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반소피고)의 본소청구와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한 비용은 원고(반소피고)가, 반소로 인한 비용은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본소와 반소를 함께 본다.
기초사실
당사자 등의 관계
원고는 자동차 차체, 프레임, 금형 등을 제작·판매하는 법인으로, 경북 경주시 C에 공장(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을 두고 있는 법인이다. 피고는 이 사건 공장 내에서 자동차 부품 및 부속물 등을 생산하는 업무에 대하여 원고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D의 대표이고, E는 이 사건 공장 내의 지게차 운행 업무에 대하여 원고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회사이다.
도급 계약 내용
원고는 2018. 12. 31. 자동차부품의 생산 및 납품에 대한 하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하도급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고,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사고 발생 경위
E 소속의 F는 2019. 7. 22. 12:54경 이 사건 공장 내 데크동 D-7 출입문 부근 도로(이하 '이 사건 도로'라 한다)에서 드럼통 등을 적재한 지게차를 운행하던 중 전방좌우를 잘 살펴서 안전하게 운행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채 운행한 과실로, 그곳을 보행하고 있던 피고의 피용자 망 G(이하 '망인'이라 한다)을 충격하여(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같은 날 14:30경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원고와 망인 측의 합의 및 원고의 합의금 지급
원고는 2019. 11. 27. 망인의 유족들과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산업재해보상금, 국민연금 등과 별도로 민·형사상 합의금 명목으로 235,000,000원을 지급하되, 망인의 유 족들은 원·피고 및 E 등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를 하였고, 원고는 2019. 12. 6. 위 돈을 망인의 유족들에게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5, 6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본소청구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의 주장
손해배상금 청구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와 체결한 이 사건 하도급계약 제12조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지 않게 방지할 의무 및 이 사건 공장의 통로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방지하여야 하는 안전보건상 책임을 부담하므로, 피고가 사실상 지휘, 감독하는 이 사건 도로에서 피용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상의 의무를 불이행한 탓에 원고가 피고를 대신하여 망인의 유족들에게 235,000,000원의 합의금을 지급하여야 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돈 중 피고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78,000,000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으로, 원고는 이 사건 하도급계약 제17조에 따라 원고가 지급한 합의금에 대하여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구상금으로 78,000,000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구상금 청구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피용자인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발생한 것으로 피고는 원고와 공동하여 망인의 유족들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하는 책임이 있는데, 원고가 망인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 피고가 공동면책 되었으므로 피고는 자신의 과실비율을 고려한 구상금으로 78,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피고의 고의나 과실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판단
피고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 제12조 위반하였는지 여부
이 사건 하도급계약 제12조 제2항이 "피고는 도급계약업무 이행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원고 소유 및 점유하는 건축물, 설비, 기계, 통로 등의 사용 중 발생하는 안전보건상의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사고가 망인이 통로를 보행하던 중에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안전보건상의 책임을 진다"는 기재는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뿐, 피고의 피용자들에게 발생한 모든 사고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② 피고 외에도 E, H, I 등 수개의 원고의 하수급업체들이 이 사건 공장 내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 및 피고 피용자의 과실 없이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은 피고가 관리하고 있는 건축물, 설비, 기계 통로 등의 사용 중에 피고 또는 피고의 피용자들의 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지 피고가 관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장소에서, 피고 또는 피고의 피용자의 과실 없이 발생한 안전보건상의 위험까지도 피고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로 볼 수는 없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도로는 피고가 사실상 지휘·감독하는 공간이므로 피고에게는 그 피용자들이 이 사건 도로를 이용할 때의 안전수칙 등을 교육하여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도로를 점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원고는 이 사건 도로가 이 사건 공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용도로로, 피고가 운영하는 D의 지게차, 납품차량 뿐만 아니라 E가 운행하는 지게차 등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었음을 자인한 바 있다. 따라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도로에서 피용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거나 이를 위반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이 사건 발생에 피고의 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계약 제17조에 따른 구상권 및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구상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사고가 피고 또는 피고의 피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발생하였을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가 피고 또는 피고의 피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3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자로 하여금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업주에게 부과된 안전보건상 조치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9. 10. 15. 고용노동부령 제2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2조는 "① 사업주는 작업장으로 통하는 장소 또는 작업장 내에 근로자가 사용할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고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하여야 한다. ② 사업주는 통로의 주요 부분에 통로표시를 하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로는 이 사건 공장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이 사용하는 공용도로로 D이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작업공간이 아니었으므로 통로 설치 및 통로에 대하여 안전을 확보할 의무는 원고에게 있었다.
이 사건 사고는 F가 전방주시의무를 해태하여 정상적으로 보행하던 망인을 보지 못하여 발생한 것으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망인의 과실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E 대표 J는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하역 또는 운반 중인 화물이나 그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켜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발생 당시 F로 하여금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인 지게차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도록 하면서 그 근처에 다른 근로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3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반면 피고는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대구지방법원 경주지원 2020. 6. 2.자 2020고약26호 약식명령 중 피고에 관한 부분은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20. 8. 2. 발생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관한 것임).
소결론
위와 같이 망인의 사망에 피고 및 피고의 피용자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반소청구에 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원고의 과실로 사망한 것으로, 망인의 사망에 피고의 과실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피고가 망인의 장례비 등으로 17,343,210원을 지출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를 구상금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을2,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망인의 장례비 등의 명목으로 17,343,210원을 지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의 원고에 대한 구상금채권이 성립하려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구상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성립하여 있고, 피고와 원고의 내부관계에서 원고가 부담할 부분을 피고가 대신 변제한 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망인의 장례비는 망인의 가족들이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으로, 피고가 이를 의무 없이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원·피고 사이의 공동불법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피고가 망인의 가족들에게 이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원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고에 대하여 구상금채권을 보유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본소청구와 피고의 반소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형률(재판장) 이종찬 이은숙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