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9. 25. 선고 2024구합2903 판결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 소속 근로자들 약 500~1,000명은 2020. 8. 2. 조직된 참가인 산하의 D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 한다)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지회가 조직된 후 참가인의 요구로 2021. 2. 19. 첫 단체교섭이 시작되었다. 참가인은 2021. 4. 28. 원고가 단체교섭을 거부ㆍ해태하였다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였다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서 원고에게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자 이를 취하하였다. 참가인은 2021. 9. 24. 제12차 단체교섭 이후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2021. 9. 28.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0. 14.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현격하여 조정안 제시가 어렵다는 이유로 조정을 중지하는 결정을 하였다(E).

다.

참가인이 2023. 8. 16. 원고에게 단체교섭 재개를 요구하여 2023. 9. 12. 제13차 단체교섭이 재개되었다. 그러나 참가인은 그로부터 2024. 1. 8. 제19차 단체교섭에 이르기까지 원고가 참가인의 요구안에 대해 성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4. 1. 15. 구제신청을 하였다.

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3. 14. 원고가 참가인과의 단체교섭에 불성실한 태도로 응한 것은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하였다(F).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 7. 12.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관련 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약칭: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교섭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나 해태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노동조합 측의 교섭권자, 노동조합 측이 요구하는 교섭시간, 교섭장소 및 그의 교섭태도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의무의 이행을 기대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7두11542 판결 등 참조).

노동조합법 제30조는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제1항)’,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을 거부하거나 해태하여서는 아니 된다(제2항)’는 내용으로 성실교섭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성실교섭의무의 내용은, 합의달성을 위하여 진지하게 노력하여야 할 의무, 교섭사항과 관련하여 노동조합 측에 필요한 설명을 하거나 관련 자료를 제공할 의무, 교섭의 결과 합의가 성립되면 이를 단체협약으로 체결하여야 할 의무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기의 주장을 상대방이 이해ㆍ납득하는 것을 목표로 성의를 갖고 단체교섭에 임할 것, 노동조합의 요구ㆍ주장에 대한 회답과 자기 주장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시할 것, 결국에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양보할 수 없더라도 그 논거를 제시하여 반론하는 등 노동조합의 주장에 대하여 성실하게 대응함으로써 합의달성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성실교섭의무가 반드시 상대방의 제안에 동의하거나 양보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제시하면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것을 곧바로 성실교섭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예컨대 별다른 구체적인 이유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노동조합의 주장을 계속 배척하거나, 노동조합 측의 단체협약안을 거부하면서도 소극적인 대안 제시로만 일관하거나, 회사의 특수한 사정이나 경영 방침이 있더라도 이에 대한 양보, 수정의 가능성을 충분히 모색하지 않은 채 종전의 입장만을 계속 고집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면,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를 성실교섭의무 위반으로 평가하여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주해 Ⅱ, 제2판, G연구회, H회사, 2023, 200~215면 참조).

나.

이 사건 재심판정의 요지

이 사건 재심판정은 단체교섭 회의록, 참가인의 단체협약 요구안, 수정안, 원고가 제시한 단체협약안 등에 기초하여 2023. 9. 12. 제13차 단체교섭부터 2024. 6. 14. 제27차 단체교섭까지의 진행 경과와 주요 교섭 내용에 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참가인에게 소극적으로 수정안을 제시하거나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여 단체협약 체결이 지연되도록 한 것은 사용자의 성실교섭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지회가 조직된 후 2021. 2. 19. 첫 단체교섭이 시작되었다가 2021. 9. 4. 제12차 단체교섭 이후 교섭 결렬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참가인이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및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사실이 있다.

2)

참가인이 원고에게 제시한 요구안들이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현행 노동관계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다거나 비합리적인 내용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조합원 규모별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규정한 고용노동부 고시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은 ‘최대 6,000시간 이내’ 구간에 해당하나 그보다 한 구간 낮은 5,000시간을 요구하였다.

3)

원고는 조합원 가입 범위와 관련하여 SL 직급(Salary Level, 원고 직급체계 중 ‘사원’과 ‘부점장’ 사이에 있는 ‘슈퍼바이저’와 ‘스탭 매니저’ 직급을 통칭하는 용어) 근로자들의 인사권 행사 범위가 넓어 역할 상충의 우려가 있으므로 그 전체를 노동조합 가입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어떠한 점에서 해당 직급 근로자 전체가 역할 상충의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단체교섭 과정에서 동일한 입장만을 고수하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거나 설득ㆍ합의를 위해 노력한 사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4)

노동조합법은 근로시간면제자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ㆍ관리업무를 하는 경우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예외를 정하고 있는데도, 원고는 단지 위 원칙만을 고수함으로써 ‘근로시간면제 시간’에 관한 단체교섭이 교착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5)

위와 같은 단체교섭의 핵심 쟁점들과 관련하여 원고가 참가인의 단체교섭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이를 수용하거나 수정하려고 노력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고, 원고는 참가인 요구안 중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설명ㆍ설득하는 과정 없이 기존 입장을 변경하기 어렵다거나 검토해 보겠다는 답으로 일관하는 등 교섭 전반에 걸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이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 상당 부분은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제출되었던 증거들과 동일하고,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 인정 여부에 관한 원고와 참가인의 주장 역시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제기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4. 6. 14. 제27차 단체교섭 이후로도 원고와 참가인이 2024. 7. 3. 제28차 단체교섭부터 2024. 10. 7. 제33차 단체교섭까지 교섭을 계속한 결과 2024. 11. 1. 근로시간면제 제도와 노동조합 가입 범위 등 교섭의 핵심 쟁점이 되었던 사항들이 포함된 단체협약이 최종적으로 체결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이러한 사실에 더하여 원고와 참가인이 이 법원에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아울러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이유로 단체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이 사건 재심판정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타당하다.

1)

원고와 참가인의 단체교섭은 이미 2021년경 시작되었고, 2021. 10.경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참가인의 핵심 요구사항을 제외한 일부 조항에 대하여는 잠정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그 이후 한동안 교섭이 결렬되었다가 2023. 9. 12. 제13차 단체교섭을 시작으로 교섭이 재개되었는데, 참가인은 원고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핵심 요구사항의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원고는 기존에 이견을 좁힌 일부 사항에 관하여 잠정합의안을 마련하자는 참가인의 요구도 거절하며 일괄타결방식을 고수한 것은 물론, 제16차 단체교섭 하루 전인 2023. 11. 20. 비로소 참가인의 요구에 따른 단체협약 수정안을 서면으로 전달하였다. 이 때문에 약 2달에 걸친 제13차~제16차 단체교섭 과정에서는 종전부터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되었던 사항들에 관하여 대안 제시, 양보 등을 통한 협의 자체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고 보인다.

2)

원고가 수정안을 제시한 이후로도 참가인의 구제신청 직전인 2024. 1. 8. 제19차 단체교섭에 이르기까지 의견 대립이 극심하여 실질적으로 교섭에 별다른 진전이 있지는 않았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쟁점 사항 중 하나였던 근로시간면제와 관련하여 원고는 내부 검토 중이라는 대답으로만 일관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안 등을 제시하지 않았고, 그러한 원고의 태도는 참가인의 구제신청 이후에도 회사 내부의 ‘무노동 무임금’ 운영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한동안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원고는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이 내려진 이후인 2024. 4. 15. 제24차 단체교섭에 이르러서야 참가인이 제시한 5,000시간을 수용하기 어려우니 현실적인 시간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근로시간면제 제도의 도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태도를 보였고, 2024. 5. 31. 제26차 단체교섭에서 비로소 2,000시간이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였다.

3)

원고는 근로시간면제 제도 도입에 관하여 실제로 진지한 내부적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최대 1,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를 도입하는 수정안이 한 차례 작성된 사실, 원고가 해외 본사에 근로시간면제 제도 도입에 관하여 노사 간 논의가 이루어진 것을 단순히 보고하거나 해외 본사의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한 사항들에 관하여 질의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인정될 뿐이고, 그 외에 원고는 내부 검토 사실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 만한 각종 분석 자료,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보고문서, 해외 본사와의 진지한 협의나 의견조율 등에 관한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위 1,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 한도는 원고 및 참가인의 규모, 유사 업종 회사들의 사례,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른 최대 한도 등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일 뿐만 아니라, 원고가 2023. 11. 20. 제시한 단체협약 수정안에 실제로 반영되지도 않았다. 원고는 초심판정 이후 참가인에게 제시한 2,000시간의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내부적으로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산정 근거에 관한 내부 검토 자료는 물론 2,000시간이 산정된 이유를 참가인에게 충실히 설명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였다. 현실적으로 회사의 내부 검토 과정이 모두 문서화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근거 자료나 보고서조차 전혀 확인되지 상황에서 원고가 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간에 걸쳐 진지하게 내부 검토를 하거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4)

참가인의 구제신청 전까지 원고가 제시한 수정안을 기준으로 단체협약 세부 조항에 관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거나 이견이 좁혀진 부분이 다수 있기는 하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이미 종전부터 잠정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애초에 의견대립이 극심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보이므로, 위와 같이 원고가 단체교섭의 핵심 쟁점에 관하여 진지한 협의의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상 일부 의견 일치가 이루어진 조항들이 있다는 사정만을 근거로 원고가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