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C생, 남성)는 2017. 1. 1.부터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소속되어 설계(프로그래머)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일요일인 2023. 7. 16. 사업장에서 쓰러져 E병원에 후송된 후 '상세불명의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요양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5. 10.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유일한 프로그래머로서 잦은 휴일근무 및 야간근무를 수행하였다. 원고의 업무 특성, 업무 강도, 업무 시간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및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2, 3, 22호증, 을 제2, 4, 7, 9호증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나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가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
원고는 2003. 4. 16.부터 2016. 12. 1.까지, 2017. 1. 1.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목업 제작을 위한 캐드설계(프로그래머) 업무를 담당하였고,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은 주 5일 8:30부터 17:30까지이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2003.4.경부터 혼자 장기간 캐드설계 업무를 담당하였는바, 원고의 업무 내용(도면 및 견적서 제작, 납품 등), 경력, 숙련도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수행한 업무가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라거나 육체적·정신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 달리 이 사건 상병 발생 전 24시간 이내에 고인의 신체에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길 정도로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도 없다.
피고는 원고의 업무상 부담요인을 조사한 결과, 원고가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취침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업주의 진술, H 기록, 원고의 특근현황 등을 토대로, 늦은 시간에 H 기록이 있는 경우 원고가 사무실에 취침하러 온 것으로 보아 근무시간으로 산정하지 않고, 원고의 H 기록이 있는 경우 H 기록으로 업무시간을 산정하며, 원고의 H 기록이 없는 날에 대하여는 표준근무시간으로 업무시간을 산정하여, 원고의 발병 전 1주간의 업무시간을 43시간 55분으로,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을 51시간 6분으로,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을 46시간 53분으로 산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의 H 세트(퇴근) 기록이 없는 경우 퇴근하지 않고 일한 것을 의미하며, 원고의 발병 24시간 전 업무시간은 13시간 30분이며, 발병 전 12주간 평균은 62.4시간이고 발병 전 4주 평균의 경우에는 70.1시간으로 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사업장에는 H을 이용한 출입보안·통제 장치, 직원 출퇴근 기록 장치가 있으나, 출퇴근 기록장치는 기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확하지 않은 점, 특근현황의 경우 특근수당 지급의 근거가 되므로 주말 등 특근현황을 정확하게 기재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H 기록은 이 사건 사업장의 특근현황과 일치하지 않는 점, 동료 근로자 F은 이 법정에서 '원고가 쓰러진 2023. 7. 16.경 전후로 수주량이나 업무량에 별 차이 없었고, 원고가 쓰러지기 1~2주 전이나 한두 달 전부터 야근이나 연장근무를 많이 하지 않았다. 원고가 보통 7시 정도에 출근했는데, 퇴근은 업무가 끝난 후에도 개인 사정으로 집에 잘 가지 않고 회사에 취침을 하거나, 퇴근 후 약속이 있다면서 조금 늦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와 같은 산정방법은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보인다. 위와 같이 조사된 고인의 업무시간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3] 제1호 다.목의 위임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2022-40호)에서 정한 과중한 업무의 기준(60시간 또는 52시간)에 미달한다.
현재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원고가 수행하던 캐드 설계 업무를 2명의 근로자가 수행하고 있으나, 이는 위 근로자 중 1명이 청각장애인이어서 보조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원고의 거래처와의 통화기록이나 이 사건 사업장의 매출세금계산서 합계액만으로는 업무 관련성이나 발병 무렵 실제 업무량을 알 수 없고, 거래처 관계자들이 원고의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원고가 일이 많을 때는 주말에 나와서 일을 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거래처 관계자들과 원고와의 관계, 위 F의 진술 내용, 원고 특근현황 등에 비추어,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무렵 이 사건 사업장에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이 법원 감정의(신경외과)는 '원고는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매년 고혈압에 합당한 측정치가 관찰된다. E병원 응급실 의무기록에서 과거력에 고혈압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혈압약은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적혀 있어 원고는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고는 검진기록상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으로 뇌혈관의 변성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며, 과로 및 스트레스도 다양한 기전에 의해 고혈압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급격한 혈압변동으로 혈관변성을 더 악화시키는데 기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고의 뇌출혈의 발생원인으로 원고의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지만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한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원고는 건강검진 문진표상 1일 20개비, 최대 23년의 흡연력이 확인되고, 잦은 음주 습관(주 3~7회, 소주 2~3병)으로 건강검진 종합소견상 위험음주상태로 절주 또는 금주가 필요하였다. F은 이 법정에서 "원고가 쓰러지기 3, 4일 전부터 '몸이 안 좋다'고 했다. 그때 친구와 같이 술을 먹고 난 다음에 집에 가지 않고 회사에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때 여름철이었는데 '에어컨 밑에서 그냥 잠을 자고 그 다음부터 몸살이 온 것 같다' 그러면서 그때부터 몸이 많이 안 좋았다."라고 진술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업무시간이나 업무상 스트레스가 과중하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고혈압, 음주습관 등의 위험요인이 있었는바,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로 그 기여도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영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