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1972. 1. 26.부터 1998. 2. 1.까지 C 동해공장에서 전기로 작업을 수행하였다.
원고는 2021. 6. 3. D이비인후과에서 '상세불명의 감각신경성 난청'(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을 진단받고, 2021. 8. 13.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2. 3. 10. 원고에게 '합금철 제조공장에서 전기로 작업(소음 수준 77dB)을 18년 9개월<1> 수행하였으나, 소음노출 인정기준에 미달하여 과거의 소음 업무와의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결과에 기초하여 장해급여부지급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23. 5. 17. 피고에게 다시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4. 8. 14.앞선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9,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원고는 피고가 인정한 것과 달리 소음사업장에서 근무한 약 26년 동안 85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어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분히 충족하였다.
설령 원고가 소음노출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보더라도, 이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그 기준에 미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업무상 질병을 부정할 수는 없다. 원고는 약 26년 동안 근무하면서 적어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기 위해 유지할 것을 권고한 환경 소음의 수치(75dB 이하)를 넘는 77dB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또한 노인성 난청은 업무상 소음과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 10호증, 을 제2, 3, 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학교법인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의 소음사업장 근무경력과 소음노출정도
원고는 1972. 1. 26.부터 1998. 2. 1.까지 C 동해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전기로(로상 · 로하) 작업을 수행하였다.
C 동해공장에 대한 소음측정조사
2023년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측정 최고치 : 81.4dB(A)
C 동해공장 부서별 소음측정조사표(2003~2024년)
#4, 5, 6 전기로 로상: 45.4~59.8dB(A)
#4, 5, 6 전기로 로하: 49.2~72.2dB(A)
#8, 9 전기로: 58.1~58.9dB(A)
#10 전기로: 77.0~77.0dB(A)
#11, 12 전기로: 61.8~74.1dB(A)
의학적 소견
원고 주치의의 소견(2021. 6. 3. D이비인후과)
상세불명의 감각신경성 난청
순음청력검사 결과: 우측 58dB, 좌측 50dB
2021. 12. 22. 특별진찰 결과(근로복지공단 동해병원)
장해진단서 소견 (2022. 3. 2. 근로복지공단 동해병원)
양쪽 감각신경성 청력소실
장해상태
이학적 소견상 양측 고막에 경화 및 비후가 보이고, 순음청력검사상 우측 51dB, 좌측 47dB의 역치를 보임
청력검사 결과에 신뢰성은 있으나, 업무관련성 평가에서 소음과의 인과관계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청각장해로 판정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사료됨
법원 감정의(E병원)
<2> 다. 판단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37조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에 따라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을 정하고 있는 위 시행령 [별표 3] 제7호 차목에 의하면 소음성 난청은 그 인정요건 중 하나로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될 것'을 요하는데, 관계 법령의 규정 내용, 형식과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기준'은 산재보험법 제37조가 규정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의 범위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 제7호 차목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하여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모든 증거들과 갑 제14, 15, 1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에서 근무하던 중 노출된 소음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는 판단을 가능하게 할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먼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가 근무기간 동안 85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작업장 소음에 대한 국제적 규제인 85dB(A)은 평생근무기간 동안 소수의 근로자(10~15%)가 청력 장애로 이환될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합의의 기준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소음에 노출된 것이라면 업무상 소음에 의한 난청의 발병 또는 악화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지는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원고는 85dB의 소음에 비하여 약 50% 정도(10dB의 소음 차이는 사람이 느끼기에 2배 정도의 차이이다)에 불과한 77dB의 소음에 노출된 것이므로, 업무상 노출된 소음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을 확률은 지극히 미미할 것으로 추단함이 합리적이다.
2001년 철강주조업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3> 확인되는 소음수준이 용해공정은 84.72dB, 주입공정은 85.44dB, 조형공정은 85.14dB, 사처리공정은 84.77dB, 증자공정은 85.21dB, 형해제공정은 88.90dB, 세정 · 마무리 공정은 90.99dB, 기타 88.30dB인 사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제조업 사업장 공정별 유해물질 노출실태 편람 개별연구'에는 '강 주물 주조업'의 경우 주형제작, 용해, 주입/냉각, 탈사, 후처리, 포장/출고의 모든 공정에서 소음이 유해인자에 포함되어 있고 그 수준이 평균 85.2dB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가 C 동해공장에서 전기로 용해작업에 종사한 사실은 인정된다.그러나 주조업 전반의 작업환경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결과가 피고가 C 동해공장에 대하여 세부 공정별로 실시한 작업환경측정결과보다 원고의 실제 작업환경을 더욱 정확하게 반영한 자료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다.
원고는 유사사건에서 피고가 전기로 용해작업에 종사한 근로자의 소음수준을85dB 이상으로 보았던 점에 비추어 원고가 노출된 소음수준 또한 85dB 이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유사사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들의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가 없어 유사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참조하여 85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가정을 하였던 것에 불과하고, 실제 소음수준이 측정된 결과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근무한 원고에 대하여는 유사사건 근로자의 경우와 같이 유사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를 참조하여 원고가 실제로 근무한 사업장의 소음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소음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가정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 유사사건 근로자에 대하여 참고가 되었던 유사사업장의 소음수준과 원고가 실제로 근무하였던 C 동해공장의 소음수준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볼 만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이 사건 상병은 아래와 같이 소음에 노출된 후 10년 내지 15년이 지나면 청력손실의 정도가 최대치에 달하고, 소음 노출 환경이 제거된 후에는 청력손실이 더 이상 진행 · 악화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소음성 난청의 일반적인 특징과 맞지 않는다.
원고가 C 동해공장에서 약 26년을 근무하는 동안 난청으로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였다거나 이비인후과 진료 등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원고는 1998. 2. 1. C 동해공장에서 퇴직한 이후로도 청력문제로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가 그로부터 23년이 경과한 2021. 6. 3.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청력소실을 호소하면서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소음성 난청이 발생한 초기에 바로 자각하지 못하다가 상당한 시일이 흐른 후에 난청을 인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원고가 업무상 소음에 노출되기 시작한때로부터 약 50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난청 증상을 인지한 정황이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정이다.
원고는 노인성 난청이 호발하는 연령대인 만 75세에 이르러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으므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노화라는 요인이 미친 영향을 쉽게 배제할 수 없다. 원고가 특별진찰시 수평형의 청력도를 보인 점이나 저음역대에서 40dB 이상의 청력역치를 보인 점은 이 사건 상병에 노화가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단하게 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그 조사 목적이 개별 사건에서 업무상 소음과 난청과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으려는 데 있지 아니하고,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이 정한 방식을 준수하여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동일 연령대 남성의 기도청력역치보다 원고의 기도청력역치가 더 나쁘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청력저하의 주된 원인이 작업 중의 소음 노출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종합적으로 '원고가 77dB의 소음에 노출된 것이라면, 소음의 영향도 있겠지만 난청이 노화로 진행한 부분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이는 업무상 노출된 소음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작용하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노화가 더 크게 작용하여 소음의 기여도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견해로 이해된다. 이러한 감정의의 소견이 경험칙에 반한다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등 이를 배척할 만한 사정은 별달리 발견되지 않는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대현
각주1) 피고는 원고가 1979. 5. 1.부터 근무한 것으로 전제하였다.
각주2) 2023년의 오기로 보인다.
각주3) F· G, "우리나라 철강주조업의 공정별 유해인자 노출현황", 한국산업위생학회지 제13권 제2호(2003년 8월)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