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5. 2. 27. 원고에 대하여 한 진정기각 결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22. 8. 8. 사단법인 B(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공채로 임용되어 같은 해 10. 8.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이다.
이 사건 회사의 인사관리규정(2024. 7. 5.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이라 한다) 및 보수규정(2023. 12. 22.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보수규정'이라 한다)에 의하면, 대학졸업자 및 동등학력 소지자는 6급 10호봉으로 초임호봉이 책정되는데 반하여, 군 경력이 2년인 제대군인의 경우 2호봉이 가산되어 5급 12호봉으로 초임호봉이 책정된다.
원고는,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및 보수규정에서 신규직원의 호봉 산정 시 오직군 경력 기간만을 인정함에 따라 여성근로자는 남성근로자와 같은 기간 동일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임금과 승진상의 불이익을 받게되고 이는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2024. 10. 29. 피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진정을 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C 사건, 이하 '이 사건 진정'이라 한다).
피고는 2025. 2. 27. '이 사건 회사가 제대군인 여부에 따라 신규직원의 초임호봉을 달리 정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없이 여성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며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이 사건 진정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소의 이익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회사는 2024. 12. 13. 인사관리규정을 개정하여 2025년부터 입사한 신입직원들은 군 경력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 5급으로 입사하도록 하였으며, 그 전에 입사한 직원들에 대하여도 개정된 인사관리규정을 적용하는 방법을 마련하고자 자율협의체를 구성하여 조정안 도출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이 사건 회사가 스스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에서 정한 권고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을 이행하고 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진정에 대한 재조사를 하더라도 이 사건 회사에 취할 수 있는 권고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소의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판단
행정소송법 제12조는 '취소소송은 처분 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뒤에도 그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는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서 정한 법률상 이익, 즉 행정처분을 다툴 협의의 소의 이익은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0450 판결 참조).
앞서 채택한 각 증거 및 갑 제12, 13, 14호증의 각 기재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개정된 인사관리규정은 2025년도부터의 입사자에 한하여 적용될 뿐이므로, 원고를 포함하여 그 이전에 입사한 이들에 대하여는 여전히 기존의 인사관리규정이 적용되는 점, 이 사건 회사가 자율협의체를 구성하여 개정된 인사관리규정을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실효성 있는 구제방안이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이며, 이 사건 회사가 자체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4조 제1항에서 정한 권고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이행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및 보수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는 신규 근로자는 오직 군 경력 유무에 따라서만 호봉 및 입사 직급을 부여받으며, 그 결과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① 여성을 비롯한 군 경력 비보유자의 4급 승진 시기가 2년 늦어지고, ② 연간 약 1,400만 원의 급여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이 사건 회사의 인사제도는 남성근로자와 비교하여 여성근로자를 위법하게 차별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관련 법리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 ·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은 제2조 제1호에서 '차별'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임신 또는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경우(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포함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8조 제1항에서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제10조에서 '사업주는 근로자의 교육 · 배치 및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제정된 고용노동부예규인 '남녀고용평등 업무처리규정'은 제8조 제2항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제10조에 따른 승진에서의 남녀 차별적인 행위로 '특정 성에게 승진기회는 부여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 절차 등을 적용하는 경우(2호)', '그 밖에 합리적인 이유없이 남녀를 차별하여 승진기회 등을 부여하는 경우(4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에서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토방위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전역한 제대군인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돕고 그 인력개발 및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제대군인의 생활안정을 도모하며 경제·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제대군인법'이라 한다)' 제16조 제3항은 '취업지원실시기관<2>은 해당 기관에 채용된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할 때에 제대군인의 군 또는 공익분야에서의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집 또는 소집되어 군복무를 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다소나마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3>.
구체적 판단
앞서 채택한 각 증거, 갑 제5 내지 11, 15호증, 을 제2, 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회사가 신규직원 채용 시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및 보수규정에 따라 대학졸업자 및 동등학력 소지자는 6급으로 채용하고 제대군인의 경우 5급으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성별에 따른 차별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회사의 인사제도가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이 사건 진정을 기각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이 사건 보수규정 제12조 제1항 [별표 제3호]에 의하면 대학졸업자 및 동등학력 소지자의 초임호봉은 6급 10호봉이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에서는 '인사관리규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경력을 초임호봉에 가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7조 제1항에서는 채용 전 경력을 초임호봉에 가산하는 경우와 관련하여 제3호에서 '병역법 및 관련 법률에 의한 의무를 마치기 위하여 징집 또는 소집된
기간(3년 이내의 기간에 한함)'의 100%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 경력이 2년인 제대군인의 경우 2호봉이 가산된 5급 12호봉으로 입사하게 된다. 이 사건 보수규정 [별표 제1-2호]에 의하면, 5급 12호봉과 6급 10호봉의 기본급은 약 20만 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원고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동일한 근로를 제공함에도 위와 같은 호봉의 차이로 인하여 연간 약 1,400만 원의 급여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제대군인법 제16조 제3항은 '취업지원실시기관은 해당 기관에 채용된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할 때에 제대군인의 군 또는 공익 분야에서의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하여 명시적으로 '임금'의 결정에 있어서도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위 규정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집 또는 소집되어 군복무를 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호봉'이란 근속 연차를 반영한 급여 단계를 의미하므로, 군 경력을 호봉에 산입하고도 이를 임금 산정에 있어 반영하지 않는다면 호봉 산입의 아무런 실익이 없고 오히려 제대군인법의 취지 및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회사가 군 경력자에 대하여 2호봉을 높게 책정함에 따라 더 높은 기본급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회사가 대학졸업자 및 동등학력 소지자는 6급으로 채용하고 군 경력자는 5급으로 채용한 것은 단순히 급여를 차등지급하는 것과 같게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60조에 의하면 6급 직원이 12호봉에 도달할 경우 5급으로 자동 승진하므로, 6급 10호봉으로 들어온 신규직원은 2년이 경과하여야 5급으로 승진한다. 그리고 같은 규정 제56조 제1항에 의하면 직원의 승진은 직급별 최저 연수 이상 근무한 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4급의 경우 승진소요 최저 연수는 '5급 승진 후4년 이상'이다. 이로 인하여 군 경력이 없는 여성은 같은 시기에 입사하여 같은 업무를 수행한 제대군인 남성에 비하여 4급으로 승진하기 위한 시간이 2년 더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에 의하면 승진후보자 명부 작성에 활용되는 종합근무평정은 5급의 경우 근무성적평정 70%, 경력평정 30%로 구성되는데(제104조), 그 중 경력평정은 해당 직급에서 근무한 기간을 기준으로 하므로(제120조), 여성에 비하여 2년 먼저 5급으로 임용된 제대군인 남성의 경우 경력평정에서 더 높은 점수를 부여받을 수 밖에 없다(제124조).
이와 같이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은 군 경력이 승진기간에 직접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있다.
이를 기초로 살피건대, ①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에서 경력 가산사유로 규정한 '병역법 및 관련 법률에 의한 의무를 마치기 위하여 징집 또는 소집된 경우'에는 여성이 편입될 수 없는바, 이는 전체 남성 대부분에 비하여 전체 여성을 차별취급하고 있는 것으로서 '성별에 의한 차별취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제대군인법은 취업지원실시기관이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함에 있어 군 경력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이를 승진에까지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은 점, ③ 오히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자가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여서는 안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제10조), 남녀고용평등 업무처리규정에 의하면 특정 성에게 승진 기회는 부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 절차 등을 적용하는 것을 승진에서의 남녀 차별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점, ④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7조 제1항에는 채용 전 경력을 초임호봉에 가산할 수 있는 경우로 군 경력 외에도 '금융기관, 금융·전산·보안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한 기간' 등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로는 신규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오로지 군 경력만을 가산 사유로 두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회사의 업무가 군복무와 직접 관련이 있어 이를 승진에 있어서 근무경력으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⑥ 피고는 남녀간 승진 소요 연한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호봉 차이로 인한 반사적 결과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회사는 2024. 12.자로 인사관리규정 등을 개정하여, 2년의 군 경력이 있는 제대군인의 초임호봉을 일반 대학졸업자 및 동등학력 소지자보다 2호봉 높게 하되 임용승급은 5급으로 동일하게 하는 것으로 변경하였는바, 채용 직급의 차이가 호봉 차이의 반사적 결과라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회사의 인사제도는 불합리하게 성별을 이유로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순주(재판장) 송연정 김영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