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1. 26. 선고 2023구합6059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아버지 고 C(D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20. 11. 15. 08:20경 E 김포물류센터에서 인수한 상품을 고양시 덕양구 F에서 고객에게 배송하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쓰러졌고, 같은 날 13:03경 고객에게 발견되어 119 호송차량으로 같은 날 13:30경 인근 G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치료를 대기하다가 같은 날 14:08경 사망하였다.

나.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 및 그로 인한 심장파열로 판단되었다.

다.

원고는 2021. 3. 22. 아래와 같이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다.

라.

피고는 2021. 9. 3.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에게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마.

원고는 산재보험법상의 심사청구와 재심사청구를 거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가 제11, 1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가.

망인은 ① H 온라인 배송기사로서 H의 물류를 책임지는 참가인 직원의 지휘, 관리 하에 근무하였고, ② 참가인이 스마트폰 배송관리앱(TMS, 이하 ‘배송관리앱’이라고만 한다)을 통하여 근무장소·근무일·업무량·배송지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통보하면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고, ③ 배송관리앱을 통해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실시간으로 업무수행 내용을 보고하였고, ④ 참가인이 부여한 업무인 H 상품 배송 외에 다른 업무를 할 수는 없었고, ⑤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배송업무에 따른 이윤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지도 않았고, ⑥ 배송건수 등(배송량, 이동거리 등)에 따라 변동되는 것이 아닌 매월 고정적인 급여를 지급받았고, ⑦ 참가인의 책임회피로 인해 차량을 지입 해야 했지만 그 외에 업무수행에 따른 유류비, 주차비, 통신비는 사용자로부터 지급받았다. 나아가 ⑧ 차량 도색도 참가인의 지시대로 하여야 했고(H 로고 반드시 도색), ⑨ 복장도 참가인의 지시대로 H 배송기사임을 알 수 있는 유니폼을 지급받아 착용하여야 했고, ⑩ 참가인은 CS평가를 통해 배송기사의 등급을 a, b, c로 나누고 이를 급여명세서에 명시하여 주며 평가결과에 따라 CS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하였고, ⑪ 근무수칙을 정하여 배송기사로 하여금 이를 숙지하여 실행하게끔 하였다. 따라서 망인은 참가인과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망인은 1주일 평균 6일을 근무하였고, 1개월에 4~5일 정도밖에 쉬지 못하였다. 나아가 출근 후 차량 접안 시점과 상차 작업 시 비닐 포장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배송 출발 1시간 30분 전부터 업무시간으로 보아야 하고, 1차 배송 후 복귀하는 시간은 1시간으로 보아야 하며, 오후 업무 개시 시간을 고려하면 점심 휴게시간을 1시간 30분으로 보아야 하므로, 망인의 발병 전 1주간의 평균 업무시간은 53시간 41분, 발병 전 4주간 및 12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각 56시간 55분, 53시간 14분이다. 또한 망인은 1일 평균 약 30곳에 배송할 상품들(한 고객 당 주문한 상품의 수는 여러 개이고, 생수 등 무거운 상품도 다수)을 분류·포장·배송하는 업무를 하면서 장기간 만성적인 과로에 시달려왔고, 망인의 업무는 정신적 긴장과 극심한 육체적 노동이 수반된 업무이다. 급성 심근경색증 및 그로 인한 심장파열에 의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인정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 을가 제1 내지 8, 12 내지 16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망인의 사업자등록

망인은 2017. 3. 28. ‘J’이라는 사업장명칭으로 사업자등록(업태: 운수, 종목: 용달)을 하고 본인 소유의 내장탑차((차량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주식회사 J에 지입한 후 영업번호판을 획득하여 운수업에 종사하였다.

2)

H와 참가인의 계약체결

H는 2016. 5. 1. 참가인과 ‘E 물류센터 물류업무 위·수탁 계약서’를 작성하고 참가인에게 H 상품의 물류센터 내 작업 일체와 H의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은 상품에 대한 배송 업무 등을 위탁하였고, 수수료운영규정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위탁수수료를 지급하였다. 위 계약은 1년 단위로 체결되었는데, 이후 계속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이하 ‘이 사건 제1계약’이라 한다).

3)

참가인과 I의 계약체결

참가인은 2018. 1. 1. I와 ‘물류업무 위·수탁 계약서’를 작성하고 I에게 H로부터 위탁받은 상품 배송 업무를 재위탁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위 계약은 1년의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 기한이 없는 계약으로 자동 갱신된 것으로 보인다(이하 ‘이 사건 제2계약’이라 한다).

4)

I와 망인의 계약 체결

I는 2020. 5. 1. 망인과 참가인으로부터 재위탁받은 상품 배송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이하 ‘이 사건 제3계약’이라 한다)<1>.

5)

망인의 업무 형태

가)

망인은 I와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고 E 김포물류센터의 1회차 및 7회차 배송을 신청하여 E의 인터넷 주문상품을 배송하였다. 구체적으로, 참가인은 H로부터 전달받은 주문 내용을 I에 전달하여 운송 업무 수행을 요청하고 I가 망인 등 배송 기사들과 협의하여 결정한 운행 차량의 일정 정보를 배송관리앱에 등록하면, H 전산망의 개별 운송 건이 운송 일정에 따라 배정되며, 그에 따라 망인은 08시 20분 전에 E 김포물류센터 도크 앞에 차량을 주차한 뒤 상품을 확인하여 차량에 실어 배송을 시작하고, 1회차 배송이 12:50경 완료되면 E 김포물류센터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거나 배송완료지가 집에서 가까운 경우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7회차 배송을 위하여 위와 같이 16:40분 전에 E 김포물류센터 도크 앞에 차량을 주차하여 상품을 싣고 20:40경까지 배송을 한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나)

망인은 상차 완료 후 E 김포물류센터를 출발할 때와 각 상품의 배송이 완료할 때마다 이를 배송관리앱에 입력하였고, 망인이 배송한 지역은 고양시 또는 서울 서대문구, 은평구, 종로구, 마포구 등이었다.

다)

망인은 운송용역비 외에 유류비와 통행료, 주차료를 정산하여 지급받았고, 차량에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에도 증비서류가 확인되는 한 해당 금액을 보전받았다.

라)

배송기사의 서비스 평가는 온라인몰을 통하여 고객이 직접 수행하고, 그 평가결과는 H에서 관리하는데, H는 해당 결과에 따라 참가인에게 추가 수수료를 지급하고, 참가인 역시 I에게 별지1 기재 내용과 같이 추가 수수료(이 사건 제2계약상 ‘CS 수수료’를 말한다)를 지급하였다. I는 참가인의 수당 정책에 따라 공제 없이 참가인으로부터 수령한 추가 수수료를 그대로 망인과 같은 배송기사에게 지급하였다.

나.

관계 법령

별지2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망인이 근로자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구 산재보험법상의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구 산재보험법 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2>

①

원고는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 당시 망인이 H, 참가인 및 I와 사용종속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다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후에는 참가인과 사용종속관계를 맺었음을 전제로 주장을 하고 있으므로, 망인의 참가인의 근로자인지 여부에 대하여 먼저 살펴본다.

참가인은 H로부터 상품운송업무 등을 위탁받아 I에게 상품운송업무를 재위탁하였고, I는 망인과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참가인으로부터 위탁받은 H 상품운송업무를 망인에게 재위탁하였는데, 각 단계별로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이처럼 참가인과 망인 사이에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망인은 참가인이 아니라 I와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상품운송업무에 종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망인은 계약의 당사자로서 정하여진 운송일정 등에 따라 참가인이 지정하는 상품을 배송할 의무가 있었으나, 그 업무수행 과정은 원칙적으로 망인에게 일임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참가인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실제로 망인을 지휘ㆍ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배송관리앱을 통하여 참가인이 실제로 망인을 지휘·감독하였다고 주장하나, 배송관리앱의 내용이나 사용방식 등을 보면 H, 참가인, I 및 망인 사이에 물품의 관리와 배송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그 수수료를 정산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보일 뿐 참가인이 망인을 지휘·감독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망인은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고,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면서 업무수행에 필요한 보험의 가입이나 차량 관리 등을 스스로 하였고, 그 비용 또한 본인이 부담하였다.

원고는, 망인이 H의 로고 등이 도색된 차량을 운전하고 참가인이 지정한 복장을 착용하였으며 배송기사 확인사항(갑 제11호증)과 같은 근무수칙을 준수하였으므로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참가인과 I의 이 사건 제2계약에 따른 것으로써 H의 고객관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고, 배송기사 확인사항 역시 배송 과정에서 확인하여야 할 사항이나 고객에게 친절하게 응대할 것을 주지시키는 내용으로 보일뿐 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제2계약에 따르면 망인은 업무이행 내용에 대한 평가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수수료를 지급받았고, I는 위와 같은 점으로 인하여 I의 직원이 참가인 회사의 직원으로 오인받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③

이 사건 제3계약 제3조에는 운송용역비가 295만 원으로 정하여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망인이 배송할 회차와 상품개수를 선택함에 따라 이 사건 제2계약의 수수료약정 내용에 따라 정하여진 것으로 보일 뿐 고정급을 지급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망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에 따라 추가 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상품의 손실 등이 발생하는 경우 위 운송용역비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망인은 운송용역비와 추가 수수료 외에 유류비, 통행료, 주차료 및 과태료를 지급받았는데, 이는 운행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망인이 먼저 지급한 후 정산하여 지급받은 것으로서 고정급의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망인은 자신의 비용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배송과정에서 발생하는 파손, 망실 등의 손실비용을 부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망인은 실적에 따라 건당 운송료를 정산받는 것이어서 망인이 참가인으로부터 시간급ㆍ일급ㆍ월급 등 고정급 형태의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추가로 망인이 H나 I의 근로자인지 여부를 보더라도, H는 망인과 직접적인 계약의 당사자라고 보기 어렵고, I는 망인과 이 사건 제3계약을 체결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운송용역계약으로서 근로계약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실질을 보더라도 I가 망인을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H 상품 배송 외에 다른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망인의 사정으로 차량의 운행이 불가능할 경우 대체 차량을 투입하여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며, 배송 중 사고나 배송 관련 손실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을 부담한다. 여기에 앞서 본 사정을 더하여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제3계약에 따라 운송용역비를 정산받고 손실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사업주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⑤

망인의 경우 회차를 스스로 선택하였고, 1회차 배송 이후 다음 회차까지의 시간을 온전히 망인의 의사에 따라 사용할 수 있었으며, 배송이 완료된 이후에는 별도의 절차 없이 스스로 귀가 여부를 결정하였다. 또한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고 운송용역비에 대하여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운송용역비를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망인은 개인사업자로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망인 스스로가 부담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⑥

망인은 만 65세가 넘어 I와 운송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업무를 시작하였다. 망인이 적지 않은 나이에 상품배송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망인이 개인사업자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희(재판장) 곽동준 김형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