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피고의 기능직 직원인데 2017. 9. 1. 피고가 운영하는 D마트(이하 '이 사건 마트) 농산팀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가 같은 달 26일 '배송업무'로 업무분장이 변경되었다.
원고는 2017. 9. 29. 이 사건 마트 부장장(농산파트 관리팀장) E에게 전화로 당분간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얘기하고 그날 이후 출근을 하지 않았다.
피고는 2017. 10. 13.부터 네 차례에 걸쳐 원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다음 2017. 11. 15.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인사규정 제61조(면직) 제1항 제2호 '계속해서 7일 이상 무단결근을 이유로 원고에 대한 면직을 결정하고 원고에게 해고예고통지를 하였고, 2017. 12. 15. 원고를 면직하였다(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 원고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면직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5. 8. 원고의 신청을 기각하였다(이에 대해 원고는 재심을 신청하였다가 재심신청을 취하하였다).
피고의 내부 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1, 2, 5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면직처분의 사유는 원고가 7일 이상 계속하여 무단결근하였다는 것인데, 원고는 사전에 연차휴가신청 또는 결근신고를 하였으므로 '7일 이상 계속하여 무단결근'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의 인사규정은 F단체가 지역조합 등 소속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참고용으로 작성한 모범안에 불과하고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은 아니므로 이에 근거한 면직처분은 효력이 없다.
피고의 인사규정과 직제규정에 따르면 기능직 5급 기능과장대리인 원고는 판매직럴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한데도 원고와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직 직원의 지시를 받는 배송업무로 이동시킨 것은 규정에 반하여 부당하다. 원고가 이렇게 부당한 업무분장 변경에 대해 항의하고 그에 대해 정식으로 다툴 수 있는 인사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인사위원회가 개최될 때까지 결근한 것은 정당하다.
결국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이므로 그 무효 확인을 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가 정상적으로 일을 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쟁점별 판단
연차휴가신청 또는 결근신고에 따라 무단결근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이 부분 원고 주장의 요지
기능직 직원에게는 개인용 컴퓨터가 제공되지 않아 다른 직원에게 전산 입력을 부탁하는 방식으로 연차휴가 등을 신청해왔고 원래의 방식대로 E에게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얘기한 것이다. 그런데도 피고가 시기 조정에 관한 여지도 두지 않고 출근만 종용하면서 연차휴가 승인을 거부하였다. 그런 이유로 원고가 연차휴가 시기를 특정할 수 없었을 뿐이고 그때부터 연차휴가 일수가 모두 소진될 때까지 적법하게 연차휴가권을 사용한 것이다. 설사 원고가 적법하게 연차휴가권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보더라도 당시 사전에 피고의 임원들에게 결근하겠다고 신고하였으므로 피고 복무규정에 따라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과 동일하게 보아야 한다. 원고에게 남아 있던 연차 휴가일수 24일간은 무단결근이 아니므로 원고가 무단결근한 일수는 4일에 불과하다.
기본 법리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라 사용자에게 부담하는 근로제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사전 또는 사후의 승인을 요하고 근로자의 일방적 통지에 의하여 근로제공의무의 불이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사전에 출근하지 않겠다고 통지하였더라도 사용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무단결근에 해당한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7다6926 판결 등 참조).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당연히 성립한다. 사용자는 연차휴가권이 있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 유급휴가를 주되, 다만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단서). 근로자는 연차휴가권을 구체화하려면 자기에게 맡겨진 시기지정권을 행사하여 어떤 휴가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사용할 것인지 특정해야 한다. 근로자가 이와 같이 특정하지 않은 채 시기지정을 하더라도 이는 적법한 시기지정이라고 할 수 없어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는 적법한 휴가시기 지정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도 필요하지 않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6누4220 판결 등 참조).
인정사실
피고의 직원들이 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그 절차는, 직원들이 각자에게 부여된 사원번호로 내부 전산망에 접속하여 근태상황 관리부에 휴가 종류, 사유, 대상기간 등을 입력하여 전산으로 등록하면 마트 장장이 전산으로 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한편 이 사건 마트 직원 중 개인 업무용 컴퓨터가 배정되지 않는 직원들은 컴퓨터를 배정받은 직원을 통해 전산으로 휴가 신청을 등록해왔다.
원고는 2017. 9. 26.자 업무분장 변경에 불만을 가졌고 2017. 9. 27. E에게 이틀간 '심신단련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얘기한 다음 다시 2017. 9. 29. E에게 당분간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애기하였다. 이 사건 마트 장장 G은 E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심신단련휴가는 승인하였지만 2017. 9. 29.에는 조합장과 협의를 거쳐 휴가를 승인하지 않기로 하고 E을 통해 원고에게 그 의사를 전하면서 출근을 종용하였다. 이후 원고는 G, E에게 연차휴가 승인을 요청하거나 이 사건 마트 직원에게 연차휴가 전산등록을 요청하는 등 연차휴가를 신청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피고의 전산상 근태관리시스템에는 직원이 결근을 등록하는 기능은 없고 직원들이 결근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휴가가 있는데도 휴가를 신청하지 않고 결근을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정근거] 갑 제13호증의 1, 2의 각 일부 기재, 당심 증인 G, E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가 적법하게 연차휴가권을 사용한 것인지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다.
피고의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내부 전산망에 휴가 종류와 시기 등을 입력·등록하여 결재를 받는 것이 원칙으로 보이지만, 피고의 복무규정은 휴가를 받으려면 '사전에 그 사유를 신고하여 허가를 받도록 정하면서도 신고의 방식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전산등록 외의 방법으로도 시기를 지정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휴가를 사용하기 위해 사전 신고와 허가가 필요한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려는 직원으로서는 직접 전산등록을 하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직원을 통해 전산등록을 하거나 최소한 전산등록 시 입력하도록 되어 있는 정보를 기재한 문서를 작성, 제출하는 등 적절한 방법으로 결재권자가 휴가의 유형과 대상기간을 명확히 인식하여 승인 여부를 결재하고 시기변경권 행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시기지정권을 적법하게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고가 2017. 9. 29. E에게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얘기하여 결재권자인 G에게 전달된 이상 당일로 한정해서는 적법하게 시기를 지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피고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므로 적법하게 연차휴가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1992. 4. 10. 선고 92누40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막연하게 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얘기한 것만으로는 2017. 9. 30. 이후 기간에 대해서는 적법하게 시기를 지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GI E을 통해 출근을 종용한 것만으로 원고의 시기지정권 행사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원고가 결근하는 기간 동안 다른 직원에게 전산등록을 요청하거나 휴가신청서를 제출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못할 특별한 사정도 찾을 수 없다.
2017. 9. 30. 이후에 대해서는 원고가 적법하게 휴가시기를 지정하지 않았으므로 연차휴가권을 적법하게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사전 결근신고에 따라 무단결근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
갑 제12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 원고가 2017. 9. 29.경 피고 임원들에게 앞으로 결근하겠다고 얘기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설사 이 부분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남은 연차일수 만큼 무단결근이 아닌 결근으로 보아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과 같이 처리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의 복무규정은 직원의 근태상황으로 각종 휴가와 병렬적으로 사전에 신고한 '결근'과 사전 신고가 없는 '무단결근'을 구분하고 결근 1일은 연차휴가 1일을 사용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데, 피고의 전산망에는 직원이 결근을 신고하는 항목이 없고 실제 휴가 대신 결근을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 복무규정의 전체적인 체계 및 내용과 위와 같은 실제 이용현황에 위에서 본 97다6926 판결 등의 법리에 비추어, 근로기준법이나 복무규정에 따라 직원들에게 보장되는 휴가와 달리 사전에 신고함으로써 결근을 할 권리가 보장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 주장과 같이 적법한 시기지정이나 피고의 승인 없이도 사전 신고만으로 연차휴가와 같은 일수로 결근할 수 있다면 휴가에 대해 허가를 받도록 정한 의미가 없다. 피고 복무규정에 무단결근과 구분되는 결근을 규정한 것은 직원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결근을 하게 되어 사전에 신고를 하였지만 복무규정에 규정된 휴가 유형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것이 부당해 보이는 경우에 근태상황관리자가 무단결근으로 처리하지 않고 연차휴가에 준하여 결근을 승인할 수 있는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근 승인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하루 또는 이틀씩 단기로 한정하여 신고하면 근태상황관리자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인정될 여지가 있을 뿐 한꺼번에 여러 날에 대해 결근신고를 하고 거기에 대해 모두 연차휴가에 준하여 결근으로 승인·처리하는 경우까지 상정하여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원고가 2017. 9. 29. 피고의 임원들에게 결근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피고 복무규정이 근태상황관리의 유형으로 정하는 '결근신고'로 볼 수 없다. 결근신고로 보더라도 근태상황관리자가 '결근'으로 처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종기도 정하지 않은 결근신고에 대해 원고 주장과 같이 연차일수가 소진되는 기간 전체를 연차휴가로 간주할 수는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 역시 어느 모로나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원고는 7일 이상 연속 무단결근한 것이고 이 사건 면직처분에는 적법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본다.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3의 나, 다.항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다만 나,
항의 제목에서 괄호 부분을 삭제한다).
소결론
이 사건 면직 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면직처분이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임금 청구 역시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성민(재판장) 허양윤 정현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