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2. 9. 선고 2024구단66344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4. 5.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 경위

원고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이 사건 연구소') 소속 근로자로, 2021. 12.부터 제35차 B기지('이 사건 기지') 월동연구대로 위 기지에 파견되어 전기설비 업무등을 수행하던 중 2022. 11. 22. 다발성 경화증('이 사건 상병') 진단을 받고 2023. 10.25.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업무상 요양 승인을 신청하였으나 피고는 2024. 4. 5.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승인처분('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처분서 송달일: 2024. 4. 11.).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교대근무, 높은 노동 강도, 정신적 스트레스의 가중, 햇볕 부족 및 치료 지연 등으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는바, 그렇다면 업무와 위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데도 위 상병에 대한 요양승인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1>

나.

인정사실

○

원고 업무 내용

-

근무시간: 1일 평균 8시간(점심시간 60분), 1주 평균 5일

-

당직 근무: 주당 약 2회, 주간 당직: 토, 일요일 및 공휴일 08:00 ~ 18:00, 야간 당직: 매일 19:00 ~ 다음 날 08:00

-

업무: 전기설비, 소방설비 유지관리 · 안전점검, 관련 일지 작성 및 보고, 물품 청구 ·수령 · 검수, 기관정비 담당자와 상호 협조, 관련 시설 · 장비에 대한 일일점검 및 이상 유무의 기록

○

이 사건 상병 진단까지의 경위

원고는 2022. 9. 16. 이 사건 기지 내에서 넘어지는 사고 후 신체감각 저하, 안구 통증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났고 이후 약물을 처방받았으나 통증이 지속되던 중 2022. 11. 20.경 칠레 병원으로 이송되어 같은 달 22. 이 사건 상병 진단을 받았고 2023. 2.15. 국내 병원에서 이 사건 상병 확진을 받았는데 그 첫 증상은 2022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

이 사건 상병 관련 의학적 특성

중추신경계(뇌 및 척수)의 수초가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반복적으로 손상되는 만성 염증성 탈수초 질환으로,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발병하며, 아직 그 정확한 원인은 불분

명하나 특정 단일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유전 요인의 복합적 상호작용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소인, 면역학적 이상 외에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연구되는 것으로는 입스타인 바(Epstein-Barr) 바이러스 감염력, 비타민 D 결핍, 일조량 등 환경적 요소 등이 있는바,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에게 여러 환경 요인들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고, 환경적 요인은 유전적 감수성을 가진 개인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사건 상병은 주로 10세~19세, 30세~39세에서 발병하고 50세 이후 발병하는 경우는 5% 정도로 보고되고 있는바(후기발병 다발성 경화증), 이러한 발병 시점에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9호증, 을 제2, 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C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2025. 12. 23.),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유해환경으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 · 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고,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 ·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취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8, 19, 24, 25, 26, 27, 30, 33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사실 또는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원고는 당초 1주당 주간 및 야간 당직(18:00 ~ 다음 날 08:00) 각 1회씩 수행하는 것으로 정하고 이 사건 연구소에서 업무를 개시하였으나 1차 사고가 발생할 무렵인 2022. 8. 6회, 2022. 9. 5회의 야간당직 업무를 수행하였고, 이 사건 연구소 내 유일한전기설비 담당자로서 전체 전기설비의 유지 관리 및 안전점검 업무 등을 수행하였는바, 전기설비의 안정적인 기능 유지는 이 사건 기지 운영에 필수적이었으므로 야간 당직 이후에도 필요시 전기설비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야 했고 실질적인 근무시간은 주 52시간을 초과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사건 연구소의 발전기관 운용, 정비 및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한 대원이 질환으로 인해 2022. 9. 2.부터 2022. 9. 23.까지 칠레로 이송되어 위 기간 동안 추가 인력 없이 위 대원의 발전기관 관련 업무까지 함께 담당하였다.

○

이 사건 기지의 운영 관련 실무 업무 등을 맡은 총무 대원이 파견 약 4개월 만에 스트레스를 이유로 중도 귀국하였고, 대원 간 갈등으로 인해 관련 대원들에 대해 협진 의료기관과 원격 영상 진료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이루어졌으며 대원 징계를 위한 인사소위원회가 네 차례 열리기도 하였으며, 대원 간 불화가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 사건 연구소 대표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바, 남극이라는 고립된 지역에 위치한 이 사건 기지에서 근무하는 대원들 간 불화 환경은 업무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라 할 것이다.

○

이 사건 기지는 그 위치상 햇볕이 부족하여 햇볕에 의한 자연적인 비타민 D 합성이 어려운 환경이었고, 영양제라는 보충적인 수단이 제공되기는 했으나 개개인의 비타민D 결핍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결핍이 확인되는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바, 영양제를 제공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자연 합성비타민 D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

이 사건 기지는 근처 호수('현대호')에서 배관을 통해 인입된 물을 별도의 소독처리없이 마이크로 필터와 세라믹 필터로 정수하여 생활용수로 사용하였는데 세라믹 필터는 2018년 이후 가동이 중단되었는바, 이에 관하여 이 사건 연구소에서 발간한 활동보고서에서는 '세라믹 필터 내 수지는 주기적인 역세공정을 통해 관리되어야 하나 다년간 정지된 상태로 방치되어 가동하지 못하였다. 주기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하고는 있으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생활용수 수질이 적정범위 내로 유지될지 알 수 없으므로 세라믹 필터 내 수지 교환 및 재가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제안사항이 기재되어있고, 이후 세라믹 필터가 재가동되고 생활용수 수질이 적정범위 내로 유지되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

원고는 2000. 11. 20.부터 2001. 8. 27.까지 한국해양연구원 내 D기지 소속 발전설비 기사로서 남극에서 파견근무를 하였고, 2007년부터 2021년까지 이 사건 연구소 소속으로 별지 표 기재와 같이 남극에서 4회 파견근무를 하였는데, 이 사건 상병 발병 전까지 위 상병 관련 진료를 받은 바 없다.

○

결국 업무 강도가 높고 대원 간 갈등으로 정신적 부담이 유발되는 상태 및 비타민D 부족, 세균 ·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수질 상태 등으로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는 환경 등의 요소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 · 누적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

이 법원 진료기록 감정의 역시 '원고는 이 사건 발병 당시 만 50세가량으로, 주된 발병 연령대보다 높은 연령에 발병하였는바, 자연적 경과에 의한 발병 가능성 외에 업무환경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비타민 D 결핍은 신경면역 및 신경손상회복 능력에 변화를 일으켜 이 사건 상병 발생 가능성과 연관된 위험 요인에 해당한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한다.

판사 정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