정의 위반 여부 및 그 정도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다86246 판결 등 참조)

나)

대기발령과 같은 잠정적인 인사명령이 명령 당시에는 정당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명령의 목적과 실제 기능, 유지의 합리성 여부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그 기간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기발령 등의 인사명령을 받은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의 제공을 할 수 없다거나 근로제공을 함이 매우 부적당한 경우가 아닌데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조치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다64833 판결 등 참조).

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8다25368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을나 제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든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연구과제에 대한 1차 보고서의 평가가 객관적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제2차 대기발령은 그 필요성이나 정당성이 인정되는 인사명령이라 보기 어려우며, 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해고 역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가)

먼저 이 사건 해고의 전제가 되는 제2차 대기발령이 정당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제2차 대기발령 사유는 제1차 대기발령 중 부여한 이 사건 연구과제의 1차 보고서의 부족한 점을 다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므로, 제2차 대기발령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먼저 1차 보고서의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나)

그러나 1차 보고서는 오로지 공장장 E가 혼자 평가한 것으로 보이고, 보고서를 평가하기 위한 특별한 구체적 기준, 항목이나 세부적인 배점 항목도 사전에 정해진 바가 없어 보인다. 원고의 관련 규정에는 대기발령 기간 동안 "근무성적, 업무실적 및 관리감독능력 등을 개선할 방안을 강구할 것"을 규정하면서도, 위와 같이 강구된 개선 방안이 적절한 것인지 평가하는 주체나 위원회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1차 보고서에 대한 평가를 생산기획팀장인 N, 원심주조팀장 G과 함께 평가를 하여 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적으로 평가하였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N, G이 작성한 "연구과제 검토 결과"라는 문건인 갑 제3호증에는 N, G의 날인이 되어 있지 않고, 노동위원회에서 제출한 참가인에 대한 인사발령통지서에는 "업무과제의 평가를 실시한 사람은 E이며, 지난 31년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축적된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평가를 하였기에 객관성을 확보한 평가"라는 취지로만 기재되어 있다(을가 제10호증).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N, G이 이 사건 보고서의 평가에 관여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설령 N, G이 평가에 관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평가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E와 독립적으로 평정을 하였다는 증거도 없다.

라)

또한 제2차 대기발령은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에 따른 것으로 징계와는 구분되나, 그 사유·목적에 부합하는 적정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지속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근로자를 불필요하게 장기간 동안 법률상 불안한 지위에 두는 것은 부당하다. 그런데 이미 원고는 제1차 대기발령을 통하여 참가인으로 하여금 재해 예방을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으므로,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이를 보완하도록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제2차 대기발령의 필요성 측면에서 의문이 있다.

마)

나아가 2차 보고서에 대한 평가 역시 기준, 항목이나 평가 방법에 대한 정함 없이 E 혼자서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1차 보고서에 대한 평가와 마찬가지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어 이루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원고는 참가인의 보고서를 평가한 결과 개선의 여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2차 보고서에 대하여 안전관리 분야는 55점, 설비관리분야는 50점으로 평가하여 보직대기사유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아 당 연면직 처분을 하였으나, 위와 같은 점수가 어떠한 이유로 산정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근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바)

설령 참가인에게 안전에 관한 관리능력이 결여되는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참가인과 사이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능력이 부진한지 여부는 원고가 참가인에게 교육이나 전환배치 등을 통해 근무능력을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에도 참가인의 감독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지 여부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함에도, 원고가 이러한 기회를 참가인에게 부여하였거나, 기회부여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의 능력이 여전히 불량한지 여부가 전혀 증명되지 않았다.

사)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참가인의 과실만으로 발생한 사고라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E, H, D이 모두 징계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 사고는 기본적으로 D의 작업상 부주의로 발생한 것이고 참가인은 단지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관리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보인다. 위와 같은 사정에 설령 참가인이 관리자로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을 해고할 것이 아니라 다른 보직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가 참가인과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해당함이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마.

소결론

따라서 제2차 대기발령 및 이 사건 해고는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이은경 김민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