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6. 24. 선고 2025구단5290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음식배달 플랫폼 업체 소속 배달대행 근로자로 'B'을 통하여 받은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4. 7. 26. 19:37경 B 어플리케이션을 통하여 받은 배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이륜자동차(차량번호 1 생략)를 운전하여 안양시 동안구 C 서로교 교차로를 D에서 부흥고삼거리 방향으로 직진하던 중 전방 차량 신호가 적색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여, 원고 진행방향 좌측에서 직진하던 승용차와 충돌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우측 대퇴골 전자하 분쇄골절, 요추 제1번 횡돌기 골절 우측, 경추 염좌 및 긴장, 열린 두 개내 상처가 없는 진탕, 우측 흉부 타박상, 우측 무릎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

라.

원고는 2024. 8. 19.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이 사건 사고의 주된 원인은 원고의 신호 위반 행위로, 이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법률 위반 행위에 해당되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시기에 며칠간 계속된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한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신호위반을 하게 되었는바, 이 사건 사고는 운전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의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던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두8341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는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범죄행위에는 고의적인 범죄행위는 물론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도 모두 포함되며, 형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도 여기에서 제외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등 취지 참조).

또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등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부상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부상당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신호 위반 등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5, 8호증, 을 제4,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신호위반의 범죄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로서, 배달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이를 다투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도로교통법 제5조 제1항은 "도로를 통행하는 차마의 운전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를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56조 제1호는 "제5조를 위반한 차마의 운전자는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는 그 자체로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신호위반행위는 중대한 법규위반에 해당하여 그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②

원고가 교차로에 진입하기 이전부터 자신이 진행방향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되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지선을 그대로 통과하여 진행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 장소는 잘 정비된 평지의 직선 대로이고 신호기도 통상적인 높이에 설치되어 있었으며, 사고 시점은 일몰 시간 이전으로 원고의 시야확보에 장애가 되는 요소도 없어 보여 원고가 신호 판단에 착오를 일으킬 만한 외부적인 사정이나 신호를 준수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교차로에서 적색 신호를 인식하였음에도 그대로 직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설령 원고가 적색 신호를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자체로 매우 중대한 주의의무위반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고의에 의한 범죄행위 또는 원고의 중대한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이를 두고 통상적인 운전업무에 내재된 위험성이 발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③

이 사건 사고의 피해차량은 직진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교차로에 진입하였고, 피해차량의 과실 등 다른 원인이 경합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자료를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또는 주로 원고의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④

원고가 이 사건 사고 일주일 전쯤부터 배달업무를 집중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피로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신호 준수의무는 운전자로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의무로서, 차량이 교행하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할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것은 통상의 운전자로서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교차로에 이르러 신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한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주의의무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이 사건 사고와 같이 진행 방향의 신호가 적색 신호였던 상황에서 원고가 적색 신호를 간과하고 교차로에 진입한 것이 통상적인 운전업무에 내재된 위험성이 발현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위지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