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0. 11. 선고 2023구합7321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2019. 3. 8. 원고에 입사하여 2021. 1. 12. 정년퇴직하였고, 2021. 1. 13.부터 2022. 1. 12.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하여 원고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2023. 1. 12.까지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2023. 1. 5. 참가인에게 촉탁직 계약기간이 2023. 1. 12. 만료되어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종료한다는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3. 20. 참가인에게 촉탁직 계약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이 사건 관련소송의 소제기를 이유로 참가인에 대한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어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

라.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6. 19. 초심 판정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갑 제1, 2, 4, 5호증, 을가 제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에 대해서는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설령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계약갱신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이와 달리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판단

가.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 갑 제7 내지 22호증, 을가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과거 택시회사는 택시운전근로자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기준운송수입금(사납금)’으로 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 운송수입금(초과운송수입금)을 ‘생산고에 따른 임금(성과급)’으로 가져가는 정액사납금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2)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은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였다. 위와 같은 법률의 개정으로 다수의 택시회사들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근로시간,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는 합의를 하였고, 원고 역시 원고의 노동조합과 원래 6시간 40분이던 소정근로시간을 2010년에는 6시간, 2012년과 2014년에는 3시간, 2016년에는 2시간 40분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3)

그런데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은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액사납금제도 하에서 사용자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취업규칙을 개정한 것은 강행법규를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무효이고, 택시회사에게 종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한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4)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원고의 택시운전근로자들 역시 원고에게 1일 소정 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인정하여 계산한 최저임금 미달액과 퇴직금 미달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원고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된 미지급 임금을 택시운전근로자들에게 지급하였다.

5)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원고는 2020년 임금협정부터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도입하였고, 매년 임금협정과 보충협약을 체결하여 원칙적인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하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하여 2020, 2021, 2022년의 각 임금협정에서 택시운전근로자들로 하여금 여러 종류의 소정근로시간 중 원하는 소정근로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에 따라 적은 소정근로시간을 선택하는 경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 월급여가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되기는 하나 그에 따라 성과급 산정 기준인 기준운송수입금 역시 감축되므로, 택시운전 근로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장단점을 고려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선택하였다.

6)

참가인 또한 2021년에는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 30분, 2022년에는 소정근로시간을 5시간으로 선택하면서, 위 소정근로시간에 반하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법률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부제소특약을 담은 ‘개별근무형태 변경요청 동의서’를 작성하였다.

7)

참가인은 2022. 11. 30. 원고를 상대로, 참가인과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여 강행규정을 잠탈할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무효에 해당하므로,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산정한 임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3가합7987호, 이하 ‘이 사건 관련소송’라 한다).

8)

원고는 2023. 1. 5. 참가인에게 다음과 같이 신뢰관계 훼손을 이유로 근로관계 유지가 어려워 계약만료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이 사건 통보를 하였다.

나.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고, 이는 정년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계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 판결,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갑 제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참가인은 원고에 대한 촉탁직 계약갱신기대권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➀ 원고의 취업규칙 제55조는 “근로자의 정년은 만 60세가 된 날로 한다. 단 회사에서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서는 정년 만료 후 촉탁직으로 재고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②

원고는 노동위원회 심문 과정에서 “촉탁직 근로자가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건강에 이상이 없으며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하였고, 참가인 외에는 촉탁직 근로계약의 갱신을 원하는데 거절한 사례는 없었다.”라고 진술하였고, 원고가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하면서 직무수행 능력 등을 별도로 평가한 자료는 없다.

③

원고는 참가인과 정년 이후 2021. 1. 13.부터 2022. 1. 12.까지를 계약기간으로 하여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채 자동으로 계약을 갱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2)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가)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고, 이때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 근로자에게 이러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그 갱신을 거절한 경우, 거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 갱신 제도의 실제 운용 실태, 해당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및 업무수행 적격성,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8두62492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의 계약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➀ 원고는 이 사건 통보에서 갱신거절의 구체적 이유에 대해 “참가인이 근로계약, 임금협정, 보충협약, 2022년 임금협정(보충협약 포함) 변경신청 및 개별동의서, 개별근무형태 변경요청 및 동의서 등에서 정한 계약의 내용을 성실하게 준수하여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다. 원고가 이 사건 통보에 이르게 된 주된 원인은 참가인이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개별약정을 준수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관련소송을 제기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②

그러나 장래 발생할 임금지급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사전에 그에 관한 민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특약을 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9732 판결), 설령 참가인이 개별근무형태 변경요청 및 동의서 등에서 정한 바와 달리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 사건 관련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택시운송업계의 변화 등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③

만일 이와 달리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것만으로 원고와 택시운전근로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갱신거절의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본다면, 택시운전근로자들로서는 사실상 위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유효성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 소송의 제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

④

원고는, 참가인의 소제기로 인해 원고와 참가인이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의 주된 조건인 ‘소정근로시간’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을 것임이 분명하므로,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2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따라 복귀한 뒤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하는 근로계약서 작성에 동의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통보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고, 원고가 이 사건 통보 이전 참가인에게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40분으로 하는 계약의 체결의사를 확인하였음에도 참가인으로부터 이를 거절당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위와 같이 이 사건 통보 이후 계약조건의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갱신 거절 당시 발생한 사실이 아닌 이상, 이를 근거로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통보는 위법하고, 이와 결론을 같이한 재심판정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김민아 김성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