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2. 11. 선고 2024구단77016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원고가 부담하고,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은 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분자 종양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혈액종양 분과를 전공한 전문의로서,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 회사에 2022. 4. 25. 입사하여 '의학임상본부 본부장'으로 근무하다 2024. 4. 30. 징계해고 되었다.

나.

원고는 2023. 12. 28.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세불명의 우울에피소드(이하 '신청 상병'이라 한다)'를 진단받았다.

다.

원고는 '2023년 10월경부터 참가인으로부터 고용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변경하자는 요구를 받고, 2023. 12. 15. 고용형태 변경을 수용하였으나 참가인으로부터 실질적인 해고를 통보받았으며, 퇴직을 강요받는 과정에서 신청 상병을 진단받았다'는 이유로 피고 원처분기관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 따른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라.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신청 상병을 적응장애 상병으로 변경함이 타당하고, 적응장애 상병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하였다. 피고 원처분기관은, '변경 상병인 적응장애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근로기준법 및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2024. 8. 6. 원고에게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❶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❷ 퇴직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청 상병이 발생하여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원고는 2025. 3. 26.자 준비서면을 통해 적응장애가 아니라 신청 상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을 정리하고, 2025. 10. 29. 변론기일에서 진료기록감정신청을 철회하였다. 원고 주장에 따라 적응장애가 아니라 신청 상병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어야 하는지 본다).

나.

인정사실

1)

참가인 사업 및 부서

●

참가인은 2016. 2. 16. 설립된 벤처기업으로, 신약 허가 이전에 제품화가 가능할 것 으로 예상되는 유력한 후보물질의 라이선스를 다국적 제약사에 제공하고 기술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인은 2020년경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 C을 발견하여 2022. 1. 12. 다국적 제약사 D에 1조 3,000억 원 규모의 공동개발및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하였다. 참가인은 위 계약에 따라 2022년 3월 이후 C 신약 후보물질의 전(前)임상과 임상 1상까지 주도해야 하였다.

●

원고는 다국적 제약사 E 항암제 사업부(2008. 3.-2016. 8.), F 일본 및 G 임상개발전략팀(2016. 9.-2021. 12.)에서 일하였다. 참가인 대표이사 H은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원고와 접촉한 후 2022. 4. 25. 원고를 임상시험 책임자로 채용하였다.

●

2022. 8.경 기준으로 참가인 회사는 대표이사 아래 6개의 본부[Discovery, Early Development, R&D, Medical & Clinical Development(의학임상), Strategy & Planing(전략기획), Business Operations(경영지원)]를 두었는데, 각 본부에 본부장이 있고, 1개 내지 5개의 팀이 각 본부에 속해 있었다.

●

참가인은 다음과 같이 직급(임원과 직원)을 구분하고 있다(다음은 2022. 11. 18.자 직급, 직책 변경안).

●

원고는 참가인 회사 내 유일한 의사 면허 소지자로 2022. 4. 25. 전무 직급 의학임상본부 본부장 직책을 맡아 임상시험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다(원고를 포함한 6명의 본부장은 2022. 8. 1.자로 외부 호칭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일괄 변경되었다).

2)

원고의 업무 내용

❶ 임상전략수립

원고는, 참가인 회사가 보유한 기술 수출이 가능한 신약물질 I, C, J, K의 임상시험을 총괄하였다. 원고는,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 물질 안정성 검증, 효능 확보를 위한 용량및 용법을 결정하는 등 임상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주도하였다. 2022. 8. 기준 의학임상본부 내 'clinical development(팀장 1인, 수석 2인, 사원 2인)', 'Biometrics(팀장 1인)' 팀이 있고, clinical development 팀원은 각자 임상시험 프로젝트를 맡아 수행하였다.

❷ DRC를 통한 의사결정

●

참가인은 내부 회의체인 RRC(Research Review Committee), DRC(Development Review Committee), PRC(Portfolio Review Committee)가 있다. RRC는 임상시험 단계 이전의 전(前)임상 단계 물질에 대한 심사회의이고, DRC는 임상시험 진행 중 신약물질에 대한 심사회의이며, PRC는 대표이사와 CFO, 예산 및 법률 담당자가 해당 프로젝트의 예산과 법률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이다.

●

참가인은 개발단계별로 RRC, DRC를 거쳐 개발의 계속 · 중단 여부를 결정하였다. 임상시험 진행 중 신약물질에 대한 DRC 관련, 의학임상본부에서 관련 의제를 DRC에 상정하여 논의 및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대표이사가 이를 확정하여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원고는 의학임상본부장으로서 DRC에 의제 상정이나, 자료 확정 등을 총괄한다.

●

의학임상본부가 주도가 되어 해당 신약물질에 대한 DRC를 준비하였고, 원고는 본부장으로서 필요한 실험, 외부 자문 등을 주도하였다.

●

원고는 의사로서 임상 진행시 용량 증량 결정, 임상이 시행되는 병원 등 기관의 임상의에 대한 관계, 파트너 사에 대한 관계에서 임상 진행과 관련되어 회사를 대표하여 필요한 사안을 결정하였다.

●

K 임상전략 미선정

●

L사는 2023년 전 세계 매출 1위 면역항암제 M를 개발 · 판매하는 회사로, 2023. 7.25.경 참가인에게 K 관련 M와의 병용요법을 위한 피치미팅(Pitch Meeting 투자 제안회의)을 제안하였다.

●

원고는 2023. 8. 31. L사와 피치미팅을 하였으나, L사는 2023. 10. 10. K에 대한 M무상공급을 거절하였다(원고가 2023. 8. 31. 부서원들과 공유한 메일이나 관련 전문가 들 의견에 비춰보면, 원고가 피치미팅에서 제안한 임상 디자인이 M가 승인받은 표준치료요법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참가인 2023. 11. 16.경 및 2023. 11. 20.경 K 병용전략에 대한 DRC를 진행하였으나, DRC에서 원고가 제시한 임상전략을 승인받지 못하였다. DRC에서 K 초기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후속 임상 2상을 진행할 유효 용량, 암 종류 선정, 병용임상을 진행할파트너 약물 선정 등 임상전략을 확정하여야 하나, 원고는 제안 내용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였다.

❹ I 임상전략 미선정

●

원고는 I의 병용전략에 대한 2023. 12. 19.자 DRC를 준비하였다.

●

참가인은 2023. 12. 12. L사로부터 I에 대한 피치미팅을 제안받았다. 원고는 2023.12. 19. DRC에서 I의 M와 병용전략에 대하여 간략하게 발표하고, 2023. 12. 22. 즉석DRC에서 I과 M의 병용요법에 대한 추가로 논의를 진행하였으나 임상전략을 확정하지 못하였다.

●

원고가 배제된 상태에서, 의학임상본부 소속 N 팀장은 2024. 1. 19. L사와 피치미팅을 진행하였고, L사로부터 I에 대한 M 무상공급(1,400만 달러 예상)을 승인받았다.

3)

근로계약 및 임원관리규정 내용

●

참가인은 2022. 4. 25. 다음과 같이 원고와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

참가인은 임원뿐 아니라 직원에게도 인센티브로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원고는 참가인과 사이에, 2022. 9. 28.경 참가인 주식 20만 주에 관한 주식매수선택권계약을 체결하였고, 2023. 3.경 연봉 4.1%를 인상하여 기본급 월 26,000,000원, 교통비보조비 월 170만 원 등을 받기로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다.

●

참가인은 원고의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모두 납부하였다.

●

참가인은 임원에게만 적용되는 임원관리규정 및 임원퇴직금지급규정이 있어 그에 따라 원고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였으나 별도로 임원에 대한 징계 규정이 없어 취업규칙의 징계해고 관련 규정에 따라 원고에 대한 징계 등을 진행하였다.

4)

원고에 대한 사직권고 등

●

참가인은 창립 이래 계속 근무해 온 팀장급 직원들의 이사 승진을 앞두고 구조 개편 을 진행하였다. 참가인 경영지원본부장은 2023. 10. 4.경 원고를 포함한 비등기 임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1년 계약직 임원계약'으로 변경하는 안건에 대하여 의견을 묻고, 2023. 12.초경 원고 등에게 1년 계약직 임원계약으로 계약 형태를 변경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통보하였다. 참가인은 원고 등에게 2023. 12. 13. 계약 변경을 수용한 사람에게 보상 패키지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니 답을 줄 것으로 재차 요청하였고, 원고는 2023. 12. 15. 변경안을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

경영지원본부장은 2023. 12. 23. 원고에게, 대표이사 의사라며 2024년 1월말 권고 사직할 것을 제안하고, 2023. 12. 29. '2024년부터 임상본부장 역할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 제안 퇴직 예정일 2024. 1. 31. 퇴직 위로금 연봉의 25%'라는 취지로 메일을 보냈다. 대표이사도 2024. 1. 1. 원고에게 '회사는 1. 4. 2024 kick off 미팅에서 원고에게 임상본부장 역할을 맡기지 않음을 전 직원에게 발표 예정'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

원고는 2024. 1. 3. 경영지원본부장에게, '사직하지 않겠고, 변경안 수용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별도로 새로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

참가인은 2024. 1. 8. 의학임상본부 내 'Medical Affair' 팀을 신설하고 원고를 위 팀위원으로 발령하였다. 대표이사는 2024. 1. 9. 원고에게 Medical Affair팀 업무를 '① 업계 동향, 학회, 문헌의 주기적인 업데이트, ② 연구자들과 용량 증량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회의 참여, ③ 내부 교육, ④ 약물 감시, ⑤ 자문위원회 미팅과 과학 포럼 활성화'로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참가인은 2024. 1. 18. 의학임상본부 본부장 업무를 N팀장이 담당하고, 원고 등은 N 팀장에게 업무 보고 및 지휘, 감독을 받도록 하였다.

●

참가인은 2024. 1. 8. 원고에게, 원고를 위원으로 강등한다고 통지하고 이후 근로조건(사무실, 근무시간), 복리후생(비용, 지원금액) 등을 모두 일반 직원 수준으로 낮추었다. 참가인은 2024. 3. 12. 원고에게 '부사장' 직급을 그대로 유지하되 '직책'만 위원으로 변경된 것이어서 임원 대우를 원상복구하겠다고 번복하여 통지하였다.

●

원고는 2024 1. 8. 위원으로 강등된 후 본부장이 아니라 위원으로서 혼자 주 1일 정도 일하면서 대표이사에게 출근 및 업무 보고를 하거나 기존 부하 직원에게 업무 보고를 하였으며, 2024. 2. 28. 다시 대표이사에게 업무 보고를 하였다.

●

참가인은 2024. 1. 9. 원고에게 원고가 저성과자 프로그램(PIP, PerformanceImprovement Plan) 진행 대상자임을 통보하고, 2024. 2. 21. 임상시험본부 소속 직원들에게 이를 공표하였다.

· 참가인은 2024. 2. 7. 원고에게 PV(Pharmacovigilance, 약물 감시, 임상시험약을 투여 받은 환자에게 발생한 부작용을 평가하고 환자의 안정성에 대한 검토) 업무만 수행하고, 주 1일(8시간) 근무하며, 출근 시 출근일을 지정하고, 4일(32시간)은 휴업하도록 명령하였다. 참가인은 업무명령에 따라 월급을 삭감하였다가 2024. 3. 5. 종전과 같은 액수로 차액을 다시 지급하였다.

●

참가인은 2024. 4. 24.과 4. 29.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징계위원회는 원고가 부서원들과 의견 조율 없이 독단적인 판단을 고집하여 M 병용임상을 추진하기 위한 기회를 상실시키는 등 임상업무 관리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2024.4. 30.자로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였다.

●

참가인은 2024. 5. 20. 원고에게 주식매수선택권 부여를 취소한다고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2 내지 11, 15 내지 35, 37 내지 45, 49 내지 54, 56, 58호증, 을가 제5, 6호증, 을나 제4 내지 43, 46 내지 50, 52 내지 5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근로자 해당 여부

2)

판단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는 참가인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❶ 근로계약서 내용 및 보수 성격에 비춰,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고용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

원고는 근로계약서상 기간이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참가인도 원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2023년 10월경부터 계속 원고에게 계약기간을 정한 계약직 임원계약 체결을 제안하였다.

●

근로계약서나 연봉계약에서, 원고는 기본급이 연봉의 1/12로 정해져 있었고,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었으며, 4대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었다. 참가인은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대우하였다.

●

원고는 연봉을 12개월로 나눠 매월 고정된 급여를 받았을 뿐 영업성과나 업무실적에 따라 차등화 된 보수를 지급받지 않았다. 주식매수선택권은 일반 직원들에게도 지급되었던 것이고, 원고가 일반 직원 대비 5~10배의 주식매수선택권을 받았다고 하여, 고정급을 받는 원고가 자신의 계산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할 수 없다. 원고가 임원으로서 차량 및 전용 대리기사, 건강검진비 등 복지 혜택을 받았지만, 원고의 기본급이 정해져 있는 이상 보수 자체는 근로의 대가이다.

●

원고는 기존 다국적 제약사에서도 기본급여 2억 4,000만 원, 차량수당 월 100만 원등 고액의 연봉을 받았고, 사이닝보너스 1억 원(2년 내 사직 시 반환)을 받았다. 고액연봉이나 사이닝보너스만을 근거로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의사면허 소지자로서 임상시험 분야의 전문성으로 인해 고액의 연봉을 받았을 뿐이다.

❷ 원고의 업무 자체는 참가인 회사에서 정하였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으며, 참가인 회사 업무 체계에 비춰 원고가 경영에 참여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원고는 의사로서 판단 영역에 한정하여 재량이 인정되었을 뿐이다.● 원고는 의학임상본부장으로서 참가인이 보유한 신약물질 I 등의 임상시험을 총괄하면서, 임상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하였고, 2024. 1. 8. 이후에는 본부장 업무에서 배제되어 약물감시 업무만 하였다. 참가인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원고가 담당하는 업무를 정하였다.

●

원고는 본부장 업무와 관련하여 대표이사에게 비용, 외부 자문, 진행 방향(암 종류 선정) 등을 계속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가며 진행하였고, 주요 의제를 DRC에 회부하고 다른 본부장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 등 심의를 거쳐 대표이사가 최종 승인한 후에야 계속 진행을 할 수 있었다. 암 종류 선정, 병용임상을 진행할 파트너 약물 선정 등 임상전략과 관련된 내용을 원고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원고는 최종 결정을 위한 자료를 마련하고 결정을 위해 최선의 안을 준비하여 이를 DRC에 보고하는 역할을 하였다. 원고가 보고한 안에 기초하여 임상전략이 결정되기 때문에 최종 임상전략을 결정하기 위해 원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였고, 원고가 기대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회사 차원에서 중요하게 추진하던 K 병용전략이 무산된 것도 맞다. 그러나 참가인 회사의 업무처리 과정에 비춰 원고가 회사로부터 해당 업무를 위임받아 독자적으로 사무를 처리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

참가인 회사 소속 의사는 원고가 유일하여, 원고는 환자와 관련하여 의사만 할 수 있는 영역에 한정하여 재량을 가지고 회사를 대표하여 업무를 처리하였다. 원고의 전체 업무 중 특정 부분에 대한 재량이 있다고 하여 원고가 의학임상본부 전체 업무를 대표이사의 지휘 ·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처리하였다고 할 수 없다.

●

원고가 DRC를 위해 준비한 과정, 대표이사나 다른 본부장들과 주고 받은 논의 내용에 비춰, DRC는 원고 주장과 같이 단순히 내용을 논의하거나 공유하는 회의에 불과하지 않고, 신약물질에 대한 임상 계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심사 기구이고, DRC 결정 내용을 대표이사가 최종 승인하여 확정하였다. 최종 결정권자는 대표이사여서, 피고 주장과 같이 회의체가 최종 의사결정 주체는 아니다. 회의체 의사결정을 위해 누가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하고 대표이사가 해당 내용에 기속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 DRC가 신약물질에 대한 임상 계속 여부를 심사하는 회의체인 점, 대표이사가 최종 결정권자인 점, 예산과 법률문제 등 회사 운영과 관련하여 별도로 PRC가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DRC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원고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였다고까지 평가할 수 없다.

❸ 원고 업무 특성상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가 상당히 자유로웠지만, 원고는 기본적으로 근무시간과 장소에 대한 참가인 회사의 지시에 구속되었다.

●

원고는 의학임상본부장으로서 참가인 외부 임상시험 기관, 제약회사 등과 관계에서 외부 업무도 많아 재택근무나 출장 등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의학임상본부 부서원이나 다른 팀과 업무 조율이나 협업을 위해 본인의 근무 장소 등을 부서원에게 알리거나 대표이사에게 미리 보고하는 정도로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의 제약을 받았다.

●

참가인은 원고에게 근무시간이나 근무장소에 상당한 재량을 주었지만, 원고 업무에꼭 필요한 회의 등에 참석하는 등의 제약은 있었다(원고가 파트너사와 공식 미팅인 JRDC에 무단으로 불참하였다는 내용은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기도 하였다). 참가인은 2024. 1. 8. 이후 원고에게 출근일수나 장소 등을 지시하기도 하였다.

라.

신청 상병의 인정 여부

1)

관련 규정

산재보상법 제37조 제1항 제2호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제3항은 [별표 3]은 신경정신계 질병의 하나로 1)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2)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2)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인정 여부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실제적이거나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부상, 또는 성폭력에 의 노출 등 외상적 사건을 경험 이후에 발생되는 침습 증상, 지속적 회피, 부정적 변화, 공격성 등이 나타나는 경우 진단이 이루어진다.

●

원고가 주장하는 스트레스 요인은 '계약 형태 변경 요구 및 거절, 이후 실질적인 해고 통보와 부당 전보 및 업무 배제'이다. 해당 요인은 고용 관계의 변동 및 직장 내 갈등 상황에 해당하여 사회적 스트레스일 뿐, 의학적 의미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외상성 사건'으로 평가할 수 없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 외상성 사건과 관련한 자극에 대해 지속적인 회피를 반복하는 증상을 보인다. 원고는 참가인과 관련된 법적 분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외상성 사건과 관련된 자극에 대해 회피 증상을 보인다고 할 수 없다.

●

원고는 회사나 대표이사에 대한 원망을 반복적으로 보여줄 뿐 사회나 본인, 세상에 대한 원망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스트레스 원인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며,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정서적 고통이다.

●

원고 주치의 진단서(갑 제14, 59호증)만으로는 원고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3)

'주요 우울장애' 인정 여부

●

주요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으로, 단순히 감정적 기복이 있는 상태를 넘어 뇌의 기능적 변호와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정신질환이다. 일반적인 우울감과 달리 2주 이상 매일 지속이 되며, 직업적 사회적 기능의 심각한 저하와 수면장애, 식욕 변화 등의 신체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① 우울한 기분, ② 흥미 및 즐거움 저하, ③ 체중 및 식욕 변화, ④ 수면장애, ⑤ 정신운동 초조 또는 지체, ⑥ 피로, ⑦무가치감 및 죄책감, ⑧ 사고력 및 집중력 저하, ⑨ 자살 사고 중 5가지 이상이 최소 2주 연속으로 나타나야 하며 이때 최소한 하나 이상은 ① 우울한 기분, ② 흥미 및 즐거움 저하이어야 한다. 다만 특정 스트레스 사건 이후 발생한 우울 증상의 경우, 이러한 우울감 등의 증상이 사건에 대한 반응인지 아니면 이를 초과하는 독립적인 주요우울장애 증상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요우울장애의 경우 상당히 포괄적 증상으로 도 진단될 수 있기에, 단순히 우울 증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단이 될 수 없고, 다른 대체적인 질환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에만 진단될 수 있다.

●

의무기록상 원고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억울함'을 주로 호소하고 있다. 회사의 해고라는 특정 사건에 대한 '정서적 적응 실패'로 인한 고통이다. 주요우울장애의 핵심 증상은 '모든 일에 대한 흥미 상실'과 '극심한 에너지 저하'이다. 원고는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해 이 사건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우울증 환자 특유의 전반적인 의욕 상실 상태와 다르고, 일상 기능을 마비시키는 주요우울장애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을 번복할 만한 의학적 소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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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장애'는 개인이 삶의 중대한 변화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건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 발생하는 스트레스 관련 질환으로, 여기에는 가족의 상실, 이혼, 실직, 또는 기타 인생의 중대한 전환점과 같은 경험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적응장애 증상은 일반적으로 유발 사건 발생 후 3개월 이내에 나타나며,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진 후 최대 6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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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의 증상은 2024. 12.경 인사 조치 직후 발현되었고, 이는 인식 가능한 스트레스 요인이 원인이 되어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전형적인 적응장애의 발생 기전이다. 원고가 호소하는 우울감과 분노는 '부당한 처우'라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적 기분 변화로, 원고의 증상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스트레스 원인이 해결되거나 적응이 이루어지면 향후 호전될 가능성이 커 적응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원고의 증상은 내재적 요인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주요우울장애와 다르다. 원고의 현재 증상은 병리적인 우울증이라기보다 참가인의 인사 조치에 대한 반응으로 적응 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여, '주요 우울장애'를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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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주치의 진단서(갑 제14, 59호증)만으로는 원고에게 '주요 우울장애'를 인정하기 부족하다.

마.

소결론

원고가 참가인 회사의 근로자임은 인정되지만, 신청 상병을 인정할 수 없어, 결국 원고의 요양급여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공현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