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5. 3. 28. 원고들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들의 아버지 C(D생)은 주식회사 E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F 당진공장에서 보안팀장으로 근무하였다.
C은 2024. 1. 23. 07:02경 위 공장 경비초소 앞 노상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고, 발견 직후 이송되었으나 08:23경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하고, C을 '고인'이라 한다). 부검감정 결과 고인의 사망 원인은 고도 심장동맥경화와 관련된 급사(급성심근경색증 포함)로 추정되었다.
원고들은 고인이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5. 3. 28. '고인의 업무시간이 과로 인정기준에 미달하고 객관적으로 증빙되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확인되지 않는 점, 발병 전 업무 관련 돌발상황 또는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초래할 만한 급성 · 단기 · 만성적인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인의 사망원인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부지급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7,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고인은 업무를 위해 초소에서 나오다 강추위로 인해 급성심근경색이 발병하였고, 응급조치가 늦어져 사망하였으며, 이는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심장혈관의 정상적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끼쳐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 달리 보더라도 고인의 업무시간, 약 30년 동안의 교대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고인이 평소 원칙주의자로서 팀원들을 감독하는 데 상당한 정신적 부담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인의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재해가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한지 여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해당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여러 개의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한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경우 위 각 사업장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면,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때 망인이 사망할 당시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뿐만 아니라 사망 전에 근무하였던 사업장에서 수행한 업무도 모두 포함시켜 판단의 자료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대법원 2017. 4. 28. 선고 2016두56134 판결, 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두37687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갑 제10, 18, 29, 32, 4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고인의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고인은 보안팀장으로서 입초 근무와 보안실 대기를 반복하면서 주중 05:50까지 출근하여 적어도 17:00까지(원고들은 18:00까지 근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 이상을 근무하였다. 당시는 겨울이었고, 이 사건 재해 무렵고인의 근무지인 당진시의 기온은 영하 10°C 전후의 혹한이었다. 이러한 기온에 주중 매일 이른 시간부터 따뜻한 초소 안과 차가운 바깥을 오가며 긴 시간 수행한 업무는 경비업무를 수행하던 고인의 심장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추위에의 노출은 심혈관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두35097 판결, 위 대법원 2021두37687 판결 등 참조).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한랭 노출 시 인체는 체온 유지를 위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고, 이 과정에서 혈관 수축 물질인 카테콜라민이 분비되어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며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또한 낮은 온도는 혈액의 점도를 높이고 섬유소원 수치를 상승시켜 혈액 응고작용을 활성화하며, 이는 기존에 좁아진 관상동맥 부위에 급성 혈전이 형성될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고인은 2021. 3.부터 사망 당시까지는 경비팀장으로서 주간 근무만 하기는 하였으나, 2017. 8. 1. 입사 후 2021. 2. 28.까지는 주야간 3교대로 근무하였다. 또한 고인이 1995년부터 2017. 7. 31.까지 20년 이상 근무한 기존 직장들은 모두 경비 및 경호서비스업을 운영하는 회사였고, 고인이 담당한 업무도 시설, 보안, 경비 등으로, 그중 상당 부분은 주야간 교대 형태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이 장기간 보안 및 경비 관련 업무를 하면서 주야간 교대 업무를 수행하며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도 심혈관질환 발병을 가속시킬 수 있었다.
주야간 교대 근무가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또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의 발병 · 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두8145 판결, 2007.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두39297 판결 등 참조).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에 따르면, 교대근무는 수면과 각성 주기를 포함한 생체리듬을 반복적으로 파괴하고 이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활성화시킨다. 교감신경의 활성화는 지속적인 혈압 상승을 유발하고, 이는 혈관 내피세포에 기계적 자극을 가해 동맥경화를 촉진하거나 이미 형성된 동맥경화반을 불안정하게 만 든다. 또한 교대근무는 당 대사 조절 능력을 저하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며(당화 혈색소 상승), 체내 만성 염증 수치를 증가시켜 심혈관 질환의 발생 기전인 동맥경화성 변화를 가속화한다. 나아가 오랜 기간 교대근무를 수행하며 생체리듬 교란에 노출되어 심장동맥경화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비자역적인 기질적 변화에 해당하여 혈관의 구조적 취약성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고인은 제2형 당뇨병을 보유하고 있었고 20년간 하루 10개비 정도 흡연하였으며, 이는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인의 기존 질환이 고인의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사정은 나타나 있지 않고, 그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이 사건 재해를 일으킬 정도로 위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위 위험인자로 인해 고인에게 심혈관질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고인이 추운 날씨에 실내와 실외를 오가며 장시간 수행한 업무 및 과거 오랜 기간 주야간 교대제 근무로 누적된 심혈관의 변화가고인의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이 사건 재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봄이 규범적 관점에서 타당하다.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신옥영 이주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