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9. 4. 선고 2023구합83332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주문

1.

피고가 2023. 8. 17.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5. 1.경부터 서울 중구 C, 1층에 있는 'D'이라는 상호의 업체(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여 왔다.

나.

망인은 2021. 1. 11. 17:21경 이 사건 사업장에서 퇴근하고 망인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그랜저 차량을 운전하여 서울 중구 창경궁로 28에 있는 편도 3차선 도로중 2차로를 따라 주행하고 있었는데, 당시 3차로에서 주행하고 있던 (차량번호 2 생략) 제네시스 EQ900 차량이 2차로로 진입하자 망인이 위 제네시스 차량을 피하기 위하여 그랜저 차량의 핸들을 왼쪽으로 틀어 1차로와 2차로를 걸쳐 진행하다가 그랜저 차량의 조수석 뒷휀다 부분으로 위 제네시스 차량의 운전석 앞휀다 부분을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21. 1. 11. 17:24경 망인의 차량에서 내려 사고 현장 등을 촬영하고 전화통화를 한 후, 같은 날 17:26경 망인의 차량 뒤로 돌아가던 중 경련을 일으키며 소리를 지르다가 이 사건 사고 장소 옆 3차로에 정차 중이던 캠리 차량의 운전석 뒤쪽 부분에 부딪친 다음 도로 위에 쓰러졌다.

라.

망인은 곧바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학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18:56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마.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피고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 8. 17. '뇌·심혈관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 제1항 및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고용노동부고시에서 정한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데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당시 망인에게 돌발 상황이나 급격한 작업 환경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고, 발병 전 평균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고시에서 정한 만성 과로 기준에 미달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으므로, 망인이 업무상 사유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돌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이 유발되었거나 악화·촉진되었으므로, 망인은 업무상 사유로 인한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 그 위임에 따른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이하 '고시'라 한다)은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장 질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관한 판단기준을 상세히 정하고 있다([별지] 참조).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 등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가목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위 기준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라도 제반사정에 비추어 업무 수행이 질병을 발생시켰거나 아니면 적어도 발생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 위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 따라서 망인이 실제로 위 규정에서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점만을 들어 망인의 업무와 질병 간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3)

앞서 든 증거, 갑 제6, 7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E병원장(직업환경의학과) 및 국립경찰병원장[순환기내과(심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사고에 관하여 수사한 서울중부경찰서의 감정의뢰에 따라 F협회 의료감정원장이 2021. 12. 30. 작성한 의료감정 회신서에는 '블랙박스 영상을 볼 때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전후 신체상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고도의 동맥경화, 허혈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중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갑작스런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하여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하여 갑자기 쓰러지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나)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소속 의사 G은 2022. 5. 30. '망인은 과거 만성신염증후군으로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있고, 이 사건 사고 수습 과정에서 갑자기 심정지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이 사건 사고의 기여도는 약 30%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작성하였다.

다)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E병원 감정의는 '망인에 대한 부검감정서상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이전부터 심장중량 증가 및 심비대, 동맥경화와 석회화 등 심각하게 진행된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망인이 이 사건 사고로 겪은 급격한 스트레스 및 정서적 충격은 망인의 심장에 무리 내지 부담을 주어 망인의 급성심근경색을 촉발하거나 가속화시킬 수 있어 위 심근경색 발생에 의미 있게 기여한 것 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라)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국립경찰병원 감정의 역시 '망인에 대한 부검결과 망인은 이미 고도의 동맥경화가 진행된 상태여서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더라도 사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는 상태였으나, 이 사건 사고의 발생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고려한다면 이 사건 사고가 심근경색을 촉발시켰을 개연성은 있다고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4)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업무를 마치고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퇴근하던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그 자체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 F협회 의료감정원,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의사, 망인의 진료 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들이 공통적으로 '망인이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심장비대, 고도의 동맥경화 등으로 사망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지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갑작스런 정신적 스트레스가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을 촉발하거나 그 발생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장 주된 원인은 아니더라도 망인의 급성 심근경색의 주된 발생원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급성 심근경색과 망인의 사망 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이상 살핀 바와 같이 망인의 사망과 업무 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을 제5호증의 기재 등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이현우 백송이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