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2. 19. 선고 2024구단7166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4. 6. 14. 원고 A에 대하여 한, 2024. 6. 28. 원고 B에 대하여 한 각 장해연금부지급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1>

가.

원고 A에 대한 처분

<2>

나.

원고 B에 대한 처분

[인정 근거]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각 처분의 위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 장해보상연금은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달의 다음 달 첫날부터 시작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 피고의「소음성 난청 업무처리기준 개선」에 따르면 청각장애 진단 전 소음 직업력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해진단서 발급일 등을 장해진단일로 인정하는 것이 원칙인 점, 원고들은 각 국가장애진단을 받을 당시 이미 증상이 고정되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는 원고들의 각 국가장애진단일이 산재보험법상 장해진단일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는 보험급여수급권자의 ‘신청’이 있어야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장해급여지급청구권은 당사자의 ‘신청’과 근로복지공단의 심사를 거친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고 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판단

1)

장해보상연금 지급의 시기(始期)

가)

산재보험법령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 수급권자(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장해급여를 지급하되, 장해급여를 장해보상연금으로 할지 장해보상일시금으로 할지는 수급권자의 선택에 따르며, 연금인 보험급여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달의 다음 달 첫날부터 시작되고, 그 지급받을 권리가 소멸한 달의 말일에 끝난다고 규정한다[구 산재보험법(2007. 12. 14. 법률 제8694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제2항, 제40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구 산재보험법(2009. 10. 9. 법률 제979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 제1항, 제2항, 제57조 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70조 제1항, 구 산재보험법 시행령(2008. 6. 25. 대통령령 제20875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제1항].

또한 산재보험법상 ‘장해’란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되었으나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이 상실되거나 감소된 상태를 말하고,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나)

위와 같은 관계 법령의 규정들과 이 사건 변론 전체의 취지에 드러난 다음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들의 소음성 난청은 각 국가장애진단일에 그 증상이 고정 상태에 이르렀다 할 것이고, 그때 이미 장해보상연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하여 원고들이 지급청구권을 취득하였다 할 것이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위 지급사유 발생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첫날부터 원고들에게 장해보상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이 2024. 8. 19. 자 2024두41120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로 확정한 서울고등법원 2024. 4. 18. 선고 2023누49587 판결 참조).

①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 제도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렸다가 나은 후에도 잔존하는 신체의 결손이나 기능 감소에 따라 노동능력을 상실한 경우, 그로 인한 근로자의 미래소득의 상실분을 보상하여 생계위협을 방지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그 증상을 치유하거나 그 증상이 고정 상태에 이른 때부터 이를 지급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②

또한,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료를 종결한 후에도 신체 등에 장해가 남은 경우 지급하는 것이므로, 치료 종결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을 때 그 지급사유가 발생하고, 그때 근로자가 장해급여 지급청구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4두12957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각 국가장애진단을 받기 이전에 소음작업장에서 퇴사한 이후 또 다른 소음작업장에서 근무하는 등 청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만한 근무이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소음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소음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해도 치료되지 않고 단지 악화가 방지될 뿐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이 확인된 진단일이 더 이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증상이 고정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③

산재보험법상 ‘청구’는 수급권자가 피고에 대하여 장해급여의 지급을 결정하는 처분을 요구하는 의사표시로서 강학상 신청에 불과하다. 위 법률 조항의 ‘청구’에 따른 피고의 지급결정으로 구체적 장해보상연금 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일 뿐, 연금지급의 개시 시점까지 그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나 하위 법령들도 달리 수급권자의 청구나 그에 첨부한 진단서의 발급 시점을 장해급여 지급사유의 발생 시점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④

수급권자는 과거 신체 등에 장해가 남아 장해급여의 지급사유가 발생함으로써 취득한 장해급여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실제로 장해급여 청구 당시 제출한 진단서는 위와 같이 장해가 남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의 하나에 불과하다.

⑤

오히려 장해급여 청구 당시 첨부한 진단서의 진단일자를 지급 개시일의 결정 기준으로 취급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빨리 장해급여 지급사유가 발생한 사실을 객관적 증거로 확인할 수 있는 수급권자에게 합리적 이유 없이 불이익을 주게 될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에 증상 고정 상태에 이른 장해라도 장해급여 청구 당시 제출한 진단서의 진단일자라는 극히 우연한 사정에 따라 그 지급 개시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 극히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된다.

2)

장해보상연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한다. 한편,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여 이를 행사할 수 있을 때부터 진행하고(민법 제166조 제1항),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은 진행하지 않는다.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란 그 권리의 행사에 이행기의 미도래나 정지조건의 불성취 등 법률상 장애가 있는 때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사실상 권리의 존재나 권리 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고, 그렇게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없다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두10763 판결 참조).

한편, 소멸시효 완성에 따른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므로,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 행사나 시효 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 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할 수 없다.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하는 데 장애가 될 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유가 소멸한 때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나기 전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할 것인바, 여기서 ‘상당한 기간’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관계, 권리 발생의 원인, 채권자가 권리 행사를 지연한 사유 및 권리 행사에 이르는 과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나, 소멸시효 제도는 법적 안정성의 보장 및 증명 곤란의 구제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예외에 그쳐야 할 것이므로, 위에서 말하는 ‘상당한 기간’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예에 준하여 단기간(6개월)으로 제한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7두217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고들이 장해급여와 관련하여 보유하는 청구권은 피고의 장해등급 및 급여액 결정을 예정하는 추상적 권리인 ‘장해급여 청구권’과 원고들이 피고에게 장해급여 청구권을 행사하여 피고로부터 지급결정을 받은 후 다달이 발생하는 구체적 권리인 ‘장해보상연금 월별 수급권’으로 구별할 수 있다. 원고들이 각 국가장애진단일(원고 A 2009. 9. 1., 원고 B 2007. 11. 2.)에 소음성 난청의 증상이 고정 상태에 이르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그때 원고들에게 장해급여 청구권이 발생하여 원고들이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원고들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야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원고 A 2019. 11. 8., 원고 B 2018. 7. 27.)하였으므로, 원고들의 장해급여 청구권은 일응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앞서 인정된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대법원이 2018. 1. 11. 소음성 난청의 치유시점을 진단일로 보는 것이 원칙이라 해도,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2008. 3. 3. 노동부령 제2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별표 4] “신체부위별 장해등급결정” 제2호 가. (1) (바)항(“직업성 난청의 치유시기는 해당 근로자가 직업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는 장소에서의 업무를 떠났을 때로 하며, 당해 장해에 대한 등급결정도 치유 시기 이후에 행하여야 한다”) 부분(원고들에 대한 각 국가장애진단일부터 2016. 3. 27.까지 해당 부분 내용에 실질적 변화가 없으므로, 이하 시행규칙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동일한 규정을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을 삭제하기 전 소음성 난청의 진단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까지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서울고등법원 2017. 9. 14. 선고 2017누47269 판결을 심리불속행으로 상고 기각하여 확정한 사실(2017두63184), 이에 피고가 2018. 1. 25. 행정해석을 변경하여 이 사건 규정 삭제 전에 진단서를 발급받고 장해급여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기로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거기에 앞서 인정한 사실들 및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다음의 여러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사정은 피고가 2018. 1. 25.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공표함으로써 비로소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는바, 그 이후 장해급여청구를 한 원고들에게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청구를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의 장해급여 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원고들의 각 국가장애진단일 당시에는 이 사건 규정이 시행 중이었고, 피고는 그에 따라 소음사업장을 떠난 때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는 장해급여를 청구하여도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보아 장해급여를 하지 않았으며, 대법원에서도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하여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누16961 판결 등 참조).

②

원고들이 각 국가장애진단일 당시 이미 소음사업장을 퇴사한 때부터 3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였음은 다툼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들로서는 장해급여 청구권이 이 사건 규정에 따라 이미 소멸하였거나, 장해급여를 청구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거절할 것이 명백하다고 믿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지 않은 채, 그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등록만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대법원이 이 사건 규정의 대외적 구속력을 부인한 서울고등법원 2014. 4. 18. 선고 2012누21248 판결에 대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 후(대법원 2014. 9. 4. 선고 2014두7374 판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의 개정(2016. 3. 28. 고용노동부령 제152호, 이하 ‘개정 시행규칙’이라 한다)에 따라 이 사건 규정을 삭제하기는 하였으나, 개정 시행규칙 부칙 제3조(이하 ‘경과 규정’이라 한다)가 “직업성 난청으로 이 규칙 시행 전에 영 제25조 제3항 본문에 따른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은 근로자에 대한 치유 시기는 [별표 5] 제2호 가목 1). 라).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라고 규정한 점이나, 업무상의 사유로 직업성 난청 장해가 있는 근로자의 장해급여 청구사유 발생 시점인 치유시기를, 그때까지는 해당 근로자가 더 이상 직업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는 장소에서 업무를 하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로 하였으나, ‘앞으로는’ 다른 직업성 장해의 경우와 동일하게 진단서나 소견서를 발급받은 때로 조정함으로써, 장해급여청구권 발생 시점과 관련하여 산업재해를 입은 다른 근로자의 경우와 형평성을 도모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겠다는 것이 그 당시 내세운 개정 이유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개정 시행규칙의 시행 전에 소음성 난청 증상이 고정 상태임을 확인하는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았어도, 경과 규정에 따라 개정 시행규칙 시행 후에도 여전히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소음성 난청에 대하여 장해급여를 청구하더라도 피고가 지급을 거절할 것이라고 원고들이 판단하였을 수 있다. 이 사건 규정이나 경과 규정과 같은 시행규칙 조항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서 일반 국민에게 강력하고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원고들이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리라고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인희

각주1) 이하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한 각 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각주2) 이하 장애인복지법과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른 장애진단을 ‘국가장애진단’이라 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