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들(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에게 별지 2 청구금액표 각 '청구금액'란 기 재 각 금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23. 7. 20.부터 2024. 6. 25.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는 원고들 중 일부는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그 합의의 존부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소송행위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는 표시된 문언의 내용이 불분명하여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주장이 대립할 소지가 있고 나아가 당사자의 의사를 참작한 객관적·합리적 의사해석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추단되는 당사자의 의사조차도 불분명하다면, 가급적 소극적 입장에서 그러한 합의의 존재를 부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게 된다(대법원 2019. 8.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갑 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들 및 일부 선정자들 명의로 작성된 퇴직금 지급 영수증에 '앞으로 본 퇴직금 수령에 대하여 일체의 민,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합니다.'라고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들 및 선정자들이 위 영수증에 서명할 당시 그 문언에 따라 자신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권리를 포기하게 되는 것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만일 위 문언이 최저임금 미달액까지 포함하여 산정할 경우 증가되는 퇴직금에 관하여도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이는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위 인정사실만으로 원고들 및 선정자들과 피고 사이에 퇴직금 관련 부제소합의가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들 및 선정자들과 피고 사이에 부제소합의가 체결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본안에 대한 판단
인정사실
원고들 및 선정자들은 1일 2교대 방식으로 근무하면서 총 운송수입금에서 '운송수입금 기준액'(이하 '사납금'이라 한다)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의 70%를 자신들이 보유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방식인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피고는 2009. 8. 19.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 한다)과 사이에 임금협정과 단체협약(이하 '2009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최저임금법이 2007. 12. 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신설되었고, 위 법률 부칙및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피고의 본점 소재지인 시흥시에서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0. 7. 1.부터 시행되었다.
피고와 피고 노동조합은 2011년, 2012년, 2013년, 2017년, 2018년, 2019년 각 단체협약 및 임금협정(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임금협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여 근로시간과 사납금 액수를 아래와 같이 일부 변경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의 쟁점
원고들은,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강행법규인최저임금법상의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는 것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하고,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루어진 퇴직금 중간정산 또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이 사건 각 임금협정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유효하고, 원고들의 필요에 의하여 이루어진 퇴직금 중간 정산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제5회 변론기일에서 위 각 법률적인 쟁점에 관한 판단 외에 금액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고 하였는바, 이하에서는 위 각 쟁점에 관하여 본다.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의 효력에 관한 판단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간의 근로시간은 40시간을,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기준근로시간을 정하여 규제하면서(제50조 제1항, 제2항), 그 기준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8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됨에 따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외형상 증액시키기 위한 것으로,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수원고등법원 2024. 10. 16. 선고 2024나10385 판결 등 참조). 가) 이 사건 특례조항은 종래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에 대응하여 지급되는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고정급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당연히 예정한 것이지, 이와 달리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은 전혀 변함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만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시간당 고정급이 고시된 시간급 최저임금 수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편법을 예정한 것이 아니다(위 대법원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일반택시운송사업과 관련하여 국가에 의한 면허 제도를 운영하면서 상당한 규제와 지원을 함께하고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을 고려하면,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 사건 특례조항은 더 많은 운송수입을 얻으려는 택시운전근로자들의 무리한 운행을 방지하여 일반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운송질서를 저해하는 현상을 막고자 하는 목적 역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실질적으로 의도하고 있는 국민의 안전 및 교통편익증진과 같은 입법 취지를 근로관계 당사자가 개별적 합의를 통해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하며, 그 점에서 이는 노사간의 사적 자치에만 맡겨둘 수 없는 영역이다.
2009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은 1일 6시간 40분이었다. 그런데 2011년 임금협정은 이를 1일 4시간, 2009년 임금협정 대비 약 60%(240분/400분)로 정하여 소정근로시간이 대폭 감소하였다. 또한 2013년부터 2019년까지의 각 임금협정은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 2시간 40분 내지 2시간 20분으로 더욱 단축하였는데, 이는 2009년 임금협정 소정근로시간의 약 45%(180분/400분), 40%(160분/400분) 내지 35%(140분/400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를 전후하여 피고 소속 택시운전자의 근무형태는 원칙적으로 1일 2교대제로 변동이 없었고, 임금 지급방식도 택시운전자가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사납금 명목으로 피고에게 납부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을 취득하며, 근무일수에 따라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 것으로 변동이 없었는바, 위와 같이 급격하게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의 비율만큼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운행시간이 단축되었다거나 최종적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실제 운행시간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실제 근로시간의 단축이나 근로형태의 변경을 반영한 것이라 보기 어렵고, 결국 의무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소정근로시간을 현실과 달리 낮게 정한 것은 최저임금액 인상에 따른 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는, 피고의 노사가 원만하게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에 이르렀고, 그 합의로 인하여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임금이 저하되는 등의 구체적 불이익이 발생한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행법규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퇴직금 중간정산합의의 효력에 관한 판단
관련 법령의 개정
2011. 7. 25.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고만 한다)이 법률 제10967호로 전부 개정되면서 같은 법 제8조 제2항은 '사용자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 중간정산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되었고, 이는 2012. 7. 26.부터 시행되었는데, 같은 법 부칙 제3조는 "제8조 제2항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중간정산을 요구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따라서 근로자가 2012. 7. 26. 이후 퇴직금 중간정산을 요구하여 중간정산을 받은 경우 이는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판단
선정자 D, E, F, G 및 원고 A은 각 퇴직금 중간정산합의가 유효함을 전제로미지급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 기산일을 '입사일'이 아니라 각 '퇴직금 중간정산기간 다음날'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선정자 H, I, J, K, L, M, N, O, P, Q, R, S, T, U(이하 '선정자 H 등'이라 한다)의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입사일을 계속근로기산일로 하여 미지급 퇴직금을 산정하고 청구하고 있다.
한편, 원고 B, 선정자 V, W, X, Y, Z, AA(이하 '원고 B 등'이라 한다)은 1차 퇴직금 중간정산합의가 유효하고 2차 퇴직금 중간정산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1차 퇴직금 중간정산기간 다음날'을 계속근로기산일로 하여 미지급 퇴직금을 산정하여 청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선정자 H 등의 퇴직금 중간정산및 원고 B 등의 2차 퇴직금 정산이 퇴직급여법 제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피고는 관련사건 1심 판결문 외에는 아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위 각 퇴직금 중간정산은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바, 위 중간정산합의가 무효임을 전제로 한 원고 등의 미지급 퇴직금 청구는 이유 있다.
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 및 선정자들에게 별지 2 청구금액표 각 '청구금액'란 기재 금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인 2023. 7. 20.부터 이 사건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가 피고에게 송달된 2024. 6. 25.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원고들은 2024. 6. 25.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변경신청서를 통해 청구금액을 특정하였는바, 원고들이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이유 없어 이 부분 원고들의 지연손해금 청구를 기각한다).
원고들 및 선정자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류지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