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5. 3. 28.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G 부당정직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소프트웨어 개발 ·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24. 1. 2. 원고에 입사하여 PM본부 PD실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근무한 근로자이며, 상급자로는 H 실장과 I 본부장이 있었다.
원고는 J교육청으로부터 어플리케이션 개발사업을 수주하였다. I은 2024. 5. 9. 위 사업과 관련하여 J교육청에 출장을 갔고, 같은 날 사무실에 있던 참가인에게 전화를 걸어 참가인이 제작한 디자인 시안을 전송해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참가인과 언쟁을 하게 되었다.
원고는 '상급자에 대한 폭언, 예의를 벗어나는 행위 등'을 사유로 2024. 5. 10. 참가인을 직무해제 및 대기발령하였고, 초심 · 재심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아래 사유로 2024. 7. 10. 참가인에게 '정직 1개월 3주'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참가인은 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징계처분 등에 관한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11. 6. '제1, 3징계사유가 인정되고, 그에 관한 징계양정은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징계처분에 관한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K). 참가인은 이 사건 징계처분에 관하여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5. 3. 28.'제1징계사유만 인정되고, 그에 관한 징계양정은 과중하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였다(G,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갑 제1~4, 8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징계절차의 하자에 관한 판단
징계사유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지
참가인은, 원고가 초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기 전에 참가인에게 제3징계사유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방어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였다고 주장한다.
원고 인사위원회 규정(갑 제7호증) 제26조 제1항에 의하면 원고는 징계대상자에게 징계사유를 인사위원회 개최일 7일전까지 전자서면 등으로 통보해야 하는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징계대상자에게 징계혐의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경우에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징계처분을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1992. 9. 25. 선고 92다18542 판결 참조). 갑 제13호증, 을나 제5호증에 의하면, 초심인사위원회는 2024. 5. 17. 개최되었고, 원고가 개최일 7일 전인 2024. 5. 10. 참가인에게 징계사유를 '업무지시 불이행, 상급자에 대한 폭언, 직장 내 괴롭힘'으로만 간략히 기재하여 인사위원회 출석통보를 한 사실, 이후 원고가 2024. 5. 16. 참가인에게 제3징계사유에 관한 구체적인 언행을 메일로 통보한 사실이 인정된다. 비록 원고가 제3징계사유와 관련된 개별 비위행위의 피해자 및 일시까지 특정하여 고지하지는 않았으나,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한 조치로 보이는 점, 일시를 특정하지 않은 것 역시 원고가 개별 비위행위의 일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참가인의 방어권을 제한하려던 목적은 아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3징계사유와 관련된 참가인의 구체적인 언행을 통보한 것으로도 방어권 보장을 위한 사전 고지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판단된다.
나아가 징계처분에 관한 재심절차는 원래의 징계절차와 함께 전부가 하나의 징계절차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 절차의 정당성도 징계과정 전부에 관하여 판단되어야 하므로, 원래의 징계과정에 절차위반의 하자가 있더라도 재심과정에서 보완되었다면 그 절차위반의 하자는 치유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9358 판결 참조). 원고가 초심 인사위원회 개최 하루 전 참가인에게 구체적인 제3징계사유의 내용을 통보하였으나, 참가인은 그 이후 2024. 6. 28.자 재심 인사위원회를 준비하며 제3징계사유에 관한 충분한 소명기간을 부여받았고, 실제로도 재심 인사위원회에서 제3징계사유에 관하여 위와 같이 통보된 내용을 기반으로 소명절차가 진행되었으므로(을나 제9호증), 설령 참가인이 구체적인 제3징계사유를 늦게 통보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하자는 재심과정에서 치유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누락한 것이 징계절차상 하자인지
참가인은, 원고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 따른 조사를 누락한 채 직장 내 괴롭힘을 사유로 징계를 한 것이 절차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이나 원고의 취업규칙 등에도 징계처분 전 반드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 따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또한 이러한 조사가 누락된 채 징계가 이루어졌다면, 이는 징계절차상 하자가 아닌 징계사유에 관한 증명부족으로 이어질 문제에 불과하다.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각주1>
제1징계사유(인정)
갑 제9~12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I 본부장, H 실장에게 정당한 의견개진이나 항의를 넘어선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 I 본부장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행위는 취업규칙 제13조(복무자세), 제14조 제1항(복무의무)을 위반한 행위로서 인사관리규정 제77조 제1항의 '제규정을 위반한 경우' 또는 제9항의 '정당한 사유 없이 상사의 명령을 위반하여 업무수행에 차질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
[한편, 참가인은 갑 제12호증(진술서)에 관하여 문서명의자인 직원들의 서명 또는 날인이 없다는 이유로 진정성립을 다툰다. 문서에 대한 진정성립의 인정 여부는 법원이 모든 증거자료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터 잡아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데(대법원 2005. 12. 9. 선고 2004다40306 판결 참조), 원고는 직원들로부터 참가인의 비위행위에 관한 진술서를 제출받은 점(을나 제11호증), 갑 제12호증에는 직원의 메일이나 메신저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그 직원이 아닌 제3자가 작성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갑 제12호증은 일부 익명 처리된 상태이긴 하나 원고 직원들이 작성한 것으로서 진정하게 성립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2024. 4. 11.자 I 본부장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참가인은 회의 중 다수 구성원이 있는 자리에서 I에게 '다 책임지실거죠?', '오더를 명확히 내리셨어야죠, 제가 혼자 결정했나요?'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그 당시 회의에 참여한 다른 직원들이 참가인에 대하여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I에게 예의에 어긋난 행동과 말투를 사용하고 많은 이들을 당황시켰다', '모든 팀원이 있는 장소에서 I에게 일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며 훈계하였다'고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참가인의 발언은 정당한 의견개진이나 항의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된다.
2024. 5. 7.자 H 실장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
참가인과 H 사이의 언쟁을 목격한 직원들은 '참가인이 H에게 고성과 공격적 발언을 하였고, H의 언행을 흉내 내며 상사에게 부적절한 태도와 언동을 지속하였다', '참가인이 팀원 모두가 있는 공간에서 H에게 일을 왜 이리 못하냐는 식으로 폭언하였고,듣다 못한 다른 팀원이 상사에게 그러는 건 아니라며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따르면 참가인이 H에게 고성으로 '일을 이렇게 하시면 안되죠'와 같은 언행을 하고, H을 흉내 내며 비아냥거린 사실이 인정되며,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의견개진이나 항의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명백하다.
2024. 5. 9.자 I 본부장에 대한 부적절한 언행과 업무지시 불이행
I은 2024. 5. 9. 출장 중 J교육청 측에 디자인 시안을 제시하려 했고, 사무실에 있던 참가인에게 연락한 후 추가 편집을 위해 기존 디자인 시안 파일이 저장된 공용계정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참가인은 I이 디자인 시안에 관한 자신의 업무성과를 가로챈다고 생각하여 그 요구를 거절하였고, 편집이 불가능한 기존 디자인 시안의 이미지(화면)를 메일로만 보내줄 수 있다고 하였다. I은 여러 차례 납기로 인한 긴급성을 설명하며 참가인에게 공용계정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은 계속 이를 거절한 후 그 다음 날에야 H 실장에게 편집이 불가능한 기존 디자인 시안의 이미지를 공유하였다.
I은 수주받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사업을 위해 참가인이 업무수행 중 제작한 디자인 시안 파일을 요구한 것이므로 이러한 지시는 정당한 업무지시에 해당한다. 이에 관하여 I이 지시한 방식이 아닌 '편집 불가능한 디자인 시안의 이미지를 메일로만 보내줄 수 있다'고 한 참가인의 답변은 상급자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참가인은 I과의 통화 과정에서 고성으로 '무슨 이상한 소리하고 있어 진짜', '그만 지시하고, 그만 시키세요', '내가 화가 안나요?', '개나 소나 다와 가지고 작업을 망쳐놓고' 등과 같은 발언을 하였는데, 이 또한 상급자에 대한 정당한 의견개진이나항의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제3징계사유(부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나, 원고는 객관적인 조사절차 없이 피해자들의 진술서만으로 곧바로 직장 내 괴롭힘을 징계사유로 삼았다. 이와 더불어 피해자들의 진술서 내용 역시 원고가 징계사유로 삼은 내용과 상이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진술에 관하여 그 신빙성을 교차 검증할 만한 다른 자료도 없는 점, 제3징계사유 중 팀내 갈등 조장, 다른 팀원 험담 등은 그 자체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참가인이 제3징계사유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징계재량권의 일탈 · 남용 여부에 관한 판단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으나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않다.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안에서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두35799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제1징계사유만으로도 원고의 직장 내 질서가 크게 훼손되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징계처분을 부당징계라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참가인은 다른 직원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상급자에게 수차례 고성으로 항의하거나 모욕적인 부적절한 언행을 하였고, 보다 못한 일부 직원이 현장에서 참가인에게 '상사에게 그러는 건 아니다'라며 주의를 주기까지 하였다. 참가인의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원고의 직장 내 질서가 크게 훼손되었음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참가인은 자신의 잘못을 타인의 탓으로 돌리기만 할 뿐 별다른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
또한 참가인은 상급자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였는데, 설령 참가인의 업무성과가 그동안 부당하게 저평가되었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으로서는 다른 방법을 통해자신의 업무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참가인의 업무성과를 가로채려는 I 본부장의 태도로 인해 그 업무지시를 거부하였다'는 참가인의 주장은 사건 경위에 관하여 참작할 만한 사정이 될 수 없다.
원고는 참가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로 초심과정에서 인정된 징계사유 중 일부를 제외하였고, 정직 2개월의 당초 징계양정을 감경하여 이 사건 징계처분(정직 1개월 3주)을 하였다. 원고의 직장 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참가인이 동일한 비위행위를 저지르지 않게끔 엄정한 징계가 필요하므로, 제1징계사유의 비위정도와 비교하여 감경된 양정이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참가인이 부담하며, 나머지는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각주1) 원고는 제2징계사유에 관하여는 다투지 아니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