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 남자)는 1993. 11. 1.부터 C 주식회사 D센터(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이 사건 회사는 2022. 9. 22. 원고에게 '원고가 배우자를 태워 업무용 차량을 과속으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발생시켜 업무용 차량에 1,500만 원 상당의 수리가 필요한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였고, 출근 과정에서 보고나 승인 없이 배우자를 통원시킬 목적으로 동승시켜 업무처리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22. 10. 1.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를 하였다. 또한 이 사건 회사는 2022. 10. 13. 원고를 2022. 11. 1.자로 네트워크지원팀에서 차량서비스팀으로 이동시키는 인사명령(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2022. 10. 7.경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은 후 상세 불명의 우울성 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를 진단받고 2023. 5. 24.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2023. 10. 4. '징계처분 및 인사발령 등의 상황이 최근 일어난 일련의 교통사고와 관련된 상황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되고, 교통사고는 업무용 차량을 이용한 운전에서 발생한 사고이나, 신호위반, 속도위반 등 원고의 위법행위가 있었고 이후의 징계과정 및 인사발령 과정에서도 특별한 절차상의 하자나 부당한 조치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 징계결과와 과정에 대해서 신청인이 불복한 사실이 없고 추가적으로 확인되는 부당한 업무관련 지시 등이 확인되지 않는 점, 2021년 12월 교통사고(사망사고) 이후 형사재판으로 인한 스트레스 요인 등이 확인되는 점, 신청 상병은 개인적인 소인으로도 발병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등을 토대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5,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배우자의 요양을 위하여 경남 산청군으로 주거지를 옮겨 이 사건 회사에 원고의 주거지와 가까운 권역사무실로 근무지 변경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회사가 이를 받아주지 않음에 따라 원고는 어쩔 수 없이 왕복 3시간 정도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회사에 출퇴근하였다. 2021. 12.경 업무용 차량으로 출근하다가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2022. 8.경 출근 중 배우자를 병원에 데려다주기 위하여 배우자를 태우고 업무용 차량으로 출근하다가 빗길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징계와 이 사건 인사발령은 위와 같은 교통사고 발생 경위, 배우자의 건강 상태, 출퇴근 거리 등 일련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조치이다. 원고는 이러한 부당한 징계와 인사발령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사건 상병을 진단받게 되었다.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그 증명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증명되면 족하다.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과 갑 제2 내지 7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거나 악화된 것으로 추단하기 어렵고, 달리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원고의 담당업무 내역 등
원고는 1993. 11. 1.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여 2006. 12. 31.까지 차량서비스팀 승용정비 업무를 담당하다가 2007. 1. 1.부터 2022. 9. 30.까지 네트워크지원팀 권역주재(고객상담, 사고조사, 리콜보상, 환불처리 등) 업무를 담당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에 따라 2022. 10. 1.부터 1개월 동안 정직 상태에 있었고, 이 사건 인사명령에 따라 2022. 11. 1.부터 차량서비스팀으로 발령받은 후 2022. 11. 1. 휴직(병가)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회사의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 내역은 다음과 같다.
2019. 10. 31. F 진례점으로 이동 중 사거리 교차로에서 선 진입 후 우측면에서 진입하는 버스와 충돌한 사고(이 사건 회사의 보험가입자의견서상 원고 과실 100%, 원고 신호위반).
2021. 4. 20. 점심식사 후 권역사무실 복귀 중 사거리 교차로에서 진입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상대편 차량이 과속으로 조수석 측면을 충돌한 사고(이 사건 회사의 보험가입자의견서상 원고 과실 50%).
2021. 12. 15. 산청군 금서면에서 산청 IC 방향으로 운행 중 도로상 무단 횡단하는 행인을 차량 좌측면으로 충돌하여 보행자를 사망하게 한 사고(이 사건 회사의 보험가입자의견서상 원고 신호위반, 속도위반). 원고는 이 사고로 2022. 10. 24.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로 기소되어(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2고단1475) 2023. 3. 8.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022. 8. 24.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 단성 IC에서 서진주 IC 방향으로 운행 중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충돌한 사고(이 사건 회사의 보험가입자의견서상 원고 속도위반, 시속 135km/h).
진료기록감정 소견
이 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에 따른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이하 '이 사건 진료기록감정의'라 한다)의 소견은 다음과 같다.
직장 내 징계와 전환 배치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고, 일정 수준을 넘는 경우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 다만 스트레스를 어떤 수준으로 받아들이는지는 내적 취약성 및 개인적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원고에게 현장직 전환은 합당한 인사 조치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임. 일반적으로 직장 내 인력 배치에 있어 부당함을 느낄 때 스트레스를 느끼므로, 그러한 인사발령은 원고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였던 것으로 보임.
2021년 12월 보행자 사망사고를 일으킨 후 어떠한 정신의학적 문제를 겪었는지는 의무기록 등 관련 자료가 부재하기 때문에 판단이 어려움. 2022년 10월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한 후 의무기록은 있으나, 2021년 12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정신의 학적 문제에 대한 기술은 거의 발견되지 않음. 다만 '매번 그 길을 지나가야 되는데 계속해서 생각이 떠오르고'라는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일정 부분 위 사고와 관련한 불편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나, 다른 정신의학적 증상이 기술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불편감만으로 원고에게 임상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정신의학적 문제가 있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음.
2022년 10월 이후 겪은 직장 내 일련의 징계절차를 주관적으로 부당하다고 느꼈으며, 이는 원고가 겪은 주된 스트레스라고 볼 수 있음. 이들 스트레스 요인은 원고로 하여금 우울성 장애를 발병 또는 악화시키는 데 일부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임. 다만 우울증은 다요인 질환으로 생물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므로 스트레스가 원인의 전부는 아님.
원고는 2021년 12월, 2022년 8월 교통사고를 겪었으며, 비록 위법행위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업무 중에 일어난 사건임. 종합적으로, 업무 중 교통사고를 겪었고, 징계절차도 업무 내에서 겪은 일이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함.
의무기록상 2021년 보행자를 사망하게 한 교통사고와 이와 관련한 일련의 형사재판 과정, 2022년 10월 이후 겪은 직장 내 갈등, 정직 1개월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원고의 인식 등이 스트레스 사건으로 보임. 의무기록 외 원고가 제출한 자료상 도와줄 것이라 기대했던 노동조합이 크게 도움을 주지 않은 점 등 징계절차 중 겪은 일들도 스트레스로 작용하였을 것이라고 추정됨.
2022년 10월 이후 겪은 직장 내 갈등과 정직 1개월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원고의 인식이 의무기록에 빈번히 등장하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원고의 우울성 장애에 이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임.
종합하여 판단하건대, 원고는 2021년 12월, 2022년 8월 교통사고를 겪었으며, 비록 위법행위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업무 중에 일어난 사건임. 종합적으로, 업무 중 교통사고를 겪었고, 징계절차도 업무 내에서 겪은 일이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함.
상당인과관계 유무
이 사건 징계 당시 원고는 '배우자를 태워 업무용 차량을 과속으로 운전하다가 사고를 발생시켜 업무용 차량에 1,500만 원 상당의 수리가 필요한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였고, 출근 과정에서 보고나 승인 없이 배우자를 통원시킬 목적으로 동석시켜 업무처리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사유로 징계절차에 부의되었는데, 원고는 이 사건 회사에 위 부의 내용을 인정하고 징계위원회 참석을 원하지 않아 궐석 진행을 요청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와 노동조합 측에서 참석보다는 의견서 제출이 더 효과적이라는 조언을 하여 불출석한 것이었는데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받게 되었다고 주장하나, 설령 위와 같은 조언이 있었다 하더라도 징계 양정은 이 사건 회사의 재량에 속하고 2022. 8. 24.자 교통사고 발생 경위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징계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회사는 최근 4년간 4차례의 교통사고를 유발한 점 등을 고려하여 업무용 차량 운행을 정지하고 차량서비스팀으로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하였다. 원고가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는 중 여러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대부분 원고의 과속, 신호위반 등 과실로 인한 것인 점, 원고는 그전에도 약 16년 동안 차량서비스팀 업무를 담당하였으므로 원고 주장과 같이 15년 전에 차량서비스팀 업무를 중단하여 새로이 업무에 적응해야 하고 허리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 있다 하더라도 차량서비스팀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움이 크다고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체 부담 업무가 동반된 현장직이어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꺼려한다는 등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인사명령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와 이 사건 인사명령에 관하여 불복하지 않았다.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의 노조 역시 원고에게 이 사건 징계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불복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원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회사의 노조가 이 사건 회사에 동조하여 부당한 의견을 보인 것이라 볼 만한 사정도 없다.
한편, 원고는 2021. 12. 15. 과속 등으로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2022. 10. 24.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로 기소되어 2023. 3. 8.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원고는 위 교통사고를 일으킨 지 약 8개월 후 다시 과속 등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원고는 2022. 10. 7. 정신과진료를 받기 시작하였는데, 당시 2021. 12. 15.자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와 2022. 8. 24.자 교통사고로 인한 충격을 호소하며 정직 징계를 받은 이후에는 운전하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한 점, 운전을 할 수 없다거나 사고 현장을 지날 때마다 그때 생각이 떠오르며, 교통사고 관련 뉴스나 영상을 보게 되면 불안하다는 얘기를 한 점, 형사사건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유족과는 원만히 합의를 하였는데 교통사고 관련 형사재판을 출석해야 하고, 재판과정에서 계속 눈물이 흘러서 진행이 잘 되지 않았다거나 판결 선고 결과가썩 좋지 못했고, 재판 이후로 입안에서 쓴 물이 올라오는 느낌이라는 등의 호소를 하기도 한 점, 사고 당시의 기억들이나 법집행 관련해서 스트레스가 많고, 운전을 할 수 없어 처남이 데려다 주었다거나 운전하지 않고 시골집에서만 지낸다는 등의 얘기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일으킨 각 교통사고 및 관련 형사재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배우자의 요양을 위하여 경남 산청군으로 주거지를 옮겼는데도 이 사건 회사가 근무지 변경 요청을 받아주지 않음으로써 출퇴근을 위하여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근무지의 변경은 연쇄적인 인력 이동을 초래하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회사가 원고의 근무지를 변경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과속 등 교통사고 발생 경위 등에 비추어 교통사고가 위와 같은 근무지 변경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진료기록감정의는 2021년 보행자를 사망하게 한 교통사고와 이와 관련한 형사재판 과정, 2022년 10월 이후 직장 내 갈등과 정직 1개월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원고의 인식, 노동조합의 대응 등을 스트레스 원인으로 보면서, 그중 직장 내 갈 등과 정직 1개월의 징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그런데 이는 회사의 징계와 인사발령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러한 조치가 부당하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취지로서 일반적인 성격의 언급에 그친다고 보인다. 원고 주장과 같이 징계 절차에 관한 불복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별개로 보아야 한다 하더라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징계 절차와 양정 등에 관하여 스스로 불복하지 않은 채 그로 인하여 더욱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사정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등 정신질환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강화시키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서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