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고 B(C생), 고 D(E생, 이하 고 B과 고 D을 통칭하여 '망인들'이라 한다)은 부부 사이로 고 B을 대표자로 하여 'F'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한 후 공사현장에서 리프트 설치 및 해체 작업을 하였다.
망인들은 2020. 9. 2. G 주식회사(이하 회사의 명칭이 처음으로 언급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식회사'의 기재는 생략한다)가 시공하는 H지구 I 블록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공사 현장'이라 한다)에서 리프트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리프트 운반구에 있는 마스트의 연결볼트를 해체하고 그 마스트를 운반구 상부에 적재하는 과정에서 리프트가 과상승하면서 망인들과 리프트가 지상 약 10m 높이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들은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다발성 손상 등으로 같은 날 모두 사망하였다.
망인들의 딸인 원고는, 망인들이 G로부터 이 사건 공사 현장의 승강기 설치, 해체 공사를 하도급받은 주식회사 J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고 B과 고 D의 사망에 대한 각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 2. 2. '고 B은 F을 운영하는 사업주이고 고 D은 고 B과 F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실질적인 사업주로서, 망인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각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거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각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의미하고(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 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다58433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5, 6, 11 내지 28호증, 을 제1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K의 서면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지급 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처분에는 위법이 없다.
G, J, G 소속의 현장소장 L, J의 대표 M, J의 직원 K는 '도급인인 G과 사업주인 J에게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피고인들이 이를 소홀히 하여 J 소속 근로자인 망인들이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게 하였다'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의 혐의로 2021. 8. 26.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기소되었는데, 위 법원은 2022. 11. 30. '망인들은 J으로부터 리프트 해체 공사를 하도급 받은 독립적인 사업주일 뿐 J이 사용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하였다(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1고정250). 위 판결에 대하여 검사가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24. 1. 17.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으며(수원지방법원 2023노25), 이에 대하여 검사가 상고하지 아니하여 위 판결이 2024. 1. 25.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형사판결'이라 한다). 행정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미 유죄로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행정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인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배척할 수 없는데(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10424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형사판결의 위 사실인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망인들과 N은 2016. 1. 2. '리프트카 설치 및 해체 계약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 또는 계약서'라 한다). 이 사건 계약서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고 B이 F의 대표 지위에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서의 '갑'은 N, '을'은 F을 의미한다).
이 사건 계약서 제2조는 공사 대상에 따른 설치단가와 해체단가를 매우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고, 현장 여건 및 여건에 따른 단가의 변동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며, 특수형 호이스트카와 같은 일부 공종에 대해서는 '현장 여건에 따라 협의 후 결정'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또한 N이 실제로 고 B의 계좌에 입금한 내역에 의하면, N의 입금액은 약 150만 원부터 4,100만 원 사이에서 월마다 변동폭이 심하여 망인들이 N에 소속된 근로자로서 정해진 일당 또는 월급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계약서 제2조에 정해진 대로 공종별 단가에 작업량을 곱한 액수를 용역 대금으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N이 고 B의 계좌에 대금을 입금한 날짜는 매월 15일 또는 그와 근접한 시기로서, 이 사건 계약서 제3조의 대금지불방법(월말 대금 청구 후 45일 이내에 결제)과도 일치하는바, 망인들과 N이 실질적으로는 근로계약관계에 있으면서 도급계약을 가장하는 방편으로 이 사건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망인들은 N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작업장소와 일정 등을 전달받았고, 망인들은 작업을 마친 후 작업일보를 작성하여 N의 직원 K에게 이를 보고하기도 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N이 사실상 망인들을 고용하여 소속 근로자처럼 사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서 제2조는 공사장소를 '전국 일원'으로 정하고 있는데, 망인들과 N은 이 사건 계약서를 기본계약서로 두고서 N이 리프트 공사를 수주하면 망인들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작업 의뢰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망인들은 전국의 공사현장에서 리프트 설치 및 해체 작업을 하게 되어 구체적인 작업 장소와 일정을 N과 조율한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망인들과 N 측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보더라도, N 측은 망인들에게 작업장소와 일정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고, 망인들이 N에 종속적인 입장에서 N이 지시한 일정에 구속되어 해당 업무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관계라고 볼만한 내용은 나타나 있지 않다. 또한 N은 망인들로부터 작업일보를 제출받기 위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개설한 후 '원활한 기성청구를 위하여 첨부 사진과 같이 N 작업일보 접수를 절차화하였으니 참고 및 회신 바랍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하였는바, N이 망인들로부터 작업일보를 제출받은 것은 망인들의 작업량을 파악하여 이 사건 계약서 제2조에 따른 용역대금을 정산하기 위함으로 볼 여지가 많고, N이 망인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기 위하여 작업일보를 제출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N이 망인들로부터 공사진행 상황을 확인한 것 외에 이 사건 공사 현장의 리프트 해체 작업에 관하여 망인들에게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는 등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만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건 공사 현장의 공사팀장이었던 G의 직원 O는 '리프트 해체 작업의 작업지휘자가 K 차장이기는 하나, 세부적인 지휘는 고 D이 하는 것이다. N K가 작업지휘자가 맞기도 하지만 저희가 볼 때에는 고 D도 작업지휘자가 맞기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작업을 진행시켰다', '고 D은 20년 넘는 경력이 있는 분이라 작업 지휘를 할 수 있고 충분히 작업을 해도 상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하였고, 이에 의하면 망인들이 리프트 해체 작업을 할 때 N 소속 직원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고 D의 지휘하에 리프트 해체작업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사 현장의 리프트 해체작업과 관련하여 N이 작성한 장비사용계획서에는 '협력업체'란에 N, '관리책임자'란과 '작업지휘자'란에 N의 직원인 K가 기재되어있고, 고 B은 '신호수(유도자), 고 D은 '해당 시공팀장'인 것으로 되어 있어, 망인들이 N 소속의 근로자 지위에서 K의 지휘를 받으면서 이 사건 공사 현장의 리프트 해체작업에 투입된 것처럼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G의 직원 L은 'N이 직접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지 재하도급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고 진술하였고, N의 직원 K와 대표 M는 모두 '망인들과 2016년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호이스트 설치 및 해체 공사를 하도급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N이 망인들에게 이 사건 공사 현장의 리프트 해체 작업을 의뢰한 후 시공사인 G에게 재하도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장비사용계획서에는 망인들이 직원인 것처럼 기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망인들이 리프트 해체 작업을 할 때 볼트나 기타 공구류는 N으로부터 지급받아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리프트 해체 후 발생하는 고중량 공사 자재를 반출하는데 필수적인 중장비는 고 B 소유의 2톤 크레인 카고 트럭(차량번호 1 생략)을 직접 가져와 사용하였고, 위 카고 트럭의 차대번호, 모델명, 제원은 N이 작성한 장비사용계획서의 '건설기계'란에 그대로 기재되어 있다.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그 노무도급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참조), 앞서 본 것과 같이 망인들이 N의 구체적인 업무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재료와 설비 일체를 N이 공급하면서 망인들은 노무만을 제공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들은 N에 종속하여 그 지배·관리하에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 N으로부터 이 사건 공사 현장의 리프트 해체 공사를 도급받아 자신들의 사업으로 영위하는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고 B은 리프트 해체 작업을 수행한 경력이 짧고 명목상으로만 F의 사업주로 등록하였을 뿐 실질적인 운영은 고 D이 하였으므로, 고 B을 사업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고 B은 2007년경 F을 설립하면서 대표자로 등록하고 2016년경 F의 대표 지위에서 이 사건 계약을 그 이름으로 직접 체결하였는데, 고 D이 배우자인 고 B의 명의만을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이 사건 계약을 고 B의 이름으로 체결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망인들이 2019. 3. 27.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실시하는 이동식크레인 및 고소작업대 조종전문 교육과정을 함께 이수한 점, 망인들이 소유한 카고 트레인이 고 B의 소유이고, 자동차책임보험의 가입자도 고 B인 점, 용역대금 산정을 위해 N에 제출된 거래명세표 상에 고 B과 고 D의 작업량이 구분되어 있지 아니하고, 용역대금도 개인별로 구분되어 있지 아니하고 한꺼번에 지급된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들이 부부로서 F을 공동으로 운영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고 B이 N과의 관계에 있어 단순한 노무제공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강상우 이슬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