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4. 2. 선고 2025구합54277 판결

유족급여및장례비부지급처분취소

주문

1.

피고가 2024. 9. 24.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B, 중화인민공화국인,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6년경부터 C㈜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면서 생산업무를 총괄하였다.

나.

망인은 2024. 3. 15. 15:08경 거래처에서 공장으로 작업할 물량을 트럭에 싣고 왔고, 크레인을 이용해 트럭에서 물량을 내리는 근로자 D에게 '작업지시서를 가져가라고 하였는데 왜 가져가지 않느냐.'는 취지로 크게 화를 내었으며, 이에 D이 망인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자 망인과 D은 언쟁을 하였다.

다.

망인과 D은 같은 날 15:16경 공장 2층에 있는 휴게실로 이동하여 약 10분 정도 동일한 내용으로 언쟁을 계속하였고, D은 망인이 갑자기 피곤하다고 말한 뒤 옆으로 살짝 눕는 것을 보고 휴게실에서 나왔으며, 이후 15:52경 휴게실을 방문한 다른 동료 근로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망인을 발견하여 119 신고를 하였다.

라.

이후 망인은 곧바로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어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고, 치료를 받던 중 2024. 4. 1. 사망하였다. 망인에 대한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원인이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

<생략>

마.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4. 6. 18.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4. 9. 24. '망인이 동료 근로자와 언쟁을 하였던 사실이 확인되나 망인의 직책과 언쟁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뇌출혈을 유발할 정도의 급성 스트레스 요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외에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 또는 단기간의 업무상 부담이 확인되지 않으며, 개인적인 요인으로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의심 소견과 음주 및 흡연력이 확인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상병과 망인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8, 9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공장장으로서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큰 작업을 수행하여 왔고,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 쓰러지기 직전에 동료 근로자와 심하게 다투는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평소 망인이 뇌혈관 질환 등의 병력 없이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에게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에 동료 근로자와의 다툼이라는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정한 '업무상의 재해'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면 증명된 것으로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된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두35097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제37조 제5항의 위임에 따른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및 [별표 3]은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에 뇌혈관 질병이 발병한 때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고,「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고시 제2022-40호)」에 의하면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정도의 긴장·흥분·공포·놀람 등과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로 뚜렷한 생리적 변화가 생긴 경우'란 증상 발생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의 발생과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병변 등이 그 자연경과를 넘어 급격하고 뚜렷하게 악화된 경우를 말한다.

2)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이 이 사건 상병 발병 직전에 동료 근로자와 심한 언쟁을 하고 갈등상황을 겪었던 것이 망인의 신체적인 요인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거나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의학적으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계를 항진시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뇌동맥류 파열 및 그로 인한 뇌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망인은 2024. 3. 15. 자신의 지휘·감독 하에 있는 근로자인 D에게 업무와 관련하여 크게 화를 냈고, 이에 D이 망인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시함에 따라 망인과 D은 격한 언쟁을 하였다. 망인과 D은 공장 1층에서 언쟁을 하다가 2층 휴게실로 이동하여 대화를 계속하였음에도 의견 차이가 쉽게 좁혀 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망인은 D과 언쟁을 한 직후에 쓰러졌으며, 곧바로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어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 D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과 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에 비추어 보면, 당시 망인은 평소와는 달리 상당히 격앙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이를 통상적이거나 일시적인 의견대립 정도로 가볍게 치부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이므로, 공장장으로서 생산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었던 망인으로서는 위와 같은 갈등상황으로 인하여 순간적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망인과 D 사이의 말다툼과 이 사건 상병 발병 사이의 시간적 근접성, 망인이 겪은 말다툼의 정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 직전에 동료 근로자와의 업무상 다툼이라는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상황에 갑작스럽게 노출되었고, 이는 망인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단된다.

다)

망인은 2015년 및 2017년 건강검진 결과 경계성 고혈압 및 이상지질혈증 의심 소견을 받았고,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다수 심의위원과 이 법원의 감정의는 업무상 요인보다는 위와 같은 기저질환이 이 사건 상병의 직접적인 발병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망인은 생전에뇌혈관 질환 등으로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사실이 전혀 없고,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거나 근무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 건강상태가 양호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달리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할 정도로 망인의 기저질환이 악화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정황이 없다. 또한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소수 심의위원은 망인이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동료 근로자에게 언성을 높여 훈계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업무적인 요인이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되므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바 있고, 이 법원의 감정의 역시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직접적인 발병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일시적으로 혈압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망인에게 개인적인 위험인자가 있었다거나 망인의 혈압수치가 정상혈압 기준보다 다소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상병 발병이 업무상 요인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망인의 기저질환이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돌발적인 업무환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 사건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어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3)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진현섭(재판장) 백송이 김종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