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아래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 제1 내지 1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된다.
원고는 1992. 5. 21.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03. 5. 1.부터 2006. 12. 7.까지 피고의 C센터 D팀에서 전력시설운용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는 위 D팀에서 근무하던 중이던 2006. 11. 26. 10:28경 외부차량을 이용하여 피고의 재산인 불용점퍼선 4포대 약 60kg을, 2006. 11. 28. 23:24경 피고의 직원이 아닌 E와 함께 외부차량을 이용하여 피고의 재산인 불용점퍼선 14포대 약 210kg과 토막 전력 케이블 약 100kg을, 2006. 12. 2. 03:26경 피고의 업무용 차량을 무단으로 이용하여 피고의 재산인 불용점퍼선 8포대 약 120kg을 외부로 각 반출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반출행위라 한다).
원고의 이 사건 각 반출행위는 피고가 설치한 CCTV를 통해 적발되었고, 이 사건 각 반출행위와 관련하여 피고는 2007. 1. 5. 원고 및 노동조합 참고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본사 보통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피고의 본사 보통징계위원회는 원고의 진술을 들은 후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파면의 징계의결을 한 뒤 이를 원고에게 통보하였고(이하 이 사건 파면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2007. 1. 8. 징계의결서와 징계사유 설명서를 수령하였다.
원고는 2007. 1. 9.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07. 1. 22. 원고에게 퇴직금 20,192,500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07. 1. 18. 본사 보통징계위원회의 이 사건 파면처분에 불복하여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피고의 수도권남부본부 보통징계위원회는 2007. 2. 9.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고, 원고는 2007. 2. 15. 재심에 관한 징계처분사유 설명서를 수령하였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전력실 내 PC를 사업장 전력과로 운반하기 위해 차에 싣는 도중 제4-5번 요추간판수핵탈출의 부상을 입었고, 위 부상으로 인하여 2004. 11. 10.부터 2005. 8. 1.까지 의료기관에서 입원 및 통원치료를 하였으며, 이후 원고는 2005. 8. 2.부터 2007. 2. 25.까지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업무에 종사하다가, 이 사건 파면처분 후인 2007. 2. 26.부터 2007. 9. 23.까지 다시 제4-5번 요추간판수핵탈출증과 관련하여 의료기관으로부터 치료를 받았다.
피고의 인사규정은 다음과 같다.
(생략)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파면처분 후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을 신청하여 이를 수령하였고, 이 사건 파면처분에 대한 재심청구가 기각되고도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 및 금반언의 원칙에 위반되고, 소권남용으로 부적법하다고 주장한다.
판단
일반적으로 권리의 행사는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권리자가 실제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도록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여 의무자인 상대방으로서도 이제는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다음에 새삼스럽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결과가 될 때에는 이른바 실효의 원칙에 따라 그 권리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다367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본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는 근무할 당시 입었던 부상 부위 등에 대한 치료 및 생계유지 등을 위하여 피고에게 퇴직금을 신청하고 이를 수령하였던 점, 원고는 피고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후 이 사건 파면처분에 대하여 재심 청구 등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주장의 사정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소 제기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소권남용이라고 보기 어려워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절차상 위법하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파면처분 당시 피고로부터 징계위원회의 개최일자 및 징계사유에 대한 경위서 제출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하였고, 그로 인하여 충분히 소명 할 기회 등을 박탈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파면처분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다.
판단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피징계자에게 징계위원회의 개최 일시 및 장소에 관한 통지를 하여야 한다거나 징계위원회에서 소명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 이는 징계처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한 징계처분은 원칙적으로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나, 피징계자가 스스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출석통지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충분한 변명을 하였다면 인사위원회가 피징계자에 대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준비할 만한 상당한 시간적 여유를 부과하지 않은 절차상의 흠은 치유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6. 9. 20. 선고 96다23337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고 주장의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고, 설령 징계처분 당시 원고 주장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위 법리에 비추어 원고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출석통지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함이 없이 자신을 위하여 변명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아서 이 사건 파면처분에 있어 절차상의 흠은 모두 치유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해고 등의 제한에 위반된 것이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등으로 휴업한 기간에는 해고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 사건 파면처분 당시 원고는 업무상 입은 부상으로 인하여 치료 중이어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파면처분을 할 수 없음에도 이를 한 것은 위법하다.
판단
구 근로기준법(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0조 제2항이 해고를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재해로 인하여 노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기간과 노동력을 회복하기에 상당한 그 후의 30일간은 근로자를 실직의 위협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근로자가 업무상의 부상 등으로 치료 중이라 하더라도 휴업하지 아니하고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는 경우 또는 업무상의 부상 등으로 휴업하고 있는 경우라도 그 요양을 위하여 휴업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위 규정의 해고가 제한되는 휴업기간에는 해당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1. 8. 27. 선고 91누332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업무 도중 제4-5번 요추간판수핵탈출의 부상을 당한 후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다가, 2005. 8. 2.부터는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파면처분 당시는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제한되는 휴업기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양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원고가 반출한 물건은 정품이 아닌 불용품이고 물품의 시가 또한 소액이며,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불용품 반출행위에 대하여 원고에 대하여만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하는 것은 징계양정에 관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부당하다.
판단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특히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한편 같은 정도의 비위를 저지른 자들 사이에 있어서도 그 직무의 특성 등에 비추어, 개전의 정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징계의 종류의 선택과 양정에 있어서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사안의 성질에 따른 합리적 차별로서 이를 자의적 취급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어서 평등원칙 내지 형평에 반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두261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위 법리에다가 앞서 본 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가 반출한 물품이 불용품이라고 하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고, 피고 소유인 위 불용품을 무단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범죄행위에 해당되는 점, 이 사건 각 반출행위는 3회에 이르는 점, 원고는 이 사건 각 반출행위를 위하여 피고의 직원이 아닌 E를 야간에 피고의 사업장내로 들어오게 하고, 피고의 업무용 차량을 무단으로 이용한 점, 원고는 이 사건 각 반출행위 후 E에게 대가로 금원을 받았던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 파면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현찬(재판장) 양우진 박현경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