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0. 26. 선고 2022구합8514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1989. 9. 22.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에 따라 생산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및 실용화, 중소·중견 기업의 기술지원 및 성과확산 등을 통해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상시 약 1,110명의 근로자를 사용해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접합, 표면처리, 열처리 등 생산기반기술 연구개발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나.

원고는 2006. 10. 16. 참가인에 입사하여 정보화추진실 등에서 근무하면서 D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에 가입하였고, 2018. 12. 23. 이 사건 노동조합의 참가인지부 사무국장으로 선출되었으며, 2019. 7. 4. 이 사건 노동조합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선출되어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로 활동하였다.

다.

원고는 2020. 3. 24. 대전 유성구 소재 이 사건 노동조합 임원사무처 회의에 참석하였다가 복귀하던 중에 아래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상)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를 범하였고, 제1심법원은 2020. 11. 27. 원고에 대하여 징역 1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한 다음 법정구속하였으며(대전지방법원 2020고단2488호),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이 2021. 3. 18.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바(대전지방법원 2020노4194호), 2021. 3. 26. 위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참가인은 2022. 1. 17. 원고에게 아래와 같이 2022. 2. 20.자로 당연면직 된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발송하였고, 원고가 2022. 1. 19. 위 당연면직 통지서를 수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당연면직'이라 한다).

마.

원고는 2022. 5. 13. 이 사건 당연면직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7. 4. 당연면직 사유가 인정되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당연면직은 정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H).

바.

원고는 2022. 7. 18. 초심판정서를 송달받고, 이에 불복하여 2022. 7. 2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9. 28. '참가인은 단체협약 및 인사규정 등에서 당연면직 사유와 징계사유를 명백하게 별개로 구분하고 있고, 원고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일으켜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된 것은 인사규정상 당연면직 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에 대한 당연면직 처분은 정당하며, 이 사건 당연면직 사유인 금고 이상 실형의 확정은 징계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참가인에 당연면직의 절차가 별도로 확인되지도 않아서 이 사건 당연면직은 별도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는바, 참가인이 당연면직 통지서를 발송하여 원고가 이를 수령한 이상 그 밖의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사.

원고는 2022. 11. 2. 이 사건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10, 11호증, 을가 제3, 4호증, 을나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들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당연면직은 부당한바,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1)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출장 중에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이고, 이는 일상적 조합활동 또는 조합활동과 관련된 사항으로서, 참가인과 이 사건 노동조합 참가인지부가 2015. 3. 15. 체결한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24조 제2항에 따라 당연면직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바, 그럼에도 이 사건 단체협약 제24조 제2항의 규정을 그 문언에 반하여 불리하게 축소해석 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참가인 인사규정 제32조에 의한 이 사건 당연면직 조치를 한 것은 부당하다.

2)

원고에게 참가인 인사규정 제32조에 의한 당연면직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여야만 하는데, 원고가 구속되어 있는 동안 참가인의 승인을 받아 무급휴직 등을 사용하였고, 가석방 된 직후에는 참가인에게 근로제공 의사를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은 원고의 복직을 위한 절차를 전혀 진행하지 아니하다가 그로부터 5~6개월이 지나서야 원고의 담당 업무와 지위, 구속기간, 가석방 이후 남은 형기, 범죄사실의 내용 및 이로 인하여 참가인에게 미친 영향 등 제반사정을 전혀 고려하지도 아니한 채, 단지 형식적으로 위 당연면직 규정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당연면직 조치를 하였는바, 참가인과 원고의 근로관계는 그 자격, 보수 및 신분보장 등의 측면에 있어 일반적인 공무원과 상이한데도 참가인 인사규정이 국가공무원법과 마찬가지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사실만으로도 임용결격 사유 내지 당연면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것은 다소 불합리한 점, 원고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은 원고의 직무 내지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비위행위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3)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비위행위가 외부로 알려진 바 없어서 참가인이 받은 손해나 피해의 정도가 분명하지 않은 점, ② 원고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사실의 내용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점, ③ 참가인 소속 연구원들은 대부분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는데, 이 사건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원고의 복직을 요청하고 있을 뿐더러, 동료 연구원들도 원고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원고와 다른 근로자들 사이의 신뢰관계나 인적관계가 손상되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④ 원고의 형사사건에 적용된 도로교통법상 벌칙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었고, 이에 원고는 재심을 청구하여 징역 10월로 감경된 형을 선고받기도 하였던 점, ⑤ 원고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활동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장관상을 수여받은 사실이 있는 점, ⑥ 참가인의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야기한 경우에도 정직 내지 강등의 징계처분만이 가능한바, 위 징계사유와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원고와 사이의 근로관계를 즉시 단절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부당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2020 3. 23. 이 사건 노동조합 임원회의에 참석할 목적으로 국내출장신청서를 상신해 참가인으로부터 결재를 받았고, 2020. 3. 24. 10:30경 이 사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개최된 임원사무처 회의에 참석한 다음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회식을 하였다.

나)

참가인은 원고가 구속된 날인 2020. 11. 28. 이후부터 2022. 3. 18.까지 원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근태를 처리하였다.

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 9. 6. 참가인에게 복무감사 실시를 통보하였고, 이에 참가인은, 이 사건 노동조합이 원고의 원직 복귀 및 복직을 요청한 것에 대하여, 2021. 10. 13. 이 사건 노동조합에게 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지 감사 등 통보 공문을 첨부해 '조합원 복귀, 복직 요청에 대한 회신'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 1. 3. 참가인에게 조사 결과를 통보하였는바, 참가인의 임직원은 음주사고자에 대한 신변 처리 시 참가인 인사규정 및 임직원 행동강령 등 제 규정을 준수하여 엄정하게 조치할 업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음주사고에 관한 인사 처리가 부적정했음을 지적하면서, 참가인 원장에게 아래와 같은 조치를 요구하였다.

마)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22. 1. 14. 참가인에게 '전임 사무국장(원고)에 대해과기부 감사결과에 따른 당연면직을 통보하였으나 이 사건 노동조합에서는 본 사안에 대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드리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여, 원고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청하였다.

바)

한편, 헌법재판소는 2021. 11. 25. 구 도로교통법(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고(헌법재판소 2019헌바446), 이에 원고가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대전지방법원이 2022. 6. 8. 원고를 징역 1년에 처하였던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개시한다는 결정을 하였으며, 2022. 9. 15. 원고를 징역 10월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전지방법원 2022재고단21호).

사)

이 사건과 관련된 참가인 인사규정 및 이 사건 단체협약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7 내지 9, 12 내지 18, 20호증, 을가 제1, 5 내지 7호증, 을나 제3호증(가지번호 있는 증거는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리

가)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또는 면직, 이하 같다)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 한 경우에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여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이 취업규칙 등에 당연퇴직사유로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사유를 규정한 경우 그 의미는 그 규정취지나 다른 당연퇴직사유의 내용 등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두18848 판결 등 참조).

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규정이 종업원이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는 당연퇴직한다고 되어 있어 마치 위 규정상의 요건에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퇴직조처도 일종의 해고로서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하는바, 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규정은 그 규정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라야 적법한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아니하고 형식적으로 위 규정에 해당하는 모든 경우를 당연퇴직사유로 삼는 취지라면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있을 수 있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1992다54210 판결 등 참조).

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를 의미하는데,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한다.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해고의 유형은 일신상 사유에 의한 해고로서 통상해고, 행태상 사유에 의한 해고로서 징계해고, 그리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분류될 수 있다. 일신상 사유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질병, 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법상 당연퇴직사유의 발생, 자격 등의 상실, 업무능력의 상실 등 직권면직사유의 발생 등이 있다. 행태상의 사유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학력·경력의 사칭·은폐, 이력서 허위기재, 무단결근 등 불성실근무, 전근·전보·전적 등 인사명령 불응, 업무상 지시 위반, 동료 또는 상사에 대한 폭력 행사, 범죄 행위와 중대 사고로 인한 손해 야기, 사생활 비행, 경업·겸직 금지 위반, 사업장 내 업무 외 활동 금지위반, 쟁의행위 관련, 형사상 범죄와 유죄 판결, 회사에 대한 비방, 진정, 회사 비밀 누설 등 다양하다. 이러한 각 유형별 구체적 사유에 있어서도 정당한 이유의 유무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헌법재판소 2013. 12. 26. 선고 2012헌바375 결정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해 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켜 징역에 처하는 실형이 확정된 것은 이 사건 단체협약이 규정한 '조합활동과 관련된 사항'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참가인 인사규정상 당연면직 사유에 해당하고, 나아가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의 위와 같은 비위행위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라고 판단되는바, 결국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당연면직 조치는 정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 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 중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이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당연면직 적용 배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바, 먼저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1)

법률행위에 따라 작성된 처분문서에 담긴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한편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노동조합과 사용자가단체교섭을 거쳐 체결하는 것이므로, 그 명문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는 없으나, 단체협약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문언 해석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문언 내용, 단체협약이 체결된 동기 및 경위,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협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11. 선고 2021두31832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단체협약이 "조합활동"에 관하여 별도의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전문에 드러난 이 사건 단체협약이 체결된 동기와 취지, '제1장 조합활동' 부분에서 규정하고 있는 조합 전임자, 근로시간면제자의 처우 등에 관한 사항과 해당 규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관계 법령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조합활동이라 함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결정사항을 수행하는 데에 수반되는 제반 활동과 조합원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또는 단결의 유지·강화에 기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승인이 예상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참가인이 특수한 성격의 기관인 점, 참가인 인사규정에서 당연면직에 관한 규정을 둔 이유 등을 보태어 보면, 위 조합활동은 사회통념상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내재적 제한이 수반된다고 보아야 하는바, 이와 같이 해석하더라도 당연면직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이 반드시 불명확해진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연면직도 근로기준법상 '해고'인 이상 구체적인 비위행위의 내용, 정도 등을 감안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그러한 조치를 할 수 있으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다.

(3)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이 개최한 회의에 참석하였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일련의 과정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밀착, 근접하였다는 사정만을 들어서, 이 사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조합활동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고, 오히려 회의가 종료되었을 무렵 정규 근무시간이 상당 부분 남아있었음에도 참석자들이 단순히 식사만을 함께 한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휴게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술을 마신 것은 그 자체로 사적인 일탈행위 내지 비위행위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바,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업무활동 내지 그에 수반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는 '임원 사무처 회의'와 '점심식사'가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원고가 더 나아가 음주를 하거나 법령을 위반하여 주취상태에서 운전을 한 행위는 이 사건 노동조합의 결정사항을 수행하는 데에 수반되는 성질의 것이라거나 혹은 조합원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또는 단결의 유지·강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이 사건 노동조합의 묵시적인 승인이 예상된다거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범위의 행위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4)

한편 원고는, 위 교통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음주라고 단정할 수 없고, 운전을 하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어 있는 다른 위험이 실현된 것일 가능성도 있어서, 정상적으로 운전을 하여 복귀하던 중 단순한 업무상 과실이나 예측할 수 없었던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와 비교해 보더라도, 이 사건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조합활동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지만, 원고가 음주의 영향으로 졸거나 주의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운전을 하였던 사정 이외에 다른 통상적인 업무상 과실 또는 제3의 원인으로 인하여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는바, 위 주장은 어디까지나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막연한 추측에 불과한데다가, 원고가 회의를 마친 이후에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한 것이 아니어서 그 자체가 일탈행위 내지 비위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근무지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음주운전을 하여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과 다른 원인으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를 서로 동일하게 평가할 수도 없으므로,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나)

참가인 인사규정 제32조 제1항 제1호, 제10조 제1호 및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3호는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하고, 마치 위 요건이 충족되기만 하면 곧바로 퇴직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규정하여 그 절차를 징계해고와 달리 하기는 하였으나, 위 당연면직의 사유가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에 준하는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라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결국 이를 이유로 하는 당연퇴직 조치는 일종의 해고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적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바, 이 사건에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1)

참가인 인사규정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한 것은, 장기구속에 따른 결근이라는 근로자 측의 사정으로 인하여 근로계약상 근로자의 기본적 의무인 근로의 제공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참가인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그 업무의 공공성·공익성에 비추어 소속 직원들에게 상당한 정도의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까지 모두 고려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는바, 참가인이 국가공무원 규정을 적용하여 당연면직 사유를 정한 것 자체가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없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2)

원고는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재판에 참석하다가 제1심판결 선고일에 구속되었고, 이후 구속기간 동안 참가인의 승인을 받아 연차휴가, 무급휴직 등을 사용하여 근태를 처리하기는 하였지만, 애초에 원고가 비위행위를 저질러 형사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정을 전혀 알리지 아니하였던 탓으로 참가인은 위와 같은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였던 데다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 결과 원고의 무급휴직 등 신청을 승인한 것 자체가 부적정한 업무 처리여서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 요청을 받기까지 하였으므로, 원고가 구속이나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근로제공의무를 적절히 이행할 수 없는 상태를 스스로 야기하였으며, 이로 인해 참가인의 업무에도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상당한바, 원고가 가석방 이후 참가인에게 근로제공 의사를 밝혔다거나 참가인이 상급기관의 감사를 이유로 원고의 복직 절차를 진행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이와 달리 판단하기에 부족하다.

(3)

나아가 참가인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설립이 엄격히 제한되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인바, 그 운영 재원의 상당 부분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연금으로 조달하는 점, 국유재산 및 물품에 관하여 수의계약에 따라 무상으로 사용허가를 받거나 대부, 매수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지원이나 특혜를 누리기도 하는 점, 연구와 경영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한편, 정부 중앙부처의 감독을 받고, 그 임직원은 형법상 뇌물죄 등의 적용에 있어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점 등을 모두 감안하면, 비록 참가인과 그 소속 근로자 사이의 근무관계가 공무원 관계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근로자에 비하여 엄격한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될뿐더러 그 소속 연구원의 범죄행위가 참가인의 신용이나 신뢰도 등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이는바, 여기에다가 ① 음주운전으로 인하여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등 그 위험성과 폐해가 대단히 심각하여, 일반 국민들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범죄에 대한 엄벌을 바라고 있고, 또한 엄벌의 필요성도 있다고 보이는 점, ② 원고의 혈중알코올농도나 교통사고 직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해 결코 운전을 하여서는 안 될 상태였던 것으로 보여서, 그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가능성이 대단히 큰 점, ③ 원고가 범죄행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사정이 다른 근로자들과의 신뢰관계나 인간관계, 나아가 직장 내 질서를 유지하는 데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는 결코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다)

그밖에 이 사건 당연면직의 사유는 '원고에 대하여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므로, 단순한 징계사유인 '음주운전'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바,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가 이 사건 당연면직 조치에 절차상 잘못이 있다거나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여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수 없고, 나아가 원고가 주장하는 다른 사정들, 즉 원고의 직무 내용,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근무 태도나 공적, 재심을 통하여 징역형이 일부 감경된 점, 원고의 비위행위가 외부에 알려지지 아니한 점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당연면직 조치가 정당하다고 본 판단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

라.

소결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당연면직은 정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김규현 김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