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11. 13. 선고 2025구합911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참가인은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텔레마케팅 방식의 보험설계사(텔레마케터) 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다.

나.

참가인은 텔레마케터를 모집하기 위해 ‘D아카데미’(이하 ‘이 사건 교육과정’이라 한다) 모집공고를 하고, 이 사건 교육과정의 지원자들은 3개월간 교육을 거쳐 참가인의 텔레마케터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원고는 이 사건 교육과정에 지원하여 2024. 4. 1.부터 텔레마케터 교육을 받기 시작하였다.

다.

원고는 2024. 4. 9. 참가인과 보험설계사 위촉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계약서에는 ‘보험설계사는 독립된 개인사업자로서 참가인으로부터 위탁받은 업무를 수행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4월에는 이론교육을 받았고, 5월과 6월에는 이론교육과 더불어 텔레마케터 실습을 하였다.

라.

원고는 2024. 7. 1. 정식 텔레마케터로 전환되어 참가인의 E 지점에서 업무를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원고가 팀장의 지시를 무시한 채 내부방침에 반하여 업무를 수행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였고, 참가인은 ‘원고가 팀장의 지시에 반하여 연락이 금지된 고객에게 연락하고, 팀장의 구두대화를 거부하며, 각종 교육, 업무 협업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사유로 2024. 8. 2. 원고에게 위촉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마.

원고는 위촉계약 해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4. 9. 25.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고(F), 중앙노동위원회도 2025. 1. 24.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을가 제1, 2호증, 을나 제1, 3, 4, 16, 30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1)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갑 제5, 7∼10, 12, 16, 17, 20호증, 을나 제1∼3, 8∼11, 23∼25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그 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참가인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이 사건 교육과정은 일반적인 보험설계사의 업무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이라기 보다는 애초부터 참가인의 보험상품을 소개하고 그 판매방식을 숙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참가인의 업무를 전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교육과정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참가인은 이 사건 교육과정을 3개월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6시 30분까지 운영하면서, 무단으로 1회 이상 불출석하거나 4회 이상 지각 시 이 사건 교육과정에서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텔레마케터들을 통제하였다.

②

참가인은 텔레마케터의 청약건수, 전화건수, 통화시간 등을 집계하여 매일 회람하였고, 매달의 실적을 종합하여 상위 30%, 중위 40%, 하위 30%의 텔레마케터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실적증대를 독촉하였다. 보험판매를 위한 텔레마케팅 업무는 참가인이 영위하는 사업에서 필수적·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로서, 참가인은 텔레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상시적으로 필요했고, 한정된 물적 기반 내에서 최대의 성과를 얻기 위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할 필요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참가인은 텔레마케터들의 청약건수, 전화건수, 통화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통제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위임계약관계의 경우 위임인에 대한 보고는 위임인의 요구가 있거나 위임사무가 종료되었을 때에만 하면 되는 것(민법 제683조)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③

텔레마케터들은 참가인이 사전에 정해놓은 표준상품설명대본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표준상품설명대본에는 보험료, 보험금, 보장범위, 계약취소 사유, 보험약관의 중요사항 등 「보험업감독규정」 제4-36조에서 정한 내용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따른 대사까지 기재되어 있었다. 위임계약은 위임인이 수임인에게 맡은 사무를 가장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데, 오히려 텔레마케터들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재량 없이 참가인이 사전에 정한 설명대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④

참가인은 내부적으로 ‘특정 지점에서 생성된 고객정보를 다른 지점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워두었고, 텔레마케터들에게도 이를 그대로 따를 것을 지시하였다. 특히 원고가 이러한 방침을 반복적으로 어기자 G 팀장이 시정을 요구하며 끝내 이를 계약해지사유로 삼았는데, 이는 참가인이 자신이 만든 업무수행 방식을 텔레마케터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며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⑤

참가인은 이 사건 교육과정 기간 중 실적과 상관없이 원고에게 고정급을 지급하였고(2024. 6.의 경우 수당을 지급받기 위해 최소실적을 충족해야 했으나, 참가인은 원고가 실적에 미달하였는데도 수당을 지급하였다), 그 이후에도 참가인의 「제수당 지급지침」에 따라 18개월까지 최소실적만 충족할 경우 ‘리크루팅 최저보장’의 명목으로 매달 150만원∼250만원의 고정급을 지급하였다. 참가인은 18개월 이후 고정급 없이 실적에 비례하여 수당을 지급하였으나, 텔레마케터는 참가인이 제공하는 한정된 고객정보(DB) 내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전화건수)과 노력(적절한 상담)을 투여할수록 실적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텔레마케터들이 지급받은 수당은 기본적으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⑥

참가인은 원고를 포함한 텔레마케터들에게 전산시스템과 통신시설이 구비된 사무실 및 고객정보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였고, 그들로 하여금 참가인 사무실 내의 지정된 자리에서 텔레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또한 원고는 근무기간 중 줄곧 참가인의 사무실에 출퇴근하였고, 출퇴근 시각은 오전 9시경부터 오후 5∼7시경까지 비교적 일정하였으며, 이처럼 근무장소와 시간이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고가 다른 사업장에 노무를 제공할 가능성도 제한되었다.

⑦

참가인이 텔레마케터와 계약을 체결할 때 ‘위촉계약서’를 작성하였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나, 이는 참가인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것이어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1)

원고는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해고사유가 인정되더라도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참조).

2)

을 제18, 22∼25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은 ‘특정 지점에서 생성된 고객정보를 다른 지점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텔레마케터들에게 공지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무시하고 이 사건 교육과정에서 얻은 H 고객의 정보를 교육 이후인 2024. 7. 8. E 지점에서 사용한 사실, 이에 따라 G 팀장이 여러 차례 더 이상 H 고객에게 전화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으나, 오히려 원고는 업무방해를 하지 말라며 그 지시를 거부했고 G의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사실, G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24. 7. 15. 또 다시 H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고, H가 부담스럽다면서 다시 전화하지 말 것을 요청하였는데도, 원고는 2024. 7. 21. H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인정된다.

3)

원고는 지휘·감독 권한을 가진 G 팀장의 업무상 지시를 반복적으로 거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전화를 거부하였던 H 고객에게 또 다시 연락하여 텔레마케터로서 극히 부적절한 업무수행을 하였다. 설령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참가인의 방침을 준수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해고가 부당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원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G 팀장과의 대화도 거부했다. 이는 원고의 독단적인 업무수행 방식이 향후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고의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태도를 고려하면, 원고에게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인정되므로, 원고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보기는 어렵다.

3.

결론

결국 이 사건 재심판정이 원고를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론은 정당하다.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상덕(재판장) 오민관 방민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