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B(C 생)은 2006. 5. 26. 진폐정밀진단 결과 ‘진폐 병형 1/0, 합병증 활동성폐결핵(tba) 및 기관지확장증(ec)’ 판정을 받고 요양 중 2023. 1. 17. 사망하였다(이하 B을 ‘고인’이라 한다).
원고는 고인의 배우자로서 2024. 1. 8. 피고에게 고인의 사망 전 심폐기능검사에 따르면 심폐기능이 고도 장해(F3)으로 악화되어 고인의 장해등급이 제1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상향된 장해등급에 따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장해급여 및 구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5. 20. 법률 제10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진폐예방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장해위로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미지급 보험급여청구(이하 ‘이 사건 청구‘라 한다)를 하였다.
피고는 2024. 7. 26. 원고에게 고인의 사망 전 2019. 6. 11. 자 폐기능검사 결과를 근거로 고인의 생전 심폐기능이 고도장해(F3)에 해당한다고 보아 고인의 장해등급을 제1급으로 상향하고 이에 따른 장해급여 차액분은 지급하되, 장해위로금청구권은 장해등급 제5급에 해당하게 된 진단(검사)일인 2019. 6. 11.부터 이 사건 청구일까지 시효기간 3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부지급하는 결정(이하 장해위로금 차액 부지급 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구 진폐예방법 제24조 제3항에 따르면 장해위로금의 지급 대상은 ‘진폐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된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퇴직한 근로자가 진폐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장해급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구 진폐예방법상 장해위로금청구권은 피고의 장해등급 결정 및 장해급여 지급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구 진폐예방법상 장해위로금청구권의 소멸시효기산점은 피고의 고인에 대한 장해등급 제1급 결정 및 장해급여 지급 결정이 있었던 2024. 7. 26.부터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구 진폐예방법상 장해위로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처분사유로 하는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단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관한 판단
소멸시효는 객관적으로 권리가 발생하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아니한다. 여기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라고 함은 그 권리행사에 법률상의 장애사유, 예컨대 기간의 미도래나 조건불성취 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사실상 그 권리의 존부나 권리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하였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하여도 이러한 사유는 법률상의 장애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0두13012 판결 참조).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0. 5. 20. 법률 제10305호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진폐를 원인으로 한 장해급여 청구를 받은 피고로서는, 장해급여의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함께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0. 11. 15. 대통령령 제224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 정한 장해등급에 해당하는지도 아울러 심사하여 보험급여에 대한 결정을 하여야 하며, 이와 달리 보험급여 청구에 앞서 별도로 진폐판정 또는 장해등급의 결정을 받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장해급여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 9. 28. 선고 2014두14297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진폐증으로 인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다른 일반 상병의 경우와는 달리 증상의 고정 여부와 무관하게 장해등급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진폐증으로 인한 장해위로금청구권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고인의 진폐장해등급이 제1급에 해당하게 된 진단일인 2019. 6. 11.부터 장해위로금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이 사건 청구일인 2024. 7. 26. 전에 그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은 역수상 명백하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의 권리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등 참조).
피고는 고인이 장해위로금 청구에 앞서 별도로 진폐장해등급 결정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또는 고인의 장해위로금청구를 거부할 수 없는바, 원고 또는 고인에게 장해등급 제1급의 상향 결정을 받기 이전까지 객관적으로 장해위로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피고가 구 진폐예방법에 따른 진폐요양 대상으로 판정되어 요양하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 장해등급 결정을 하거나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더라도 피고가 요양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할 것이 명백하여 장해급여 및 장해위로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피고의 소멸시효 원용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피고는 진폐근로자가 진폐보상연금 도입(2010. 11. 21.) 이전부터 요양 중인 경우에 장해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휴업급여(상병보상연금)를 지급하여 왔으나, 2010. 11. 21. 전부터 요양 중인 진폐근로자에게도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됨에 따라 요양 중이던 진폐근로자에 대해서도 장해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2017. 5. 8.자 업무처리기준을 시행한 사실, 요양 중인 진폐근로자의 장해급여 및 진폐위로금 소멸시효 적용과 관련하여 구 진폐예방법에 따라 요양을 개시한 진폐근로자에 대하여는 장해급여 또는 장해위로금 청구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도 지급하였으나, 위 2017. 5. 8.자 업무처리기준 변경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22. 5. 9. 접수분부터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장해급여 및 장해위로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2021. 5. 14.자 업무처리기준을 시행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한편, 국가나 행정청이 각종 법령에 따라 인정될 수 있는 급여의 지급 여부나 그 가능성 등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안내하거나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각종 법령에 따라 인정될 수 있는 급여청구권을 모두 안내하거나 설명하지 아니할 경우 그러한 안내 또는 설명이 누락된 급여청구권에 관하여는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없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두23805 판결의 취지 참조).
고인은 2017. 5. 8.자 업무처리기준이 시행된 후인 2019. 6. 11. 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는 진폐정밀진단을 받았음에도, 원고는 2024. 7. 26.에야 이 사건 청구를 하였는바, 원고와 고인의 뒤늦은 권리행사에 피고의 기존 업무처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