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4. 8. 선고 2025구단5259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4호증, 제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14년간 자동차 조립공정 업무 등에 종사하면서 그 과정에서 자동차 유리 세척 및 프라이머 도포 작업 등을 수행하였고, 프라이머, MEK(메칠에틸케톤), 에탄올, 메탄올 등의 유해 화학물질에 피부 및 호흡기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또한 원고의 TRIM-E 공정 작업장 휴게장소는 흡연장소와 분리되지 아니하여 비흡연자였던 원고는 약 14년간 연 300일 이상, 하루 8~9시간 지속적으로 간접흡연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나아가 약 14년 간의 주야 2교대 근무에 상시적 잔업과 토요일 특근까지 포함한 원고의 실질적인 근무 부담은 생체리듬교란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여 면역 체계와 신체 항상성을 위협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은 유해화학물질 노출, 장기간의 간접흡연, 14년간의 야간교대근무및 만성과로가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한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7호증, 제10호증의1, 제11, 13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에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 근무로 인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①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14년간 근무하면서 일정한 수준의 MEK, 프라이머, BODY 세척액, 알코올 등 유해 화학물질 등에 노출되었는데, 위 유해 화학물질과발암성 사이에 특별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 확인되는 유해인자 측정농도는 각 해당 성분의 노출기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미량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신장암의 위험 요인으로는 흡연, 비만, 고혈압 등이 있으며 다낭신 같은 신기형이나 신결석, 장기간의 혈액투석 같은 기존의 질환이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외 몇몇 가족성 신세포암의 경우 유전적 요인도 관여할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암인자 분류에 따르면 신장암을 일으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인자로는 흡연, 트리클로로에틸렌, 엑스선 및 감마선이 있으며 제한적인 근거를 갖는 인자로는 비소 및 비소 무기화합물, 카드뮴 및 카드뮴 화합물, 퍼플루오로옥탄산염(PFOA), 인쇄업, 융접흄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②

원고는 이 사건 사업소에서 약 13년 10개월간 근무하면서 콘솔서브, 범퍼장착, 머드가드 장착, 글라스 서부 작업 등을 2시간씩 순환하며 작업하였고, 앞서 본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시간은 글라스 서브 작업과정에서 1일 약 2시간에 그친다. 여기에 작업환경측정자료에서 확인되는 유해인자 측정결과, 해당 유해인자와 관련하여 원고에 대하여 이루어진 2017년 및 2018년 각 특수검진에서 별다른 특이소견도 없었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작업과정에서 노출된 유해인자가 이 사건 상병을 발생시킬 위험성이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③

이 법원의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가 밝힌 의견의 요지는 아래와 같은바, 감정의의 의견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고 달리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 신뢰성이나 객관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 피감정인이 주로 노출된 유기용제는 메틸에틸케톤, 에탄올 등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물질들의 경우 현재의 의학적 근거 수준에서 신장암과의 관련성을 언급하긴 어렵다. 신장암의 위험요인으로 잘 알려진 트리클로로에틸렌의 경우 자동차 제조업에서 사용되긴 하나 주로는 도장, 세척 공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피감정인의 경우엔 해당 업무를 주로 수행한 자가 아니며, 세척제로도 메틸에킬케톤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업무 중 유해물질에 대한 간접 노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피감정인의 신장암에 대한 업무관련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단언할 수는 없으나, 현재 객관적인 자료로 파악이 가능한 피감정인의 업무, 그로부터 노출된 유해물질의 종류, 작업환경측정 및 특수건강진단 자료에서 파악되는 유해물질 노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감정인의 업무가 신장암을 발생시킬만한 유해인자에 노출된 것으로 보긴 어려워 업무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 2024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새로 발생한 암 중 신장암은 남녀를 합쳐 6,963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9.7%로 가장 많고 50대가 23.4%, 70대가 18.5%의 순이며, 그 외 40대는 13.9%, 30대는 5.5%로 젊은 연령에서도 신장암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이 중에는 업무상 또는 환경적으로 특별한 원인이 찾아지지 않더라도 발생한 경우가 있을 것 으로 생각한다.

-. 업무 중 다양한 유기용제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있겠으나, 현재의 의학적 수준에서 신장암과의 근거가 있는 트리클로로에틸렌, 엑스선 및 감마선 등에 노출 가능성은 낮아 보이는 상태로 업무 중 유해물질을 이 사건 상병 발생의 주요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

④

원고는 주 5일 주야 2교대(주간 : 07:00~15:45, 야간 : 15:45~24:30)로 1일 8시간에 1시간 정도의 초과근무를 수행하는데, 식사시간은 점심(11:00~11:45)과 저녁(19:45~20:30) 각 45분씩, 휴게시간은 주간(09:00~09:10, 13:45~13:55) 및 야간(17:45~17:55, 22:30~22:40) 각 2회 10분씩이다. 이 사건 사업장의 동료근로자 F은 사실확인서(갑 제7호증)를 통하여 '비흡연자는 공정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머지 인원은 사무실과 바로 맞닿아 있는 휴게공간에서 흡연을 함으로써 담배연기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사무실의 문을 닫아 보기도 하였지만, 흡연 중에도 몇몇 동료직원들이 물 및 커피 섭취를 위해 사무실로 들락날락하는 경우가 잦았고, 그러한 이유로 다시 문을 열어두는 경우가 많았다. 간접흡연을 피하려 노력했으나 피하기 어려웠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식사 및 휴게시간에 간접흡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하였다고 할 것이나, 위 진술에 의하더라도 휴게공간은 흡연장소와 별도로 분리된 장소이고 폐문을 통한 차단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며, 앞서 본 식사 및 휴게기간을 고려할 때,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연 300일, 하루 8~9시간에 이를 정도로 원고가 간접흡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⑤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재직하면서 야간교대근무를 수행하여온 사실(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가 만성과로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과 야간교대근무가 신장 기능을 저하시키고 만성 신장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보고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노출 유해인자와 특정 암 발병 사이의 특이성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유해인자에 노출되었으므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으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일반적인 유해원인에 노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에서 기인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