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B생)는 아래와 같이 주식회사 C(이하 'C'이라 한다) 및 주식회사 D(이하 'D'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1. 11. 19.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원고가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22. 1. 24. 피고에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피고는 아래와 같은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근거로 2023. 1. 31. 원고에게 요양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2023. 7. 18. 다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위 요양불승인 처분과 동일한 사유로 2023. 8. 9. 원고에게 요양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위 처분에 불복하여 재심사를 청구하였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4. 1. 24.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위 처분을 취소하는 내용의 재결을 하였다.
위와 같은 재결에 따라 피고는 2024. 2. 8. 원고에게 요양급여 승인 결정을 하였다. 원고는 2024. 2. 13. 피고에 장해급여 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2024. 3. 6. 원고를 장해 제11급(흉복부 장기의 기능에 장해가 남은 사람)으로 결정하면서 원고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D를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퇴직당시의 평균임금을 122,452원 19전으로 산정하여 산출한 장해급여를 지급하였다.
원고는 C이 평균임금 적용사업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평균임금정정 및 보험급여차액분 지급 청구를 하였다.
피고는 2025. 5. 19. 아래와 같은 지침(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을 근거로 하여 '원고의 경우 두 사업장에서 모두 분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어 질병발생의 주된 사업장이 명확히 판단되지 않고, 발병일시 및 증악시점이 모두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내용,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한 진료 내역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은 원고가 C에서 수행한 도장 작업이고, 신호수 업무를 분진노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C이 상당인과관계가 가장 높은 사업장에 해당한다.그럼에도 이 사건 지침에 따른 전문기관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C을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정정 및 보험급여 차액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관련 법령 및 법리
산재보험법상 장해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하는 것이고, 휴업급여금은 평균임금의70%를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산재보험법 제52조).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이므로 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와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된 사업장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내용과 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진폐 등 직업병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근로자가 직업병의 원인이 된 유해 요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마지막 사업장에서의 임금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임금액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가장 사실대로 반영하는 것은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최종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임금액일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평균임금에 따라 보험급여를 산정하도록 한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결국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2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D를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원고의 평균임금을 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
피고는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필요성 여부 자문 결과 '불필요' 소견이라는 이유로 앞서 본 이 사건 고시 ① 판단기준에서 '가장 상당인과관계가 높은 사업장'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②, ③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마지막으로 유해요인에 폭로된 E을 적용사업장으로 결정하였다. 그와 같은 자문기관이 위 ① 판단기준에 정한 '전문기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가 '가장 상당인과관계가 높은 사업장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로 판단한 부분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것이나,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원고는 C에서 도장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페인트 및 녹을 제거하고 특수 도료 및 페인트를 이용하여 도색을 하는 것 등이었다. 이러한 작업은 주로 실내에서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분진 노출의 정도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후 C과 D에서 수행한 신호수 업무 역시 실외작업이기는 하나 트렌스포터 및 타워크레인의 신호수 업무를 담당하면서 구리(분진, 흄, 더스트), 니켈 및 그 무기화합물, 산화아연(분진, 흄) 등에 상당 수준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매연이 나오는 맨 뒷자리에서 따라다니며 신호수 역할을 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서 원고와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이유는 원고가 C에서 수행한 도장업무를 이 사건 발병의 원인으로 보았기 때문임에도 D를 적용사업장으로 하여 평균임금을 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도장 업무를 이 사건 상병의 발병의 원인으로 보면서도 신호수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자연경과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는바, 결국 C과 D에서의 업무 모두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원고가 D에 입사하기 전인 2012. 12. 18. 받은 배치 전 건강진단, 입사 후2014. 7. 16. 및 2015. 9. 10.에 받은 특수건강진단에서 원고의 흉부 방사선 촬영 결과는 모두 정상으로 판정되었고, 한편, 원고는 오랜 흡연력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원고가 각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는 유해 요소에 노출된 정도, 그러한 유해 요소에 의한 상병 발생을 예방 ·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장들의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나 조치의 종류 등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수 있는 분진노출기간에 관한 일반적 연구결과나 원고가 이 사건 상병 진단 전 천식, 급성기관지염 등으로 진료를 받았고 D 입사를 위한 배치 전 건강검진에서 폐기능이 '폐쇄성(경증)으로 판정되었던 점 및 더욱 장기간 근무한 사업장이라는 등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이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C이 '가장 상당인과관계가 높은 사업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무엇보다 C에서의 근무기간이 약 31년에 이르기는 하나, D에서의 근무기간 역시 8년으로 상당히 장기간이다. 원고가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판결들은 선행 사업장에서 퇴사한 후 다른 사업장에서 매우 짧은 기간 근무한 경우로서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원고가 C에서 수령한 임금이 D에서 수령한 임금보다 감소되기는 하였으나, 원고는 C에서 만 60세가 되는 해에 퇴직하였고, 그로부터 1년 후 D에 취업하였던 점, 원고가 D에서 퇴직한 시기가 만 67세인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임금 감소를 이 사건 상병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원고가 퇴직한 시점의 임금액을 기준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평균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산정이 불합리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은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