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결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5. 6. 12. 선고 2024가단74321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호증, 을 제5호증의 1, 근로복지공단 안산지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가.

피고는 농업회사법인 C주식회사로부터 C 충주공장 창고보관용 랙 설치공사를 수급하여 그 중 슬라이딩 랙의 조립을 D(상호: E)에게 하도급 주었다.

나.

D는 원고를 고용하여 하도급 작업을 하였는데, 2022. 1. 3. 원고가 1.5m 높이의 슬라이딩 랙 선반에서 작업하던 중 추락하여 좌측 족관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슬라이딩 랙은 수직 철제빔 사이에 수평으로 층층이 수개의 선반을 설치한 구조물로서, 선반은 롤러로 가득 채워져 있다. 원고는 선반의 수평을 점검하기 위하여 1.5m 높이의 3단 선반에 올라가 두 발을 딛고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1>

2.

원고의 주장

위와 같이 원고와 피고 간에는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기 때문에, 원고는 다음과 같이 피고의 주의의무를 주장하고 있다.

즉, ①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D)의 근로자인 원고에게 구체적인 지휘, 감독권을 가지고 하도급 작업을 지시하였기 때문에 피고와 원고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피고에게 사용자에 준하여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책임이 있다.

②

사업주는 추락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작업발판을 제공하여 근로자로 하

여금 안전하고 적당한 높이에서 작업하게 해야 하는데(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9조, 제42조 참조), 피고가 작업발판을 제공하지 않았다.

③

도급인이 관계수급인의 근로자로 하여금 도급인의 작업장에서 작업하게 하는 경우에,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작업시기·내용,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확인하고, 위험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작업시기·내용을 조정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제64조 제1항 제7호, 제8호), 피고는 위와 같은 확인 및 조정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위 ①, ②, ③항과 같은 피고의 과실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35,801,672원과 위자료 20,240,000원 등 합계56,041,672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손해배상 하여야 한다.

3.

판 단

이하에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위 ①, ②, ③항의 주의의무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피고의 구체적 지휘, 감독 유무

피고가 D(피고의 하수급인) 또는 원고에게 슬라이딩 랙의 설치, 조립, 수평 점검등 하도급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을 제5호증의 2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산업재해조사를 담당한 근로복지공단 직원에게 "피고의 F 차장으로부터 지시 및 관리, 감독을 받았다."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원고의 일방적 진술에 불과하므로 신빙성이 없고, 달리 이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에게 위 ①항의 주의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

나.

작업발판 제공의무 위반

그런데, 위 규칙에 정한 작업발판 설치 의무는 고용관계가 있는 사업주에게 부과되는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하도급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 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를 원고의 사업주라고 볼 수 없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2>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단서 조항에 비추어 볼 때, 작업발판과 같이 휴대가 용이하고 작업행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안전설비는 도급인(피고)이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인(D)이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사 피고가 작업발판 제공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더라도, 작업발판의 미제공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 즉, 작업발판은 위 규칙 제9조, 제42조 제1항에서 보듯이 작업높이가 근로자의 키 등 신체조건에 비하여 높거나 추락의 위험이 있는 곳에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설치되는 것이다. 이는 근로자가 기계, 설비, 선반, 롤러 등 작업높이가 높은 구조물의 설치, 조립, 해체 등 작업을 할 경우, 근로자가 그 구조물에 직접 올라가거나 매달린 채 작업하게 되면, 구조물의 취약성으로 인하여 추락, 넘어짐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인접한 위치에 안전하고 견고한 작업발판을 설치하여 근로자로 하여금 그 작업발판 위에서 작업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롤러가 가득한 1.5m 높이의 슬라이딩 랙의 3단 선반에 올라가 두 발을 딛고 수평을 확인하다가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작업방식에서는 작업발판이 설치되었다고 한들, 선반이 무너져 추락하거나 미끄러져 추락하는 것을 작업발판이 방지할 수 없다. 오히려 작업발판이 슬라이딩 랙 옆에 있었다면, 원고가 작업발판에 부딪혀 더 큰 상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어느 모로 보나 피고에게는 작업발판 제공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이 없다.

다.

도급인(피고)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원고)에 대한 안전확인 및 조정의무 위반

원고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제64조 제1항 제7, 8호를 근거로 피고가 안전확인 및 조정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 되기 전의 것)에서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게 부담하는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도급사업의 내용과 장소적으로 제한되고 있었다(제29조 참조). 그 후 전부개정 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절(제62조 내지 제66조)에서 관계수급인의 개념을 도입하여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하였다. 다만, 제63조 단서에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범위를 제한하였고, 이는 구체적인 지휘, 감독이 없는 도급관계에서 도급인의 지위를 고려하여 의무의 범위를 한정한 것이다. 따라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와 같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안전확인 내지 그 조정의무는 도급인에게 없다.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안전확인 내지 그 조정의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건 변론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하여 알기 어려우나, 원고가 선반에 올라가 양 발로 딛고 수평 상태를 느끼며 확인하는 작업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으로 선해하더라도, 이와 같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작업행동은 도급인인 피고가 미리 확인하여 조정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사용자에게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그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당해 근로로 인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슬라이딩 랙의 선반이 수평으로 조립, 설치되었는지 점검하는 방법은 수평계 등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여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고, 굳이 롤러가 가득하여 미끄러지기 쉬운 선반 위로 사람이 올라가 발바닥으로 수평을 감지하는 방법은 극히 위험하여 무모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체적인 작업지시를 하지 않은 피고가 이처럼 무모한 작업방식을 예상하였다거나 알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에게 위 ③항의 주의의무 위반도 인정할 수 없다.

라.

소 결

위 가항 내지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이나 그 실체법적 근거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없이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창현

각주1) 추락 경위에 관하여, 원고는 선반이 무너졌기 때문에 추락하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고는 롤러에 미끄러져 원 고가 추락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각주2) 관계수급인이란 도급이 여러 단계에 걸쳐 체결된 경우에 각 단계별로 도급받은 사업주 전부를 말한다(산업안전 보건법 제2조 제9호).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