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의 남편 B(C생)은 2007. 4. 13. D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2011. 3. 31.까지 재무회계부서에서 재무 매니저로, 이후 초음파사업부에서 제품군 영업/마케팅 전략 담당이사로 근무하였다.
B은 2022. 10. 19. 22:29경 아파트 단지 내 인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되어 의료기관으로 이송 중 22:40분경 사망하였다(이하 B을 '고인'이라 한다). 부검감정 결과에 따른 고인의 사망 원인은 심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원고는 고인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3. 11. 20. '고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고인은 사망 직전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나아가 강등성 발령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면서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었다. 결국 고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판단: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고,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4. 6. 28. 선고 94누2565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두11424 판결 등 참조). 다만,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 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두7725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처분의 경위와, 갑 제1, 7, 9 내지 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E의 증언, 이 법원의 F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가 드는 사실이나 그 밖에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고인의 부검 결과와 건강상태
고인의 구체적인 부검감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고인의 건강검진내역에 따르면, 아래와 같이 고인은 2012년경부터 2020년경까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받았더라도 위 증상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같은 기간 고인은 계속 흡연하였고, 고인의 체질량지수는 비만에 해당한다. 이는 모두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에 해당한다.
고인의 업무시간
고인은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근무자로, 근로계약서상 부서별로 근로기준법 제51조에 따른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58조에 따라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고인은 본사 지침 등에 따라 일주일에 2~3회 주간회의, 팀미팅 참석 후 유연근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공식적인 휴가, 공휴일 외에 근무일정과 장소가 확인되지 않는 일자 및 사업장에 출근을 하지 않는 날(재택근무 등)의 업무시간은 관리되지 않았다.
피고는, 고인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면서 재택근무 등 업무시간이 확인되지 않는 일자의 근무시간은 통상적인 소정근로시간인 09:00부터 18:00까지로 보았다. 또한 버스를 이용한 교통카드 내역, 사업장 출입문 체크 기록을 통해 사업장 출퇴근 시각을 확인하였고, 여기에서 점심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였다. 나아가 출장 내역은 법인카드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추가 근무시간을 인정하였고, 휴가 기간에 카카오톡 수발신기록이 일부 있으나, 업무와 관련하여 특이할만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그 전부를 휴가기간으로 보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산정되는 고인의 사망 전 업무시간의 구체적인 내용은 을 제1호증 제5 내지 7쪽 등의 기재와 같다.
피고의 산정에 따르면, 고인의 발병 전 1주일 동안의 업무시간은 50시간이었다. 한편 발병 전 12주 동안(발병 전 1주간 제외)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2시간 54분, 이 기간에 대하여 1주 평균 업무시간이 40시간 미만인 경우 40시간을 적용한 경우 41시간 34분이다. 나아가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8시간 23분,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34시간 19분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고인의 휴대폰 통화내역,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내용, 일정 및 온라인 미팅 내역 등을 토대로 추정하면(각 일자의 메시지 수발신 시각 또는 회의 등 일정이 끝난 시각을 각 일자 업무시간의 시기 및 종기로 주장하고 있다), 고인의 실제 업무시간은 피고 2026. 5. 27. 자 준비서면 제12 내지 16쪽 기재와 같이 산정된다면서, 이는 피고가 산정한 근로시간을 현저히 상회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고가 고인의 업무상 대화라고 주장하는 메시지(갑 제14, 15호증) 중 업무와 관련된 부분은, 대부분 간단한 지시 또는 답변을 남기거나 업무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내용이다. 메시지를 주고받은 총 기간이나 대화의 내용 및 분량, 그중 고인이 참여한 대화의 비중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때, 원고의 주장과 같이 그 최초 또는 최종시각을 해당 일자 업무시간의 시기 또는 종기로 보아 업무시간을 산정할 수는 없다.
또한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고인의 업무 관련 전자우편(갑 제16호증) 중 주말에 발송된 것은 2022. 8. 27. 및 28. 두 건에 불과하다.
고인의 직장이 제공한 자료(갑 제17호증)에 따르면, 고인의 일정표에는 사망 전날까지 아래와 같은 주말 일정 및 야간 온라인 회의 일정이 기록되어 있고, 이는 고인의 업무시간에 관한 피고의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반영할 경우 피고가 산정한 것에 비해 고인의 업무시간이 늘어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주말 일정]
[야간 온라인 회의 일정]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① 위 자료에 기록된 일정 중에는 내용이 동일하거나 취소된 것으로 표시된 것이 다수 있고 실제 개최 또는 참석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② 피고의 재해조사서에 따르면 위 주말 일정 중 외부행사의 경우 고인이 교통카드나 법인카드 등을 사용하여 실제 해당 일정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③ 야간 온라인 회의 중 다수는 15분 정도, 긴 것이 1시간 15분 정도의 일정으로, 고인의 업무 내용이나 직급 등을 감안할 때, 그 준비시간을 포함하더라도 원고가 해당 회의 종료 시각까지 계속 업무시간 중에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④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유연근무와 재택근무를 하여 일부 일자에 사업장 출입기록 등 업무시간이 확인되지 않고, 피고는 이러한 일자의 근무시간은 통상적인 소정근로시간인 09:00부터 18:00까지로 산정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하면, 위와 같은 회의 등 일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고인의 실제 총 업무시간이 피고가 산정한 것과 아주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고인의 업무시간은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였다거나,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로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부족하다.
그 밖에 고인의 과로 및 스트레스에 관한 주장에 관하여
고인은 영업 담당 이사로서 조직 내 평가나 실적에 대한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한편 위에서 본 것처럼 주말이나 휴일, 야간에도 일부 업무를 하는 등 다소 일정하지 않은 주기로 업무를 하였다. 또한 고인은 2021. 2.경 보직 변경으로 기존에 비해 매출액이나 업무 비중이 적은 팀으로 배치되었는데, 이를 일종의 좌천으로 인식하였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고인의 전체 업무시간이나, 보직 변경 이후 고인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적 간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러한 사정만으로 고인의 과로 또는 스트레스가 고인의 사망과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로 과중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감정의의 의견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직무상 스트레스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통상적으로 병원에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의 업무강도나 부담이 높은 편인지는 알 수 없고, '사망 3일 전 큰 행사 준비, 사망 당일 12시간 근무에 따른 피로와 긴장'은 일상과는 다르다 할 수 있으나 단기 과로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순환기내과 감정의는, 고인에게 관상동맥질환 위험인자인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흡연, 비만 등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았고, 근무시간보다는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관상동맥 이상을 일으켰다는 소견을 밝혔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신옥영 이주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