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6. 18. 원고에게 한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주식회사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2006. 6.경부터 2007. 5.경까지 근무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속옷 생산을 위해 프레스 기계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로 인하여 천식이 발병하였다는 이유로 2010. 4.30.경 피고로부터 '상세불명의 천식'(이하 '천식'이라고만 한다)을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받았다.
원고는 2011. 10. 31.까지 요양한 후, 2011. 11. 7. 장해급여를 청구하여 2011. 11. 16. 장해 제9급 제16호 결정을 받고 이에 따른 장해급여를 수령하였다.
원고는 증상 악화로 2023. 1.경 D병원에서 검사 및 치료를 받았고, '만성폐쇄성폐질환 NOS, 상세불명'(이하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고만 한다) 및 기승인 상병인 천식에 관하여 2023. 1. 9. 피고에게 추가상병 및 재요양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23. 11. 6. 아래와 같은 이유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추가상병으로 승인하고, 천식에 관한 재요양은 불승인하는 내용의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24. 2. 27. D병원에서 장해등급 제3급 제4호에 해당하는 만성폐쇄성폐 질환에 대한 장해진단을 받고, 2024. 3. 4. 피고에게 장해급여 신청서를 제출하였으나, 피고는 아래와 같이 소멸시효가 도과되었다는 이유로 2024. 6. 18. 원고에게 장해급여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원고가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관한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시점으로서 치유일인 2024. 2. 27.이 되어야 한다. 설령 장해급여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2010. 2. 8.로 보더라도 피고가 과실로 원고에게 제3급 제4호의 장해등급이 아닌 제9급 제16호의 장해등급을 부여하는 결정을 하였으므로 피고의 시효소멸 항변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고, 원고가 2011. 11. 7. 피고에게 최초로 장해등급 제9급 제16호에 따른 장해급여를 신청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피고
2010. 2. 8.자 폐기능 검사 당시 이미 원고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진단 기준을 충족하였으므로, 2010. 2. 8.부터 원고의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2024. 3. 4. 이미 3년의 소멸시효가 도과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에 관한 판단
2010. 2. 8. 폐기능검사 당시 상병이 '치유'된 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7조 제1항은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해가 있는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5조 제4호는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장해급여는 원칙적으로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때에 지급할 수 있고(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4977판결 참조), 부상 또는 질병을 호전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단지 고정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가 계속된다 하여도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되었다고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다(대법원 1993. 8. 27. 선고 93누1312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보건대, 갑 제2호증에 기재에 따르면, 원고의 주치의 가 작성한 장해진단서에 치유일이 2024. 2. 27.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갑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고려하면, 2010. 2. 8. 폐기능검사 당시 원고의 상태가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은 여러 원인에 의하여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기고 이에 의하여 폐조직이 파괴되어 만성적인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의 증상과 폐활량의 감소가 있는 폐질환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불가역적인 질환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한 약물치료는 폐기능을 호전시킨다기보다 현재의 호흡곤란이나 만성적인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을 개선하고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내과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며 치료하는 것이 주가 된다. 따라서 만성폐쇄성폐질환에 대하여는 완치라는 개념을 상정하기 어렵고, 그에 대한 치료 역시 만성폐쇄성폐 질환 자체를 호전시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일부 증상이나 합병증 등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요양 및 장해급여를 심사하기 위한 내부 지침으로서 피고가 마련한 '만성폐쇄성폐질환 업무처리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폐활량 검사에서 속효성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FEV1/FVC이 70% 미만이면서 FEV1<1>이 정상 예측치의 80% 미만인 기류 제한이 있는 경우에 진단하고, FEV1의 정상 예측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예측식을 사용한다. 요양대상은 FEV1이 30% 미만인 사람으로 하고, 장해판정은 속효성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FEV1에 따라 폐기능을 판정하되, 급성 악화 등이 없는 안정된 상태에서 1개월 이상 간격으로 2회 이상 실시한 폐활량 검사 중 더 양호한 결과를 적용한다. 장해등급은 FEV1이 30% 이상 55% 미만인 경우 제3급, FEV1이 55% 이상 70% 미만인 경우 제7급, FEV1이 70% 이상 80% 미만인 경우 제11급으로 구분한다.
원고의 폐기능 검사결과 이력은 아래와 같고, 모두 이 사건 지침상 장해등급 제3급에 해당하는 상태로서 각 검사결과에 뚜렷한 차이가 없다.
한편, 원고는 D병원에서 2007년경부터 정기적으로 진료 및 검사를 받아왔는데 위 병원 의무기록 사본 중 기능검사결과(갑 제5호증의2 38~83쪽)에 따르면, 2012. 2. 8.경부터 2024. 2. 27.경까지 여러 차례 폐기능 검사가 실시되었고, 그 결과 중에는 FEV1이 이 사건 지침상 제7급에 해당하는 55% 이상 70% 미만으로 측정된 경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해당 검사 결과는 그 기록만으로는 적합성과 재현성이 있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없고, 이에 관하여 원고도 뚜렷한 주장 · 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설령 위 검사 결과의 적합성과 재현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의 상태는 호전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상태가 유지되거나 악화되고 상태였던 것으로 추단된다.
원고가 받았던 치료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호전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장해급여청구권의 시효소멸 여부
관련 규정 및 법리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해근로자의 업무상 재해가 산재보험법령이 규정한 보험급여 지급요건에 해당하여 피고에게 보험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두42634 판결 참조).
산재보험법 제57조에 따른 장해급여의 경우,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별표 6]에서 정한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보상연금 또는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의 장해상태가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정한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한다(위 대법원 2018두42634 판결의 취지 참조).
구 산재보험법(2018. 6. 12. 법률 제1566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12조 제1항 제1호는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였고, 이후 개정된 현행 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제1호 본문은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제1호의 보험급여 중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례비,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을 받을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산재보험법 제112조 제2항, 민법 제166조 제1항).
구체적 판단
앞서 본 것과 같이 2010. 2. 8. 폐기능검사 당시 원고의 상태가 치유의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이나, 위 각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주치의로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추가상병에 해당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2023. 1. 9.경까지는 만성폐쇄성폐 질환에 관한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2023. 1. 9.경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원고가 장해급여를 청구한 2024. 3. 4.을 기준으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도과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기침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2007년부터 D병원에서 진료 및 검사를 받아왔는데, 원고의 진단명은 기승인 상병인 상세불명의 천식(Asthma, unspecified)과 상세불명의 알레르기 비염(Allarfic rhinitis, unspecified) 등으로만 기재되어 있을 뿐,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이 진단되었음을 알 수 있는 기재를 찾아볼 수 없다. 원고는 주기적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하여 2011. 10.경부터는 의무기록에 호흡곤란(Dyspnea NOS)에 대한 기재가 있고, 2017. 4.경 상세불명의 폐렴(Pneumonia, unspecified)에 관한 기재도 있으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진단된 사실은 없다.
위 의무기록 중 2017. 6. 5.경부터 2023. 1. 3.경까지의 기록(갑 제5호증의153~76쪽)에는 'R/O(부) Chronic lung Pulmonary Disease NOS, unspecified'라는 기재가 있고, 그 중 'Chronic lung Pulmonary Disease'는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질병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의증(Rule Out, R/O)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이에 관하여 확정적인 진단이 내려진 사실은 없다.
천식은 알레르기 반응을 특징으로 하는 호산구성 염증 질환이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독성 물질 노출에 의한 호중구성 염증 질환으로 병태 생리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이러한 특징들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고, 임상 증상으로는 더욱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원고의 경우 천식 진단에 따른 요양승인이 이루어진 상태였고, 원고의 주치의로서도 원고의 기승인 상병인 천식 증상과 구별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구분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원고가 천식과 구별되는 만성폐쇄성폐질환과 관련한 최초 증상이 언제, 어떻게 나타났는지, 최초 증상 이후 2023. 1. 9.경 주치의로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추가상병에 해당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을 당시까지 이와 관련한 치료가 행하여졌는지를 확인할 구체적 의학적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는 2011. 11. 7. 피고에게 장해급여를 청구하였는데 당시 피고 역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고려하지 못한 채 2011. 11. 16. 원고의 장해등급을 제9급 제16호로 결정하였고, 원고가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관한 추가상병을 신청한 이후인 2023. 11. 6.에서야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누락되었다는 이유로 추가상병으로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상황이 이와 같다면, 일반인인 원고에게 폐기능 검사결과를 토대로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관한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할 것인바, 원고에게는 장해급여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치유일과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나 결과적으로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도과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이상 원고의 다른 주장에 관하여는 별도로 살피지 아니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은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