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상시 13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평생교육시설 교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은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평생교육시설 교육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B은 2023. 6. 8. E에서 약 2시간 교육을 받다가, E으로부터 ‘기획ㆍ홍보업무를 못 하겠으면 나가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는 위 회사에 교육비 수령 계좌를 적어주고 나갔다.
B은 ‘원고와 E은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이고, 2023. 6. 8.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8. 11. ‘① 원고와 E은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이어서 상시근로자 수가 5명 이상이고, ② 원고의 B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며, ③ 원고의 B에 대한 해고는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이유로, B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F).
원고와 E은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11. 13. 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의 이유로 원고와 E의 재심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C, D(병합), 이하 위 재심판정 중 원고와 B 사이의 부분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 10,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B에게 구제이익이 존재하는지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B은 원고 또는 E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바 없고, 2023. 6. 8. E과 5일(2023. 6. 8.부터 2023. 6. 14.까지)의 교육계약만을 체결한 후 교육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2023. 6. 14. E에 근로 의사가 없다고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B과 E 사이의 법률관계는 2023. 6. 14. 교육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 그런데 B은 교육관계가 종료된 후인 2023. 6. 30.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으므로, 구제이익이 없다.
판단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E의 ‘사원내규 교육ㆍ시용(수습)기간 규칙’에 ‘본인은 교육일로부터 5일간 업무교육을 받으며, 교육기간 종료 후 교육비가 발생함을 확인하고 동의합니다’, ‘본인은 교육 종료 후 시용 시작일로부터 3개월간은 시용기간임을 고지받았음을 확인합니다(근로계약은 위 기간 시작일 체결, 당일 계약서 교부)’라는 내용이 기재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을 제3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실과 사정, 즉, ① B이 지원한 채용과정의 채용공고문(을 제3호증)에는 전형방법이 ‘서류, 면접’으로만 기재되어 있고, ② 이에 따라 B은 2023. 6. 3. E 측에 이력서를 제출하였으며, ③ B은 2023. 6. 7. 면접을 본 후 E 측으로부터 ‘본사의 최종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다음과 같이 서류 지참하시고 출근하시기 바랍니다. 제출서류: 이력서, 자기소개서, 졸업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출근일시: 23년 6월 8일(목) 오전 10시’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을 제6호증)를 받았고, ④ 위 문자메시지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B이 2023. 6. 8. E에 출근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E 측의 B에 대한 채용의사가 외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됨에 따라, B과 E 측 사이에는 근로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사원내규 교육ㆍ시용(수습)기간 규칙’에 기재된 내용만을 근거로 B이 E 측과 5일간의 교육계약만을 체결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교육기간이 종료된 후에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야만 근로관계가 형성된다는 것도 고용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B과 E 측 사이의 법률관계가 교육기간 종료일인 2023. 6. 14. 기간 만료로 종료된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B의 구제신청일은 2023. 6. 12.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와 E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인지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와 E은 독립된 별개의 회사이다. E은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관련 법리
어떤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다른 회사의 도구에 불과한 경우(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다103984 판결 등 참조), 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법인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둘 이상의 법인이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어 단일한 법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 각 법인의 근로자 수를 합산하여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10호증, 을 제8, 9, 12, 13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E은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E을 합하여 상시 15명의 근로자를 사용하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원고와 E은 서울 강남구 G 건물을 나눠서 사용하고 있는데, 위 건물의 소유자는 원고의 대표이사 H이다. 또한 원고와 E은 동종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E의 주주명부상 주주는 원고(지분율 55%), 원고의 대표이사 H(지분율 25%), 원고의 사내이사 I(지분율 25%)뿐인바,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가 E의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어서, E이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E의 대표이사 J는 원래 원고의 감사로 재직하였던 자이다.
원고 소속 근로자였던 K은 E의 설립일(2018. 5. 4.) 무렵인 2018. 6. 1. E으로 소속이 변경되었다가 2022. 3. 10. 원고 소속으로 다시 변경되었다. 그리고 E 소속 근로자였던 L은 2022. 9. 27. 원고 소속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원고 소속 근로자였던 M은 E의 설립일 무렵인 2018. 6. 1. E으로 소속이 변경되었다. 이처럼 원고와 E 간 직원의 소속 이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E 신규직원 채용공고문의 담당자는 원고 소속 근로자 N이고(을 제12호증 3쪽), B을 채용하는 과정에서의 서류심사, 면접 절차, 합격 통보 등 모든 절차를 원고가 진행하였다(E의 직원은 2명뿐으로 인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B이 최종 합격하여 출근한 이후에도 원고가 교육훈련을 진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B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E으로부터 면접 대리 등 채용업무를 부탁받아 원고의 직원이 채용과정에 일부 도움을 주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E이 원고에 채용업무를 부탁하였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정황이 보이지 않는바, 원고의 채용업무 관여 사실은 E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요소로 평가될 뿐이다.
원고와 E의 세무회계가 분리되어 있고, 형식적으로 별개의 법인으로 존재하기는 등 원고와 E이 별개의 사업장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존재하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대표이사가 소유하는 건물에서 원고와 E이 동종의 사업을 운영하는 점, 원고가 실질적으로 E의 주식을 100% 소유한 점, E의 대표이사는 원래 원고의 감사로 재직하였던 자인 점, 원고와 E 간 직원의 소속 이동이 빈번하게 이루어진 점, 원고가 B의 채용과정에 관여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기준이 되는 상시근로자 수를 산정함에 있어 원고와 E을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것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고의 B에 대한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E 측은 B에게 ‘총무업무’가 아니라 ‘기획ㆍ홍보업무’를 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B은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며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E 측이 B에게 교육비라도 지급하겠다고 말하자, B은 A4 용지에 교육비 지급 계좌를 적은 후 회사를 나갔다. 따라서 B과 E 간 근로관계 종료는 상호 합의에 따른 근로관계 해지 또는 자발적 사직에 해당한다.
관련 법리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 및 갑 제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및 음성,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용자인 원고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B과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B에 대한 해고가 존재한다.
B이 지원한 채용과정의 채용공고문(을 제3호증)에는 ‘E의 총무부를 채용한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다. 이에 B도 총무업무를 할 것을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지원하여 합격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B이 처음 출근한 날인 2023. 6. 8. E 측은 B에게 기획ㆍ홍보업무를 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B은 이를 거부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B은 채용공고문의 내용에 따라 총무업무를 할 것을 기대하고 채용절차에 지원하여 합격한 것이므로, 사용자가 출근 첫날 B에게 일방적으로 기획ㆍ홍보업무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B이 E 측의 요구를 거절하자 E 측은 B에게 A4 용지에 교육비를 지급받을 계좌를 적도록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획ㆍ홍보업무를 하도록 요구한 것’과 ‘교육비를 지급받을 계좌를 적도록 요구한 것’은 모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이고, 위 두 요구를 결합하여 살펴보면, 사용자는 ‘기획ㆍ홍보업무가 아닌 이상 노무를 수령할 의사가 없고, 교육기간의 교육비는 지급할 테니 더 이상 회사에 나오지 말라’는 의사표시를 묵시적으로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B은 2023. 6. 14. E의 대표이사와 전화를 하면서 ‘일단은 최종합격 그렇게 넣은 거에 대해서 갑자기 그렇게 말을 바꾸고 잘못했다 우리가 나갔으면 좋겠다 딱 그러니깐 그럼 끝이죠 그게. 오해의 여지가 없잖아요. 이거는’이라는 취지로 말하였는바, 이러한 통화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B은 사용자의 묵시적 해고 의사표시에 따라 회사를 나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B과 E 간 근로관계가 상호 합의에 따른 해지 또는 자발적 사직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원고의 서면통지의무 위반 여부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고가 B을 해고하면서 B에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원고의 B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의무를 위반하여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신일성 김찬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