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3. 8. 1.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의 남편 B(C생)은 주식회사 D 소속 미장공으로, 2022. 10. 3. E 주식회사가 시공하는 고양시 덕양구 F, 에 일대 건설현장에서 작업 중 20:58경 쓰러져 의료기관으로 후송되었으나, 2022. 10. 5. 05:05경 사망하였다(이하 B을 '고인'이라 한다). 사망진단서에 따른 고인의 직접 사인은 '상세불명의 심정지', 직접 사인의 원인은 '허혈성 심근병증'이다.
원고는 2023. 3. 16. 고인에 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고인의 업무와 상병(사인)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고인은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정신적 긴장, 유해한 작업환경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 · 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9두164 판결,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앞서 든 증거, 갑 제7 내지 9, 15 내지 17호증, 을 제4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H, I의 각 증언, 이 법원의 J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K학회에 대한 사실조회 및 감정촉탁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일반적인 원인
고인의 주상병인 상세불명의 급성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근육으로 가는 혈액공급이 차단된 상태로, 심근괴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매우 치명절인 질환이다. 고령, 가족력,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비만, 과도한 음주, 흡연 등이 위험요인으로 잘 알려져 있고, 장시간 노동, 직무 스트레스, 높은 육체적 부담 등이 발병및 촉발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피고 판단의 전제
피고는 아래와 같은 사실을 전제로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았다.
조사된 고인의 발병 전 근무시간은 1주 27시간 00분, 4주 및 12주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각각 15시간 45분, 34시간 50분으로 확인됨
2022. 4. 및 그 이전 실시한 건강검진 결과와 2022. 10. 3. L병원 진료기록에 의하면, 지속적인 고혈압 및 당뇨병 확인되고, 그 외 진단일 이전 2013. 7.~2022. 9. 기간 중 110회 원발성 고혈압과 108회의 당뇨병 진료이력 확인됨
12주간 근무시간 산정 시 고인의 휴가기간 6주를 제외하고 근무시간을 산정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의 경우, 산재보험법 및 고용노동부 고시(제2020-155호)에 의할 때 근거가 없는 주장으로 보임
바닥미장 업무는 막노동 중 상급의 강도에 해당한다는 원고 측 주장의 경우, 'M학회 장해평가기준'에서 제시한 직업군 분류에 따라 마련된 피고 내부지침인 '뇌혈관 질병 · 심장질병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의 [별표3]에 따른 '직업에 따른 육체적 업무강도 평가표'에 의하면, 고인 수행 작업의 경우 '힘든' 또는 '매우 힘든' 직종에 해당하지 않고, 기타 유해한 작업환경,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됨
고인은 현 적용사업장에서 4일간 약 06:00~23:00까지 2공수 작업을 하였고, 따라서 2공수에 해당하는 약 35~50만원을 받기로 했다는 원고 측 주장의 경우, 원고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구글타임라인 등)는 제출되지 않은 반면, 근로계약서상 고인은 적용사업장과 근무시간 12:00~22:00, 일당 40만원으로 계약한 사실이 확인되고, 고인의 발병일(2022. 10. 3.) 당일 인천 소재 시멘트 공장에서 고양 소재작업현장으로 출발하는 벌크차량의 최초 출하시간은 08:19으로, 이후 고양 소재 공사현장에 도착하는 시간 · 타설 및 양생 시간 등을 감안하면, 원고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됨
업무시간
고인이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시간이 12:00부터 22:00까지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고인의 동료였던 H은, 고인과 동료들이 보통 오전 6시부터 작업을 시작하여 하절기에는 대개 오후 10시경까지, 동절기의 경우 그보다 늦게까지 업무를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다른 동료였던 I은, 자신이 오전 7시경 도착하여 일을 시작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것과 달리 이른 아침부터 업무가 시작되었다는 위 각 진술은 다른 여러 동료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갑 제8호증)의 내용과도 일치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사업주 의견 등에 근거하여, 시멘트가 현장에 도착하여 타설 및 양생된 이후에야 비로소 미장 업무가 시작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H은 작업 전날 미리 '레미탈'(드라이 모르타르.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만든 건축 재료로, 공사 현장에서는 여기에 물을 섞어 미장 등에 사용한다)을 준비해 두었다가 다음날 출근후 바로 업무를 시작하였고, 만일 당일 12시경 레미탈이 배송된 후 업무를 시작한다면 작업이 너무 늦게 끝나게 되므로 작업자들이 일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H의 위 진술 내용을 배척할 뚜렷한 근거가 없고, K학회도 이 법원의 사실조회에 대하여, 이 사건 해당 방통미장공들의 근로시간을 07:00부터 23:00까지로 볼 여지가 있다고 회신하였다.
이러한 다수 동료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고인은 작업일에 통상 이른 아침(06:00~07:00)부터 늦은 밤(22:00~23:00)까지 계속 업무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업무의 강도
고인이 수행한 바닥 미장공사는, ① 콘크리트(모르타르) 타설 후 1차 고름 작업, ② 2차 면처리, ③ 휘니샤(finisher) 마감(기계 미장이 어려운 협소한 장소의 경우 흙손등 사용하여 작업), ④ 최종 마감, ⑤ 바닥 미장공사 후 3~4시간 후 보양 순으로 진행된다.
H과 I의 진술에 따르면, 바닥 미장 작업자들은 약 5명의 팀을 이루어 오전 6시 반경부터 모르타르를 기계로 물과 섞어 쏘면 자나무를 이용해 속칭 나라시 작업(지면을 평평하게 푸는 작업)을 하였다. 위 작업은 모르타르가 굳어 펴지기 전에 타설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다. 모르타르는 약 2~3시간 후 양생되었는데, 작업자들은 그옆에서 상태를 지켜보면서 모르타르의 농도를 보고 물이 빠지도록 하거나 모르타르를 추가로 뿌리고, 모서리를 깎거나 칼질을 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했다. 고인이 사망한 날 이루어진 마감 작업의 경우 많이 굳게 되면 면처리가 안 되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맞춰서 작업을 하였다. 한편 근로계약서에는 16:00부터 17:00까지가 휴게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으나, 이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춰 쉴 수는 없었고, 업무 사이사이에 작업 현장 옆에 대기하는 때가 있더라도, 모르타르의 양생 상태 등에 맞춰 다음 업무를 계속 진행해야 했다. 이처럼 작업자들은 팀으로서 장시간 업무의 주기에 맞춰 때에 늦지 않도록 상당한 긴장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인이 수행한 업무는 모르타르 타설 후 경화 시간에 맞추어 수행되는 공정으로, 일정 수준의 연속작업과 신체적 부담을 수반한다. 바닥 미장 작업 시 상체를 숙이는 자세는 작업의 성질상 불가피하며, 전체 작업시간 대부분을 차지한다. 때로는40kg에 이르는 모르타르 포대를 들고 운반하면서 이를 뿌려야 하기도 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으로 인해 근골격계 부담, 피로 누적, 발한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인이 사망 당시 진행한 공사 현장은 대규모의 고층 빌딩으로 일일 마감해야 할 작업 면적이 넓어 신체에 더욱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H은 미장 작업 중 고인이 수행한 바닥 미장 일이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고, 그래서 하루 일당을 근로계약서 기재와 달리 50만 원씩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업무환경
바닥 미장 작업자는 시멘트 수화열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특히 시멘트가 마르는 과정에서 균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장 작업은 창문을 닫은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작업 장소는 경우에 따라 40°C 이상의 고온, 고습도 및 환기 차단이 중첩된 환경이 조성되고, 이는 작업자의 체감온도를 크게 상승시키며 열로 인한 스트레스 위험을 증가시키는 작업환경을 형성시킬 수 있다.
고인의 사망일에는 외부 온도나 폭우가 내리던 당시 기상 상황을 고려할 때 위와 같은 정도의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나, 위와 같은 바닥 미장 업무의 일반적인 업무환경은 심혈관계 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었다.
고인의 기존 질환
고인은 2013. 7. 16.부터 2022. 9. 1.까지 원발성 고혈압으로 110회, 2형 당뇨병으로 108회 건강보험요양급여를 받은 내역이 있다. 한편 고인의 2020. 6. 9. 채용신체검사 당시 혈압은 140/85㎜Hg, 공복혈당 119mg/dℓ였고, 2022. 4. 2. 채용신체검사 당시 혈압은 140/80㎜Hg, 공복혈당은 166mg/dℓ였다.
이러한 건강검진 결과 등에 비추어, 고인은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지는 않았으나, 혈압은 비교적 관리가 되고 있는 상태였다(피고는 고혈압, 당뇨병 등의 수진 내역등이 각 100회 이상씩 확인되는 점을 고인의 업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고인이 위 질환을 비롯한 자신의 건강상태를 자주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사정으로 볼 수도 있다). 고인의 기존 질환이 고인의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고, 그 자연적인 진행 경과만으로 고인이 사망할 정도로 위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감정의 등의 의견에 관하여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고인이 심근경색 발병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었고, 고인의 작업이 육체적 부담이 높지만, 통상적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그 기여가 상당한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는 소견을 밝혔다.
또한 K학회는, 고인의 작업이 일정한 신체적 · 습열 부담이 있어 심혈관 질환 등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급성 심정지를 직접적으로 유발할 정도의 극단적 또는 비정상적 작업환경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고인의 질환 발생은 작업환경 단독요인보다는 개인의 기저질환 및 건강상태와 같은 내재적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높으며, 작업환경은 망인의 사망에 간접적인 요인으로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 증거에 의해 알 수 있는 고인의 실제 업무시간과 그 업무의 강도, 고인의 건강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앞서 본 고인의 장기간의 업무시간과 업무의 강도, 업무환경 등이 고인의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고인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규범적 관점에서 타당하다. 피고 측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유사한 전제 하에서 판단이 이루어진 위 감정의 등의 의견만으로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인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신옥영 이주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