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2. 2.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0년경부터 B 주식회사(이하 'B'이라 한다)와 (차량번호 1 생략) 화물자동차에 관한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위 화물자동차로 B과 화물운송계약을 맺은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의 화물을 운송하여 왔다.
B이 D 주식회사(이하 'D'라 한다)로 변경되자, 원고가 운행하던 (차량번호 1 생략) 화물자동차에 관하여 D 앞으로 소유권이전등록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동차등록번호가 (차량번호 2 생략)로 변경되었으며(이하 자동차등록번호 변경 전후를 불문하고 '이 사건 화물차'라 한다), 원고는 2022. 4. 22. D와 다시 이 사건 화물차에 관하여 위수탁관리계약(이하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종전처럼 위 화물차를 통하여 C의 화물을 운송하는 업무를 계속하였다.
원고는 2022. 4. 23. 주식회사 E의 안성물류센터에서 C의 화물을 하차하던 중 이 사건 화물차 적재함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여(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2022. 4. 28. 요추염좌,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손목의 기타 부분의 염좌 및 긴장(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22. 11. 8.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3. 1. 27. 원고가 D와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운송사업을 하는 사업자이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위 요양신청을 불승인하였다.
원고는 2024. 1. 24. 재차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2024. 2. 2. 전과 동일하게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7, 11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청구원인 주장의 요지
원고는 D로부터 운송지시를 받고 C의 화물만을 운송하였고, 임의로 다른 거래처로부터 화물운송의뢰를 받아 화물을 운송할 수 없었다. 또한 이 사건 화물차에는 GPS가 부착되어 있었고, 차량운행일지가 작성되는 등 D나 D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C로부터 화물운송에 관한 지휘, 감독을 받았고, C가 직접 운영하는 주유소에서만 유류를 공급받았다. 따라서 원고는 사용자의 지휘, 감독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인정사실
D와 C가 2022. 1. 1. 체결한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에는, D가 제공하는 차량번호에 이 사건 화물차 외 3대라고 기재되어 있고, D는 C의 요구에 따라 위 차량을 배차하여 화물을 운송하여야 하며, 위 차량에는 C의 화물 이외에 다른 화물을 적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위 계약에는 D의 운전자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여야 하고 C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제반 언행 등을 하여서는 안 되며, C가 지정한 배차 노선을 이탈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그 밖에 위 계약에는 운송료, 지불조건, 경비부담의 산정방법 등에 관하여도 정하고 있으나, 쌍방의 사전협의가 있을 경우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원고와 D가 체결한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에는, 원고는 근무시간과 근무일을 D에 준수하여야 하고, D의 정당한 지시사항을 이행하여야 하며, D의 지시 없이 다른 화물을 운송하거나 목적지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고, 우천, 강설 등 기후조건에 관계없이 운송업무를 하여야 하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D의 기업 이미지와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원고는 필요한 경우 D의 비용부담으로 실시하는 차량 동원, 운전자보수교육에 참가하여야 하고, 운송업무 중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즉시 D에 보고하여야 하며, 이 사건 화물차를 D의 동의 없이 담보로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위 계약에는 원고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정하였고, 원고는 2020. 2. 17. 사업장명을 'D'로 하여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원고는 D의 전신이었던 B에 'C 월대 투입에 대한 각서'를 작성한바 있는데, 위 각서에는 '회사 근무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받았고, 근무조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 'C에서 근무를 하지 않으면 B에서 차량을 환수하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C의 화물을 운송하면 C가 제공한 차량운행일지 양식에 운행날짜, 운행거리, 도착 및 출발시간, 운송물량 등을 기재하여 C에 제출하여 왔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에도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하였고, 위 일지에 '사고'라고 표시하였다. 한편 위 차량운행일지는 결재란이 인쇄되어 있었다.
이 사건 화물차 전면에는 C를 의미하는 영문명 'C'가 표시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 사건 화물차에 필요한 유류를 주식회사 F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공급받았으며, 위 주유소 간판에는 C가 직영하는 주유소라는 기재가 있었다. 원고가 위 주유소에서 유류를 공급받고 발급받은 영수증에는 고객명으로 '(주)C_(차량번호 1 생략)'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이후 피고와 문답을 하면서, 화물 운송업무를 통해 특별한 이윤창출은 어려우나 근무하지 않는 경우에는 용역비를 받을 수 없어 손실은 가능하고, 출근부는 따로 없었지만 배차일지로 업무내용을 보고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인정 근거] 앞서 든 증거, 갑 제2, 8, 9, 10, 13호증, 을 제3,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2호 본문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인정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D나 D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C에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D는 이 사건 화물차를 자기의 계약목적물로 삼아 이를 C의 화물운송에 제공하기로 하는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가 계약당사자도 아닌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 사건 화물차는 D가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하는 화물자동차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원고가 D와 독립된 사업자였다면, 원고가 운행하는 이 사건 화물차를 이 사건 운송계약의 계약목적물로 삼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원고는 D나 C의 배차지시에 따라 화물을 운송하면 미리 정해진 운송료만을 지급받을 수 있었고, D나 C가 아닌 제3자가 의뢰하는 화물은 운송할 수 없었다. 또한 원고가 임의로 업무일과 휴무일을 지정할 수 없었고,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도 D나 C의 지시에 따라야만 하였다. 결국 원고는 스스로의 의지와 책임에 따라 이 사건 화물차를 통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없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D로부터 받은 운송료는 운송업무라는 근로제공의 대가 이외의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D나 C의 지시에 따라 한 운송업무가 사업소득을 얻기 위한 영업활동이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원고는 화물운송업무에 주된 비용을 발생시키는 유류를 C로부터 직접 공급받았고, 원고가 유류비용을 더 낮추기 위해서 별도로 다른 주유소와 유류를 거래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의 화물운송업무는 사업이라기보다는 근로제공에 가깝다고 보인다.
이 사건 운송계약을 보면, C의 화물을 운송하는 D의 운송기사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정하고 있는데, 이는 D가 제공하기로 약정한 이 사건 화물차의 운송기사를 D가 지휘ㆍ감독을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을 보면, 원고는 D의 지시를 이행하여야 하고, 우천, 강설 등 기후조건에 관계없이 운송업무를 하여야 하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D의 기업 이미지와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정한 기간에 업무를 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에 업무지시를 하고, 그 상대방이 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고용계약의 실질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이 사건 운송계약은 D와 C가 사전 협의를 통해 운송료 계산방법이나 지급조건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으나, 원고와 D 사이의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에는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도,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이 고용계약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 밖에 원고는 D의 직무교육에 참여할 계약상 의무가 있었던 점, 이 사건 화물차는 D와 운송계약을 체결한 C의 회사명이 표시되어 있었던 점, C가 제공하는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하여 원고의 업무시작 및 종료시간과 업무 내용을 보고하였던 점, 업무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D에 보고하여야 했고, 이 사건 화물차를 임의로 처분할 수도 없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D나 C의 업무상 지시 등에 구속되어 화물운송업무를 위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판사 윤성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